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아 작가와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함께 읽기

D-29
어떤 균형도 완성형으로 있을 수는 없겠죠. 말씀하신 대로 성역할을 뒤바꾸는 것이 균형은 아니니까요.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살펴볼 때, 아이는 자라고 보호자는 나이 들며 더 나이 든 가족 구성원의 질환 등 상황은 변화하니, 돌봄의 과제도 변화하잖아요. 이때 각각의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가계 예산을 분배하고 시간을 쏟는 일이 본능적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돌봄 영역에서 여성에게 더 많은 기대가 쏠리고, 실제로 감정적, 물리적 노동을 여성이 훨씬 많이 투여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저는 결국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이 '돌봄의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수혜를 누려왔는지(여기서 '남성'이란 개개인이 아니라, 가부장제의 구조적 혜택을 받는 보통명사 '남성'을 뜻합니다)를 알고, '돌봄의 주체'로서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이 자기 인식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게 결국 문제네요. 음,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나 실비아 페데리치가 주장하는 것처럼 돌봄 노동의 임금화(가족 내 노동을 포함)는 어떤가요? 이게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참고문헌 아, 지난 대선 때 기본소득 논의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사노동임금' 이야기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잉여가치로 따지자면야 가사노동만큼 착취가 심한 노동이 또 없죠.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사회가 '돌봄'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등가교환할 준비가 되어야만 돌봄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 봐요. 그 교환 형태가 임금이든 지역 화폐든 우리 사회가 돌봄의 '경제적' 가치를 서둘러 인정해야 할텐데요.
@ssaanngg 깊이 고민하신 흔적이 행간마다 느껴집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얼마 전에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저울이 균형을 이루기 전에, 눈금자를 먼저 맞추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나의 시각으로 재단하지 말고 상대의 상황, 처지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 바로 눈금자 맞추기일텐데요. 쉽게 말해 남성보다 여성이 가사나 돌봄노동으로 더 고생하고 손해보고 있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해요. 여성의 (섬세한) 성향이나 (완벽주의적)기질이 일을 더 힘들게 만드는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인정하려면 그 일, 즉 가사나 돌봄이 바로 내 일이다, 아내의 일이 아니라 부부/부모의 일이다라는 인식전환이 전제되어야지 싶습니다.
4막까지 읽으면서 작가님이 인용하신 책들을 전부 읽고 보고 싶어졌어요. 이 책은 돌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공부해야만 나오는 글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2024년에는 저 자신이 수행하는 일들, 생각들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싶네요.
요즘 저는 <목구멍 속의 유령>을 읽고 있는데요,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소개합니다. 책이 "집안일 목록 쓰고 지우기"로 시작해요. 느낌이 딱 오시지 않나요?
목구멍 속의 유령시인이자 가정주부로 살아가던 작가 자신에 관한 에세이이자 200여 년 전에 단 한 편의 시를 남기고 사라진 여성 시인 아일린 더브에 관한 전기이다. 그리고 이 두 줄기는 서로 얽히면서 기묘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마티 주문완료!
읽다 보니까, 점점 저자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중반부부터 '어어, 어디까지 가는 거지? 이 글을 어디로 갈 셈이지?' 하며 독자를 흔들어놓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우리 북클럽이 며칠 남지 않았어요. 다들 접속하지 못하셨을 뿐, 책에 빠져들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남은 3일,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로 더욱 깊이 들어가시길.
책은 모임 시작후에 중간에 멈출 수 없이 단숨에 끝까지 읽었어요. 그리고 소화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렸고, 모임에서 제 감상을 공유하다가 실수를 저지르게 될까봐 글을 남기기가 어려웠어요. 우선 저는 마티의 앳 시리즈를 정말 좋아해서 이번 독서모임에 참가하게 됐어요.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의 출간 소식은 정말 기뻤지만, 이미 사둔 책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탑을 이루고 있어서 다음달이 되면 읽어볼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우선으로 읽게 됐어요. 책을 다 읽고나서보니 앞표지의 파도색과 뒷표지의 파도색이 다른게 인상적이었어요. 마치며나 닫으며가 아닌 앞으로도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될거라는 의미가 느껴지는 ’문을 열며’ 나간 곳에 푸른 파도가 있어서 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을 살려주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읽을 때 차례를 자세히 보고 읽기 시작하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이 흐릿해진 지금 다시 보니 2막: 돈 버는 여성 에서 이러다 한국은 망할거야 와 3막: 가족 내 정치 의 돌봄은 어떻게 비극이 되는가 부분이 끌려요. 실제로 이 부분을 제일 감명 깊게 읽기도 했고요. 서막에서 종이의 색이 점점 짙어진다는 점이 인상깊었어요. 혼란스러움과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는듯한 느낌이 종이의 색으로 표현이 된다니 놀라웠어요. 서막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나에게도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고, 앞으로도 겪을 수 있을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제 마지막 이네요. 책을 읽으며, 전 어떤 사회적 관념에 매여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지만, 그 사회적 관념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다라고 느끼지 않는 편인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의 긍정성(그런게 있다면요)에 고통스러워하고(어울려 지내지 못하는 성향) 있다는 걸 느끼지만, 그 긍정성을 쫓고 싶지 않고, 혼자 지내는 걸 선호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가부장적 관념에 매여 있고, 가부장적 관념에 의한 피해를 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남성이기에 더욱 그리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성은 이래야 하며, 남성은 이래야 한다라는 관념들은 젠더적인 사회적 관념이라 말해주는 이가 있다면 그렇구나 하면서 바꾸려고 하지만, 정작 말해주지 않으면 멍하니 지냅니다. 아마 강자이기 때문일 터이지만, 평소 생활하는 데 있어 참고 견디는 성향도 한 몫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정신적인 고통들은 아무것도 아닐것 같은데, 합리화된 정신 승리로 해소하는 편이고요. 그리고 겪어보지 못한 수 많은 아픔들에 거리를 두고 삽니다. 주체로서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건 저 같은 사람일지 모르겠네요. 어떤 관념들에 매여 있음을 인지하기도 하지만, 정작 강자임을 인지하지도 못하면서, 어떤 개인적인 고통만을 해소하려고 하는 사람 말입니다. 아마 여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겠지요. 이런 시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지 ‘나는 못한다’ 는 선언이 남은 가족에게 얼마나 큰 무게로 어깨에 얹히는지 알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의 처지와 입장을 존중하되 여성 구성원에게 과다한 책임을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 이게 바로 제가 제안하는 가족 내 정치에요. 이러한 정치가 사랑을 지키고 구원할거라 생각하고요.
뒤늦게 합류하신 분들도 계시고, 새로이 문을 열게 되신 분들도 계시네요. <사랑에 따라온 기억들> 북클럽이 오늘 종료됩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책에 몰입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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