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두 번째 읽으니까 저는 오히려 마셜이나 슘페터에게 호의적이었던 저자의 메시지가 부각되더라고요. 저자는 혁신도 중요한 고리로 생각하는 듯해요. (개인적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대한 고민은 거의 부재하는 터라서 나중에 그런 문제의식까지 확장한 경제학 책을 이런 느낌으로 한 번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아무튼 완독 축하(?)드려요. 괜히 책 권한 처지에는 후기가 궁금한데. 나중에 벽돌 책 칼럼 등으로 정리하시면 그때 보겠습니다. :)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YG
장맥주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저자 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주의와는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도 역설적으로 ‘자본주의가 역시 대단하구나, 위대하구나, 필연이구나’ 하는 찬양은 삼가게 만드는 책 같아요. 오히려 ‘250년쯤 전에 자본주의라는 아이디어가 괜찮기는 했지만 흠결도 많았고 지금 수준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면서 그럭저럭 굴러가게 하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천재들)이 애썼다, 지금도 여전히 빈틈이 많이 있겠지’ 하는 생각이 커집니다.
소피아
“참 많은 사람(천재들)이 애썼다” —> 오오오, 이게 바로 제가 느끼는 이 책의 장점? 메세지?입니다.
제가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the giants”란 말을 꽤 좋아하거든요. 여지껏 아이작 뉴튼의 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저번 달 벽돌책 <변화 의 세기>에서 이 말의 기원이 중세 시대라는 것을 배웠어요. 아이작 뉴튼은 자기보다 앞서 걸어가며 길을 인도해준 선배 과학자들의 업적를 디딤돌 삼아 자신이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다,는 뜻으로 말한 걸로 기억해요. 즉, 자신은 그 선배과학자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난장이라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어요. (과학에 무지한 저는 구체적으로 어떤 어깨인지는 알 수가 없네요, 흑흑)
알프레드 마셜이 수요공급 곡선을 그려서 넘겨주니 어빙 피셔가 화폐와 통화 흐름에 대한 이론을 수립하는 이런 과정이야말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나는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인류는 다른 위기를 겪고 난제를 만나지만, 앞선 사람들이 쌓아올린 지혜와 지식으로 매번 길을 찾고 또 앞으로 나아가는 감동적인 모습이 이 책에도 있거든요.
경제학에 무지한 경알못이라 설명이 참으로 초라하군요.
장맥주
저는 성장의 한계에 대해서 최근에 꽤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환경위기도 그렇지만, 이제 선진국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좋은 삶’과 무관한 문제가 되지 않았나, 혹은 ‘좋은 삶’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권력과 진보』를 읽고 다른 책들도 읽어보겠습니다. (추천 환영입니다. ^^)
장맥주
아마르티아 센의 대표작인 『자유로서의 발전』으로는 얼마 전에 그믐에서 독서 모임도 했었어요. 책도 함께 추천합니다.
https://www.gmeum.com/meet/345
자유로서의 발전아시아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의 ‘마더 테레사’, 아마티아 센.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웅대한 문제의식의 결정판으로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장이야말로 진정한 발전의 목표임을 실증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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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터진달팽이
작년에 정말 재밌었죠^^ 피치를 올려야는데 감기때문에 골골거려 아 직 참 재미는 못보고 있네요;
YG
@장맥주 @느려터진달팽이 저는 아마르티아 센의 『정의의 아이디어』도 감동적인 책이었어요. '완벽한 정의'나 '완벽한 공정성'이라는 허망한 이상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실의 부정의'를 하나씩 제거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짜 정의를 비틀거리면서 찾아가는 인간적인 방법이라는 접근. (국회의원으로서의 행보에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YG와 JYP의 책걸상'에 출연해서 추천했었던 책이기도 하죠.)
정의의 아이디어홉스, 로크, 루소, 칸트부터 롤스, 노직, 고티에, 드워킨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은 이들 질문이 점령해 왔다. 그러나 아마르티아 센은 이러한 주류 정의론에 결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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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터진달팽이
정의의 아이디어도 센 선생님께서 쓰셨군요^^ 담아두었습니다~ 사람이 이상해서 ㅋ 정의 들어간 거는 거의 찾아다가 읽었는데요. 내공이 부족하야;; 센 선생님 책은 한 권 밖에 못 팠네요. 그것도 그믐 덕분에 할 수 있었지요! 찾아서 들어볼게요. 책걸 상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도 들어야는데 역시 담아만 두었;;
장맥주
만에 하나 증보판이 나온다면 아마르티아 센에 이어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가 언급이 되려나요.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는 인상적으로 읽었고,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은 관심은 가는데 아직 못 읽은 책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골드만삭스 공동 선정 2011년 올해 의 책, 아마존 영국 ‘거시경제학’ 분야 1위.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 생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빈곤 해결도 없다고 보고 15년간 40여 개 나라의 빈곤 현장을 돌며 실시한 생활 밀착형 연구가 담긴 책이다. 인간 본연의 ‘경제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춰 가난을 뿌리 뽑을 방법을 실증적으로 찾아낸 성과가 담겨 있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우리에게 우리 시대가 직면한 긴박한 문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관점을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시의적절하게 제시한다. 저자들의 깊은 통찰을 통해,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서 있는 우리 세계의 문제점과 역량 모두를 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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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은 배너지, 뒤플로 두 부부(사제)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현대 경제학의 과제와 쟁정을 총정리해놓은 교과서 같은 책이러다고요. 일단, 통독하고 비슷한 문제가 눈에 띌 때마다 해당 부분만 찾아서 읽기 좋습니다.
