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8장은 경기(호황과 불황)에 대한 여러 경제학자들의 태도가 내생적 원인vs. 외생적 원인, 제어 가능 vs. 제어 불가능, 악기능 vs. 순기능으로 비교해서 잘 정리되어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슘페터의 고난과(왤케 별로 안타깝지 않지..) 하이에크의 등장! 역시나 언급되는 문학작품!(츠바이크의 <보이지않는 수집품> 등) - 시대별로 언급된 작품들 목록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ㅎㅎ
그래도 8장에서 하이에크의 혜안이 놀랍지 않습니까? 다들 낙관하고 있을 때, 공황을 예상하다니. 하이에크는 알면 알수록 인간 본질과 상호 작용(사회)의 본질을 예리하게 포착한 사상가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책 후반부와 다음 달에 (어쩌면) 보게 될 진짜 '빌런' 밀턴 프리드먼이 경제학자였다면 하이에크는 사상가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고 생각해요.
저 지금 8장 읽고 있는데, 슘페터 또 나와서 반갑;;;; 자꾸 생각하다보니 정들라고 하네요 하하하하하. “슘페터가 받은 낙하산은 매우 가치있는 황금낙하산이었다” —> 이 문장 읽으면서, 아~ 이 미꾸라지 또 빠져나가나? 싶었어요.
하이에크는 프리드리히 폰 비저의 강의를 들었고, 카를 멩거와 오이겐 폰 뵘-바베르크 같은 오스트리아 경제사상가들의 저작을 읽었다. 그러나 빈이 커피숍 1만 개의 도시, 심각한 주택 부족의 도시, 능력을 발휘할 일자리가 없는 잉여 지식인의 도시였다는 것에서도 짐작되듯, 하이에크의 가장 중요한 교육은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동급생들과의 토론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8장,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장맥주 참, 작가님! 주말에 11장까지 달리신 것 같으니 미리 첨언드리자면, 515쪽에 프랭크 램지가 "잘못된 전제에 근거해 있음을 밝혔"다며 스물한 살에 밟았다(비판했다)는 더글러스 사회신용 제도가 오늘날 기본 소득의 원형과 같은 아이디어입니다. 근대 이후 역사 속에서 기본 소득 제도가 계속해서 반복, 변형 등장하는 과정을 짧게 브리핑한 좋은 책은 기본 소득에 비판적인 김공회 선생님의 이 책입니다.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 - 기본소득을 넘어 국가를 다시 생각해보기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기본소득론을 전면 비판하는 책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저자 김공회는 기본소득의 역사와 자본주의 발달사를 함께 재점검하면서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그동안 기본소득론자들은 무엇을 주장했고 그 모순은 무엇인지를 밝힌다.
오, 이번에도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기본소득에 대해 갈피를 잘 못 잡겠는데 비판적인 시선으로 다루는 책이라니 더 관심이 갑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금요일에 예고했던 대로 오늘(1월 15일)은 8장을 읽습니다. 내일(1월 16일)은 9장을 읽어요. 9장에서는 대공황 직전인 1920년대에 낙관주의를 펼쳤던 케인스와 어빙 피셔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성애자 케인스가 러시아 발레리나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그 유명한 '승수 효과'의 맹아 그리고 피셔의 가장 화려했던 기시가 펼쳐집니다. 케인스의 유명한 어록 가운데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7장을 읽는 동안에는 유독 케인스가 받은 교육 과정과 지적 능력 형성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케인스는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났고 (천재의 디폴트) 그래서 그 좋은 머리로 무엇이든 - 좋게든 나쁘게든- 될 수 있었겠지만, 그를 우리가 아는 (라고 쓰고보니 저는 케인스 이름만 아는군요;;) 바로 그 케인스로 만든 것은 후천적으로 길러진 어떤 특별한 능력 덕분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케인스 천재성의 핵심은 어마어마한 통찰력이 아닐까 하는 어설픈 추측을 해봤습니다. 모든 현상을 꿰뚫고 전체를 아우르며, 결정적으로 그 너머를 볼줄 알더군요. 이 남다른 통찰력은 모종의 훈련 과정을 거쳐 쌓아올린 능력일텐데, 그게 뭘까? 엄청 궁금해지더라구요. 이튼 스쿨이나 케임브리지의 교육 방식? 지식인과의 지속적인 교류? 자신의 경험? 부모의 특별한 노력? 정서적 환경? 교우들에게서 오는 지적 자극? 기록광적인 습관? 제도권 안에 있는 몸과 자유로운 영혼의 결합? 후대 사람들이 이어지는 2차 세계대전의 원인 중 하나로 독일의 경제파탄을 지목한 걸 떠올려보면, 케인스의 통찰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마셜플랜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고 (쟤네를 어느 정도 숨쉬게 해놔야 우리도 약을 팔 수 있다? 뭐 이런거?), 작년 초에 읽었던 미국의 도시경제학자가 쓴 책에서도 극빈국에 대한 적극적 원조는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도 잘 사는 길이라며 원조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본 듯 하네요. 경제학자들의 관점이란!
저는 536쪽 언저리에서, 케인스의 진짜 힘은 낙관주의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어요. 인생을 잘 사는 건 천재들이 아니고 낙관주의자들이다, 천재이고 낙관주의자면 더 좋은 거고, 하고요. 타고난 비관주의자라 부럽기만 하네요.
10장 초반 부분 읽고 있는데,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케인스는 다 가진 인물입니까!
