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로즈 프리드먼 여사님 캐릭터 멋있으십니다. ^^ 그런데 근로소득세율이 똑같다면 회사에서 원천징수를 하건 근로자가 납부하건 이론적으로는 재정 규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텐데...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조세 저항과 탈세가 크게 발생했을 것이고 그래서 세금이 덜 걷혔을 것이다, 라는 의미의 주장일까요?
그 장에서 실비아 나사르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듯이, 원천 징수를 도입하면서 애초 세금을 내지 않았었던 많은 임금 노동자가 소득세 징수 대상자로 편입이 되었잖아요. 더구나, 원천 징수를 하면 탈세의 가능성이 차단되죠. 국내에서도 자영업자와 비교해서 직장인 유리 지갑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결정적으로 전후 경제 성장과 맞물려서 애초 의도했던 것보다 이 원천 징수가 훨씬 더 비중이 크고 효과가 좋은 국가 재정 창출 방법으로 기능하게 되었던 모양이에요. (실제로 프리드먼도 나중에 원천 징수 때문에 세금을 많이 뜯겼나 봅니다. 하하하.)
아! 557쪽에 잘 설명이 나와 있군요! (제가 설렁설렁 읽었나 봅니다. ^^;;;) 직장인들의 지갑을 투명하게 만든 원흉 프리드먼!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는 이제 직장인이 아니라서 별 상관이 없군요. 프리드먼 교수님, 웰 던.
대신 5월에 한 차례 고생하시잖아요. :) 제가 임금 노동자-프리랜서-임금 노동자를 경험해보니, 정말 원천 징수의 위력을 실감하겠더군요. 일단, 원천 징수가 시작되면 5월에 부담할 종합소득세 금액이 확 줄어들더라고요. (그만큼 원천 징수로 많이 가져갔다는 거겠죠;)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 20세기 전반기에 케인스와 하이에크가 인간적으로 친밀한 관계였음에도(나중에 케인스가 죽고 나서 하이에크가 보낸 편지는 눈물 납니다) 지적 라이벌이었다면, 20세기 중반 특히 미국 경제학계의 지적 라이벌은 16장의 주인공 폴 새뮤얼슨과 밀턴 프리드먼이라고 할 수 있죠. 프리드먼은 1912년생, 새뮤얼슨은 1915년생입니다. 둘 다 이민자 가구 출신이었고 성장기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공통점이 있지요. 여기서 흥미로운 일화. 새뮤얼슨은 집안 사정 때문에 동경하던 동부 대학 대신 집에서 가까운 시카고 대학을 갈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거기서 그에게 처음 경제학을 가르쳤던 경제학 교수가 바로 프리드먼의 손위 처남 아론 디렉터입니다. 새뮤얼슨은 "매우 건조하고 자신만만하고 반동적인 경제학자"였지만 "제법 큰 영향"을 받았다고 회고했다는군요(16장).
프리드먼의 전시 업무 중에 가장 장기적인 효과를 미친 일은 '대단히 강력한 세입 확보 기계'의 창출이었다. 허버트 스타인의 지적에 따르면, 이 강력한 기계 덕에 전후 수십 년간 세수 증가율이 GDP 증가율보다 높아지게 되었다. (경제 성장과 진보적 세율이 상호 작용한 덕분이었다.) 소득이 늘면서, 더 많은 납세자가 더 높은 과세 등급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덕분에 전후 행정부들은 지출을 계속 늘리고 세율을 때로 내리면서도 대규모 적자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게다가 원천 징수는 과세를 훨씬 덜 고된 일로 만들어주었다. 이제 경제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세금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스타인도 지적했다시피, 전쟁 전에는 세금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은 탓에 경제를 부양하거나 억제하거나 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더 중요한 점은 징세액 변동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곧, 불황이 오면 세수가 줄고 경기가 반등하면 세수가 늘었다. 이로써 침체기에는 저절로 케인스적 부양이 이루어지고 호황기에는 저절로 케인스적 억제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을 가능하게 한 사람은 다가올 레이건 시대에 낮은 세금과 작은 정부의 수호천사가 될 프리드먼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557~558쪽,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10장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을 따라 읽길 잘했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본 케인스가 어떤 이론을 펼친 사람인지, 승수개념이란 것이 대체 뭔지, 뿌옇고 흐릿하게나마 더듬더듬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사르 씨는 이 책의 타겟 독자층을 누구라고 생각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제학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이 책이 너무 밍숭맹숭 할 거 같고,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싶기도 할 것 같거든요. 