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여름이었을까 어느 만큼이나 여름이었을까
짧아도 밤은 밤이라
말하지 못한 것들은 전부 신경이 된다
조심스럽게 봉투를 만져본다 나뭇잎이 들어 있다
『희망은 사랑을 한다』 「엽서를 봉투에 담는 사람의 마음」 (p.21), 김복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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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에 놓인 꽃을 사랑하면 안 되는 걸까
신보다 신의 사자를 사랑해선 안 되는 걸까 그림 속의 꽃을 내가 그린 꽃을
독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세라핀의 꽃, 꽃의 세라핀」 (p.25), 김복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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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은 사랑을 한다
희망은 아주 약한 사람처럼
더 많이 사랑을 하고
사랑을 보여달라고 하면 네가 놓고 간 물건을 보여준다
나는 희망의 집에서 몸을 씻는다
누군가 희망의 집에 놓고 간 회색 샤워볼
땀에 젖은 운동 셔츠처럼
처박혀 있던 것
아무는 듯 물에 적시자 어두워졌다
바보가 되는 걸 두려워하면 바보가 된다
그러면 말이다 희망아,
희망이 되는 걸 두려워하면 희망이 될까
나는 겁이 없어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
그 누구도 나보다 강할 수는 없다 ”
『희망은 사랑을 한다』 「희망의 집에는 샤워볼이 있다」 (p.28), 김복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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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우리는 밤에 싸우는지 밤과 싸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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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세상에는 있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세상은 아름다워야지 그래
뭔가 계속 없는 여름도 좋아하기로 했다
『희망은 사랑을 한다』 「여름을 보호하기」 (p.41), 김복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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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슬프게 하는 한 기쁨
『희망은 사랑을 한다』 「좋은 말 좋은 꿈」 (p.46), 김복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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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물었다
인간은 무엇이냐고
신이 답했다
네가 무슨 꿈을 꾸느냐고
『희망은 사랑을 한다』 「세라핀의 흰 물감—해변에서 잠들기」 (p.61), 김복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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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서성이며 일렁이며 만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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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을 배우려고 한다면 네가 있다는 것을 배우느라
사랑이 무엇인지 알 틈도 없겠지
『희망은 사랑을 한다』 / 「당신은 사랑을 하는군요」 (p.72), 김복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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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미워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오늘은 마침표 대신 이 문장을 백 번······ 넘게 읽었다. 마침표를 「마침표」라고 읽는 것, 거인이 거슬린다고 해서 궁리해 낸 방법이다. 눈으로 만든 거인은 차갑고 아름답고 내가 읽은 문장에 쉽게 상처받는다. 내가 읽은 책에 너무 많이 녹아내리면 거인은 내객을 맞이한다. 내객이 다녀간 날 거인은 늦잠을 자고 나는 눈 속에 두 손을 박아 책을 꺼낸다. 표지를 턴다. 지상으로 사람의 것이······ 내린다. 펄펄 내린다. ”
『희망은 사랑을 한다』 / 「피고용인 잭이 마침표로 읽을 문장은······」 (p.97), 김복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