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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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터진달팽이 얼른 따라오세요! :) 비트겐슈타인과 하이에크는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는 지식인이에요.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비트겐슈타인과 하이에크가 (물론 좋은 집안 출신이긴 했습니다만) 벨 에포크-제1차 세계 대전 참전과 같은 일을 겪어야 하는 오스트리아 태생이 아니라 케인스처럼 안락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성장기를 보내고 또 바로 지적 성취를 낼 수 있었던 환경이었더라면 또 어떤 식으로 사고의 흐름이 전개되었을까? 분명히 달랐을 것 같아요. 우리는 흔히 천재도 환경과 뗄 수 없는 상호 작용(영향)을 한다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만.
이 와중에 저는 틈틈이 소설도 두 권 읽었어요(지난 주말에). 커스틴 첸의 『모조품』(아르테/북이십일)과 강영숙 작가의 『분지의 두 여자』(은행나무). 둘 다 연말에 나온 신간인데, 한 권은 명품/짝퉁 시장을, 다른 한 권은 신생아 유기와 대리모를 다룬 소설입니다. 문학적 성취야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 작품들이지만, 한 번씩 읽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 화가로 변신한 배우 박신양 씨가 쓴 『제4의 벽』(민음사)도 뜬금없이 읽었어요. 뜻밖에 소소한 재미가 있었고, 오랜만에 미술(예술) 관련 책이라서 흥미롭더군요.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과학자 이명현(별먼지), 장대익(잔가지) 선생님의 『과학 인생 학교』(사이언스북스)도 평소 과학책 안 읽으시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강추! 주말에 저는 다음 주 다른 독서 모임 때문에 『AI 지도책』(소소의책)을 재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요즘 이동 중에 독일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쓴 신간 『1밀리미터의 싸움』(흐름출판) 읽고 있는데 좋아요. 추천입니다.
모조품자본주의 소비문화의 정점으로 손꼽히는 명품백을 소재로 위험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스타일리시한 범죄 소설.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 에이바 웡이 수수께끼 같은 대학 룸메이트 위니 팡을 우연히 다시 만나면서 가짜 명품백을 유통하는 범죄 계획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았다.
분지의 두 여자‘불안과 피로, 권태가 상존하는 비루한 현실을 감각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받으며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소설가 강영숙의 신작 장편소설. 이번 신작은 인간의 고유성을 시험하는 재해와 같은 삶 속에서 사투하는 인간의 모습을 핍진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제4의 벽 -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박신양과 철학자 김동훈의 그림 이야기화가로 변신한 한국 대표 배우 박신양과 예술에서 철학적 가치를 읽어내는 인문학자 김동훈의 그림 이야기를 담은 『제4의 벽』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파리의 연인」의 로맨틱한 왕자님에서 「싸인」의 냉철한 법의학자까지 철저한 캐릭터 분석으로 유명한 배우 박신양이 러시아 유학 시절부터 화가가 되기까지 고통스럽고 솔직한 고백이 펼쳐진다.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 - 과학 공부한다고 인생이 바뀌겠어?개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위안, 혹은 행복 같은 단어는 과학과 함께 매칭된 적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이명현 대표와 장대익 교수는 이 같은 통속적 과학 이해에 반기를 든다. 과학은 ‘위안’을 주고 ‘행복’을 가능케 하며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미국 네바다의 리튬 광산에서부터 아마존 창고와 시카고의 도축장, 데이터 센터,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파푸아뉴기니의 산악 마을, 스노든 자료실, 텍사스 서부의 로켓 기지 등에서 AI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여정이다.
1밀리미터의 싸움 - 세계적 신경외과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독일 「슈피겔」, 아마존 베스트셀러. 저자 페터 바이코치는 신경외과 분야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 역사상 최연소 신경외과 과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현재 세계 신경외과 분야에서 독보적인 최고의 명의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앗, 이 중에 작년에 제가 사두고 구석에 밀쳐둔 책이 있네요. <AI 지도책>- 아직 펴보지도 않았는데, 어떠셨어요?
걸작입니다. @소피아 @모시모시 저는 책이 2022년 11월에 나오고 나서 조금 늦게 읽었어요. 연말에 늦은 '올해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꼽을까 망설였던 책입니다.
