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2. 기독교 변증과 현대문화: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에서 좋았던 문장이나 떠오른 생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2장에서 저자는 현대문화에서 변증의 역할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더니즘 시대에 통하지 않았던 방식이 도리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변증에 도움이 된다며 변증가의 태도와 이 책의 접근 방식을 제시합니다. 유독 인상 깊었던 문장이 많아서 이것저것 옮겨보았습니다. 각각에 대한 코멘트는 다음에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루이스가 볼 때,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동의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려는 유혹은 복음을 빈약하게 할 뿐이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62,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복음을 전할 때, 분명 우리가 상대에게 복음을 말해주는 것이지만, 복음이 그들에게 말할 수 있도록 복음을 더 전해야지, 복음에 대한 나의 이야기만을 전했던 때가 있음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물론 활용할 수 있지만, 전하는 것의 주제가 '복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힘써야겠다.
2장을 보면서는 '문화'를 기독교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다양한 부분에서 배운 것 같다.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지 거의 모르던 때에는 단순히 세상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반기독교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것이 '문화'의 산물이라는 좁은 의미의 문화를 사용하면 맞을 때가 많지만, 세상의 본질과 인간의 본성에 이르는 넓은 의미의 '문화'(따옴표로 묶음)에 대해서는 맥그래스의 말처럼 반기독교적이지도, 친기독교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조금 더 정확하게 살펴보면, 얕게 살펴볼수록(문화의 산물, 경향성이나 단순 태도) 반기독교적이라면, 본성을 향해 더 깊게 살펴볼수록 친기독교적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롬1:19-20]을 근거로 들었던 생각인데,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 속에서,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이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진 것을 사탄이 어떻게든 가리고 그럴듯하게 포장해나가기 위해 인간의 죄성과 취약점들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할 경우 기독교 변증은 매 세대마다 이 그럴듯한 포장을 지혜롭게 들춰내어 그 속에 분명히 보여 알려진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을 빛내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신앙이란 단지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헌신하는 것이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39,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과거는 쉽게 이상화되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데, 특히 소외받고 쫓겨났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과거를 이상화하고 낭만적으로 그리기 쉽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50,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이 문장을 보며 책 "팩트풀니스"가 생각났다. 기독교 세계관이 정립되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기에 읽었기에 잘 읽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억상 이 책의 핵심은,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다양한 측면에서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환경은 어쩌면, 창세기에서 말하는 '큰 풍년'보다 더 원활한 식량공급이 기본이 된 시대는 아닐까? 출애굽 시기 광야를 걸었던 이스라엘 백성이 꿈꾸었던 가나안 땅 속 풍요로운 생활보다 우리가 더 풍요롭지는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이 놀라운 은혜를 어떻게 더욱 주님을 위해 사용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전 세계적으로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탈진실의 시대에,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이기는 팩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세계적 역작이다.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10가지를 밝히고, 우리의 착각과 달리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로 증명한 통찰을 담았다.
이 책에서는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을 변호하지 않을뿐더러 비판하지도 않겠다. 단지 이 둘을 역사의 우연들이 빚어낸 문화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둘 모두 분명히 장점과 약점을 아울러 갖는다고 생각하겠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에게 몇 가지 도전을 준다. 그러나 나는 교회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고 또 이런 기회를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52,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예를 들면 성경학자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탕자의 비유는 나사렛 예수와 유대교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변증가는 다소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이 비유는 우리를 불신자들의 세상과 연결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변증가는 기독교 신앙의 개념과 내러티브와 이미지를 일상적인 현실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60,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변증가는 '현실'과 기독교 신앙의 연결에 대한 설명을 고민하는 사람. 그러나 이 역시 '설명'의 차원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앞장의 전도와는 구분된다.
C.S. 루이스는 변증가라면 ‘기독교 메시지’와 ‘자신의 생각’을 세밀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리는 기독교를 개인적 취향에 맞춰 제시해서는 안 되며, 인간 실존의 더없이 깊은 부분—마음hearts, 생각minds, 영혼souls—까지 파고드는 복음의 능력을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62,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동일하게 찔렸던 부분. 이 문단의 중간에는 "그렇게 되면 결국 그리스도를 높여야 할 때 자신을 높이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고 말한다. 늘 어려운 줄타기이다. 그럼에도 루이스가 말했듯 변증에서 '내 삶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기독교 신앙의 궁극적 지점은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굉장히 개인적이고 실제적인 영역에 관하기 때문이다.
변증학은 단지 이론이 아니다. 변증학은 실천이다. (⋯) 변증학은 학문science이자 기술art이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63,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이다음에 나오는 ‘의사’ 비유는 탁월하다. 변증학이 이론과 경험을 환자에게 적용하는 의사와 같다는 것. C.S.루이스의 책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 정본 C. S. 루이스 클래식정본 C. S. 루이스 클래식 첫 권(1권). 경험 많고 노회한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자신의 조카이자 풋내기 악마인 웜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충고하는 서른한 통의 편지이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소개하고, 그중 오늘날의 사조인 포스트모더니즘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흥미로우면서도 힘이 나는(?) 것은 저자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중립적인 스탠스에서 이 파도를 잘 탈 것만 같은 든든함,, 아직 안 읽어봤지만 왠지 기대하게 되는구만 이 양반.
"복음을 사람들이 실제 있는 곳과 연결해야지, 우리 생각에 사람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과 연결하려 해서는 안된다." (p.52) 맞는 말 같으면서도 상쾌하지는 않은 문장. 상쾌하지 않다기보다는... 그만큼 기독교가 절대성과 상대성을 모두 '동시에' 충족시키는,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것이겠지. 일반적으로 복음은 뒤틀리고 어긋난 우리의 삶을 '마땅히 있어야 할 곳'으로 이끈다고 이해되니까. 그런데 한편으로 그 이끎은 사람들이 실제 있는 곳에 관련된다. 즉, 기독교는 사람들이 실제 있는 곳을 마땅히 있어야 할 곳과 일치하게 이끄는 것이다.
"기독교는 A와(과) B를(을) 일치하게 이끄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참 와닿습니다. 여기 A와 B 자리에 정말 많은 것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문장에서는 (A,B)에 (실제 있는 곳,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을 넣을 수 있고, [시85:10] 인애와 진리가 같이 만나고 의와 화평이 서로 입맞추었으며 을 보면 (인애, 진리), (의, 화평)을 넣을 수 있고, 저는 최근에 (이기주의, 이타주의), (전적 무능, 전능), (자유의지, 하나님의 섭리)도 생각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줄의 세가지가 너무 좋다 ... 문득 이 세가지는 p.58에 나오는 '성육신적 변증학'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xee 중에 들었던, 복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누는 전도자의 간증에 힘이 있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간증이 힘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획일주의에 대한 거부라고 했는데(p.53), 하나의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현대 분위기에서 개인이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는 것은 꽤 강력한 변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변증가는 믿음의 실체를 문화적 토착어로 번역하는 사람이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61,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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