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맞아요. 경제학책인데 문학작가들이 1장에 대거 포진하여 '괜찮아, 재밌는 책이니까 두꺼워도 끝까지 읽어~'라고 작가가 유혹하는 느낌이었어요. 1장은 제인 오스틴으로 시작하여 디킨스를 지나 발자크로 마무리되었네요. :) 특히 마지막에 발자크 <미지의 걸작> 언급할 때 감정이입해서 제가 다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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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읽으실 때, 헷갈리실 분이 있으실 수도 있는데 영국 런던에서 만국 박람회는 1851년, 1862년 두 차례가 있었습니다. 거의 10년 주기로 만국 박람회가 두 번 있었던 것이죠.
1장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메모했던 부분은 다음 인용에서 나오는 영국 런던에서 마르크스가 선택한 '자발적 지적 고립'이었어요. 만약, 마르크스가 당대 영국의 여러 지식인과 교류다운 교류를 했었더라면 마르크스 사상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봤답니다.
"마르크스는 책상을 박차고 나온 적도 없었고,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고 한 적도 없었다. 그의 세계는 그와 생각이 비슷한 소수 망명자들로 한정되었다. 영국 노동계급 지도자들과의 접촉은 피상적이었다. 그는 자기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자기와 대등한 수준의 사람들에게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 불과 1~2마일 거리에서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 생물학자 찰스 다윈,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 작가 조지 엘리엇 등등의 천재들이 살고 있었지만(그리고 거기서 토론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들과 만난 적도 없었고 학술적 서신을 주고받은 적도 없었다. 그는 공장주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기계화의 참상을 가장 열정적으로 묘사했던 저자 중 한 명이었는데, 놀랍게도 영국의 공장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75~76쪽)
3장에 나오지만, 마르크스가 당대의 스타 지식인이었던 스펜서에게 나중에 『자본』을 증정하긴 합니다. 스펜서의 지지가 책 판매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저도 이부분이 기억에 남았어요. 벽돌책이 재미있을수도 있구나 하면서 읽고있어요
인용하신 부분이 1장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마르크스에 대해 많이 실망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ㅎㅎ 또 엥겔스는 참 순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도 뒤늦게 따라가고 있는 중인데, 열심히 한번 해 보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1월 5일)은 2장 '프롤레타리아는 사라질 수 없나?'를 읽습니다. 이 장의 주인공은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프리드 마셜입니다. 마셜은 우리가 고등학교 때 사회(경제) 시간에 배웠던 수요-공급 곡선을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경제학과 수학을 결합해서 과학처럼 보이게 했고,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같은 아이디어로 현대 경제학 주류(신고전파 경제학)가 열광하는 경제학자로 유명하죠. 여기까지만 들으면, 경제학이 오늘날 현실의 삶과 동떨어지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경제학자 같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내일 읽을 2장은 이 반전에 주목합니다. 참, 월요일(1월 8일)에 읽을 3장은 거의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는데요. (저는 여러 번 웃었어요.) 분량이 많아요. 그러니, 다음 주 평일에 시간이 빠듯하신 분들은 3장도 미리 시작하시면 좋습니다. :)
마셜은 자기가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정보를 정리하고 검색하기 위해 ‘레드북’이라는 수제 공책을 발명했다. 각 페이지마다 음악에서부터 테크놀로지와 임금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연대순으로 정리돼 있었고, 마셜이 한 페이지의 여러 구멍 중 하나를 핀으로 찌르면 같은 시간대에 발생했던 다른 사건들이 나타났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2장 프롤레타리아는 사라질 수 없나? : 앨프리드 마셜>,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부리나케 따라잡고 있어 갑자기 2장을 언급하는 점 죄송합니다...) 2장에서 유독 이 대목에 꽂혔는데요, 제가 쓰는 메모 어플 ‘베어’에서는 태그 기능을 통해 손쉽게 메모를 분류하고 정리할 수 있는데 이걸 손수 구현한 마셜에게 존경심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레드북’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아서 요즘 핫한 Copilot(Gpt-4와 Dall-E을 연계한 ai 비서) 어플에 위 문장을 주고 그려 달라고 했더니 이런 걸 보여주더군요. 흥미롭기도 하고, 상상력을 ai에게 외주 줘버린 저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공유합니다.