진짜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저리 책을 많이 읽으시면 정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대학원을 그리하여 삼학기나 다녀놓고 나와서 ㅋ 홀로 하루에 책을 몇 권이고 읽어치우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물론 저리 수준 높은 책들은 아니어서^^ 우석훈 박사님께서 언젠가 칼럼에서 쓰신, 책을 매일 한 권 씩 반 년을 읽으면 '먹고는 산다'는 말씀이 이상하게 가슴팍에 꽂혀서는 그렇게 몇 년은 살았던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 하니까는 머리속에 많은 지식들이 정리가 안되어서 ㅠ 그걸 저는 피아노 🎹 로 풀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구요 ㅎㅎ & 세월호 이후, 지식이 문제가 아니고 그 적용 praxis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공부하다가도 문득 문득 말의 효용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래서 미술을 합니다☆ 미술책 보다 재미있어요:) 역시 실천이 저는👍
@느려터진달팽이 저야 책 방송하면서 수다 떠는 게 정리 방법 가운데 하나죠. 그런데, 전혀 수준 높은 책들 아니에요!!! 언급한 책 중에 포스트 잇 붙이면서 읽을 책은 『AI 지도책』 외에는 없답니다. :)
@소피아 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AI 지도책> 담아두었어요!(내적 친밀감) 찾아보니 2022.8월에 원서가 나왔고 2022.11월에 번역서가 나왔더라구요(빛의 속도.. 노승영 번역가님 존경합니다). 비교적 최신작이긴 한데, 아무래도 AI가 작년(2023) 한 해 동안도 엄청 뭐가 많았던 것 같아서 지금 읽어도 괜찮을지 어떨지 좀 궁금했었어요.
맞아요, 저도 2022년 책이라는 것 땜에 지금 읽기에 적당할까? 싶어서 밀쳐뒀..(다고 하기에 제가 밀쳐둔 책이 너무 많지만). 근데 뒤에 참고 문헌 빼면 280-90페이지라 금방 읽을 수 있을거 같아요.
정말 방대한 독서량에 매번 놀라지만 한번 더 놀랍니다. ^^
저는 장작가님께도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ㅠ 블로그에 계속 읽으신 책들을 성실히 포스팅하시는 중에 벽돌책 칼럼도 정기적으로 기고하시는 등ㆍㆍ;
@느려터진달팽이 맞아요. @장맥주 작가님이야말로 글 쓰고, 강연하고, (글 쓰기 위한) 취재하고 그 와중에 꾸준히 독서하시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그것도 벽돌 책 애호가!!!
@느려터진달팽이 @YG 본업인 소설 쓰기를 안 하고 있습니다... ㅠ.ㅠ
이 가운데 세 권은 '책걸상' 소개 (예정) 도서입니다. 초딩 아이랑 놀아주는 것 말고는 다른 (문화 생활이나) 취미가 없는 빈곤한 중년의 자화상, 아닐까요? ㅠ.
슘페터가 쓴 논문이 있군요. <제국주의 사회학>이라~ 합병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하는 오스트리아 🇦🇹 의 운명이 제국의 재무장관 슘페터의 활동으로 숨가쁘게 전개되던데요. 337p에서 대세이던 합병에 반대하는 그의 방안으로 이집트 🇪🇬 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스트리아의 상환능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생산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액의 일회성 재산세를 부과하여 부유층이 오스트리아의 전쟁채무를 감당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던데요. 이는 또 다른 그의 논문 <조세국가의 위기>에서 정한 우선순위들을 반영하여 기업이나 농장, 기타 재산 등이 개인 소유라는 틀 안에서 물갈이된다는 점에서 천재적이라고 저자는 보았는데 이건 말하자면 '저들로 하여금 나라의 부채를 돌려막게 하라^^'가 아니었을까 싶구요 ㅎ 난봉꾼이던 슘페터는 부르주아 계급의 매맞는 아이 역을 기꺼이 수락하면서 무려 황색 무도장을 집무실로 사용하고 빈의 한복판에 있는 호화로운 바로크 궁전에서 황금잎사귀로 된 텅빈 금고를 가진 재정부 장관으로 벽면가득한 프레스코화의 페드디난트 1세 초상화 발치에서 집무중이던 그의 모습이 뭐랄까~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한 희극배우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달까요. 짠하다고들 하시지만 막상 본인은 호화로운 마차에 콜걸들 태우고 다니면서 귀족의 궁을 빌려 파티하고ㆍㆍ구한말 친일파의 활약을 보는 것만 같다고 한다면 지나친 일일런지요? 볼세비키에 합류할 것인가 내실에서 묻더니만, 바로 몇 페이지 후엔 "빈에서 적화의 위험을 제거할 유일한 방법은 헝가리 🇭🇺 에서 소비에트 정부를 몰아내는 것"이라니 이 사람은 대체;;
아, 정말 문제적 인물이죠! :)
@소피아 @장맥주 오! 역시 함께 읽으니 흥미로운 사실을 이렇게 알게 되네요. 저는 아버지가 스파이였다는 사실은 몰랐네요. 실비아 나사르가 스파이의 역사 같은 논픽션을 쓰고 세상을 뜨셨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실제로 3막(3부) 시작하자마자 스파이 얘기가 잔뜩 나옵니다.
