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은 배너지, 뒤플로 두 부부(사제)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현대 경제학의 과제와 쟁정을 총정리해놓은 교과서 같은 책이러다고요. 일단, 통독하고 비슷한 문제가 눈에 띌 때마다 해당 부분만 찾아서 읽기 좋습니다.

아, 실비아 나사르의 증보판은 힘들지 않을까요? 1947년생이면 올해 만 77세인데. 다른 역량 있는 작가를 기다려야겠어요.

어이쿠, 그렇군요. 이 책도 60대에 발표하신 거네요...!

딱 책 두 권 쓰셨어요. :)

타석에 딱 두 번 들어섰는데 두 번 다 홈런을 날린 타자를 보는 느낌입니다. 부럽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타자로 칭송받는 사람은 안타를 여러 번 치고 가끔 홈런도 치는 사람입니다. 장 작가님, 응원합니다! :)

@장맥주 @YG - 저도 중간에 나사르 씨 책은 왜 2권 뿐인가에 열 받아서(?) 이력을 검색해봤어요. 2012년경에 이 책이 나왔는데, 바로 다음 해부터 큰 송사에 얽히셨더라구요. 콜럼비아 대학의 기금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나사르 씨가 고소를 한 케이스인데, 이게 나사르 씨의 명성 (뷰티풀 마인드)때문에 세간에 관심을 끌었고 사태가 좀 커진거 같아요. 중간에 콜럼비아 대학교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결과는 나사르 씨가 패소한 걸로 보도되었어요. 그게 2014년 기사이니, 이후 아무래도 대학에서도 나왔으리라 짐작되고 이렇게 큰 소송전에 겪고 나서 절필하셨나? 싶어서 안타깝더라구요.

앞에서 슘페터의 몰락에 비장미 없다고도 하시고 안타깝지 않다고들 하셔서 무방비 상태로 읽다가 너무 슬펐잖아요 ㅠㅠ 어머니, 안니 (두 번째 부인), 갓 태어난 아들이 같은 해 불과 몇 주 간격으로 죽은 거잖아요ㅠㅠ 다들 매정하십니다!! (하지만 슘페터를 밉상캐릭터로 지목한 건 바로 나) 바로 앞 단락에서 안니 신분을 재창조하는 걸 보고, ‘쯧쯧 이 인간 또 시작이네 했는데’, 그 다음 단락에서 대참사, 흑. 경제학자로서의 슘페터는 왠지 궤도 밖에서 혼자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혼자서 따로 노는 울트라 슈퍼 창의력 소유자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백년 전에 ‘창조적 파괴’,‘기업가 정신’ 이런 말을 툭툭 던질 수 있던 것도 신기한데, “순환은 발전의 원천이므로, 불황은 건강한 현상이다“—> 당대 사람들 의견과 배치되는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발상도 턱하니 내놓고… 아, 천재란 무엇인가. 그건 그렇고, 9장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 - 하이에크는 여태껏 나온 경제학자들 중에서 가장 멀쩡(?)하게 보입니다? (참호 속에서도 공부하고, 하급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두 번째 박사학위 받는 기염을 토하는 장면에서는 기가 막히긴 했습니다만) 대영박물관 도서열람실의 마르크스와 슘페터 vs. 뉴욕 공립도서관 주열람실의 하이에크 —> 이 구도도 맘에 들고요. 큰 일 하려면 공공도서관에 터를 마련해야 하나요..

슘페터가 한때 성공했지만 지금은 몰락한 천재 기업인 같은 느낌이라면 하이에크는 현자 같은 느낌이 있죠.

어빙 피셔가 겪은 비극의 시작은 자기 회사를 뉴욕타임스 건물에 입주시킨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9장에 다시 나오는 어빙 피셔는 너무 난해한 인물입니다. 우선 먼저, “미국은 자동차와 시간절약 기기들을 사랑하는 나라였고, 피셔는 그 사랑의 화신이었다.” —> 이런 문장 써내시는 나사르 씨에게 애정의 화살 한 번 쏴주고요..(매 장마다 쏘고 있는 중) 다시 어빙 피셔로 돌아와서, 20세기 초 우생학 지지자들은 마치 중세에 천동설에 매몰되었던 사람들같은 게 아닐까 싶기 때문에 어빙 피셔가 우생학자였던 것은, 댁의 학문적 자유요, 하고 넘어 갔습니다. 하지만, 인종차별/반사회적 차별 반대론자인 어빙 피셔와 남유럽, 동유럽인을 이민부적격자로 간주하면서 이민 쿼터를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어빙 피셔가 한 사람인 것은 너무 아스트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남미 이민가족 이웃에게 세상 따뜻한 이웃인 트럼프 지지자 - 이런 예들을 심심치않게 본 것 같기도 하고, 나 자신도 어느 부분(들)에서는 이런 면모를 보일 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급히 꼬리내리게 되네요.

홀로 2장을 보다가 기록을 남겨야 진도가 나갈듯하여^^; 어느날 길에서 메리 페일리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메리 케네디와 마주친 마셜은 엄청난 제의를 하고야 말았다. 결혼하자는 제의보다 엄청난 제의였다. 젊은 교수가 최우수! 학생들에게 제의한 내용은 윤리학 트라이포스에 응시해보라는 것이었다. 21세기에 대학원에서 여자는 집에서 애를 낳으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으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엔 진지한 독신주의였는데 말이죠;; 마셜은 후에 토크빌의 시대와 많이 달라진 미국의 이동성을 목격하고 한 여성과 그곳에서 데이트도 하지만, 결국 자신이 기회를 주고 계속 염두에 두던 메리와 케임브리지로 돌아오자 마자 약혼했다는 대목에서 장소를 초월한 인연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페이지 131p에서 첫번째 약혼을 감행했던 것이 권태 때문이었던 메리에게 이런 결혼관은 가슴뛰는 결혼관이었다는 대목에서 김대중 이희호 여사님의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었는데 떠올랐어요~ 3장의 비어트리스 부부에서도요^^ 다만, 약혼이 아니고 파혼아닐까 싶은데요.

3장입니다. 185p 비어트리스는 부스가 이 야심찬 과업을 단독으로 개시했다는데 깊이 감동했다. 그녀는 자기가 향후에 이와같은 선구적 역할을 감당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그녀는 이것이야말로! "만약 내가 자유로웠다면 감당하고싶은 바로 그런 😭 류의 과업"임을 깨달았다. 저는 그런 일이 있다면 무얼까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187p 그녀는 자기의 연구를 극화시키려면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림을 얻으려면 진짜 노동자들 사이에 살아야 할 것 같다. 그거라면 내가 할 수 있다고 썼다. 그녀는 참여관찰법의 귀재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변동금리를 선택한 멍충이라 ㅋ 새 동네와서 노동알바도 며칠 해보았는데요; 거기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상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를테면 연애를 오래하고 결혼까지 했는데 비용때문에 식은 커녕 신혼여행도 못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에 저릿하게 남았는데요; 이토록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세상에서 제주도는 커녕 국내여행도 못 해 본 젊은 부부의 삶은 도대체 어떤 삶인가 저는 가늠하지 못하겠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