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읽기

D-29
앞으로 이 주간 그믐에서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국제제자훈련원, 2014)을 함께 읽으며 몇몇 핵심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 보는 것으로 이번 모임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모임을 비공개로 해놓았지만, 그믐을 이용하는 많은 이용자 분들도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작가 소개와 머리말을 참고하여 짧게 책 소개 남깁니다. -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존 스토트와 제임스 패커의 맥을 잇는 복음주의 신학자이다. 그는 신학을 전공하기에 앞서 옥스퍼드 대학교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답게, '과학신학'을 개척하여 복음주의 신학에 과학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21세기 기독교 변증가이기도 하다. 그는 2000년대 이후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로 대표되는 '신무신론'을 비판하며 다수의 책을 통해 기독교를 변증했다.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 과학과 종교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이자 기독교 변증가인 C.S 루이스처럼, 젊을 적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전향한 맥그래스는 루이스의 책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의 형식을 차용하여 이 책(Mere Apologetics)을 썼다. 또한 그는 옥스퍼드 기독교 변증학 연구소에서 6년간 진행한 '기독교 변증학 입문' 강좌를 비롯한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변증학에서 가장 중요한 몇몇 주제와 변증 방식을 책에서 소개하고자 했다. - 각 장마다 화제를 만들어 놓을 예정이니 자유롭게 댓글과 문장 수집 기능 이용하여 책을 읽어나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나눌 주제가 생기면 또 화제로 띄워 놓겠습니다. 완독까지 화이팅!!
화제로 지정된 대화
「1. 시작: 변증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좋았던 문장이나 떠오른 생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앗, 문장 수집을 답글로 달았어야 하는데 그냥 써버렸네요;; 1장을 보며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남겨봅니다. 변증학이 전도와 같이 성경적으로 성도의 사명이라는 사실이 인상깊습니다. 마22:37, 롬12:2, 벧전3:15을 개역개정으로 읽을 때 '마음'이나 '뜻'으로 번역되어 놓칠 수 있을법한 '지성'에 대한 구절들이 있음을 배웠습니다. 전도와의 차이점, 그리고 전도와의 밀접한 연관성 또한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평신도가 변증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본인 및 전도하는 일에 있어서 적지 않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 저도 같은 문장에 밑줄 쳤습니다. 저자가 1장 후반부에서 전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말은 자신의 신앙을 생각하고, 자신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벼리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27,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변증학이라는 용어의 기원이 베드로전서 3장 15절에 나오는 아폴로기아(apologia)에서 파생했다는 점(p.23)과 일맥상통하는 대목. 크리스천은 누군가 소망에 관한 이유(logos)를 물어올 때, 대답(apologia)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증이 필수적이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변증의 커다란 과제 세가지를 '변호하기', '권하기', '번역하기'로 꼽았는데, 첫번째에 언급된 이 문장이 특히 와닿았다. 기독교 신앙이 먼저 자기 자신에게 와닿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건강한 질문과 대답을 벼리기 위해 교회 공동체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의 설교에서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 "그런 도전들(절망, 비참, 한계, 불운) 속에서 '난 뭐야, 인생은 뭐야, 인간은 뭐야, 하나님은 뭐야.'하는 깊은 질문들이 생긴다. (중략) 우리 인생에서도 믿음에 대한 질문이, '왜' 라는 의심이 생겨야 정상이다. '이렇게 열심히 믿고, 하라는 것 다 하는데, 왜 기대와 다릅니까. 뭐 어쩌라는 겁니까.' " https://youtu.be/0DZI8BYpTQQ?si=VduwIj2u-uPIP9Am -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비슷한 대사가 나와 놀랐었다. - [11화, 미정이 구씨에게] "어려서 교회 다닐 때, 기도 제목 적어 내는 게 있었는데. 애들이 쓴 거 보고, '이런 걸 왜 기도하지?' '성적, 원하는 학교, 교우 관계...' '고작 이런 걸 기도한다고?' '신한테?' '신인데?' 난, 궁금한 건 하나밖에 없었어. '나, 뭐예요? ' '나, 여기 왜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4GPSJIYm8NQ - 요지는 변증이든 신학이든 올바른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도 "그리스도에 대한 올바른 질문은 '당신은 어떻게 가능한가?'가 아니라 '당신은 누구입니까?'이다." 라고 했다. 자기 실존에 관하여, 그리고 자기가 믿는 대상에 관하여. 어쩌면 변증이 그런 질문에 답해 나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리스도론디트리히 본회퍼 대표작 시리즈 4권. 본회퍼 당대와 서거 직후에 출간된 판본(독일어 원문)을 토대로, 본회퍼 본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수려하고 역동적인 번역으로, 본회퍼의 삶과 신학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번역해내는 능력이야말로 당신이 말하려는 뜻을 당신이 실제로 이해했는지 테스트하는 기준이 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31, C.S.루이스의 말을 재인용,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프라인 모임 때 주요하게 나누게 될 소주제 추천 및 그 주제에 대한 나눔도 좋습니다!ㅎ
