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화이트가 매카시즘의 무고한 희생자는 아니었다'...'KGB 아카이브 자료들이 그들의 혐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치명적이었다'. 이런 표현을 인물에 대한 평가로 적시하고 있는 점이 제가 '단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동기입니다.^^ 화이트가 스파이가 아니라는 입장측에서는 "그가 소련과 소련의 위성국가들을 물밑에서 열심히 접촉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바꿔보려고 노력했고 그런 노력이 반역 행위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만난 사람 중 일부가 소련 스파이였을 수는 있지만, 화이트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도 접촉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해서요.
많은 사람들은 케인스의 이론, 케인스의 업적, 케인스의 영향 등으로 그를 기억할텐데, 이 책에서 케인스를 처음 만난 저에게 케인스는 “끝까지 눈을 가리는 안대나 귀를 막는 귀마개를 하지 않고 형형한 지성의 빛을 유지한 인물 - 휴브리스hubris에 빠지지 않은 인물”로 기억될 듯 합니다. 영웅은 자신이 영웅이 된 방식으로 몰락하는데, 그게 바로 자만hubris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라고 하죠. 케인스는 엘리티즘에 휩싸여 ‘나 잘났소’ 류의 행동과 말을 시전하는 인물로 알려진듯 합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해오는 명언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도 어쩌면 케인스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이 책에서 두 차례 진심으로 놀랐는데요, (1) 소련에서의 융숭한 대접과 호화로운 여정에도 불구하고, 또 당대에 비슷한 코스를 경험했던 지식인들의 눈이 흐려졌던 것과 반대로, 케인스는 소비에트 실체를 정확히 간파하는 판단력을 잃지 않는 부분, (2) 경제학계에서는 그야말로 슈퍼스타이자 모두가 추앙하는 인물이었을텐데, 영국 학사원 회원으로 조앤 로빈슨이 아닌 (케인스도 나처럼 로빈슨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게 아닐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학문적 이견이 있는 하이에크를 추천한 부분 -YG님이 올려주신 인용문 부분 그가 누린 명성, 그가 누린 영예, 그가 누린 (특히 학계에서의) 권력들을 생각해 볼때 결코 쉽지 않은 행보라고 생각했습니다.
@goodboy @소피아 화이트 본인은 동조자 정도의 포지션으로 생각했을 테고, 소련에서는 스파이나 포섭된 정보원으로 간주했겠죠. 이 차이가 논란을 낳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2018년에 불가리아 과거사 위원회가 프랑스 지식인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불가리아 공산 정권 간첩설을 주장해서 논란이 된 적도 있었죠. 제가 이 이슈를 쭉 따라가지 않았는데, 역시 비슷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어요.
그러고 보니, 함께 읽을 스파이 책으로 꼭 언급해야 할 책이 있네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퓰리처상수상작 『동조자』(민음사). 역시 박찬욱 감독이 HBO 드라마로 만들고 있고, 올해(2024년) 공개될 예정이라죠. 저는 국내에서 번역서 나오자마자 읽었는데 좋았어요. 이 책의 후반부에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 제작 과정을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소재도 있습니다. (『동조자』 뒷 얘기 『헌신자』도 있어요. 저도 읽을 책으로 찜만 해두었답니다.)
동조자첫 소설로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하여 미국 언론과 문단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첫 장편소설 『동조자』가 박찬욱 감독 연출로 HBO 드라마로 제작된다. 이를 맞아 민음사에서는 『동조자』를 새로운 표지로 합본 재출간했다.
지옥의 묵시록미국 특수부대의 윌라드 대위는 고향에 돌아갔다가 아내가 내민 이혼장에 도장을 찍고 다시 정글로 돌아온다. 혼돈과 막연한 갈망에 시달리던 윌라드에게 떨어진 임무는 캄보디아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 커츠 대령을 암살하라는 것. 커츠 대령은 한때 가장 뛰어난 군인으로 인정받았으나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 캄보디아에서 독자적인 왕국을 거느리고 있다. 윌라드 대위는 4명의 병사들과 함께 커츠 대령을 찾아 나선다. 폭염과 광기로 가득한 전투를 겪으면서 두려움과 공포로 이성을 잃어가던 그들은 마침내 커츠 대령의 왕국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윌라드 대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헌신자『헌신자』의 전작인 『동조자』는 베트남전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냉전 시대의 이념과 대립을 그려낸 작품이다. 『헌신자』는 『동조자』가 끝나는 대목인 ‘보트피플’의 베트남 탈출로부터 시작한다.
며칠 휴가 다녀와 밀린 부분을 읽고 있는데...과외로 풀어놓으신 책들보면서 흥분하고 있네요. 얼른 따라잡아 완독까지 달리겠습니다.
