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읽기

D-29
변증가들은 특정 상대와의 논쟁에서 이기려 애쓰다가 이따금 상대방이 세워놓은 가정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전술적 장점이 쉽게 전술적 약점으로 변하기도 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48,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3. 변증학의 신학적 기초」에서 좋았던 문장이나 떠오른 생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우리는 대상을 본래 그대로 보지 못한다. “그 중에 이 세상의 신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하게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가 비치지 못하게 함이니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형상이니라."(고후 4:4)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75-76,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변증가의 과제는 기독교 신앙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세상에 적합하도록 바꾸는 게 아니다. 오히려 변증가는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의 능력과 적합성과 설득력을 인식하고 발견하게 도와야 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78,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외부인의 시각을 길러야 한다. 기독교 신앙의 큰 주제들이 기독교의 어휘나 관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변호되고 설명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79,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베커의 주장에 따르면, 숱한 서구인들이 무한한 척하면서 자신이 유한하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으려 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85,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변증학은 논쟁에서 이기려고 고안된 논증 기법도 아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69,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기독교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에게, 변증으로 혼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은 것 같다. 우리의 신앙을 가장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 방식이 그들에게 먹힐 것이라고 & 이 방식으로 기독교에 대항하는 이들의 논리를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경우 역시 ‘저들을’ 이기기 위한 무기를 마련하기 위함이 기독교에 대한 질문 및 변증에 관심을 두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책 초반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이러한 마음이 건강한 변증을 위한 마음가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변증학은 아무도 회심시키지 않으며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변증학은 하나님을 만나는 데 방해되는 장애물을 제거함으로, 또는 그리스도를 보게끔 창문을 열어줌으로써 사람들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72,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빌립이 이르되 와서 보라 하니라 (요 1:46下) p.73 변증은 굉장히 친절하고, 사랑이 담긴 행위이다. 변증은 가이드다. 변증은 초대다! “와서 보라” (요 1:45-46) 논쟁의 거리가 아니구나, 하는 것이 정말 크게 와닿는다. 변증이 듣는 대상에게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목적대로 쓰여야 한다. 예수님의 큰 명령인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에 맞게 !! 그러려면 변증하는 우리의 태도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빌립처럼 우리도 예수님에 관해 발견한 그 무엇을, 더없이 설득력이 강하고 더없이 매력적인 그 무엇을 설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궁극적인 설득은 우리의 증언이 아니라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p.74,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우리가 공격적인 태도로 접근하지 않고, 친절하게 사랑을 담은 변증으로 상대방을 초대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설득의 주체는 결국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우리의 변증이 그분께 사용받는 도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기쁘게 사용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5:8) 우리는 변증으로 설득당해 하나님을 믿게 되지 않았다. 단순히 내 신앙만 보더라도 나에게 믿음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구원의 역사와 주권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음을 믿는다. 그러니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변증은 그들의 눈에 있는 장애물을 걷어 그들이 하나님께로 나아가도록 돕는 도구이다. 나아가서 하나님을 만나게 될 때 결국 하나님이 확증하시는 사랑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위해 기도하고 변증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빌립은 만남이 논증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p.73) ... 최종적으로, 궁극적인 설득은 우리의 증언이 아니라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이 핵심이 중요하다. 흔히 변증학은 사람들에게 기독교 신앙의 진리를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 진리다. 그러나 온전한 진리는 아니다 ... 빌립은 예수님을 위해 논증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을 예수께로 향하게 한다(p.74)."
"첫째, 요한복음은 하나님의 영광이 계시될 때 믿음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것은 회심이 인간의 지혜나 추론의 산물이 아니라 가장 깊은 의미에서 하나님이 일으키는 사건임을 상기시켜준다(p.75)."
페니실린, 등산 가이드, 프리즘의 비유.
