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비어트리스 포터, 정말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인물인데. 왜 대중문화에서 조명을 받지 못했을까,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제가 과문해서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
OTT 미니시리즈로 만들기 딱 좋은 소재일 거 같은데 말입니다. 혹시나 해서 IMDB에서 검색을 해보니 동명이인의 무명 배우만 한 명 뜨네요. 단편영화 한 편에만 출연한 걸로 봐서 직업 배우도 아닌 거 같고...
전체적으로 비어트리스의 일기가 거의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 수준으로 웃프고 재미있었어요. :)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성의 내적갈등... ㅎㅎ
@모시모시 @장맥주 @YG 이 문장 너무 웃겨서 밑줄 그어야하나 3초 고민하다가 마음 속에 고이고이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그러게 왜 전신사진을 보내?”하고 시드니를 원망하다가, 그래도 얼굴 클로즈업 사진 안 보낸게 어디냐 싶었습니다. 장맥주님처럼 저도 비아트리스 일기가 궁금해서 3장 읽은 후에 좀 찾아봤거든요. 정말 저런 문장이 나오더라구요. It is only the head that I am marrying. 시드니를 생각하면 눙물이 ㅠㅠ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노년 사진이라 그런지 몰라도 시드니 웨브의 외모가 뭐 그렇게 비호감은 아니던데요... 그런데 비어트리스 여사와 함께 있는 사진을 보니 비어트리스 여사님 마음이 아예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고... 이런 얼평해도 되나...
2장 읽고 느낀 점입니다. 마르크스의 매우 인간적인 찌질함과 비교하면 마셜은 그리스 신화속 신같은 존재로 보일 정도고, 위에서 여러분이 말씀하셨던데 저자의 사심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사진을 보니 그토록 찬사받을 만큼의 외모는 아니던데 말이죠. ^^; 다만 마셜이 뛰어나 보였던 점은 책상머리에 앉아 이론만 챙기는게 아니라 현장을 직접 다녀보고, 필드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무엇보다 제2 시민으로 생각되던 여성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바꾸려고 행동하는 부분이었어요. 미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것들이 그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외골수같았던 1장의 인물과는 대조되어 보였구요. 마셜의 결혼생활도 참 이상적으로 보여서 부럽더군요. 깊은 글을 읽으면서 많이 느끼고 배울만큼의 배경지식도 없고, 생각의 깊이도 모자라서 이 정도의 감상만 적을 수 있는 제 자신이 한심스럽지만,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눈 하나 정도는 뜨이려나하는 기대감으로 계속 다음 장으로 갑니다.
Explaining how individual choices might add up to social good-the very thing that Carlyle denied was possible-Marshall defined two types of moral education. One was characteristic of England, where, he claimed, “the peaceful molding of character into harmony with the conditions by which is surrounded, so that a man…will without conscious moral effort be impelled on that course which is in union with the actions, the sympathies and the interests of the society amid which he spends his life.” In America, by contrast, mobility had opened up a second route to moral evolution, namely, “the education of a firm will by the overcoming of difficulties, a will which submits every particular action to the judgement of reason.”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78,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그들은 유토피아적 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적 공산주의를 둘 다 거부했다. 