"여러분이 내 철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내가 다른 무엇보다 옹호하는 것이 전 세계의 자유무역임을 아실 것입니다. 상호무역 프로그램이란 세계무역을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런 조치라면 나는 당연히 찬성입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602 ch. 15장 예속에서 벗어나는 길: 하이에크와 독일의 기적,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하이에크가 미국 보수파의 총아가 되었던 것은 잠시였다. 하이에크는 대부분의 공화당 정치가를 경멸했고, 모든 자동차를 경멸했고, 국민 의료보험이 없고 정부출연 연금이 없는 것을 포함해서 미국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을 경멸했다. [……] 그로부터 몇 년 후에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은 마거릿 대처 시대 보수파 부활의 경전이 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초에 소련이 붕괴하고 자유시장 개혁이 동유럽과 아시아로 확산되면서 하이에크는 전 세계 보수파의 영웅이 되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613 ch. 15장,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1월 25일)은 16장 '주인되는 도구: 워싱턴에 간 폴 새뮤얼슨'을 읽습니다. 이번 장의 주인공은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입니다. 새뮤얼슨은 이른바 오늘날 주류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는 '신고전파 종합'이라는 틀을 만든 경제학자입니다. 존 F. 케네디의 경제 정책을 자문한 것으로도 유명하고요. 하지만, 그의 20세기 경제학에 대한 영향력은 한때 가장 널리 읽혔던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였기 때문이죠. 그가 쓴 교과서는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의 교과서가 나오기 전까지 가장 인기 있는 경제학 교과서였습니다.
폴 새뮤얼슨도 경제학 여러분야에 걸쳐 굉장한 업적을 남겼고 개인사도 흥미롭네요. 할애된 지면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내용이 많이 우겨넣어진 느낌인데 더 자세한 내용들도 알고싶어졌어요. 버니바 부시의 유명한 <과학> 보고서에 참여했다는 부분도 흥미롭고, 전시에 군을 위해 한 일도 더 궁금하고, 케네디와 사제관계였다는 점도 저는 처음 알아서 재미있었네요. 프리드먼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더 궁금하구요. 아버지의 어설픈 부동산 투기로 가정경제 파탄, 대공황을 정통으로 맞은 성장과정을 보며 그의 문제의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본질적으로 이 책은 새로운 케인스주의 경제학과 마셜에게 물려받은 경제이론을 통합하는 책, 아울러 마셜이 그랬듯 저자 자신의 통찰과 기법을 삽입하는 책이었다. 『경제학: 개론적 분석』 4판에서 새뮤얼슨은 자신의 접근방식을 “신고전주의적 종합”으로 명명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6. 워싱턴에 간 새뮤엘슨,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새뮤얼슨은 경제학자로는 최초로 명예교우회(영국 대학의 고급정찬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하버드의 주목할 만한 제도)에 선출되었다. 이 제도가 여러 학과의 젊은 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3년간 학위취득을 보류하는 것, 그리고…… 사유하는 것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6. 워싱턴으로 간 새뮤얼슨,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2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은 몇 차례 의논하고 예고한 대로 『경제학자의 시대』(부키, 2022)로 정했습니다. 다음 주에 이 모임 끝나고 나서, 조금 쉬다가 2월 5일부터 읽기 시작하는 일정입니다. https://www.gmeum.com/gather/detail/1154
새뮤얼슨은 뭔가 현대 경제학에 큰 영향을 준, 나름 중요한 인물같은데, 할당된 분량도 적고 저도 읽는 중에 3막 챕터들을 주루룩 읽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그와중에 “슘페터는 『경제분석의 기초』가 걸작이라고 공언했으며, 옛 제자 새뮤얼슨에게 "저녁에 읽으면 흥분에 밤잠을 설친다."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 이 부분 읽고 약간 열받음. <경제분석의 기초>같은 책을 저녁에 읽으면 고속 취침모드로 깊은 숙면에 들어야지 왜 밤잠을 설치냐?