그러면 저와 같은 경알못들의 입문서용인데 - 게다가 나사르 씨 문장들 너무 내 취향-, 어떤 경알못이 맛배기 시식용으로 이런 벽돌책을 선뜻 집어들 수 있을까요. 경제학 교양만화면 모를까.. 그건 그렇고, 10장에 나오는 루스벨트 대통령은 한 명의 천재도 아니고 두 명이나 - 케인스와 피셔- 경제자문으로 곁에 두다니.. 좌청룡 우백호 급 아닙니까! 흥미로운 것은, 케인스 자문 내용의 골자는 “불황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인 것 같은데, 제아무리 케인스라 해도, 또 제아무리 루스벨트라 해도, 연방정부의 힘이 커지는 것에 대한 태생적인 거부감? 두려움? 같은 것이 있는 미국에서 반대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싶었습니다. (더더군다나 케인스는 영국인) 대공황이란 엄청난 위기때문에 케인스를 덥석 받은 건가 싶기도 했구요.
@소피아 사실, 루스벨트는 케인스의 조언을 듣고서 자신의 최측근인 노동부 장관 프랜시스 퍼킨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 친구 케인스를 만났습니다. 길고 복잡한 수치를 한아름 남겨 놓았어요. 정치경제학자가 아니라 영락없는 수학자예요." 현실 감각(정치 감각) 없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당시만 하더라도 균형 재정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때고요. "정부가 돈을 빌릴 수 있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말을 그 교수(케인스)에게 꼭 전해 주세요." 결과적으로, 루스벨트는 케인스의 말을 듣지 않았고, 책에도 나오지만 케인스가 말한 바를 정확히 이행한 곳은 나치 독일,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의 미국이었죠; (프랜시스 퍼킨스는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을 사실상 주도했던 실세 여성 지식인/운동가입니다. 퍼킨스가 얼마나 위대했는지는 다음 책(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의 2장('게으른 소녀에서 뉴딜의 막후 조력자로')을 살펴보세요.)
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빌 게이츠 선정 올해의 추천도서<보보스>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우리가 겸손, 절제, 헌신으로 대변되는 '리틀 미'의 가치를 회복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리틀 미'의 가치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내적 성장이라고 말한다. 내적 성장을 위해 가장 먼저 직면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의 결함이다.
루스벨트 상황이라면, 더군다나 대통령 후보로서 당장 표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말 저렇게 말했을 것 같아요. 저는 자유주의자였던 케인스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한 게 특이하다고 생각했구요,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얼마큼의 개입까지 (경제적으로 리스크없이) 가능하며 또 정치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느꼈어요. 프랜시스 퍼킨스 - 또 하나 배워가네요. 감사합니다.
막 11장 끝냈는데, 조앤 로빈슨, 하아- 이 분에 대해선 할 말이 또 많습니다만.. 한 마디로 하자면, 현실세계에서 만날까봐 무서운 캐릭터? 내 행동반경에 나타난다면 뒷걸음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100m이상 유지할 것 같습니다. 거침없는 대장부 스타일이면서 은근 세부계획에도 치밀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분이라 험한 말 자제합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이 그려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미리 그려둔!) 전략 보드에 놓인 장기말로 알더군요. 가까이 하다간 부지불식 중에 내가 그녀의 장기말(중에서 ‘졸’)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장맥주 님이 말하신 스타워즈 레아 공주 사진 - 이제야 봤는데 쌍둥이급 입니다. 그리고 로빈슨 유형이 더 궁금하시다면 아쉬운 대로(?) 넷플릭스 더 크라운 시즌 4 & 5 에서 커밀라 파커 여사도 (아주 똑같진 않더라도) 대충 참조 가능합니다.
가스라이팅의 대가이신데 머리도 엄청나게 좋고 말도 잘하는... 야심도 큰... "표백" 소설 같은 데 나와야 할 거 같은 캐릭터이신 거 같아요.