다시 말해 전도가 빵을 건네는 일이라면, 변증학은 저기 빵이 있으며 그 빵이 맛있다고 납득시키는 일이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35,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저도 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전도와 변증이 어떻게 본질적으로 다른지를 구분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본질적 구분을 '차원'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곤 합니다('차원'은 맥그래스가 표현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저만의 '번역'인데요, 제 나름으로는 가장 괜찮은 번역 같기는 한데.. 차원에 대해 더 제대로 이해하려면 물리학을 건드려야 하나 싶어 일단 이 정도에 스스로 만족하며 멈추고 있습니다^^;) 변증은 앎(이성, 이해, 납득 등)의 차원에 관한다면, 전도는 믿음(의지, 행위, 참여 등)의 차원에 관련된다는 것. 잔치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과 그 잔치에 초대를 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차원'이 다른 것이지요. 그것은 개인 그 자신과 '유관'해지는 것이니까요. 키에르케고르는 앎으로는 결코 신앙에 이를 수 없다며, 앎은 우리를 신앙의 코앞까지 데려다 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친구들에게 기독교에 대해 제 나름대로 기똥차게 설명을 해냈더라도,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서 멈춘다면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변증이 무의미한가 하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만의 그림언어로 번역해보자면, 앎과 믿음은 마치 둘 사이에 거대한 골짜기를 둔 두 개의 땅 같다고나 할까요. 변증은 개인을 앎의 땅의 가장 끝 지점, 절벽까지 이끌어 주는 작업 같습니다. 그리고 저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믿음의 도약'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을 절벽까지 이끌어주는 변증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저는 일차적으로 변증은 개인이 뛸 수 있는 '거리'를 좁혀주고, 뛸 수 있는 '용기'를 채워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변에, 이러한 변증이 없이도, 즉 앎의 끝 점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믿음의 땅으로 점프를 해내는 '단순한' 사람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만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차적으로, 변증은 우리의 믿음과 신앙의 의미와 가치, 그 영광과 무게를 더 풍성히 느끼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책에서 말한 변증의 효용성의 논리와는 모순되지만요..) 조금 다른 얘기로 건너가 보자면, 기독교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빵을 건네는 것이고, 그 건네는 것을 더 잘 하기 위해서 빵의 맛을 납득시키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납득이 필수적인가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기는 합니다. 상대가 배가 고프다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빵을 스스로 집어갈 것이고, 상대가 유순하면 빵을 쥐어줘도 별 저항 없이 받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제가 떨어트린 줄도 모르는 빵을 주워가기도 할테니까요. 변증은 '지적' 문화권과, 그 문화권에 대부분 속한 오늘날 '우리'의 문화권에서는 나름대로 유용한, 그러니까 나름대로 최신의 세련된 도구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유, 아니 번역하자면 마치 티타늄 망치 같은 게 아닐까? 있으면 편하기도 하고, 그 자체도 멋져 보이기는 하는데.. 작업은 나무 망치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힘이 좋으면 그냥 주먹으로 때려도 되기도 함. 심지어 어쩔 때는 그냥 주먹으로 하는 게 더 수월할 때도 있음. 그러니까 중요한 건 티타늄 망치가 만능이 아니라, 그 외 요소들이 많다는 것, 즉 변증은 궁극적 최신의 해결책이 아니라 굉장히 지협적인 fine-tech일 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맹신해서도 안된다는 것. 이렇게 생각해보았습니다.
동의합니다.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는 방식에 이성과 감성이라는 두 가지 큰 축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변증은 이성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성의 영역(이를테면 예배 혹은 기도를 통한 인격적인 만남?)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전도는 이성과 감성의 영역으로 모두 초대하는 행위인 것 같고요. 맥그래스는 다른 책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 T. S. 엘리엇의 유명한 말이 있다. “경험했지만 의미를 잃었다. 의미를 파고들었더니 경험이 되살아났다.” 바꿔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하나님과 만나는 경험도 있어야 하지만, 이 만남과 경험이 자녀들에게 전승되기 위해서는 지적인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틀 안에서 살아 계신 하나님을 경험하며, 구속하고 해방하시는 하나님을 만난다. - 여기에 빗대어 말하면 변증은 '하나님과 만나는 지적인 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죠. 기독교 신앙을 알기 위해서는 지적인 틀을 통해 이해하는 것을 넘어, 만남과 경험 역시 필요할 것입니다. 변증을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긴 동의를 표해보았습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신칭의<이신칭의의 현대적 의미> 개정판. 현대 복음주의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이신칭의의 성경적, 역사적 의미와 발전 양상을 살펴보고, 오늘날 이신칭의가 현대인의 경험과 만나는 접점을 실존적 측면, 인격적 측면, 윤리적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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