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아 작가와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함께 읽기

D-29
서울은 공기가 탁하고 잿빛이네요. 어쩌면 독서에 집중하기엔 괜찮은 날씨 같기도 하고요. 다른 곳은 어떤가요? 오늘은 제목 이야기를 살짝 들려드릴게요. 작가님이 원고를 투고하시면서 적어 보내셨던 첫 제목에는 “모성”이라는 단어가 전면에 배치돼 있었어요. 하지만 1장에서 단언하듯, 모성은 가부장제의 신화죠. ‘그렇다면 우리가 계속 이 단어를 써야 할까? 모성 신화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이 책에서조차 제목에 써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작가님과 숱한 상의를 하며 “사랑”을 앞세우기로 결정했어요. 결국 이 책은 사랑 이야기이니까요.
너무 좋습니다. 지금 제목 최고 좋아요!
너무 좋아요. 그럼에도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사랑이니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찬란하고 구질한 사랑 이야기를 내일 저자 북토크에서 육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1월 12일(금) 19시 30분 • 어쩌다 책방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59 101호) • 신청 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1sM10pIA2Qdzm0rI20aVLWItW2fZtOp-MiZ9zzkw-5EE/viewform?edit_requested=true 내일 봬요! 사진은 참석자분들을 위해 편집자가 준비한 책 초콜릿.
서막부터 이야기가 휘몰아쳐서 푹 빠져 읽었어요. 서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고 입원한 직후 간병인 베드에 누운 것은 '엄마'였단 거예요. 병원에 함께 온 건 아빠였는데도요. 아마 가족 구성원 중에 자녀가 아플 경우 100이면 99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해요. 작가님께 궁금한 것이 생겼어요. 아이의 생명이 분초를 다투는 상황을 겪으시면서 여러 번 무너지셨을 법한데, 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이 책을 쓰신 것 같아요. 저라면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만으로 정신이 없었을 것 같고 점점 간병 일에 몰두했을 것 같거든요. 작가님께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1막의 키워드는 역시 '의리'인 것 같네요. 아이와의 일대일 관계에 밑줄을 그었어요. 그러자 아이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주인공? 주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좀 더 고민해보고 싶은 지점입니다.
안녕하세요. 마티의 각주 구독중입니다. 서막 인용글 보고 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구요.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상깊게 남아 있는 책이었어요. 제목과 부제가 너무 좋았구요. 그런데 그믐에서 독서모임을 한다고해서 이번에 읽어보자 마음먹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희생하는 사랑, 모성, 가족애 이런 것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언제나 늘 한켠에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플때, 지금은 덜하지만, 처음엔 정말 무언가와 싸우는 사람처럼 나를 무장하곤 했었어요. 내가 아프면 안되니까. 나한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내옆에 있는 존재가 아픈데, 내가 아플까봐 겁이 나던 마음이요. 내가 지키고 보살펴야하는데 아프면 안되니까. 이를 악물고 돌보다가 아이가 나을때쯤 내가 아프고..그런 시절이 떠오르더라구요. 서막과 1막을 읽고나서요. 그리고 작가님 말처럼 아이와의 관계는 일방향적이지 않다는 것에도 공감했어요.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아야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툴거나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아이들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남편과의 관계, 또 다른 사랑이죠. 그 사랑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하며 남은 이야기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참고문헌 사실 처음엔 저도 어찌할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병원 생활에 적응하기 바빴어요. 그런데 병원의 루틴에 적응해갈수록 의혹이 생기더라고요. 이미 이 나라는, 그리고 대형 상급병원은 보호자의 희생을 디폴트로 정책과 매뉴얼을 설계해뒀어요. 그리고 그 보호자는 당연히 엄마 혹은 여성이고요. 의혹에 더해 슬슬 분노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의 문제제기가 그저 간병에 지쳐 짜증내는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냉정하고 건조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보호자, 특히 엄마들의 희생.. 돌봄제공자에 대한 심리적 정서 지원에 대해서 시스템을 만들고 있지만, 돌봄이 매우 사적인 영역이라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엄마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생각해봅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주는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제, 서울 연남동에 소재한 어쩌다책방에서 신성아 작가님을 모시고 북토크를 열었습니다. 참석자들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다양한 질문과 고민이 오고 갔습니다. 작가님의 상황은 특수해 보이지만 너무나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모두 공유했어요. 무엇보다 돌봄 문제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첨예하고 복잡한 문제임을 재확인했어요. 대단지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는 거대한 사유지 안에서 개별적으로 복지를 해결하도록 합니다. 놀이터부터 경로당까지요. 공공의 정치력과 행정력은 이 사유재산의 울타리를 넘지 못합니다. 나아가 노년의 돌봄, 지방의 소멸, 세대 간 교류의 부족, 어린이가 소수자가 되어가는 현실 속에 등장한 노키즈존 등의 어린이 혐오, 미혼모/부의 아이를 비롯 난민과 이주노동자의 자녀들... 정말 많은 이슈가 얽혀 있었어요.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했던 신성아 작가님은 자신이 처한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사회 문제가 무엇인지 넓고 크게 둘러보고 계셨어요. 참석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해주시며 모두를 감탄케 하셨답니다. 그믐에서 펼쳐질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여러분의 활발한 참여를 기다릴게요!
