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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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것도 찾았어요. 영국(옥스퍼드 대학교)과 캐나다(토론토 대학교)에서 활동하는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이 2007년에 펴낸 책 가운데 『Paris 1919: Six Months That Changed the World』가 있어요. 1919년 파리의 베르사유 조약을 둘러싼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른 역사 책인데요. 이 책의 머리말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By any standard, the cast of characters that assembled in Paris in 1919 was remarkable, from Lawrence of Arabia to a small Vietnamese kitchen hand later known as Ho Chi Minh."
아니, 챗 GPT가 이제 사람을 꾸짖기까지 하는군요. 호치민이 파리의 (마제스틱호텔이 아니라) 리츠칼튼 호텔에서 주방보조로 일했다고 하는 웹문서도 찾았습니다. https://famoushotels.org/news/1919-ho-chi-minh-in-paris-the-vietnamese-at-the-ritz
https://en.qdnd.vn/politics/editorials-features/in-pictures-president-ho-chi-minh-s-journey-for-national-salvation-529973 1912~1913년에는 보스턴의 옴니파커호텔에서 주방보조로 일했고, 1913~1914년에는 런던의 칼튼호텔에서 주방보조로 일했다고 하네요. 주방보조면 접시는 당연히 닦았을 테고요. 호텔 주방보조가 호치민에게 익숙한 일자리이기는 했을 거 같습니다. 1919년 프랑스에서 살 때에도 호텔 주방보조를 하지 않았을까 추측은 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와아아아- 이건 마치 저노무 챗지피티따위에 패배할 수 없다며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 인류의 마지막 자존심- 집단 지성의 힘을 보는 듯 합니다. @YG 님이 알려주신 책 Paris 1919의 아마존 사이트 책소개에 이 문장이 있네요. “Ho Chi Minh, a kitchen assistant at the Ritz, submitted a petition for an independent Vietnam.” —> 나사르 씨가 이 책 참조한거 같아요. 7장 시작하면서 파리강화회의 열리는 부분 (하나의 장소에 서로 다른 열망, 이해, 좌절, 패배가 대차게 충돌하며 소용돌이치는 이야기)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인데, 마가렛 맥밀러 책도 엄청 재미있어 보여요. 하지만 800페이지 넘는군요.. @장맥주 님이 해주신 두 번째 링크 사진 - 호치민이 이름을 몇 번 바꿨군요! 꽤 젊었던 시절이네요. 챗지피티에게 야단맞고 해당 부분에 참조 주석 안 붙여주신 나사르 씨를 원망했던 것 반성합니다. 그럼 그렇지, 우리의 나사르 씨가 근거없는 멘트 날리실 분 아니야!
2장은 이 책의 전체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아주 중요합니다. 저자는 앨프리드 마셜이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여전히 경제학의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거칠게 한 단어로 요약하면 '성장'과 '혁신'인데요. 작년(2023년)에 함께 이언 모티머의 『변화의 세기』를 읽었던 분이라면 1부 프롤로그에서 맬서스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다름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1967년생 모티머는 '성장'이라는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역사학자의 입장이고, 그보다 한 세대 위인 1947년생 나사르는 그 대목의 성찰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이 부분은 제가 여러분과 다음에 읽을 벽돌 책으로 정해 놓은 안데레아스 말름의 신간 『화석 자본』(두번째테제)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화석연료 체제와 자본주의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작업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 온 환경 사상가이자 기후 활동가 안드레아스 말름의 첫 번째 저작이다. 이 책은 2016년 출간된 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그해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수상했다.
저는 맬서스에 대한 평가를 실비아 나사르의 아메리칸 스타일과 이언 모티머의 브리티쉬 스타일의 차이로 느꼈어요. 소설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이런 말을 했거든요. "미국인들은 인생을 심각하지만 가망 없진 않다고 믿는다.그 반면 영국인들은 인생은 가망 없지만 심각하진 않다고 믿는다" 진짜 정곡을 찌르는 명언이라고 생각하는 데, 두 저자가 멜서스 이론과 같은 부정적인 (하지만 타당한) 견해에 다른 관점을 보이는 것도 이런 게 아닌 가 싶었거든요. 아직 초반이라 조심스럽지만, 실비아 나사르 씨의 관점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상당히 미국적이라고 느껴져요. Go West를 외치는 프론티어 정신이 기본 장착되신 분 같기도 하고, 미국적 낙관주의가 만땅이신 분 같기도 하고..   하지만, YG님이 쓰신 글을 읽고 보니 역사학자와 경제학자의 차이일수도 성찰의 차이일수도 있겠다 싶네요.
