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한달 정도 머문 적이 있는데,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고, 리커샵에서만 주류를 팔더라고요. 다들 맥주 하면 독일, 체코부터 생각하는데, 저는 온타리오 리커샵에서 어마어마한 맥주의 양과 종류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없을 때라서, 온타리오 리커샵에서 다양한 종류(에일, 페일에일, 골든에일, IPA)를 맛보았어요. 심지어 라거도 진짜 진하고 고소하고 맛있더라고요. 대부분 온타리오 시골 양조장에서 가져오는 로컬 비어였고, 독일 맥주도 꽤 많았어요. 가격은 4개 10불 또는 3개 4불이었고, 미국맥주는 6개 10불 정도 하더라고요 ㅎㅎ 그때 진짜 로컬 맥주에 눈 떠서 캐나다에 살고 싶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국산 수제맥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답니다 ㅋㅋㅋ 두분 댓글 보니 온타리오 기억이 나서 반가웠어요! 저는 평소에도 먹는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해서(먹으면서 먹는 이야기 하는 거는 진짜 미치고요..) 음식이야기, 술 이야기 원래 좋아하긴 하는데 그믐에서 이러고 있으니 진짜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냅다
[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
D-29
술빚는소설가
연해
저는 <달콤 쌉싸름한 탁주>를 읽으면서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의 차이를 처음 알았어요! 탁주에 대한 내용이라고만 생각하며 읽다가 막바지에 소주가 등장해서 '어라라?'했답니다.
위에서 @꿀돼지 님이 희석식 소주에 대해 언급해 주셨을 때도 살짝 물음표가 떴는데, 큰 의미를 담지 않고 지나갔거든요. 근데 이번에 알았어요. 시중에 파는 값비싼(?) 소주들을 보면서도 정보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취한다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별생각 없이 '저 소주는 왜 저렇게 비쌀까? 참이슬이나 먹어야지'하면서 지나치곤 했거든요. 술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이번에 편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답니다.
술빚는소설가
국내 식당이나 주점에서 증류식소주를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기에 증류식소주 모르는 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혹시 '안동소주' 들어보셨다면 그게 바로 증류식 소주의 한 종류랍니다. 저도 전통주 공부하면서 알게된 술이 많은데, 전통주 전혀 모르는 분들도 '안동소주', '진도홍주', '문배술', '이강주' 정도는 드셔본 적이 있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기는 했습니다 ㅎㅎ
소설 제목에 대해서라면, <달콤 쌉싸름한 우리술>이라고 하고는 싶었으나 '우리술'의 근간이 탁주이기도 하고, '전통주' 하면 가장 먼저 막걸리나 동동주와 같은 술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아서 '탁주'라고 짓게 되었답니다. 소설에도 설명되어 있는 것처럼 쌀 물 누룩을 발효하면 탁주가 되고, 탁주를 가라앉히고 위에 뜬 맑은 술만 떠내면 약주, 약주를 증류기에 넣고 끓이면 소주가 되는 거라서요.
연해
오, 작가님이 남겨주신 댓글 덕분에 '화주'라는 소주도 처음 알았는데, '안동소주'도 처음 들어봤어요. 찾아보니 증류식 소주이자 전통주라고 나오네요. 하나의 제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종류도 다양하고요. 2월 8일 화상 북토크에 어떤 술을 가져갈까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일단 이 아이들도 고민해 봐야겠어요.
소설 제목이 이렇게 탄생했군요! 다 흐름이 있었네요.
이렇게 정성스러운 설명까지 덧붙여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감동입니다).
술빚는소설가
네 안동소주는 그냥 안동 지역에서 생산하는 증류식소주를 일컫는 말이더라고요. 그래도 '일품 안동소주', '안동 진맥소주' 하는 식으로 양조장마다 제품명을 따로 넣어줍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민속주 안동소주'와 '안동 진맥소주' 정말 좋아하는데요. 고도주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맛보시길 추천드려요!
저는 그날 그날 끌리는 술이 달라서 화상 북토크 때 마실 술 또한 그날 정해보려 합니다! ㅎㅎㅎ
연해
“ 창문에 살포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처럼, 혼자서 조용히 술을 빚으며 살고 싶었다. 시선이 머물고 마음이 동요하는 쪽은 언제나 고요하고 느리게 흐르는 순간이었다. ”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달콤 쌈싸름한 탁주, 김혜나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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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그리고, 백 선생님은 왜 이렇게 아는 체와 참견이 심하신 거며, 홍주 손님은 대체 왜! 팁이라니, 팁이라니! 읽으면서 제가 다 화딱지가 나가지고, 저야말로 발차기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근데 저는 왜 이 책을 에세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도입부에서 주인공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도 김혜나 작가님이 원래 회사에서 근무하셨나? 어리둥절해하며 아침부터 이것저것 찾아봤었다는...(잠이 덜 깼었나 봅니다) 너무 뜬금없으시죠. 저도 그랬답니다(허허허).