그들은 사회주의를 표방했지만, 그들이 말하는 사회주의는 사유재산과 국회와 자본가가 존재하는 사회주의, 마르크스나 계급투쟁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주의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유기업 체제라는 ‘프랑켄슈타인’을 살해하기보다 그것을 길들이고 통제하는 것이었고, 부자를 제거하기보다 부자에게 과세하는 것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3. 포터양의 일과 사랑,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소피아 아, 의도치 않게 스포일러가 되어버렸네요. 아, 경제학 논픽션을 읽으면서 스포일러 되는 일까지 조심해야 될 줄은 몰랐어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자, 지금 3장의 히로인 비어트리스 포터를 놓고서 반응이 뜨겁네요. 재미있게 읽으시고요. 내일(1월 9일)은 4장 '부의 과학: 어빙 피셔와 통화 정책'을 읽습니다. 어빙 피셔는 현대적 의미의 통화 정책을 처음으로 고안한 경제학자입니다. 그러니까, 중앙 은행의 통화량 조절을 통해서 거시 경제(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조절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중요한 경제학자죠. 그런데, 사실 어빙 피셔는 이런 엄청난 업적과는 달리 20세기 경제사에서 '바보' 혹은 '빌런'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이자 경제 정책을 자문하는 지식인으로 영향력 있는 위치에서 1929년 대공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주식 투자 컨설턴트이자 주식 투자자로서 본인도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었거든요. 이 책에서 실비아 나사르는 어빙 피셔에게 그 업적에 상응하는 정당한 몫을 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피셔는 4장이 지나고 나서도 계속 나옵니다. :)
저도 3장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예전에 2장까지 읽고 관뒀었는데 왜 그랬나 싶어요...) 조셉 체임벌린과의 '을의 연애'에서 시드니 웨브와의 '갑의 연애'로 돌아서면서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여튼 이틀 공장체험한 게 하루도 안해본 마르크스와 큰 차이가 있었군요!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원형이 된 정책을 주조하고, LSE를 설립해서 수많은 엘리트와 싱크탱크 멤버들을 길러냈으니 현대 영국의 설계자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3장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보니 4장은 다소 덤담하게 마쳤네요. 밑줄 한 곳 긋지 않고... 제가 경제학 문외한이라 객관적 업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탓도 크겠지만 확실히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의 힘이 막강하긴 한 것 같습니다. @YG 님 올려주신 글 읽고 어빙 피셔를 검색해보니 그의 매력적인(그리고 안쓰러운) 스토리는 4장 이후에 펼쳐질 것 같네요. 빌런만 해도 억울할 텐데 바보 취급까지 당하게 되다니... 돈도 다 잃고...
슘페터의 기업가를 움직이는 추동력은 우선 돈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왕조 건설에의 욕망(“나만의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충동과 의지”)이었고, 두 번째가 지배하고 투쟁하고 남들에게 존경받겠다는 욕망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5장 창조적 파괴: 슘페터와 경제적 진화,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이 대목에서 문득 슘페터 본인이 바로 그 ‘기업가의 모델’에 해당하는 인물이었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자기애성 성격장애도 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막연하게 ‘뭔가 전경련스러운 인물’ 정도의 이미지만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삶을 들여다보니 재미있는 분이었네요.
3장을 이제 막 다 읽었습니다. 비어트리스가 누구랑 결혼하느냐...두근거리며 읽었네요. 경제학 책을 가지고 이런 밀당도 하다니 작가님 머리가 매우 좋으심. 체임벌린 같은 나쁜남자가 매력이 있지만...속으로 계속 안돼안돼 중얼중얼 하면서 읽었다죠.
