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1월 12일)은 7장 '죽어가는 유럽: 베르사유의 케인스'를 읽습니다. 1막(1부)의 히로인이 비어트리스였다면 2막(2부)의 히어로는 케인스입니다. (2막에서 비중도 제일 큽니다.) 케인스는 정말 문제적 인물이었습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던 지식인이었지만, 또 돈을 엄청나게 밝히는 속물이었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예술 작품을 수집하고 작가, 화가 등을 후원했죠. 지독한 엘리트주의자에다 노동 계급을 혐오했지만, 약자에 대한 공감과 공공성에 대한 헌신은 있었고. 하지만, (과거의 케인스 평전의 저자들이 숨기려고 했지만 결코 숨길 수 없었던) 지독한 유대인 혐오주의자에다 우생학 신봉자였습니다. 자기는 동성애자여서 남성 친구와 우정과 애정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연애를 해야 했고, 그러면서도 러시아 발레리나 리디아 로포코바와 열애 끝에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7장은 이런 복잡한 인물이 세계사에 데뷔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케인스는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 가혹한 배상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그 나라 경제가 빠르게 부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유럽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지킬 수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죠. 어쩌면, 케인스 말대로 했더라면 제2차 세계 대전의 불씨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본문 기준으로 벌써 이 벽돌 책의 절반을 지나왔어요! 다들 재미있게 읽으세요.
케인지언의 그 케인즈는 얇은 책 한 권으로 계속 인용되는 자신만의 입장을 경제학 내에 독보적으로 남기셨고 아리따운 무려 발레리나 부인을 얻으셨으면서 헤어지고 결합하고를 무슨 일론 머스크급으로 들락날락하시던 세상 마음대로 사신 분 아닙니까 ㅋ 그 분의 <평화의 경제적 귀결>인가 도대체 어떻게 ww2를 방지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여서 보고는 싶었는데 못 읽었네요; 어제 아무래도 작년에 책 낸 '모르지는 않는' 분들의 책들 중 이제 겨우 한 권을 끝낸 주제지만 ㅠ 결국 질렀습니다~ 대화에 제대로 끼고 싶어서요 ㅎㅎ 말하자면 노래방 우선선곡 같은 느낌인 것이죠:) 그리고 찾다가 이런 책을 내신분의 이야기를 기독교 채널에서 듣다가 거의 울뻔? 했는데 이 분 삼프로도 나오셨다더군요^^ https://youtu.be/Hl6rIcwBquI?feature=shared
김현철 교수 책 좋아요.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서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김 교수가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연구 사례를 통칭하는 용어를 '응용 미시 경제학'이라고 부르더군요. 요즘 경제학, 특히 응용 미시 경제학이 관심을 두는 현실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한 눈에 살펴보려면 이 책이 좋습니다. 여기에 덧붙이면, 앞에서 잠깐 언급됐었던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도 지금 우리시대 경제학자들의 고민을 훑어볼 수 있습니다. (김현철 교수는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의 노벨 경제학상 부부 저자를 응용 미시 경제학계의 선배 연구자로 보더군요.)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 경제학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엄마 배 속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에 필요한 보건·교육·노동·돌봄 및 복지 정책을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경제학.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정책학과 김현철 교수가 제안하는 행복 사회의 조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우리에게 우리 시대가 직면한 긴박한 문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관점을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시의적절하게 제시한다. 저자들의 깊은 통찰을 통해,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서 있는 우리 세계의 문제점과 역량 모두를 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 그것이 응용 미시 경제학이로군요~ 선생님 ㅠ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을 예전에 한 선배에게 들었는데 그 선배 따라 kdi 지원했다 낙방하고 모교 대학원으로 진학해서 사회정책이라는 분야를 당시에는 진지하게 공부했었는데요. 떨어졌던 전공이 개발경제학이었어요. 나름 필리핀에서 반년간 지역사회개발 oda분야에 발을 들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못다한 길을 이렇게 잘 해내고 계시는 분의 모습을 약간 과장하면 ㅋ 입을 벌리고 경탄해마지 못한 채 저 간증 aka. 삶의 전환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추천해주신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도 좋아보이네요^^ 센 말고도 이렇게 '인간을 위한 경제학'에 소명을 갖고 헌신한 인물들이 이렇게 계셨는데요 ㅠ
참, 이 케인스가 그래도 천재라고 인정했던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나 봐요. 바로 자기보다 여섯 살 어린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제1차 세계 대전 전쟁터에서 복귀한 후 자기에게 주어진 막대한 유산을 모조리 누나 등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시골 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좋은 교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1929년에 케임브리지 친구들(러셀, 램지 등)의 강력한 요청으로 다시 영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때 이 유명한 철학자를 보려고 기차역에 사람들이 모여서 부산 떠는 모습을 보면서 케인스가 자기 아내 리디아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답니다. "신이 강림하셨으니. 나는 그 사람을 5시 15분 기차에서 만났어."