케인스는 연합국 배상위원회의 액수가 독일 금 보유고, 증권, 선박, 원료재고, 공장, 기계 등의 전전 가치 추정치보다도 두 배가 많음을 지적했고, 배상액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독일이 부채를 거부할 위험을 증가시켜 결국 영국의 경제적 이익에 해가 되리라고 경고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케인스는 글로벌 경제, 특히 유럽 경제가 얼마나 분화되어 있는지, 각 부분들이 얼마나 상호 의존적인지, 심리적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 이로써 한 부분의 고장이 얼마나 손쉽게 다른 부분들 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인물이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잠간 맥?흐름이 잘 안 잡혀서 주말에, 추천해주신 <케인스 vs 슘페터>를 읽었드랬습니다. 읽다가 흥미로운 구절이 있어서 슘페터의 책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읽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출산이 자본주의 멸망의 척도"라니 2024년 한국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뭔가 섬뜩한 구절이라 어떤 맥락에서 이런 내용을 썼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러나 얼마 후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기업가 자신이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스스로의 '효용'을 최대화하는 '보통 사람'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개인 효용의 최대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용을 냉정하게 계산하는 순간부터 저출산 현상은 시작된다. 슘페터는 기업가정신의 쇠퇴를 나타내는 징후로 저출산의 진행을 들고 있다! ...<중략>... 슘페터는 자본주의 멸망의 척도로서 저출산을 들고 있다. 저출산 시대를 사는 현대의 자본가 계급, 일족이 아닌 개인의 효용을 최대화하는 자본가 계급은 과거에 그들이 가져야 했던 에토스를 이미 철저하게 상실했다." <현실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케인스 vs 슘페터>, 요시카와 히로시, 227p
경제학자 이스라엘 커즈너에 따르면, 1920년에 경기주기 연구들의 기본적 질문은 자본주의는 작동될 수 있는가, 사유재산과 자유시장의 경제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는 공황과 불황이 경제체제에 의해서 발생하며 결국은 경제체제를 파괴하리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앨프리드 마셜은 불황의 원인이 경제 바깥에서 비롯되는 임의의 충격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취했다. 슘페터는 경기순환이 체제에 내재적이되 본질적으로 체제에 유익하다고 봄으로써 마르크스를 물구나무 세웠다. "흔히 호황은 사회적 번영과 연결되고 불황은 생활수준의 하락과 연결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슘페터는 1848년 이래 빈번한 위기와 불황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생활수준은 몇 배씩 향상되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411-412 ch.8장 기쁨없는 거리: 빈의 슘페터와 하이에크,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슘페터의 경제발전 이론에서 보았을 때, 호황은 불황으로 이어지지만, 경제는 본질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체제가 위태롭다면, 위험의 원인은 정치에 있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불황을 실패의 신호이자 불안정의 원천으로 보았다. 슘페터는 정반대의 관점을 취했다. 순환은 발전의 원천이므로, 불황은 건강한 현상이었다. 곧, 불황은 비효율적 회사들을 몰아내는 방법이자 기업들로 하여금 비용을 조절하고 공정을 합리화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회사들과 업종들의 죽음은 인간들의 죽음만큼 불가피한 일이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면서, "업종과 개인의 지위와 생명의 형태와 문화적 가치와 여러 이상들은 거대한 경제적, 사회적 과정 속에 사회적 규모로 무너지고 결국 사라진다. 이 과정을 영구 차단할 수 있는 해법이란 없다."라고 슘페터는 단언했다. 그러나 죽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했다. 성장은 경영 수완, 노동 등의 자원들을 옛 업종에서 새 업종으로 전환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니 진보를 원하는 나라는 불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슘페터가 즐겨 했던 말을 빌리자면, 좋든 싫든 "호황과 불황의 교체는 경제발전이 자본주의 시대에 취하는 형태"였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412-413 ch.8장,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 이 말 자체는 과장일 수 있겠지만, 아인슈타인이 베른 특허청에 앉아 졸았던 경험을 계기로 특수상대성 이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하듯, 하이에크가 급여의 폭발적 상승과 구매력의 감소를 경험함으로써 화폐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418 ch.8장,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미제스가 보았을 때 계획이 시장을 대체하는 것의 문제점은 시장이 없으면 계산하는 데 필요한 시장가격도 없다는 점이다. 가격을 임의로 정하면 안 될까? 안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생산자가 시장을 위해서 생산하지 않고 구매자가 시장에서 구매하지 않는다면 그 가격은 시장가격이 아닐 것이다. 그 가격은 상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주관적 기호를 반영하지도 못할 것이고 상품공급 여부를 정하는 업체의 계산을 반영하지도 못할 것이다. 시장가격이 아니라면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할 것이다. 내가 지금 수익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엉뚱하게 낭비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사회주의화 논쟁은 그리고 시장이 정보를 계산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미제스의 시장관은 하이에크에게 엄청난 감명을 주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420 ch.8장,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524쪽, 비어트리스-체임벌린만큼은 아니어도 조앤 로빈슨과 리처드 칸의 ‘썸’도 재미있었습니다. 로빈슨 이때 기혼자였던 거죠? 썸남에게 “상사병 고치고 와”라고 하다니 멋지시네요.
562쪽, ‘탁월한 개인에게 주어져야 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은 슘페터의 중년기 성향 내지 우울증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 분명했다.’ ㅎㅎㅎ 저는 이 문장이 왜 이리 웃기죠.
“나는 조용히 현재를 즐기는 능력을 아주 일찌감치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인생에 흥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의 미래계획입니다. 내가 만족스러웠을 때는 대개 내가 계획했던 것을 해냈을 때였고, 내가 굴욕스러웠을 때는 내가 세운 계획을 행하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13장 망명: 전쟁 중의 슘페터와 하이에크,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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