변증, 특히나 기독교를 변증한다는 것은 '말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말과 이해보다 이전에 있고 거대한 하나님과 '잘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상대를 논리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그리스도께로 나아오게 하는 것이다. 흔히들 믿음은 선물이라고 말한다. Biesta라는 교육학자는 교사의 가르침을 '선물'에 비유했는데, 이때 선물이 가지는 특징은 '믿음은 선물이다'라는 말과 어느 정도 상통하는 것 같다.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대로이다. 즉, 선물의 존재는 주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 선물은 관계를 매개로 존재한다. 무관한 사람에게 선물이란 성립하지 않는다. 선물은 (주는 이는 물론) 받는 이에게 좋은 것이다. 선물은 초월적인 것, 즉 바깥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하게 주어지는 것이다. 주어지는 것 외에 선물은 존재할 방도가 없다. 이처럼 믿음이 선물이라면, 어쩌면 그것은 애당초 인간에 의해 촉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요한복음에서 말씀한 그대로, 믿음은 하나님의 영광으로만 생성되는, '인간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변증은 인간의 영역이다. 그러나 믿음은 하나님의 영역이다. 변증은 그 영역으로 대상을 가까이 이끌어줄 뿐이다.. 변증에 대한 현타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맥그라스는 변증의 기초는 만남이라는 지극히 실존적인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다. 말과 이성을 의지하는 것이 기독교 변증이 아니라, 예수님과의 만남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 같다.
2주 전에 대학교 동기를 만났다. 새내기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데, 기회가 될 때마다 기독교 이야기도 꺼내보고 새생명축제에도 데려와 봤으나 별 반응이 없던 친구였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 친구가 이번에 새로 준비하는 직장이 기독교 재단이어서, 면접에 합격을 하기 위해 '예수가 누구인지 알려달라'며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약 2주를 주일에 만나 기독교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도중 나온 질문은, 하나님이 계시면 세상에는 왜 이리 불합리한 일들이 많냐는 것이었다.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난감한 질문인데, 문득 하나님께서 주신 생각으로 답을 했다. 뭐라고 대답했냐면, 이러한 종류의 질문 특히나 기독교와 관련된 질문은 '관계'를 바탕으로 접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너의 질문은 하나님과 무관한 제3자로서 하는 질문인데 반해, 이에 대한 최선의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 유관한 당사자로서만 가능하다고. 비유하자면 이런거다. 나는 오바마와 개인적인 관계가 조금도 없다. 그런 내가 오바마의 정책이나 행동에 대해서, "왜 저런 선택을 했지?", "내가 보기엔 그랬으면 안되는 거였어", "오바마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거지. 그러나 내가 오바마와 단둘이 '만난다면',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면, 그리고 서로가 유관해진다면, 오바마에 대한 나의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너희는 모르는 이유가 있었어" 라던가, "내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 이런 이유였을거야" 라던가, "내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거야. 나보다 더 전문가이니까, 내가 모르는 더 큰 그림까지 고려한 것이었을거야. 그리고 생각보다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 라던가.. 결국 기독교는 만남과 관계이다. 믿음은 이러한 영역에 관련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할 때 비로소 '맞는' 변증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인스타 메모 기능에 추가된 것이, 하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올리면 그를 친구들의 답변과 함께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에 올라온 질문 중에 ‘팥붕 vs 슈붕’이 있었는데, 슈붕이라는 답변이 연달아 여섯 개가 달린 것을 보고 ‘이건 아니지’ 싶어 못 참고 팥붕이라고 남겼다. 나는 사실 둘 다 먹지만 팥붕이 조금 더 근본이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둘 다 먹는 사람에게도 vs의 질문을 던지면 한 쪽을 선택하고 상대 의견을 지적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러 밸런스게임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실 어느 것이든 개인의 취향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따라 진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무엇을 믿느냐 역시 팥붕 vs 슈붕의 문제와 같은 질문일 수 있다. 내 취향 네 취향이 존재하니 각자 알아서 선택하고 그것을 서로 존중하겠다는 룰을 지키자는 건데, 기독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절대진리를 주장하니 이에 거부감이 생긴다. 기독교에 대한 (공격적인 스탠스의) 질문은 기독교를 절대진리 포지션에서 박탈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종교 역시 취향의 영역으로 끌어내리고자 하는 의도 하에, 이것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다루는 것은 정답을 가려내는 일이 아니라 정답을 없애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증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방어하고 이기기 위한 변증을 하고자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이러한 반응이 사탄이 원하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사회 풍조를 만들고, 우리가 그에 말려들도록 하는 것. 우리는 우리의 페이스를 잃지 말아야 한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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