저는 ‘레드북’ 부분에서, 오오 천재는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만들어 버리는구나?! 했어요. 공유해주신 코파일럿 예를 받고, AI시대를 사는 동시대인으로서 저도 경험담을 공유해보겠습니다. 7장 케인즈 챕터에서 1차 대전 뒷처리를 위해서 연합군 관계자들 모두가 파리에 모이는 대목이 나와요. 유명인사들이 머무르던 마제스틱 호텔에 “향후 베트콩의 지도자가 되는 호치민은 부엌에서 접시를 닦고 있었다” —> 이 문장 읽으면서, “호치민? 이 아저씨가 왜 거기서 나와? 왜 거기서 접시 닦아?” 하다가 너무 궁금해서 막 찾아 봤는데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ChatGPT에게 물어봤죠. 그랬더니 챗지피티가 무려 3문단짜리 긴 답변을 내놓았는데.. 역사적 증거나 믿을만한 정보없는 이야기다라고 단 칼에 내리치더군요.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호치민이 그 시기에 파리에 머물면서 정치적 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마제스틱 호텔에서 일한 증거는 없다고 해요.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마지막 세 번째 문단에서 “역사적 중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사적 기록과 제대로 된 자료를 보는 게 중요하다”며 꾸중(?)을 - 비난인가?-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졸지에 챗지피티에게 근거없는 가짜 정보 유포자 취급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문제의 세 번째 문단 인용해둡니다 ㅜㅜ It's crucial to rely on accurate historical records and reputable sources to understand the life and activities of historical figures like Ho Chi Minh. The claim about him working at the Majestic Hotel in Paris during World War I appears to be unfounded and likely a misconception or misinformation.
@소피아 님, 말씀을 듣고서 저도 찾아봤는데,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챗GPT 나빠요!) 호치민(1890년생)은 1911년 베트남을 처음 떠날 때도 보조 요리사 자격으로 배를 타고 프랑스로 건너갔고, 그 이후 1917년 혹은 1919년(프랑스 경찰 기록)에 다시 프랑스로 들어오기 전까지 수년간 미국에서 머무를 때도 생계를 주로 호텔 보조 요리사, 제빵사 등으로 꾸렸다는 구체적인 기록이 있더라고요. 그러니, 프랑스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독립 운동 조직 일을 하기 전까지 생계를 꾸리는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로 호텔 주방에서 일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여요. 나중에 프랑스 파리의 베트남 독립운동가로 활약하면서는 주로 사진사나 다른 허드렛일로 생계를 꾸리다가 밤에는 여러 회합 등을 조직했다네요. (참고로, 호치민은 1919년 6월 베르사유 회의 때 '베트남의 요구 사항'을 발표하면서 베트남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앗, 이것도 찾았어요. 영국(옥스퍼드 대학교)과 캐나다(토론토 대학교)에서 활동하는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이 2007년에 펴낸 책 가운데 『Paris 1919: Six Months That Changed the World』가 있어요. 1919년 파리의 베르사유 조약을 둘러싼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른 역사 책인데요. 이 책의 머리말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By any standard, the cast of characters that assembled in Paris in 1919 was remarkable, from Lawrence of Arabia to a small Vietnamese kitchen hand later known as Ho Chi Minh."
