[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1.저는 기네스요. 5년전 더블린에 가서 기네스공장 투어를 했었는데, 정말 현지와 차이가 없을정도의 거품생성기가 들어있는 캔맥주 사랑합니다. 2. 지금이야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흔해졌지만 처음 강릉맥주 미노리세션은 충격이었습니다. 강릉 미노리의 쌀을 넣은 깔끔한 라거 스타일이었죠. 막걸리공장이 맥주양조장으로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도 재미있었구요. 3. 전 하루키의 소설보다 산문집 먼북소리 기억납니다. 그냥 하루키의 작가적 삶, 소소한 일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여러분. 『주종을 가리지 않습니다만』에 「징검다리」를 실은 정진영입니다. 「징검다리」는 앞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눈 김혜나 작가님의 「달콤 쌉싸름한 탁주」, 박주영 작가님의 「위스키 한 잔의 시간」, 서진 작가님의 「맥주의 요정」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징검다리」에는 주종이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뭔가 대단한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말했는데, 별 거 없습니다. 그냥 제목을 짓다 보니 그리 됐습니다. 「징검다리」는 소주를 다룬 단편입니다. 제가 여러 주종 중에서 소주(정확히 말하자면 희석식소주)를 고른 이유는 불순합니다. 다른 주종과 달리 공부할 게 별로 없어 쉽게 소설을 쓸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날로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얄팍한 꼼수로 소주를 골랐는데, 제 꾀에 제가 넘어갔습니다. 술에 관해 할 말이 많지 않아서 원고량을 채우기가 어렵더군요. 겨우겨우 쓴 단편입니다. 앞서 다른 분의 작품으로 대화를 나누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소주뿐만 아니라 다른 술 이야기도 환영입니다. 그래도 질문 몇 개는 던져야겠죠? 1. 처음 소주를 마신 순간이 언제인가요? 2. 본인 입에 소주에 가장 어울리는 안주는 무엇인가요? 3. 소주에 얽힌 잊지 못 할 기억이 있나요? 이제 함께 술 없이 글로 취해보시죠 😁
1. 고등학교 2학년 때...이제 우리가 고3이라고 애들이랑 모여서 한번 먹어봤습니다(처음 해본 이야기+_+) 2. 소주 잘 못먹는데도 탕 종류를 보면 소주가 맛있겠다 생각합니다. 3. 아버지가 주종 중에 소주만 드시는데....어릴 때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술 드시고는 소주 냄새를 폴폴 풍기며 매일 호빵을 엄~청 사오셔서 잠자던 저랑 동생을 깨워 먹이셨어요. 지금은 제가 내 삶에 함부로 넘어오지말라고 선긋는 못된 딸이지만.. 그때 아빠의 마음이 생각납니다. (그러고보니...이것이 소주의 매력인가요..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는!?..)
고2때 모여서 처음 마신 게 처음 해본 이야기라니... 얼마나 모범적이고 바른 삶을 살아오신 겁니까 ㅎ 술에 취한 아버지께서 귀가하실 때 뭔가 사들고 오시는 모습은 저도 아련하게 기억납니다. 저는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일단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지부터 살폈거든요. 빈 손이면 그렇게 서운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 옛이야기입니다.
저는 나이차이가 꽤 나는 형아가 밤에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라면을 끓여오라고 하던게 기억이 납니다. 요새는 제가 소주를 거나하게 마시고 들어와서 초등학생 아들놈에게 라면을 끓여오라고 시킵니다. ㅎㅎㅎ
이것이 바로 내리갈굼, 아니 내리사랑이란 아름다운 풍경이로군요 😜
1. 올해 출간될 우리술 산문집 프롤로그에 처음 소주를 마신 순간에 대해서 썼는데요. 따로 떼어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워 책이 나오면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ㅋㅋ(6월 출간 예정입니다) 2. 저는 예나 지금이나 소주에 생선회가 가장 좋습니다! 3. 초록병 소주는 워낙 일상적인 식품으로 느껴져 특별히 잊지 못 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일화는 없네요. 다만 20~23살 무렵에 주량이 평균 소주 3병에 맥주 3천cc 정도였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주량이기에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드디어 읽기만 해도 술에 취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던 책이 여름에 나오는군요. 소주에는 역시 저도 해물이 최고입니다. 왠지 모르게 육고기보다는 건강하게 술을 마시는 기분이랄까요. 건강 생각하면 술을 먹지 말아야지 ㅎ 그나저나 20대 초반에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신 겁니까. 술을 좋아했던 저도 저 정도의 경지는... 저 정도 마셔 본 경험이 있어야 술 에세이를 쓰는군요.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근데 육회, 육사시미에도 탁주나 맥주보다는 소주가 어울리는 것 보면 날음식과 궁합이 좋은 건가 싶기도 하네요! 이십대에는 주로 카페, 바, 호프에서 일했는데 같이 일하던 사람들하고 마시면 다 그정도 마셔서 딱히 많이 마시는 건줄 몰랐어요. 덕분에 25살에 위궤양 제대로 맞아서 금주 금연에 성공했고, 지금은 좋은 술로만 조금씩 마시는 거죠 ㅋㅋ (제 기준 조금씩 마시는 건데 그럼에도 항상 남들보다 빨리 마시고 많이 마시고 있긴 하더라고요)
저도 날음식에 소주가 어울린다는 데 동감합니다. 육회든 생선회든 날것은 확실히 맥주, 탁주와는 안 어울려요. 더불어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합니다. 다들 그렇게 마셔서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다니 ㅎ 저라면 진즉 도망갔을 텐데 고수이십니다. 그 자산이 다 소설이 되고 산문이 된 것 아닙니까. 앞으로도 좋은 술 적게 드시옵소서.