하하하 저 표백 읽었는데 왜 기억이 하나도 안 날까요.. (저는 “현수동 빵집 삼국지”를 좋아합니다! - 후다닥 마무리)
커밀라 파커... 찰스 왕의 부인 맞지요? 저는 막연하게 "다이애나 비 때문에 너무 과하게 욕을 먹은 여인"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캐릭터였단 말입니까? 띠용...
다음 날 저녁, 케인스는 뉴욕의 뉴스쿨 사회과학대학원 만찬에 참석했다. 피셔와 슘페터도 함께였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나사르 씨는 이 장면을 꼭 넣고 싶어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여기에 박제해둡니다.
@소피아 @장맥주 17장에 보면, 정신 질환 등에 시달리는 조앤을 병원에 입원시키는 문제를 놓고서 가족(?)이 회의를 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데, 남편, 애인, 전 애인 등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고. 하하하!
1920년대의 케임브리지는 엘리엇T. S. Eliot, 로저 프라이, G. E. 무어,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산책하는, 블룸즈버리의 교외 버전 같은 곳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학부 여학생에게는 케임브리지의 많은 기회들이 금단의 열매였다. 케임브리지에 사는 천재 교수들과 천재 학생들과 지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가로막는 무수한 일상적인 규칙들이 여학생의 열등한 지위를 환기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1장,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예고해 주신대로 11장 비어트리스 웨브의 재등장(및 노년의 공산주의 경도)와 조앤 로빈슨의 등장이 흥미롭네요. 이 책의 목차에 등장하여 메인으로 다뤄지는 다른 학자들은 이름이나마 익숙하게 알고있었는데, 두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것만해도 정말 이번 독서의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 불완전경쟁시장 연구의 선구자라는 점도 대단한데, 칸 등 남자들을 이용해먹는 느낌도 들어서 ㅎㅎ 이야기에 계속 빠져들었습니다. 11장에는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등장하네요. 허허. 이걸 이렇게 가져오다니.... 장하준교수님의 <경제학 레시피>급의 연결고리....
로빈슨은 오스틴의 1929~1930학년도 임용을 앞두고 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세미나를 통해 로빈슨은 케인스의 몇몇 케임브리지 제자들이 몰두하고 있던 이론적 문제에 대해서 배웠다. 세미나를 조직한 것은 피에로 스라파였다. 1927년에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를 탈출한, 명석하되 신경증이 있는 독학자 겸 경제학자 겸 공산주의자였다. 그가 케인스의 눈에 뛴 계기는 현대 기업의 독점요인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경제학 이론을 개량할 것을 주장한 한 편의 논문이었다. 경제학자들이 가정하는 시장은 다수의 구매자와 다수의 판매자가 같은 생산물을 사고파는 경쟁시장이었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농부가 밀값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광부가 은값에 영향을 미칠 수 없듯이 어느 한 회사가 판매가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그러나 현대 기업들은 독점기업처럼 행동했고, 큰 비용을 들여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고액의 지출을 불사했다. 스라파에 따르면, 이로 인해 경쟁을 지지할 주요근거(곧 자유시장 경제가 최소비용으로 최대소출을 생산한다.)가 타당성을 상실했고, 정부 개입의 문이 열렸다. 필요한 것은 이론이었다. 스라파와 여러 연구자가 이미 다양한 접근방법들을 연구 중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520-521 ch. 11장 실험: 1930년대의 웨브와 로빈슨,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조앤과 칸이 전개한 이론은 겉으로는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들(곧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구매자가 있고 진입 장벽이 없는 업종의 기업들)이 광고와 브랜드화와 제품혁신을 통해 독점기업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론이었다. 그런 회사들은, 소비자가격을 최소화하고 생산과 고용을 최대화하는 대신, 시장권력을 휘둘러 소비자를 갈취하고 폭리를 취하면서 고용과 임금을 떨어뜨렸다. 로빈슨이 대공황의 맥락에서 내놓은 설명은 자유시장경제란 이상적인 환경 하에서도 장기실업, 과잉설비, 스테그네이션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521,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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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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