한 가지 더! 1장과 2장을 읽으면서 우리는 마르크스와 마셜을 대비해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읽으면 다들 아실 테니, 한 번 살펴보세요! (현실에서도 우리는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기서, 여러분에게 이 책의 비밀을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재미가 있어서 페이지는 그럭저럭 넘어가는데, 도대체 앞에서 읽은 게 기억이 안 난다!' 이럴 때 참고할 만한 팁이 있습니다. 784쪽 '옮긴이 후기를 대신하여'에서 역자 선생님이 장 별로 가상의 드라마 시놉시스를 서비스로 덧붙여 주셨어요. 하하하! 참고하세요!
깨알팁 요거좋네요~~^^ 역시 우리 yg님
아이고, 팁 감사합니다. 재미도 있고, 페이지도 잘 넘어가는데, 뭔가 정보의 밀도가 높다는 느낌이 들어요. 많은 정보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뒷부분에 가면 앞에서 읽은 게 기억이 안 날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
오죽하면, 번역가 선생님께서 저런 장치를 뒤에다 덧붙이셨겠어요. 제가 보기엔 번역하다 보면, 앞에 게 생각이 안 나서 장마다 만드셨을 것 같아요. (앞에서 등장한 인물이나 그와 관련된 내용이 뒤에서도 종종 나오거든요.)
이런 깨알팁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벙말 아쉽네요. ㅠㅠ
오스틴이 세상을 떠나고 불과 30년 만에, 그 세계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했다. "부와 사치와 세련된 취향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개선될 수 없다고 여겨지던 하층의 조건이 유래없이 개선되었다. ...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는 생각, 그리고 환경은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도 불변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 인간이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시대를 통틀어 가장 급진적인 발견 중의 하나였다. ... 1870년 이전에 경제학이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없느냐에 대한 학문이었다면, 1870년 이후에 경제학은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학문이 되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12-13 ch.서문 ,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1843년 초에 디킨스는 빈곤층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에 부자 구두쇠가 개심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 경제사 연구자 제임스 헨더슨의 주장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캐럴』은 맬서스에 대한 공격이다. ... 크래칫 가족의 즐거운 크리스마스 만찬은 맬서스가 들려주는 "대자연의 융숭한 잔치"라는 우화에 대한 디킨스의 직접적인 반론이다. 맬서스가 들려주는 우화는 선의의 자선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초래하리라는 경고이다. ... 소설가 디킨스는 빈곤층을 감상적으로 묘사하면서 "다정 씨 Mr. Sentiment" 등등의 풍자적인 별명들을 얻기도 했지만, 기존의 사회를 전복하지 않고서도 빈곤층의 운명을 개선할 방법이 있다는 그의 확신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24-27 ch. 프롤로그 ,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디킨스는 경제학이라는 과학이 없으면 세계가 굴러갈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미래 크리스마스의 유령'이 스크루지를 개심시켰듯 정치경제학자들을 개심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치경제학자들이 가난을 자연현상처럼 다루지 않기를 바랐고, 사람의 의지나 의도를 전혀 중요하지 않게 여기지 않기를 바랐고, 계급이 다르면 이해관계가 상반된다는 가정을 버리길 바랐다. 특히 그는 정치경제학자들이 "상호적인 설명이든 인내든 배려든, 뭔가 [……] 정확하게 수치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을 하기를 바랐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28 ch. 프롤로그,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그들은 "인류의 9할"의 물질적 조건이 이제는 바뀔 수 있음을 깨달았고, "맹목적이고 잔인한 과거"의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간의 개입이 물질적 조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보기에 인간의 물질적 조건은 인간의 도덕과 감정과 지성과 창조의 조건을 좌우하는 토대였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프롤로그, 28~29p,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앨프리드 마셜이 말했듯 “인간을 안장에 앉히고 싶다는 욕망은 대부분의 경제 연구의 원천”이다. 영혼의 가능성, 정치의 가능성, 군사의 가능성 대신 경제의 가능성이 대중의 상상을 사로잡았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서문,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마르크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했고, 막연히 사회주의 사상을 주창한 좀 위대한 위인으로 생각했는데, 1장을 읽으면서 사생활이라던지, 우연히 받은 유산들을 탕진한다던지, 책 발간도 차일피일 미루고, 엥겔스에 의존해서 살고,동시대의 지식인들과 고립했다는 모든 부분이 실망스럽게 느껴지네요.
