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한계
드라마나 소설 같은 데엔 크나큰 약점이 있다.
중요한 사건을 너무 위주로 한다.
일상은 그 비중이 그렇게 한 가지로만 전개되지 않는다.
드라마나 소설은 중요한 사건,
작가가 다루는 사건에만 너무 치중한다.
다른 건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어떤 사람이 직장 생활을 하다가 큰 사건에 휘말렸다.
그러면 그는 갑자기 직장 생활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 사건에만 몰두한다.
그 문제 때문에 멀쩡히 다니던 직장에 잘
나가지도 않는 것 같다.
현실이라면 그는 벌써 잘리고도 남았다.
직장과 그 사건 모두 그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말이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리얼리티가 부족하다.
히키코모리가 자위를 했고 그가 범인인데
정액이 실제는 마우스 패드에 떨어졌다.
이게 현실인데, 가상의 세계는 모니터를 보고
대개는 자위를 하니까 방바닥에 떨어졌다며
거기서 검출해 내려고 한다.
가상은 현실보다 더 리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현실이 아니다.
1Q84_3
D-29
Book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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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어쩔 수 없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와 나는
같은 인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겁도 난다.
나는 글재주가 없지만, 글은 좋아한다.
운명으로까지 여긴다.
만일 좋아하고 운명으로 여기더라도 나를
지탱하는 게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책과 그 글의 저자인 작가는 나의 강력한 후원자다.
읽을수록 그들이 나와 같은 종자라는 게 다행으로 여겨진다.
나는 이제 다른 길을 갈 수 없다.
이미 나이도 먹었다.
그냥 이대로 글을 쓰면서 책을 읽고, 그 속에서 그들의
생각을 또 확인하는 것이다.
나와 같은 종자라는 걸.
아무도 모르는 책 속에서 그들과 은밀하고
친밀한 대화를 나눈다.
나는 그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인데,
그들이 나를 외롭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참 다행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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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시큼한 들에서 갓 딴 이름모를 꽃을 이 삭막한 도시의 꽃병에 방금 꽂으면 어떨까? 아, 그 꽃은 태고의 원시적 향기를 나에게 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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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1Q84년을 만끽하고 누군 그대로 1984년에 사는 것일까? 아마도 그냥 생각없이 사는 인간들이 1984년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고 하루키가 마음에 들어하는 종자만 1Q84년과 두 달을 만끽하는 건 아닐까?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개돼지처럼 사람 인간들이 아직도 그걸 모르고, 뭔가를 모르고 1984년에 빅 브러더의 감시를 그냥 묵과하면서 꾸역꾸역 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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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꿈이 있다
“그냥 사는 거지, 꿈이니 목적이니 그런 게 다 뭐야?”
하는데, 이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인간은 마음이 있어 보람이나 긍지, 의미
같은 게 없으면 사실 잘 살지 못한다.
나는 글을 쓰는 데 잘 쓰기 위해
잠도 푹 자려고 한다.
늦게 잠들었으면 늦게까지 자려고 한다.
그게,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잠을 설치면
글을 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잘 자려고 한다.
예쁘고 날씬하다는 말을 늘 듣고 사는 여자는 더
그걸 유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그녀에겐 아름다움 유지라는 목적이 있다.
하다못해 술을 더 잘 먹기 위해 등산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다.
건강하지 못하면 자기가 좋 아하는 술을
더는 마시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을 충실히 사는 건
어떤 목적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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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3권에서 우시카와를 등장시킨 것은 그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의 시선으로 사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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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소는 인간이 있을 곳이 못 된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이다. 뭘 좀 아는 인간만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여기서 그냥 비참하게 죽자 하고 생각해 버릴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 물건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 것이다. 전엔 그래도 늙은은가 적어 있을만했지만 이젠 늙인이들이 너무 득시글거려 그런 건 이제 꿈도 못 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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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건강 염려증이 너무 심하다. 툭하면 병원 간다. 이제 늙은이가 너무 많아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주변에 다 늙은이 천지다. 오래 살아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연금과 보험을 축내는 주범이다. 자연에 따라 빨리 죽는 게 자신으로나 후손, 자식을 돕는 길이다. 이제 건강이 최고야, 하는 소리는 집어치워야 한다. 나부터 자연원리에 따라 너무 오래 살지 말고 죽어야 한다. 모두를 위해. 하루하루 사는 것에 삶의 질도 떨어지고 행복하지도 않은데 뭐하러 그렇게 더 살려고 안달을 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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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트롯이라면서 이게 한류를 타고 세계적인 음악이 될까? 이 트로트는 마치 외국인에게 시키면 못 먹는 청국장을 떠먹이는 것과 같다. 레게나 랩처럼 트롯이 세계적인 음악이 되려면 외국인이 쉽게 그리고 흥미롭게 생각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아닌 것 같다. 미스트롯을 보는데 너무 화려하고 돈만 밝히고 그래 느끼해서 아직은 나도 적응이 안 된다. 임영웅에게 늙은 여자들이 자식에게 유산을 안 남기고 그에게 바치고 싶다고 하는데 그게 제정신인가? 그런 부자에게 왜 그 푼돈을 바치나?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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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결혼할 거면 소설가 배우자는 여자에게 적합하지 않다.우선 성격이 만만찮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누가 성가시게 굴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모든 결혼 상대로는 일반적이고 고정 수입이 있는 가능하면 안정적인 자기에게만 우선 적합한, 자기가 불편하지 않은 거기다가 자기를 위해 좀 희생하는 그런 걸 원하지 소설가처럼 글쟁이를 원하진 않는다. 우선 결혼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데 글쟁이들이 그럴 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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