새뮤얼슨이 워싱턴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케네디와의 인연이죠. 여기서 케네디를 놓고서 또 곁가지 책 얘기를 해볼까요? 이 책 읽기를 시작할 무렵에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 이벤트가 '그믐'에서 진행되었었죠. 사실, 저는 그 책에 불만이 많습니다. 1989년에 나온 그 책은 제 기준에서는 너~무 낡고, 또 그 책이 나온 1980년대 경제학의 시각이 아주 치우친 관점의 책이거든요. 마치 1992년에 나온 유시민 씨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의 거울상이라고나 할까요. 심지어 토드 부크홀츠가 1961년생이니까,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는 20대 후반에 쓴 책이죠. 유시민 씨가 30대 초반에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을 쓴 것과도 비슷하게 겹치네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쓴 것이라서 후졌다는 게 아니라, 저자의 나이와 당시의 세계관 또 시대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서 읽어야지 고전으로 칭송할 책은 아니라는 얘기죠. 아무튼,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토드 부크홀츠가 소설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카스트로 유전자』(리버스맵, 2009). 원서는 2007년에 나왔고 한국에서는 2009년에 번역되어 소개되었죠. '그래, 소설은 어떠나 보자' 하는 심정에 읽기 시작했고, 역시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설정은 흥미로웠어요. 이 소설의 소재가 바로 케네디 암살 사건의 진실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부크홀츠가 평소 케네디를 얼마나 한심한 리더로 보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 스티븐 킹도 케네디 암살 사건을 놓고서 소설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예 제목이 케네디 암살 사건 당일입니다. 『11/22/63』. (바로 이날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도 사망했습니다.) 이 소설은 아주 감동적인 연애소설입니다만, 킹이 역사와 케네디를 보는 시각을 부크홀츠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살짝 귀띔하자면, 킹도 케네디에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3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 현대 경제사상의 이해를 위한 입문서21세기 최고의 경제학 교양서가 최신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맬서스의 인구론, 마셜의 수요공급 곡선,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이론,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까지. 300년 경제학 역사를 이끌어온 거장들의 사상을 한 권에 담은 가장 쉽고 권위 있는 경제학 교과서다.
카스트로 유전자 - 선택된 자의 운명경제학 입문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로 잘 알려진 토드 부크홀츠가 이번에는 소설가로 변신했다. 이 책은 '정치 금융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한다. 월스트리트에서 쿠바의 뒷골목까지 넘나들며 글로벌 거대 자본이 만들어낸 스펙터클한 비밀계획을 다룬 이야기이다.
[세트] 11/22/63 1~2 세트 - 전2권스티븐 킹만의 개성넘치는 상상력과 탄탄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 대통령 암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시간여행자를 주인공으로 현대 미국인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서거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케네디가 정말 한심한 리더로 나오고, 케니디 암살 사건의 진실이 소재이고, 케네디 암살 당일이 나오는 소설 한 권 저도 추천합니다. 분위기나 문장이나 폭력 묘사나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소설인데, 저는 아주 좋게 봤어요. 제임스 엘로이의 『아메리칸 타블로이드』입니다. 케네디뿐 아니라 그 시대의 유명인사들이 전부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
아메리칸 타블로이드제임스 엘로이 소설. FBI 특수요원 켐퍼 보이드, 경찰 출신의 건달 피터 본듀런트, FBI 도청 전문가 워드 리텔 세 남자를 중심으로 1950년대 말 존 F. 케네디가 다음 대통령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암살당하기까지 FBI, CIA, 재계, 정계, 연예계, 마피아까지 얽힌 거대한 음모를 다룬다.
『아메이칸 타블로이드』를 잊고 있었네요! @장맥주 님의 제임스 엘로이 애정은 여전하시죠? :)
엘로이 사랑은 여전한데 새로 읽은 건 없어요. ^^;;; 원서를 몇 권 샀는데 다 너무 두꺼워서 읽다 포기했습니다. 『아메리칸 타블로이드』는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L.A. 컨피덴셜』에서는 디즈니랜드, 미키마우스를 다른 이름으로 바꿔 쓴 엘로이가 『아메리칸 타블로이드』에서는 그냥 실명들을 왕창 씁니다.)
이번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은 그나마 개정 4판이고 서문 보시면 내용이든 저자의 생각이든 무엇이 바뀌었는지(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알 수 있는데...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개정 작업이 2004년에서 멈췄...
네, 널리 읽히는 분야별 교양 책도 시간에 따라서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답니다;
저도 이 포스트에서 스티븐 킹을 보고 곁가지 쳐보자면, 14장에서 케인스 부인 리디아가 브레튼우즈 회담때문에 뉴햄프셔주의 마운트 워싱턴 호텔에 머물면서 시어머니에게 호텔 상태에 대해 불평하는 편지를 보내잖아요? 그 부분 읽으면서 대체 어떤 시설이길래..하고 또 몹쓸 호기심 발동하여 호텔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현재는 Omni Mount Washington Hotel로 이름바꾼 4성급 사연많은 호텔). 지금봐도 언덕 위에 지어진 규모있는 호텔인데, 그 호텔이 스티븐 킹의 <샤이닝>에 나오는 오버룩 호텔에 영감을 준 건물이라네요? 스티븐 킹 고향인 메인주 포틀랜드와 그닥 멀지않은 곳에 위치하고 역사적으로도 유명해서 스티븐 킹이 방문했는데, 딱 보고 ‘저거다!’싶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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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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