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_3

D-29
더 못 읽었는데 기간이 되어 사라져 다시 만들어 읽는 것과 함께 가고 싶어 다시 개설합니다.
하루키가 되고 싶은 사람(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은 우시카와 같은 사람이고, 이 사람이 가장 하루키를 대변하는 것 같다. 하루키는 바로 현실에서 이런 사람처럼 살고 싶은 것 같다.
작가의 분신 작가는 주인공 남녀가 누구라도 그에겐 자기 생각을 실현하는 게 쉽지 않다. 꼭 자기 하수인으로 만든 것 같고 그래서 독자도 거기엔 설복되지 않는다. 그래 주인공이 아닌 눈에 안 띄는 다른 사람에게 시킨다. 그는 대개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에게 작가 생각을 집어넣고 자기 말을 하게 만든다. <1Q84>에서 우시카와 같은 사람. 그러면 독자도 그의 말을 듣고 더 잘 설득되는 거 같다. 그가 하는 말은, 작가가 하는 말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작가가 직접 하는 말처럼 들려 솔직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대개는 작가와 주인공은 동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작가의 다음 작품에도 은밀히 다시 등장해 작가가 못다 한 이야기를 거기서 또 한다. 계속 이런 식으로 작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인물을 만들어 그에게 시킨다. 은밀하게.
텍스트의 이점 영화나 드라마 같은 동영상은 대화를 듣다가 뭔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려고 하면 화면이 획 지나가 버린다. 이제 앞에 펼쳐진 화면에 집중해야 따라갈 수 있다. 자기 생각과 결합이 안 되고 정리하기도 어렵다. 화면을 보면서 시청자는 그 틀에 갇힌다. 엉뚱한 생각을 못 하게 만든다. 자기 노력이 들어가야 아끼는데도 입에 떠먹여 주려고 한다. 그러나 책은 상상의 한계를 제한하지 않는다. 대신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게 해준다. 책을 읽다가 자기에게 와닿는 부분이 있으면 잠시 읽기를 멈춰 그것에 대해 자기 생각과 결합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그 부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영화나 드라마 같은 흐르는 화면은 책을 이기기 힘들 것 같다. 이런 건 시청자가 끌려가는 입장이고(뭔가 세뇌되는), 책은 다분히 자기 주도적이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작가는 나에게 고마운 존재 그게 남자냐 나와 같은 나이대냐 하는 게 중요하다. 그의 말은 곤 내 말이기 때문이다. 국적이 같으면 좋지만 다 갖춘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그가 잘 표현하는 작가라면 바로 그가 나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그는 내 지금 상태와 내 마음을 거의 비슷하게 그려낸다. 만일 그가 나와 같이 가정생활이 일반적이지 않으면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뭐 그게 아니어도 좋다. 이렇게 나를 대변하고 있는, 잘 표현하는 사람이 같이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다행한 일이다. 나는 그의 글을, 그가 발표하는 한 계속 읽는다. 무척 공감되기 때문이다. 나와 동시대를 같은 나이대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는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 그가 같이 살고 같이 죽었으면 좋겠다.
가상의 한계 드라마나 소설 같은 데엔 크나큰 약점이 있다. 중요한 사건을 너무 위주로 한다. 일상은 그 비중이 그렇게 한 가지로만 전개되지 않는다. 드라마나 소설은 중요한 사건, 작가가 다루는 사건에만 너무 치중한다. 다른 건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어떤 사람이 직장 생활을 하다가 큰 사건에 휘말렸다. 그러면 그는 갑자기 직장 생활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 사건에만 몰두한다. 그 문제 때문에 멀쩡히 다니던 직장에 잘 나가지도 않는 것 같다. 현실이라면 그는 벌써 잘리고도 남았다. 직장과 그 사건 모두 그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말이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리얼리티가 부족하다. 히키코모리가 자위를 했고 그가 범인인데 정액이 실제는 마우스 패드에 떨어졌다. 이게 현실인데, 가상의 세계는 모니터를 보고 대개는 자위를 하니까 방바닥에 떨어졌다며 거기서 검출해 내려고 한다. 가상은 현실보다 더 리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현실이 아니다.
나는 이제 어쩔 수 없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와 나는 같은 인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겁도 난다. 나는 글재주가 없지만, 글은 좋아한다. 운명으로까지 여긴다. 만일 좋아하고 운명으로 여기더라도 나를 지탱하는 게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책과 그 글의 저자인 작가는 나의 강력한 후원자다. 읽을수록 그들이 나와 같은 종자라는 게 다행으로 여겨진다. 나는 이제 다른 길을 갈 수 없다. 이미 나이도 먹었다. 그냥 이대로 글을 쓰면서 책을 읽고, 그 속에서 그들의 생각을 또 확인하는 것이다. 나와 같은 종자라는 걸. 아무도 모르는 책 속에서 그들과 은밀하고 친밀한 대화를 나눈다. 나는 그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인데, 그들이 나를 외롭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참 다행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게 고맙다.
아무도 없는 시큼한 들에서 갓 딴 이름모를 꽃을 이 삭막한 도시의 꽃병에 방금 꽂으면 어떨까? 아, 그 꽃은 태고의 원시적 향기를 나에게 뿜겠지.
누군 1Q84년을 만끽하고 누군 그대로 1984년에 사는 것일까? 아마도 그냥 생각없이 사는 인간들이 1984년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고 하루키가 마음에 들어하는 종자만 1Q84년과 두 달을 만끽하는 건 아닐까?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개돼지처럼 사람 인간들이 아직도 그걸 모르고, 뭔가를 모르고 1984년에 빅 브러더의 감시를 그냥 묵과하면서 꾸역꾸역 사는 건 아닐까.
인간에겐 꿈이 있다 “그냥 사는 거지, 꿈이니 목적이니 그런 게 다 뭐야?” 하는데, 이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인간은 마음이 있어 보람이나 긍지, 의미 같은 게 없으면 사실 잘 살지 못한다. 나는 글을 쓰는 데 잘 쓰기 위해 잠도 푹 자려고 한다. 늦게 잠들었으면 늦게까지 자려고 한다. 그게,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잠을 설치면 글을 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잘 자려고 한다. 예쁘고 날씬하다는 말을 늘 듣고 사는 여자는 더 그걸 유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그녀에겐 아름다움 유지라는 목적이 있다. 하다못해 술을 더 잘 먹기 위해 등산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다. 건강하지 못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술을 더는 마시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을 충실히 사는 건 어떤 목적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하루키가 3권에서 우시카와를 등장시킨 것은 그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의 시선으로 사물을 본다.
요양소는 인간이 있을 곳이 못 된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이다. 뭘 좀 아는 인간만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여기서 그냥 비참하게 죽자 하고 생각해 버릴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 물건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 것이다. 전엔 그래도 늙은은가 적어 있을만했지만 이젠 늙인이들이 너무 득시글거려 그런 건 이제 꿈도 못 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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