2장에 나오는 마셜의 질문들을 읽으니 그의 책 <경제학 원리>가 읽고 싶어지네요. “그 엄청난 부” 한복판에 존재하는 “그 엄청난 궁핍”의 광경은 마셜로 하여금 프롤레타리아의 존재가 "필연"이라는 말, 사회가 사람들에게 믿으라고 가르치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인지를 자문하게 만들었다. 그는 “왜 모든 사람을 신사gentleman로 만들면 안 되나?”라고 자문했다.(93p) “노동자 참정권 시대가 오면서, 양쪽 정당 모두 노동표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치경제학”은 농장노동자의 임금인상, 빈민구제 등 모든 개혁들에 반대하는 구실이었다. 개혁이 국부의 증대를 둔화시킨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정치경제학의 아버지들은 여권을 옹호하고 노예제 폐지를 외치고 귀족계급이 아닌 중간층의 이익을 지지했던 당대의 급진 개혁가들이었던 반면에, 그들의 이론을 따르는 정치경제학자들은 노동과 맞서고 있었다.”(103p) "마셜의 강의는 현대사회의 핵심적 역설, 곧 풍요 속의 빈곤에 초첨을 맞추고 있었다. 마셜의 강의방식은 일련의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왜 산업혁명은 노동계급을 “비참과 악덕”으로부터 해방시켜주지 못했을까? 사유재산과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현행 사회구조에서 얼마큼의 개선이 가능할까?”(108p) "마셜이 알고 싶어한 것은 산업의 성공, 글로벌 교역의 성장, 전통적 윤리의 쇠퇴 등의 현상이 어떠한 미래를 만드는가였다.”(124p) “마셜이 물질적, 과학기술적 진보에 흥미를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자기가 좋아했던 소설가들처럼 그러한 진보가 사람들의 사유와 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 각각의 선택이 합쳐지면 사회적 선이 되리라는 보장이 있는가?”(128p)
3장 웨브와 복지국가 “비어트리스는 불평등은 불가피하지만 극빈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쳤다. 불평등이 남들보다 적게 가졌다는 의미에서의 가난이라면, 극빈은 이런저런 생필품의 결핍으로 인해 건강과 체력이 손상되고 결국 기력까지 손상됨으로써 결국 생명까지 위태로워지는 상태였다.”(212p) “그렇지만 웨브가 보았을 때, 살림국가는 사회주의 국가와는 달리 자유시장 및 민주주의와 완벽하게 공존할 수 있는 국가였다. 웨브가 그리는 복지국가는 그저 자유국가가 자연스럽게 진화한 형태였다. ~ 쇼가 보았을 때, 이 글에서 제기하는 목표들은 생산력 증대 및 임금상승이라는 마셜의 개념을 한참 넘어서는 것이었다.”(215p)
샌프란시스코 지진이 발생한 1906년에, 피셔는 호모 에코노미쿠스, 곧 ‘경제적 인간’은 멸망했고 자유방임주의는 죽은 이데올로기라고 선언했다. 미국과학진흥협회 총회 연설에서 그는 ”정부규제와 복지대책의 수용이 지난 50년간 경제적 견해에 일어난 가장 놀랄 만한 변화“라고 했다. 그가 보았을 때, 자유주의의 기본신조(사리를 좇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 최대 이익을 낳는다는 신조)가 틀렸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증명되었다. 정부규제와 자발적 개혁운동은 해롭지 않을 뿐 아니라 필요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4장, 258p,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4장 피셔 “그의 가장 흥미로운 통찰은 머리가 농간을 부린다는 통찰이었다. 그는 이것을 ”화폐환각“으로 명명했다. 피셔가 보았을 때,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해로운 이유는 사람들이 나쁜 결정을 내리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경제차원에서 화폐환각이 의미하는 바는 기업과 소비자가 물가와 이자율의 변화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에코노미쿠스(초이성적 계산기)가 아니라는 인식으로부터 두 가지 결론을 이끌어냈다. (의무교육 필요. 개인행동규제 필요) ~ 개개인이 모두 완벽하게 이성적인 경우에도, 사리의 추구가 반드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로 합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개인의 행동은 도시공원 체계를 생기게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유용한 도로망 같은 것을 생기게 하지도 않습니다.”라고 했다.”(259~260p)
2막 프롤로그도 흥미진진합니다. 308쪽 하이에크와 비트겐슈타인이 기차역에서 만나는 장면은 정말 신기하네요. 두 사람이 사촌 간이라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이 책에 조연으로 나온, 혹은 이름이라도 한 번 언급된 사람들로 인명사전을 만들면 고스란히 20세기 정치사, 지성사 사전이 될 수 있을 정도’라는 YG님 말씀이 과장이 아니었군요. 케인스야 당연히 나와야 하지만 버트란드 러셀과 버지니아 울프까지. 310쪽 프랭크 램지에 대한 부분을 읽고는 세상에는 참 천재가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이름 처음 들은 분입니다). 그래도 아는 이름이라고 312쪽부터 어빙 피셔가 망가지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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