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1장 새로운 기적 : 엥겔스와 마르크스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에게 불을 훔쳤다면, 산업혁명은 인간이 환경을 통제하도록 부추겼다. (51p)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영국의 생산력이 계속해서 여러 배씩 증가하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분배 메커니즘의 치명적 결함이 체제 전체를 붕괴시키리라고 확신했다. "(52p) "칼라일은 "영국에서 산업이 성공하고 부가 넘치는데, 국부 덕에 돈을 번 사람은 아직 없다. 국부는 마법에 걸린 부다."라고 호통쳤다."(54p) "그가 쓸 걸작의 주안점은 사유재산 및 자유경쟁 체제는 작동될 수 없으며, 따라서 "혁명은 불가피하다."라는 것을 "수학적으로"증명하는 것이었다. 그가 원한 일은 "현대사회의 작동법칙을 폭로"하는 것이었다."(70p)
1장을 읽으면서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해 당대 지식인들이 품었을 생각이나 감상을 한참 상상해봤어요. 경구피임약이나 질소비료가 발명되기 전이었고,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론이잖아요. 반박은 해야겠는데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분이었을까요? 저는 대체로 인간의 도덕적 직관은 수렵채집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 믿을만 하지 못하고 그보다는 이성을 따라야 한다는 주의인데, 그런 저에게 맬서스는 강한 반례가 됩니다. 지금 인간 본성이나 윤리 규범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인 이론 중에는 나중에 인구론 취급을 받을 얘기는 없을까도 생각해보고요. 진화심리학이든 사회과학 이론이든.
맬서스의 이론은 최근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성장의 한계를 최초로(!) 진지하게 성찰하고 경고했던 경제학자로요. (아마, 경제학자 중에는 맬서스가 과학자 가운데는 소련의 레센코가 21세기에 애초 그들이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재조명되는 이들이 아닌가 싶어요.) 당대 사람들이 느끼는 당혹감에 대한 코멘트,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사실, 질소 비료 나오기 전까지는 맬서스가 옳았죠! :)
아, 맬서스를 그런 각도로 볼 수도 있군요! 한때는 정말 동네북마냥 틀린 이론가로 언급되었는데... 인류가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게 되면, 지구 자원의 한계를 걱정하지 않게 되면 또 맬서스는 어리석었다 운운하게 될까요.
마르크스가 헨리 메이휴처럼 책상을 박차고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았거나 자기와 똑같은 문제와 씨름하고 있던 존 스튜어트 밀 같은 명석한 동시대인들과 교류했더라면, 세계가 자기와 엥겔스와 예견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73 ch. 1장 새로운 기적 : 엥겔스와 마르크스,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제가 있는 곳은 금요일 오전인데, 어젯밤에야 책이 도착해서 이제 막 프롤로그를 읽었어요.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나는 그냥 동화처럼 읽었구나, 책의 배경에 이런게 있었구나 싶어서 아침부터 무가 머리 한 대를 친것 같아요. 올해가 가기 전에 크리스마스 캐롤부터 제대로 읽어야지라는 다짐을 했어요.
Dickens’s depiction of the poor earned him satirical labels such as “Mr. Sentiment,” but the novelist never wavered in his conviction that there was a way to improve the lot of the poor without overturning existing society.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9,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He wanted them to stop treating poverty as a natural phenomenon, assuming that ideas and intentions were diametrically opposed. Dickens was especially eager for political economists to practice “mutual explanation, forbearance and consideration; something… not exactly stateable in figures.”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10,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와, 존스의 평전까지 벌써 살펴보셨군요. 언급하셔서 저도 오랜만에 책을 펼쳐서 옮긴이 서문을 다시 읽어봤어요. 이 책이나 서문을 안 읽으실 분들도 계실 테니 덧붙이면, 존스의 평전은 기존 마르크스주의자(예를 들어, 알렉스 캘리니코스 같은)의 아주 강한 비판을 받았죠. 특히, 마르크스가 말년에 '정통 마르크스주의'와 점점 멀어졌고, 급기야 그의 말년의 선호는 (그가 그토록 경멸하고 거부했던) 러시아의 촌락 공동체주의와 흡사했다는 주장은 충격적이기도 하고요. 옮긴이와 존스의 평전이 강조하는 것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 마르크스의 사상이 19세기 사회, 경제, 정치, 문화의 맥락에서 좌충우돌 형성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2. 그렇기에 마르크스의 사상은 체계적이고 일관성이 있기보다는 스스로도 계속해서 "틀어버리고 바꾸면서" 끊임없이 다시 쓰는 그런 것이었고, 그래서 오늘날의 시점에서 보면 "실패와 실패로 누덕누덕해진"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 3. 특히, 그 "틀어버리면서 바꾸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산한 여러 결과물은 그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걸작이라는 것. 그것은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준 19세기를 여러 측면에서 증언하고 분석하고 성찰할 뿐더러, 우리에게 끊임없이 현실의 모순에 주목하고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다는 것. 다음의 인용문도 소개합니다.
이 책(『카를 마르크스: 위대함과 환상 사이』)이 이룬 정말로 소중한 업적이 있다면, 마르크스가 그렇게 프로메테우스가 되어 사당에 들어앉아 모든 '쿨한' 진보파들의 수호신으로 영원히 향 냄새를 맡게 되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프로메테우스가 아니라 실패와 실패로 누덕누덕해진 시시포스이며, 그런 구린 땀내를 피우는 '찌질한' 존재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바로 여기에서 19세기 최고의, 아니 전 인류의 모든 지성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의 모습을 본다.