서막과 1막을 읽었습니다..여성으로서 싸워야 할 지점들에 남성들은 그러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의 구조를 드러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럼에도 모든 사안을 망설임 없이 하나의 원리로 치환하는 점들에서는 숨이 막히는 것을 느낍니다. 이 글이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모성이라는 신화에 따른 비자발적인 의무인건가의 의심(?) 속에서 이름 붙인 의리라는 선택과 책임의 자세가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그 말씀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동의합니다. 모든 사안을 망설임 없이 하나의 원리로 치환하는 것이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론, 다양한 개별자의 삶을 하나의 개념에 욱여넣는 것 또한 숨 막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2주차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들 어디쯤 도달하셨나요? 담당 편집자가 백미로 꼽는 3장 "가족 내 정치"를 읽고 계신 분들의 의견이 무척 궁금합니다. 우리가 가장 사적인 장소이자 관계로 여기는 '가족'을 '정치'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무엇이 불편하고 또 무엇이 가능할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이 조용하니, 제가 작가님께 질문을 던져볼게요.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에 정말 많은 책이 등장합니다. 작가님께서 가장 인상 깊게 읽으신 책을 꼽으신다면 무엇인가요?
서막부터 1막까지 읽고 참여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이제야 들어와 보았네요. 지금 막 2막과 3막까지 연달아 읽은 참 입니다. 아이가 아픈 이야기다 보니 뭔가 말을 꺼내기가 어렵고 고통스러워 쉽게 글을 쓰기가 주저 되었습니다. 하지만 2막과 3막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건 여성의 돌봄에 관한 이야기(이 부분에서는 성격은 좀 다르지만 돌고래 출판사의 <돌봄과 작업>이 많이 생각 나기도 했습니다), 가부장적인 가정내에서의 차별적인 여성의 일과 육아 그리고 가사노동에 관한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공감하는 내용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고 평소에 불공평하고 불편하다고 생각되어 왔던 점들에 대해서 너무 속 시원하게 집어 주셔서 공감과 분노의 밑줄 그어가며 따라 읽었습니다. 특히 100페이지에 <돌봄의 현장은 언제나 처절하고 불완전하며 때로는 똥기저귀처럼 추하다. 그런데 이 체험에 동참하지 않고 부정하며 아름다운 환상으로 돌봄의 정의를 새로 내리는 한국식 라떼파파의 태도가 바로 키치다. 독박육아의 현실을 부정하고 말뿐인 가사분담, 공동육아를 앞세우며 좋은 아빠이자 다정한 남편으로 행세하려는 허위가 바로 키치다. 그들은 돌봄이 어떤 것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끝내 모른다> 이 부분은 자신은 진보적이며 평균 이상이라고 착각하는 한국 사회의 남편들과 아빠들을 잘 지적한 글 같아 많이 공감했습니다. 결국 남편을 이해하시려는 노력끝에 타협에 이른 <타협은 패배가 아니다>장 에서는 타협이 이상적인 결과도 아니고 매우 어려우며 책임이 따르지만 정치적 말과 행동이 가장 성숙한 형태의 의사소통이니 그것이 가장 유용한 방법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마티 반가운 질문입니다! 제 책이 너무 무거워 선뜻 말을 꺼내기가 어려우셨다면 우리 다른 책들을 화두로 대화를 이어가봐요 :) 사실 제게 가장 강렬했던 책은 록산 게이의 <헝거>였어요,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데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2막 '돈버는 여성' 부분을 쓰게 한 트리거였달까요. 아이를 돌보는 과정 내내 수시로 떠올렸던 책은 매들린 번팅의 <사랑의 노동>이었고요, 앤 보이어의 <언다잉>은 윤이를 이해하는데 엄청난 도움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번외로 갑자기 추워진 날씨, 이불 속에서 읽으실 책을 찾으신다면 도리스 레싱의 모든 소설들을 권합니다 :)
처음 록산게이의 <헝거>를 읽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정말 크게 한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올해는 <헝거>를 다시 읽고 싶네요. <사랑의 노동>과 <언다잉> 역시도 읽어보겠습니다.
@카라멜장미 저 사실 100페이지의 키치 부분을 처음 쓸 때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건 너무 심한가'라고도 잠깐 생각했었는데요. 불평등과 차별이 점점 교묘해지는 마당에 그에 대한 비판도 업데이트 하자는 심정으로 폭풍처럼 써내려갔습니다.
책은 교보문고에서 주문하고 거의 일주일을 기다려 받았습니다. 첫 장을 읽고 덮었습니다. 오래 전 몹쓸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나와 나를 바라보던 부모님의 얼굴, 엄마가 아빠가 했던 말, 그 방안의 공기, 그때 읽던 책, 의사들의 말, 간절했던 기도, 그때 끄적였던 일기 등등이 감당할 수 없이 뒤죽박죽으로 밀려왔거든요. 어이없게도 겨우 한 쪽 읽고 눈물이 나 버렸습니다. 며칠 뒤 오늘, 다시 펼쳐 몇 쪽을 더 읽었습니다.
힘겨우시면 덮어두셔도 좋을 것 같아요. 언젠가, 조금 가뿐해진 날에 다시 들춰볼 수 있으실 테니까요. 책은 도망가지 않으니까 지금 붙잡지 않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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