아니, 챗 GPT가 이제 사람을 꾸짖기까지 하는군요. 호치민이 파리의 (마제스틱호텔이 아니라) 리츠칼튼 호텔에서 주방보조로 일했다고 하는 웹문서도 찾았습니다. https://famoushotels.org/news/1919-ho-chi-minh-in-paris-the-vietnamese-at-the-ritz
https://en.qdnd.vn/politics/editorials-features/in-pictures-president-ho-chi-minh-s-journey-for-national-salvation-529973 1912~1913년에는 보스턴의 옴니파커호텔에서 주방보조로 일했고, 1913~1914년에는 런던의 칼튼호텔에서 주방보조로 일했다고 하네요. 주방보조면 접시는 당연히 닦았을 테고요. 호텔 주방보조가 호치민에게 익숙한 일자리이기는 했을 거 같습니다. 1919년 프랑스에서 살 때에도 호텔 주방보조를 하지 않았을까 추측은 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와아아아- 이건 마치 저노무 챗지피티따위에 패배할 수 없다며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 인류의 마지막 자존심- 집단 지성의 힘을 보는 듯 합니다. @YG 님이 알려주신 책 Paris 1919의 아마존 사이트 책소개에 이 문장이 있네요. “Ho Chi Minh, a kitchen assistant at the Ritz, submitted a petition for an independent Vietnam.” —> 나사르 씨가 이 책 참조한거 같아요. 7장 시작하면서 파리강화회의 열리는 부분 (하나의 장소에 서로 다른 열망, 이해, 좌절, 패배가 대차게 충돌하며 소용돌이치는 이야기)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인데, 마가렛 맥밀러 책도 엄청 재미있어 보여요. 하지만 800페이지 넘는군요.. @장맥주 님이 해주신 두 번째 링크 사진 - 호치민이 이름을 몇 번 바꿨군요! 꽤 젊었던 시절이네요. 챗지피티에게 야단맞고 해당 부분에 참조 주석 안 붙여주신 나사르 씨를 원망했던 것 반성합니다. 그럼 그렇지, 우리의 나사르 씨가 근거없는 멘트 날리실 분 아니야!
2장은 이 책의 전체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아주 중요합니다. 저자는 앨프리드 마셜이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여전히 경제학의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거칠게 한 단어로 요약하면 '성장'과 '혁신'인데요. 작년(2023년)에 함께 이언 모티머의 『변화의 세기』를 읽었던 분이라면 1부 프롤로그에서 맬서스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다름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1967년생 모티머는 '성장'이라는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역사학자의 입장이고, 그보다 한 세대 위인 1947년생 나사르는 그 대목의 성찰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이 부분은 제가 여러분과 다음에 읽을 벽돌 책으로 정해 놓은 안데레아스 말름의 신간 『화석 자본』(두번째테제)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화석연료 체제와 자본주의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작업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 온 환경 사상가이자 기후 활동가 안드레아스 말름의 첫 번째 저작이다. 이 책은 2016년 출간된 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그해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수상했다.
저는 맬서스에 대한 평가를 실비아 나사르의 아메리칸 스타일과 이언 모티머의 브리티쉬 스타일의 차이로 느꼈어요. 소설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이런 말을 했거든요. "미국인들은 인생을 심각하지만 가망 없진 않다고 믿는다.그 반면 영국인들은 인생은 가망 없지만 심각하진 않다고 믿는다" 진짜 정곡을 찌르는 명언이라고 생각하는 데, 두 저자가 멜서스 이론과 같은 부정적인 (하지만 타당한) 견해에 다른 관점을 보이는 것도 이런 게 아닌 가 싶었거든요. 아직 초반이라 조심스럽지만, 실비아 나사르 씨의 관점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상당히 미국적이라고 느껴져요. Go West를 외치는 프론티어 정신이 기본 장착되신 분 같기도 하고, 미국적 낙관주의가 만땅이신 분 같기도 하고..   하지만, YG님이 쓰신 글을 읽고 보니 역사학자와 경제학자의 차이일수도 성찰의 차이일수도 있겠다 싶네요.
한 가지 더! 1장과 2장을 읽으면서 우리는 마르크스와 마셜을 대비해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읽으면 다들 아실 테니, 한 번 살펴보세요! (현실에서도 우리는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기서, 여러분에게 이 책의 비밀을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재미가 있어서 페이지는 그럭저럭 넘어가는데, 도대체 앞에서 읽은 게 기억이 안 난다!' 이럴 때 참고할 만한 팁이 있습니다. 784쪽 '옮긴이 후기를 대신하여'에서 역자 선생님이 장 별로 가상의 드라마 시놉시스를 서비스로 덧붙여 주셨어요. 하하하!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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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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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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