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케인스는 글로벌 경제, 특히 유럽 경제가 얼마나 분화되어 있는지, 각 부분들이 얼마나 상호 의존적인지, 심리적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 이로써 한 부분의 고장이 얼마나 손쉽게 다른 부분들 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인물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잠간 맥?흐름이 잘 안 잡혀서 주말에, 추천해주신 <케인스 vs 슘페터>를 읽었드랬습니다. 읽다가 흥미로운 구절이 있어서 슘페터의 책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읽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출산이 자본주의 멸망의 척도"라니 2024년 한국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뭔가 섬뜩한 구절이라 어떤 맥락에서 이런 내용을 썼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러나 얼마 후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기업가 자신이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스스로의 '효용'을 최대화하는 '보통 사람'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개인 효용의 최대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용을 냉정하게 계산하는 순간부터 저출산 현상은 시작된다. 슘페터는 기업가정신의 쇠퇴를 나타내는 징후로 저출산의 진행을 들고 있다! ...<중략>... 슘페터는 자본주의 멸망의 척도로서 저출산을 들고 있다. 저출산 시대를 사는 현대의 자본가 계급, 일족이 아닌 개인의 효용을 최대화하는 자본가 계급은 과거에 그들이 가져야 했던 에토스를 이미 철저하게 상실했다." <현실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케인스 vs 슘페터>, 요시카와 히로시, 227p
경제학자 이스라엘 커즈너에 따르면, 1920년에 경기주기 연구들의 기본적 질문은 자본주의는 작동될 수 있는가, 사유재산과 자유시장의 경제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는 공황과 불황이 경제체제에 의해서 발생하며 결국은 경제체제를 파괴하리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앨프리드 마셜은 불황의 원인이 경제 바깥에서 비롯되는 임의의 충격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취했다. 슘페터는 경기순환이 체제에 내재적이되 본질적으로 체제에 유익하다고 봄으로써 마르크스를 물구나무 세웠다. "흔히 호황은 사회적 번영과 연결되고 불황은 생활수준의 하락과 연결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슘페터는 1848년 이래 빈번한 위기와 불황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생활수준은 몇 배씩 향상되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411-412 ch.8장 기쁨없는 거리: 빈의 슘페터와 하이에크,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슘페터의 경제발전 이론에서 보았을 때, 호황은 불황으로 이어지지만, 경제는 본질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체제가 위태롭다면, 위험의 원인은 정치에 있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불황을 실패의 신호이자 불안정의 원천으로 보았다. 슘페터는 정반대의 관점을 취했다. 순환은 발전의 원천이므로, 불황은 건강한 현상이었다. 곧, 불황은 비효율적 회사들을 몰아내는 방법이자 기업들로 하여금 비용을 조절하고 공정을 합리화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회사들과 업종들의 죽음은 인간들의 죽음만큼 불가피한 일이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면서, "업종과 개인의 지위와 생명의 형태와 문화적 가치와 여러 이상들은 거대한 경제적, 사회적 과정 속에 사회적 규모로 무너지고 결국 사라진다. 이 과정을 영구 차단할 수 있는 해법이란 없다."라고 슘페터는 단언했다. 그러나 죽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했다. 성장은 경영 수완, 노동 등의 자원들을 옛 업종에서 새 업종으로 전환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니 진보를 원하는 나라는 불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슘페터가 즐겨 했던 말을 빌리자면, 좋든 싫든 "호황과 불황의 교체는 경제발전이 자본주의 시대에 취하는 형태"였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412-413 ch.8장,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 이 말 자체는 과장일 수 있겠지만, 아인슈타인이 베른 특허청에 앉아 졸았던 경험을 계기로 특수상대성 이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하듯, 하이에크가 급여의 폭발적 상승과 구매력의 감소를 경험함으로써 화폐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418 ch.8장,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미제스가 보았을 때 계획이 시장을 대체하는 것의 문제점은 시장이 없으면 계산하는 데 필요한 시장가격도 없다는 점이다. 가격을 임의로 정하면 안 될까? 안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생산자가 시장을 위해서 생산하지 않고 구매자가 시장에서 구매하지 않는다면 그 가격은 시장가격이 아닐 것이다. 그 가격은 상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주관적 기호를 반영하지도 못할 것이고 상품공급 여부를 정하는 업체의 계산을 반영하지도 못할 것이다. 시장가격이 아니라면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할 것이다. 내가 지금 수익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엉뚱하게 낭비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사회주의화 논쟁은 그리고 시장이 정보를 계산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미제스의 시장관은 하이에크에게 엄청난 감명을 주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420 ch.8장,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524쪽, 비어트리스-체임벌린만큼은 아니어도 조앤 로빈슨과 리처드 칸의 ‘썸’도 재미있었습니다. 로빈슨 이때 기혼자였던 거죠? 썸남에게 “상사병 고치고 와”라고 하다니 멋지시네요.