김새섬
백 선생 너무 짜증났어요. 이런 사람들 주위에서 가끔 만나잖아요. 괜히 아는 체하면서 본인이랑 상관 없는 상황에서 꼭 한 마디씩 거들고. 그런데 읽다보니 한편으론 좀 짠하기도 하네요. 에휴...
술빚는소설가
다들 공감해주셔서 감사하네요 ㅠㅠ
사회생활 하다보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나서서 반장하고 남들 가르치고... 근데 저는 사실 이런 분들보다, 이런 분들에 무감각하고 아무 반응없는 분들이 더 신기해서 이런 소설을 쓴 것 같아요. 이게 진짜 나만 기분 나쁜가? 이런 의문에서요 ㅋㅋㅋ
거북별85
작가님도 이런 분들 만나고 스트레스 받으셨군요..동지를 만난듯 반갑습니다. ^^
제 업무가 영업성격이 강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그 와중에 저의 유리멘탈 부여잡느라고 더 힘든편이거든요..^^;; 멘탈 탈탈 털리고 집에 돌아갔을 때 남편이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2차 공격을 가하면 더 힘들더라구요.. 예전에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더니 이제는 좀 인지하려고 하더라구요... 제 경험상 백선생님에게 무감각한 분들은 그분들도 좀 비슷하신 편이신거 같더라구요..^^;; 예전에 저의 멘탈을 부여잡고자 읽었던 책이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 있었습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50만 부 기념 스페셜 개정판)2018년, 동일 제목으로 출간하여 전국의 모든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책이다.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며 50만 부 돌파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기념해 펴낸 이번 스페셜 개정판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몇몇 표현을 수정하고, 몇 개의 원고를 삭제하거나 새롭게 추가하였다.
책장 바로가기
술빚는소설가
저는 사실 천성이 너무 예민해서 피곤한 사람이긴 합니다^^
누가 저에게 뭐라고 하질 않아도 주변에 사람이 많거나 소음이 심하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일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근데 주변에 회사 생활 오래 하는 친구들 보면 누가 뭐라고 해도 별로 신경 안 쓰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속사정까지는 모르지만, 사회 생활에서는 그런 태도가 비교적 유리하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아무튼 저도 엄청난 유리멘털인데, 새벽에 혼자 요가하거나, 저녁에 혼자 전통주 한두 잔 홀짝이며 마음을 달래주면 좋았습니다!
거북별85
저도 탁주에 대한 이야기보다 백선생님 장면을 읽으며 확!! 열이 오르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술맛을 모르는 1인이라... 하지만 진상맛은 좀 본 적이 왕왕 있어서.. 역쉬 글은 읽는 독자의 경험의 폭이 중요한거 같아요^^
술빚는소설가
아하하 아무래도 특정 소재가 있다보니 에세이로 오해하는 부분도 생기나 봐요! 이 소설집은 그나마 덜한 편인데, 예전에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라는 앤솔러지 소설집을 출간했을 때는 정말 많은 독자분들이 요가 에세이인 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소설이라서 놀랐다는 리뷰를 남기셨더라고요 ㅎㅎ
도입부에 회사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술 빚는 캐릭터는 제가 우리술 에세이를 집필하면서 취재했던 술담화 양조팀 이수연 양조사의 이야기랍니다. 그때 인터뷰를 하면서 인상 깊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쉽게도 책에 싣지 못하게 되어서, 인터뷰한 인물과 서사를 소설로 써보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우리술에 관심이 생기신다면 술담화 주류 한번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백선생과 홍주손님 캐릭터는 혹시 저만 혼자 화딱지 나는 것 아닐까 진짜 고민하면서 썼어요. 소설에서도 묘사했지만 그분들 언행에 대해 그냥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리거나, 오히려 귀엽게 바라보는 인물도 있 으니까요. 그래서 저만 너무 부정적인 성향이라 이런 일에 화가 나는 걸까 평소에도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공감해주시니 굉장히 힘이 되고 기분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여섯 명의 소설가―김이설 김혜나 박생강 박주영 정지향 최정화는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를 통해 요가가 스며든 일상으로부터 파생된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동시대적 문제에서 발화한 현재형의 소설들을 가장 첨예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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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다
저도 소설 속 이 문장들이 참 좋았어요. 이 문장에 겹쳐서, @연해 님이 말씀하신 <신데렐라 언니>에서 발효실에서 술 익는 소리를 들으며 위로받던 주인공 모습도 (꼭 아기가 뱃속에서 엄마 심장 소리를 듣는 느낌이었어요) 떠올랐고요. 세상에는 술 익는 소리라는 게 있구나, 그건 위로가 되는 소리구나 싶었죠.