후일 슘페터는 자기가 당시에 사회당 프로젝트에 관여할 마음을 먹은 것에 대해 “누가 자살을 해야겠다면, 의사가 옆에 있는 편이 낫다.”라는 말로 정당화하기도 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6장 인류 최후의 나날: 빈의 슘페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자기합리화도 이쯤 되면 탄복하게 되네요.
싸움이 한창이었을 때, 의사당 앞 큰길에서 경찰이 타고 있던 말이 총에 맞았다. 죽은 말이 거리에 쓰러져 있을 때, 굶주린 군중이 사체를 갈가리 찢어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점들을 가져갔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6장 인류 최후의 나날: 빈의 슘페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슘페터 나오고 부터는 책 읽는 시간보다 이 기이한 천재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과 그의 삶을 ott 드라마로 재구성해보는 (대체 왜?) 시간이 더 많이 걸리네요 ㅠㅠ 슘페터의 허영-속물근성-자만-천재성-야망-열정-난잡한 사생활, 거기에 더해 오스트리아판 맹모삼천지교 실현하는 엄마와 무늬만 귀족인 전 부인과 본인의 이중 페르소나 (공적/사적) - 드라마로 각색하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시즌 3개 이상 거뜬히 나올 재료 아닙니까! 카이로, 런던, 빈, 그라츠, 체르니우치 등 여러 도시 나오니깐 배경 그림도 번듯하게 나갈테고, 게다가 “창조적 파괴의 영원한 돌풍“, ”끊임없는 혁신“,”기업가 정신“ —> 바로 21세기가 원하는 키워드죠. (요즘 시청자 낚기 좋다는 뜻) 첫 장면은 대영박물관 도서열람실 7G 자리: 마르크스가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나가고, 승마바지입고 한껏 멋부린 슘페터 들어와 앉는다. 아래 깔리는 자막—> “1883년” (YG님이 올리신 메시지 참조): ”굴같은 마르크스가 떠나자 미꾸라지같은 슘페터가 탄생했다” 5장에 나온 “체르니우치는 슘페터의 등대로 밝혀졌다”, 이 문장에 홀딱 반해서 체르니우치의 위치를 찾아봤더니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역이더라구요. 1914년 오스트리아와 2024년 우크라이나 대비시키면서 반전메시지 던지는 드라마도 가능..(고만해!) 슘페터의 천재성은 알프레드 마셜이나 비어트리스 웨브의 천재성과는 완전히 다른 재질의 천재성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 느낌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YG님이 올려주신 슘페터 책 중에 <혁신의 예언자>가 무척 끌리는데, 900페이지가 넘는군요. 기이한 천재성에 대한 답을 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저도 슘페터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매우 사회화되어 있고 자기 인생을 철저히 기획해서 그에 따라 산다는(살려고 했다는) 점이 다르게 다가오는 걸까요? 굉장히 유능한 소시오패스 CEO 느낌? 다른 천재들은 (써도 되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서번트 증후군 같은 느낌도 드는데요.