11장 실험: 1930년대의 웨브와 로빈슨 경제가들의 개인적 삶의 일화나 사상에 대한 역사적 배경은 경제학에 친근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쪼끔 알 것 같은데 제가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정리가 잘 안 되는 듯하여 ㅠㅠ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기엔 어려웠습니다. 경제적 내용보다 개인적 일화들이 기억에 남는 건 작가님의 필력이 가져온 부작용인가 싶기도 하구요^^:: 아마 경제학자들의 책을 한 권씩 읽어도 그들의 이론을 이해하긴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요 ㅜㅜ 경제사책을 추가로 봐야 하나 고민도 되고 다음 달에 같이 읽기로 한 책을 읽으면 좀 정리가 되려나라는 개인적 바람을 가져 봅니다. “로빈슨이 대공황의 맥락에서 내놓은 설명은 자유 시장경제란 이상적인 환경 하에서도 장기실업, 과잉설비, 스테그네이션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었다.”(521p)
더욱 놀랍게도, 전쟁을 통해서 하이에크와 케인스는 경제정책 논쟁에서 한편이 되었다. 1930년대 거의 내내, 하이에크는 저금리와 적자지출이라는 "인플레이션 프로파간다"로 대공황과 싸워야 한다는 케인스의 제안들을 일축했고, 사담 중에는 적수 케인스를 ”공공의 적“으로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1939년이 되자, 하이에크는 이미 신문 글에서 케인스를 칭찬하고 있었다. 케인스의 몇몇 좌익 친구들로서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전쟁은 케인스를 인플레이션 매파로 바꾸어놓았던 것이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2장, 533p,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13장 망명: 전쟁 중의 슘페터와 하이에크 560~561p를 읽고 언제 읽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주문했습니다. “슘페터가 보았을 때, 1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좌우익 사회당이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은 경제적 성공만으로는 사회적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불안정한 혼합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새로운 경쟁업체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정치가들과 결탁할 것이고, 정부 관료들은 세금과 규제로 혁신을 억압할 것이고, 악의적인 지식인들은 자본주의의 도덕적 결함을 공격하는 동시에 전체주의 정권을 찬양하고 때로는 심지어 서구의 숙적들에게 도움과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부르주아 사회가 마르크스의 예언대로 자기의 무덤을 팔 무덤지기들을 양산하리라는 그의 우려는 확신으로 굳어져 있었다. 다른 오스트리아 망명자들이 미국에서 전쟁 수행 노력에 힘을 보탠 것과 달리, 56세였던 슘페터는 자신의 불길한 우려를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라는 책에 쏟아냈다. 아이러니스트라는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서구에서 자유 기업에 대한 신념이 약화되고 있던 1942년에 출간된 이 책은 추도사로 변장한 찬송가이자 자본주의 속에 실패의 씨앗이 내재해 있다는 케인스의 결론에 대한 도전장이었다. 자본주의는 금융위기, 불황, 계층갈등 등 여러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인류사 속에서 시종일관 예속과 가난에 시달렸던 “인류의 9할”에게 재화를 안겨주었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본질적 속성이었다.”(560~561p)
프리드먼의 전시업무 중에 가장 장기적인 효과를 미친 일은 "대단히 강력한 세입 확보 기계"의 창출이었다. 허버트 스타인의 지적에 따르면, 이 강력한 기계 덕에 전후 수십 년간 세수 증가율이 GDP증가율보다 높아지게 되었다.(경제서장과 진보적 세율이 상호작용한 덕분이었다.) 소득이 늘면서, 더 많은 납세자가 더 높은 과세등급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덕분에 전후 행정부들은 지출을 계속 늘리고 세율을 때로 내리면서도 대규모 적자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게다가 원천징수는 과세를 훨씬 덜 고된 일로 만들어주었다. 이제 경제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세금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스타인도 지적했다시피, 전전에는 세금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은 탓에 경제를 부양하거나 억제하거나 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더 중요한 점은 징세액 변동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곧, 불황이 오면 세수가 줄고 경기가 반등하면 세수가 늘었다. 이로써 침체기에는 저절로 케인스적 부양이 이루어지고 호황기에는 저절로 케인스적 억제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을 가능한 한 사람은 다가올 레이건 시데에 낮은 세금과 작은 정부의 수호천사가 될 프리드먼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557-558 ch. 12장 경제학자들의 전쟁 복무: 재무부, 케인스와 프리드먼,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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