탁주의 매력은 '탁'이라는 글자에 있는 것 같아요. 순수하고 완벽한, 투명한 한 방울을 뽑아내겠다는 집념의 반대쪽에 있는 마음. 아아 탁주 마시고 탁해지고 싶다. (쯧쯧 너는 이미 탁하단다.)
연해
앗앗! 이 드라마를 알고 계신 분이 계셔서 기쁩니다! 드라마 전개는 두 자매의 대립구조였지만, 저는 술 빚는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정성스럽고 고요한 느낌이랄까요.
"탁주 마시고 탁해지고 싶다"라니(푸핫), @냅다 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글로도 사람을 웃기는 건 엄청난 재주라고 자주 생각하는데 말이죠.
술빚는소설가
@냅다 두분 대화를 보니 '탁'이라는 탁주가 떠오르네요 ㅎㅎ 인천에 있는 양조장에서 생산하는데 막상 탁주의 '탁'이 아니라 술잔이 부딪힐 때 나는 '탁'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명쾌함이 느겨지는 술이랍니다 ㅎㅎ
https://smartstore.naver.com/taakbrew/products/8617908016
술빚는소설가
맞아요 탁주濁酒의 '탁'은 '흐릴 탁濁'자로 탁주 윗부분의 맑은 술(청주)를 거르지 않고 흐리게 걸러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근데 저는 '탁하다'는 게 오히려 더 풍부하게 느껴져서 좋은 것 같아요. 탁주도 실제로 청주보다 훨씬 묵직하면서도 구수하고 달큰하고 새콤한 다양한 맛을 내는 것 같고요. 사실 생과일주스를 마셔도 휴롬으로 맑게 거른 주스보다는 블렌더로 모두 갈아 스무디 상태로 마시는 걸 더 좋아하는 취향이기도 하고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술빚는소설가
오늘(29일)부터 단편소설 <달콤 쌉싸름한 탁주> 이야기를 함께 나눌 김혜나 소설가입니다! 사실 오늘 다른 책 북토크 준비로 정신없다가 자정이 가까워지는 이 시각에 겨우 인사드리고 글을 남기는 게으른 소설가랍니다🥲
세상에 정말 다양한 주종이 있고, 저 또한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주종을 꼽으라면 저는 탁주입니다! 탁주가 가진 당미 산미 무미를 사랑하거든요. 그리고 생탁주의 경우 술을 병입한 후에도 후발효가 일어나 맛이 다채롭게 변해가는 점 또한 매력적이랍니다.
* 여러분 중에 탁주파 혹시 계실까요?
* 탁주(막걸리, 동동주)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소설을 읽으신 분 그리고 읽지 못하신 분 모두 편하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고맙습니다 🙏🙏
새벽서가
젊을 때(학창시절)는 참 좋아했던 주종인데, 외국살이르루30년 가까이 하고 있다 보니 맛있는 탁주를 접하기 쉽지 않네요.
탁주에 얽힌 추억이라… 대학 첫미팅을 종로에 있는 동동주집에서 했었더랬죠. 비도 부슬부슬오고, 전집이라 안주는 너무 맛있고, 미팅에 나왔던 남학생들보다 동동부와 파전에 더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술빚는소설가
새벽서가 님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 그믐 플랫폼에 가입해서 참여했던 독서모임이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이었는데요. 그때 함께 소설 읽어주시고 다양한 감상 남겨주셔서 기억에 오래 남았더랬습니다. 이 모임에서 다시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학부 시절 학사주점에서 마시는 동동주와 파전에 대한 추억은 진짜 잊을 수 없죠. 저는 청주에서 학부를 다녔는데 학교 앞에 '삼미집'이라는 곳이 있었어요. 그곳에 갔더니 파전 형태가 이상하더라고요. 커다란 솥뚜껑을 테이블 화구에서 달구고, 파전 반죽을 바가지에 퍼와서 다 쏟아붓고 밑바닥이 익으면 아래쪽부터 뜯어먹는 거예요. 익지 않은 부분이 섞여 들어와서 저는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이상했는데, 다들 그 집 파전이 맛있다며 엄청 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개인적 입맛으로는 동래파전 스타일이 가장 맛있더라고요. 해물보다 고기를 듬뿍 넣고 부치는 파전이라서 더욱 고소하고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맛이랄까요 ㅎㅎ 부산에서 생산하는 '동래아들' 막걸리하고 같이 먹으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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