똑같은 예는 아니지만, 같은 카탈루냐 지방 출신의 두 천재 - 안토니 가우디와 살바도르 달리-를 나란히 두고 봤을 때 느낌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가우디에 비하면 달리는 그야말로 광기어린 천재잖아요. 이 책의 다른 천재들과 슘페터는 분명 다르고, 슘페터 챕터를 읽으면서 경고등 깜박깜박 켜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지금 케인즈 읽고 있는데 마침 슘페터와 케인즈를 나란히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나왔어요.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둘 다 징집이 되었는데, 이 동일한 사건에 두 명의 서로 다른 대처방식이 나와요. (전자책으로 읽으니 이쪽 저쪽 페이지 왔다갔다 하기가 매우 힘들군요;;). 케인즈의 경우는 그래도 이해할만한 범주의 행동과 반응이었는데 (몸 사리며 머리굴리는 모습은 있지만 뭐, 인간이니깐..), 슘페터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병역면제 신청하면서 면제신청 사유가 “내가 그라츠 대학에 단 한 명 있는 경제학 교수다”라니.. 세상 뻔뻔. 이상해요, 이상해..
저도 지금 그 대목읽고 있었는데...케인즈 병역기피사유도 조목조목 구분해서 오 똑똑해...라고생각했어요.
케인스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인물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섹스 일기장(...)까지 쓴 줄은 몰랐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사기 치는 일"을 하며 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지를 않나... 이쪽은 이쪽대로 범상치 않네요. -_-;;;
저는 그 부분은 유별나게 기록광들이 많은 앵글로 색슨족/게르만족 종특으로 이해하긴 했으나..케인스도 만만치 않은 인간인 것 같습니다. 슘페터 하나만도 힘든데, 이런 인간들 여러 명 튀어나오니 지쳐요 ㅜㅜ 케인스는 요즘 살았으면 자기 기록 모두 파이썬에 때려 넣고 돌려서 빅테이터 분석했을 인간으로 보여요.
아 혼자 막 웃고있습니다. 이거 이 책 안읽는 다른사람한테 설명할 길도 없고.. 허허.. 그 드라마 성공한다에 한표요. ㅎㅎ 슘페터는 첨 접했을때부터 왜인지 모르게 이름조차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들어서(연속된 파열음? future와 발음이 비슷한 느낌적 느낌?! '슘'에서 발산되는 모던함?-세슘 등 원소 이름을 연상시키는.., ) 창조적 파괴, 기업가정신 이렇게 키워드 외울때 좋았었지 말입니다. ㅎㅎ
이 드라마 성공하려면...잘생긴 배우를 캐스팅 해야할것 같아요. 슘페터 옆모습 사진만 봐서는 음...그냥 그런가 했는데, 단체사진속의 작은 사진으로 봐도 외모가 달리네요. 멋을내고 어쩌고 해도 안될것 같은. ^^;;; 이런 피씨하지 못한 외모평가 죄송합니다.
오오, 저도 슘페터 이름에 꽂혀서 Schum + Peter 두 개의 결합인가? 하면서 영어 발음을 Forvo 사이트에서 검색해봤어요, “슈움피러” 아니고 “슈움페이러”라고 발음하더군요 (독일어발음은 슘페터)
6장은 빈과 슘페터의 몰락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천재는 천재인데 너무 머리를 많이 굴려서 망했나봐요. 시대를 잘못 만난것 같기도 하고요. 그 혼란의 시대에 암살당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 대학에 있다가 은행장으로 가다니 그게 더 놀랍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너무 스릴러를 많이 본겁니까. "세 영혼" 씩이나 가졌으면 암살당했을것 같은데...)
진정 독창적인 사상가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상을 내놓는 것은 서른 살이 되기 전이라는 확신, 그리고 자기가 계획한 학문적 출세의 첫 관문을 최대한 빠르게 통과하겠다는 결심을 품고 있던 스물두 살의 슘페터는 혼자 정해놓은 데드라인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5장. 창조적 파괴,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책이 와서 보는 중에 몇 가지 질문 드립니다. 서문 14p에 경제학을 정신장치 apparatus of the mind라고 케인즈가 말했다는데 apparatus of the society or system 아니고 mind요? 철학 아니구요? & 27p 밀이 사회주의자라구요? 샌델은 말하자면 공리주의와 구분된 질적 자유주의자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아닌가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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