소주 3병... 을 마시고 거기에 더해서 맥주 3000 cc를 드셨다는 건 아니지요? 0_0 어느 쪽이든 저는 살면서 한두 번 경험해 본 한계 밖 주량입니다.
그때는 소주 1병 마시면 딱 기분 좋았고, 2병 마시면 좀 취한다 싶었고, 3병 마시면 만취해서 맥주까지 2~3000cc 마시고... 그때 같이 마시던 친구들 다 그렇게 마셔서 딱히 놀라운 주량인지 몰랐어요. 내일이 없고, 튼튼한 위장이 있던 시절이라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 작가님, 저 이 말 너무 오랜만인데 반갑네요. 내일이 없다는 말이요. 20대 때는 정말 그랬던 것 같거든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내일의 나를 오늘 다 끌어다 쓰는 느낌으로다가(하하).
맞아요 20대에는 항상 내일 없는 사람처럼 살았죠... 저는 실제로 바에서 일하기도 해서 매일 새벽 3시에 퇴근하고 같은 날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하다 보니 퇴근할 때 동료들과 "내일 봐"라고 말하지 않고 "이따가 봐"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도 정말 내일이 없는 현실이었죠 ㅎㅎ
1. 저는 대학교 OT 때 처음으로 소주를 마셔봤어요. 학업에 충실한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하지 말라는 규칙 같은 건 의외로 순응하며 잘 따르는 편이라 공식적으로 20살이 되고 난 후에야 소주를 마셨죠. 근데 그게 오히려 실수였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은 소주를 어느 정도 마실 줄 알더라고요(주량도 알고요). 저만 그걸 모르니 양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도, 안주를 섞어가며 먹어야 속이 괜찮다는 것도 몰랐죠. 술게임 같은 건 더더욱 몰랐고요. 덕분에 모두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제 주량을 처음 알았답니다. 빈속에 소주를 연거푸 마신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선배들이 군기를 잡고 싶었던 건지 안주를 안 주더라고요). 숙취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다음 날 몸살이 난 것처럼 상태가 메롱이었죠. 신입생 하나가 죽어가는 모습에 놀란 과대 오빠는 제가 술병이 아니라 진짜 아픈 줄 알고 약도 사 오고, 죽도 사 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그렇게 환자가 되었죠). 덕분에 2박 3일 동안 아무도 저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답니다. 오히려 말리더라고요(저 이걸 노린 걸지도요).
몰래 마신 소주는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공식적으로 마신 소주는 저 또한 대학생 시절이 처음입니다. 선배들이 강권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죠. 제가 꽐라가 돼 거리에서 몇 번 춤을 추니 제게는 강권하지 않던 기억이 납니다. 강권하는 선배를 다스리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강권하는 술도 좋았는데 더는 강권하지 않아서 서운했습니다. 연해님은 숙취로 선배들을 한방 먹이셨군요 ㅎ 아무리 봐도 연해님이 저보다는 술의 고수십니다.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라니! 저 같은 쪼랩은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앞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안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을 즐기시는 @꿀돼지 님과 달리 저는 소주를 안주 없이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이유는 맛있는 안주와 먹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마실 것 같아서(하하). 하지만 최애 조합은 있습니다. 저도 @술빚는소설가 님 말씀처럼 소주와 생선회의 조합을 가장 좋아했어요. 그렇게 먹으면 회의 신선함이 소주와 어우러져 꿀떡꿀떡 잘 들어가더라고요. 맑고 나른한 그 느낌을 참 좋아했죠. 그렇게 무적의 주량으로 신나게 마시다가 다음 날 지옥을...(왜 자꾸 결론이) 개인적으로 "술은 안주를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요물"이라는 작가님 말씀이 너무 귀엽고 좋았습니다. 덕분에 돼지가 되었다...(죄송합니다)는 말씀도요.
그런 집필 배경과 달리 「징검다리」 너무 재미있습니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신문 서평에서도 「징검다리」를 꼭 언급하더라고요. 술을 빚거나 파는 사람들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주의 존재감은 아주 강렬하고요. 질문에 답을 하자면… 1.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고등학생 때 몰래 마신 게 처음일 텐데요. 그런데 소주가 저랑 안 맞는다는 사실은 대학교 1학년 때 바로 알았습니다. 2. 농담이 아니고 맥주입니다. 소주를 꼭 마셔야 하면 맥주를 주문해서 섞어 마십니다. 3. 별로 좋은 기억은 없네요. 여자친구 앞에서 객기 부린다고 3병 마셨다가 엄청 취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기자로 일하시던 시절에 소맥은 꽤 드셨을 듯합니다. 저는 가끔 기자 시절에 먹던 소맥이 생각나서 일부러 기자 선후배를 만날 때가 있어요. 이상하게 혼자 말아 먹으면 맛이 없더라고요. 저는 소주보다 맥주를 마실 때 더 취한다는 기분이 듭니다. 분명히 맥주가 저도주인데도 말이죠. 그리고 위스키보다 소주를 마실 때 더 취하고요. 아무래도 저는 비싼 고도주 체질로 보이는데, 주머니 사정은 체질과 상관없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 멀고 먼 길...
소맥은 아마 천 잔 넘게 마셨을 거 같은데... 혼자서는 절대 안 마시지만 소맥 분위기는 좋아요. 그래서 기자 선후배 만나면 은근히 기대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자들이 별로 술을 안 마시고 술잔 돌리기 같은 건 완전히 사라진 거 같더라고요. 저는 도수 높은 술을 마시면 취한다기보다는 맛이 가버리는 느낌이에요. 식도랑 위장도 타는 거 같고... 맥주가 딱 알딸딸하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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