사실, 우리 집 책장에서도 이사할 때마다 구석으로 밀리는 책들이 마르크스와 마르크스 철학, 사상 관련 책들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문제 의식이 빛나는 통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따라 읽는 마르크스주의 문예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책들 추천하고 싶어요. 다음에 (언젠가) 함께 읽을 계획인 안드레아스 말름의 『화석 자본』 같은 책도 마르크스주의의 자장 안에 있는 책인데, 결론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문제 의식만큼은 탁월한 부분이 있습니다. 흥미롭지만, 이 모든 마르크스의 후예들이 모두 점점 고개를 갸우뚱하는 책이 바로 『자본』이랍니다. 마르크스의 가장 유명한 책이 『자본』이지만, 정작 『자본』은 이제 책장 구석으로 밀어넣어도 될 책이 아닌가, 이런 어쭙잖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 안에 담겨 있는 어떤 아이디어나 통찰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어떤 자극을 줄 수 있겠지만요.
문화란 무엇인가문화 담론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권에 꿰뚫는다. 통렬하고도 흥미진진한 21세기 문화 오디세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대세 담론으로 떠오른 ‘문화’에 대한 대담한 통찰과 날카로운 비판! 문화의 본질과 그 현 상태를 통찰하는 최고의 문화비평서.
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유머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 책은 유머의 본질과 기능을 파고든다. 유머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다양한 철학적 개념을 도입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책이다.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영국의 대표적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가 출간되었다. 문학에서의 이데올로기 분석으로 잘 알려진 이글턴은 이 초기 대표작에서 세계 문학사에 빛나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수많은 찬사로부터 살짝 물러나, 왜 셰익스피어가 끝없이 새롭게 읽히는가를 독창적으로 분석한다.
낙관하지 않는 희망저자의 희망에 대한 생각은 삶에서 낙관주의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거절로 시작한다. 친숙하지만 제대로 규정하기 힘든 단어인 희망의 의미를 분석한다. 감정인지, 열망과는 어떻게 다른지, 미래에 집착을 하는지 등 비극적 희망의 새로운 개념을 꺼내든다.
악 - 우리 시대의 악과 악한 존재들영국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비평가이자 이론가인 테리 이글턴은 곳곳에서 ‘악!’ 소리가 들리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의문을 품는다. 악을 비롯한 우리 시대의 여러 윤리적 문제를 합리적이고 정교한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서 이 책 《악》을 썼다.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 이토록 곡해된 사상가가 일찍이 있었던가?최근 전 세계적으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마르크스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양서'를 제공함으로써 지금껏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더불어 진지하게 다시 우리 시대를 고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상의 거장을 불러내고 있다.
혹시 그런 '실망스러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 슬쩍 권해봅니다. 마르크스를 포함해서 여러 지식인들의 이중적인 면모를 아주 가차없이 묘사하는 책이에요. 저자가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기는 하지만 실력 있는 역사학자입니다. ^^
지식인의 두 얼굴영국 현대사의 최전선에 위치한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의 대가인 폴 존슨의 대표작. 역사, 인문, 예술, 문화를 넘나들며 50여 권의 방대한 저작을 저술해 온 폴 존슨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과 백과사전적 지식, 현란한 문체로 지식인의 2백 년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파헤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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