YG
아, 실비아 나사르의 증보판은 힘들지 않을까요? 1947년생이면 올해 만 77세인데. 다른 역량 있는 작가를 기다려야겠어요.
장맥주
어이쿠, 그렇군요. 이 책도 60대에 발표하신 거네요...!
YG
딱 책 두 권 쓰셨어요. :)
장맥주
타석에 딱 두 번 들어섰는데 두 번 다 홈런을 날린 타자를 보는 느낌입니다. 부럽습니다...
YG
하지만, 훌륭한 타자로 칭송받는 사람은 안타를 여러 번 치고 가끔 홈런도 치는 사람입니다. 장 작가님, 응원합니다! :)
소피아
@장맥주 @YG - 저도 중간에 나사르 씨 책은 왜 2권 뿐인가에 열 받아서(?) 이력을 검색해봤어요. 2012년경에 이 책이 나왔는데, 바로 다음 해부터 큰 송사에 얽히셨더라구요. 콜럼비아 대학의 기금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나사르 씨가 고소를 한 케이스인데, 이게 나사르 씨의 명성 (뷰티풀 마인드)때문에 세간에 관심을 끌었고 사태가 좀 커진거 같아요. 중간에 콜럼비아 대학교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결과는 나사르 씨가 패소한 걸로 보도되었어요. 그게 2014년 기사이니, 이후 아무래도 대학에서도 나왔으리라 짐작되고 이렇게 큰 소송전에 겪고 나서 절필하셨나? 싶어서 안타깝더라구요.
YG
앗,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는 신간을 준비 중이신가, 하면서 찾아봐도 집필 중이라는 이야기가 없어서 기력이 달리시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는데요.
장맥주
급 관심이 생겨서 검색해보니(그래봤자 영문 위키피디아) 실비아 나사르 여사님이 기자이자 칼럼니스트로도 오래 활동하셨네요. 무려 그리고리 페렐만을 유일하게 인터뷰한 분이시라고...! 페렐만을 깎아내리려 했던 중국계 미국인 수학자 야우싱퉁 인터뷰도 하셨던 모양입니다. "뷰티풀 마인드"와 "사람을 위한 경제학" 사이도 13년 기간이 있는데 페렐만 인터뷰 등등 여러 가지 다른 바쁜 일들 하시면서 이렇게 품 많이 들어갈 논픽션 대작을 쓰려면 그 정도 시간 걸리겠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피아
야우싱퉁이 유명한 수학자인가요? (필즈상 수상자라니 당연 유명하겠죠?;) 위키피디아에도 나온 대로, 나사르 씨가 2006년에 공저로 뉴요커지에 발표한 아티클 Manifold Destiny가 대단했는데- 소재가 푸앵카레 추측? Poincare가 뭔지 몰라 헤맸네요 ^^;;- 야우싱퉁이 자기 이야기 부분이 맘에 안들어 고소하겠다고 한바탕 난리쳤나봐요. (원래 자기 이야기 맘에 안들게 나오면 고소 카드 꺼내드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암튼, 고소까지는 가지 않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나사르 씨가 그 무렵부터 생존 인물을 쓰지 말고 (삐끗하면 고소들어올 수 있으니), 저승에 있는 인물 위주로 쓰자라고 결심한 게 아닌가 싶어요. 결과물이 <사람을 위한 경제학>.
거기 위키피디아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 있던데요? 독일인 어머니와 우즈베키 스탄 아버지- 근데 그 아버지가 CIA요원. 그래서 그런지 구글 연관 질문에 ‘나사르 아버지는 누구인가’가 올라와 있어요. 사람들 관심은 모두 비슷한가봐요 ^^
장맥주
실비아 여사님이 정말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생존 인물 쓰지 말자고 결심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저도 실비아 나사르 아버지 Ruzi Nazar의 일대기가 흥미로워서 관련 항목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무슨 소설 같지요? 야우싱퉁은 저명한 수학자이기는 한가 봅니다. (수상 경력과 재직 학교 외에 업적 내용은 이해를 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