카를 마르크스 - 위대함과 환상 사이 39쪽,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지음, 홍기빈 옮김
토크빌 등 많은 유럽 평자들이 그랬듯이, 마셜 역시 미국을 거대한 사회 실험실로 간주했다. 디킨스,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트롤럽은 민주주의, 노예제도, 연방유지라는 (이제는 정리된) 옛날 질문들에 몰두했던 반면, 마셜이 알고 싶어한 것은 산업의 성공, 글로벌 교역의 성장, 전통적 윤리의 쇠퇴 등의 현상이 어떠한 미래를 만드는가였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급속도로 진행되는 곳이 미국이었다. 마셜이 케임브리지로 돌아와서 말했듯이, 그가 “미국에서 원한 것은 미래의 역사를 보는 것”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2장 프롤레타리아는 사라질 수 없나?,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이 대목 읽으며 생각나는 건데, 저는 지금은 한국이 일종의 사회실험실이고, 미래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 아닐까, 이런 생각도 문득 해봅니다. 모든 문화산업의 팬덤화-유튜브 콘텐츠화, 부의 세습 수단으로서의 사교육, 그리고 단순한 구호만 넘치고 파편화되는 정치 등등, 다른 선진국들도 한국처럼 되어가는 거 아닌가 싶은 현상들이 많아요. 그 모든 현상들이 한국에서는 아주 치열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사회 실험실'이라는 아이디어로 새 논픽션에 한번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 "한국은 인류의 미래인가?"라는 한국인의 국뽕을 자극할 수 있는 제목도 달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의도와 다르게 정말 국뽕물이 될 거 같은데요...? ㅎㅎㅎ 제 깜냥도 안 될 거 같습니다~.
장작가님께서 못하시면 그 누가 ㅠ
이제서야 1장 끝냈습니다. 챕터 하나가 기네요. 마르크스를 보면서 한량도 저런 한량이 있나! 엥겔스가 있어서 마르크스 운 좋았다, 라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박사까지 해놓고 교육에 나서기보다는 글을 쓰겠다고 했던건지! 오히려 엥겔스가 글로 더 인정을 받았던것 같고 하다못해 마르크스 이름으로 대필까지 해서 용돈벌이도 해주고, 생활비 대주면서 글 쓰라고 15년을 넘게 기다려주고! 그 와중에 본인은 좋은 집에서 마누라랑 애들까지 줄줄이 낳고, 한술 더떠 혼외자도 낳고… 진짜 읽으면서 가지가지한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거기에 우물안 개구리였던것까지 생각하면 왜 사람들이 마르크스, 마르크스 하는건지 다른 책들을 더 읽어봐야 알 수 있을까요? 저에겐 그냥 호구 친구와 그런 친구에게 빨대 꽂은 한심한 인간의 이야기였어요. 그나마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엥겔스와 마르크스의 배경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이 이 장에서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Marx never did step outside. He never bothered to learn English well. His world was restricted to a small circle of like-minded émigrés. His contacts with English working-class leaders were superficial. He never exposed his ideas to people who could challenge him on equal terms.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41,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마셜의 『경제학 원리』가 마침내 1880년에 나왔을 때, 이 책은 경제학이라는 흔들리는 학문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책을 통해서 마셜은 경제학의 지도지이자 정부가 조언을 청하는 권위자로 우뚝 섰다. 『경제학 원리』는 '사회주의'를 거부하고 사유재산 및 경쟁체제를 환영하고, 인간과 인간환경의 개선 가능성을 낙관하는 마셜의 태도를 구현했다. 이 책이 그려 보이는 경제학은 도그마가 아니라 "정신장치"였다. [……] 사유재산 및 경쟁체제 하의 기업은 똑같은 자원으로 (아니면 더 작은 자원으로)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속적 압력에 노출되어 있고, 사회의 시각에서 볼 때 회사의 기능은 생산성을 제고함으로써 생활수준을 제고하는 것이라는 교훈이었다. [……] 미국의 생산력 증대가 상상을 초월한 속도라는 명백한 사실은 기업이 (최소한 전체적으로는) 이 사람을 착취해서 저 사람을 배 불리는 일이나 금년이 작년 같고 내년이 금년 같은 공정을 반복하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셜이 공장 견학 중에 특히 인상 깊게 느낀 것은 경영자가 끊임없이 작은 개선 거리들을 찾는다는 것과 노동자 역시 끊임없이 더 나은 기회를 찾고 유용한 기술을 익힌다는 것이었다. [……] 회사가 경쟁에 직면해 생존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적응만으로는 부족했다. 회사가 가장 생산적인 노동자를 확보하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생산성 증대를 통해서 창출된 이윤을 점진적으로 노동자와 공유해야 했다. 밀 등 정치경제학의 아버지들이 부정했던 것이 바로 이 점이다. [……] 증거는 마셜이 옳았음을 확인해주었다. 국내총생산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추세였고 임금수준과 노동층 소비수준 역시 증가추세였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145-147 ch. 프롤레타리아는 사라질 수 없나? : 앨프리드 마셜,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좋다는 말이 많아서 사놓고서는 두께에 엄두가 안나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1월책 선정보고 이 기회에 함께 읽어봐야겠다 싶어 들어왔어요, 함께 완독까지 갈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어제야 책이 도착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1월에 버트런드 러셀이 자서전 <인생은 뜨겁게>를 읽고 있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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