562쪽, ‘탁월한 개인에게 주어져야 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은 슘페터의 중년기 성향 내지 우울증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 분명했다.’ ㅎㅎㅎ 저는 이 문장이 왜 이리 웃기죠.
“나는 조용히 현재를 즐기는 능력을 아주 일찌감치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인생에 흥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의 미래계획입니다. 내가 만족스러웠을 때는 대개 내가 계획했던 것을 해냈을 때였고, 내가 굴욕스러웠을 때는 내가 세운 계획을 행하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3장 망명: 전쟁 중의 슘페터와 하이에크,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제가 좀 이런 사람인데, 이런 성향을 벗어나고 싶네요...
“하늘의 음성이 들린다는 미친 위정자들이 자신의 광기를 뽑아내는 곳은 몇 년 전에 무슨 학자가 끄적거린 글이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3막 프롤로그,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히틀러와 프랑코가 부상하면서 문명에 명백한 반지성적, 군국주의적 위협이 가해짐에 따라, 공산당은 대학에서 모종의 매력을 갖게 되었다. 마치 50년대와 60년대에 민권 운동이 그랬듯, 대공황과 싸우는 일은 모종의 정치운동이 되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4장 과거와 미래: 브레튼우즈에 간 케인스,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내가 이 나라 경제학 교과서를 쓸 수 있다면, 누가 법을 제정하든, 누가 상위조약을 작성하든 상관없다. ―폴 새뮤얼슨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6장: 주인 되는 도구: 워싱턴에 간 새뮤얼슨,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651~652쪽, 조앤 로빈슨에 대한 호감이 다 떨어져나가네요. ‘기질적으로 권위주의적이고, 정치적 타협을 경멸하는’ 성향이라 스탈린의 숙청을 알고서 오히려 스탈린에 대한 매력을 더 느꼈다는 부분에서요.
656~658쪽, 40대에 카리스마로 주위 남자들을 ‘지배한’ 조앤 로빈슨. 이런 분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궁금하네요.
@장맥주 작가님 발동 걸리셨군요. 혼자서 완독할 태세입니다. :) 재밌죠? (저도 처음 읽을 때는 소설책 읽듯이 페이지 넘어갔어요.)
재미있어요. 완독했습니다. ^^
민주주의와 복지가 동반관계라는 것은 이제 통념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공리주의 전통에 영향을 받은 많은 지식인들은 개인의 권리란 가난한 나라가 결코 누릴 수 없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로빈슨은 민주주의란 속임수이고 정치가란 겁쟁이에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7장 거대한 환상: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로빈슨,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센이 윤리학으로 돌아서자 로빈슨은 스타 제자에게 “그런 쓰레기는 모두 집어치워라.”라고 충고했다. 센은 그 충고를 무시했다. 에바의 권유를 받아들인 센은 권위주의적 통치의 끔찍한 결과들이라고 생각되는 것들(특히 기근)을 상세하게 연구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8장 운명과의 약속: 콜카타와 케임브리지의 센,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사실 책을 읽는 중간에 ‘재미있기는 한데, 저자가 말하려는 바가 뭐지? 왜 여러 경제학자들 중 이 사람들을 골랐지?’ 하고 잠깐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다 읽고 나니 실비아 나사르의 관점이 명확히 보이네요. 작가는 복지제도와 결합한 현재의 자본주의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고, 자본주의에 인간의 얼굴을 입히려 애쓴 학자들을 골랐습니다. 마르크스에 대한 부정적인 서술과 소련에 우호적이었던 학자들에 대한 비판도 그렇게 보니 잘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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