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저는 독서 편식이 심해서... 안심하시면 아니되옵니다. ^^
제인 오스틴의 생전에는 인류의 9할은 극심한 가난과 평생의 노역을 벗어날 수 없었다. 한 세대 후, 찰스 디킨스는 "우리는 우월한 사회적 조건을 향해서 곧바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경제는 제가 정말로 무지한 백만 가지 분야 중 하나여서, 얼마 전 베스트셀러 리스트가 온통 경제, 부동산, 주식 분야 책으로 뒤덮였을 무렵엔 ‘이 무지를 타파하기 위해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도 급히 사사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배경지식 전무한 상태로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바로 전 달에 읽었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비해 매일 읽을 분량이 상당하네요. 검색해가며 읽으려니 더더욱 더디군요.. 책 내용 전개와 구성 자체는 역사 이야기 듣는 듯 따라 갈수 있어서 다행입니다만 (미적분 수식같은 거라도 나왔으면 울면서 책 덮었을듯 ^^;;), 평소 경제에 관한 책을 읽었더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맑은 정신이 유지되는 시간대에 읽어야겠습니다.
1장은 극명한 대비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1) 카를 마르크스 vs. 헨리 메이휴 - 어쩌면 작가가 이 대비구도를 부각시키기 위해 마르크스를 더 깍아 내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판의 날을 기다리는 사이비 교주 + 글래드스톤 수상 연설을 짜집기하는 가짜 뉴스 생산자 + 외국어 무능력자등등), 이 두 명은 극과극의 대비를 드러 냈습니다. 심지어 ‘대영 박물관 도서열람실 자리 G7’과 ’콜레라가 창궐하는 런던 뒷골목‘이라는 공간적 대비마저 극단적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르크스는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이었고, 메이휴는 영국인이었다는 사실도 그 둘의 극단적 대비에 일조한 듯 합니다. - 이와중에 이제나 저제나 피부양자 마르크스가 뭔가 하나 터트려주길 바라며 줄기차게 돈을 부치는 엥겔스 너무 안습 ^^;; 자기가 쓸 능력도 있던데 그냥 쓰지.. 싶다가, 자신의 이중생활에 꽤 만족해서 잘나가는 사업가 자리를 유지하고 싶었거나, 혹은 대학졸업장 없는 자신보다 철학박사인 마르크스가 써줘야 좀 더 효과가 나겠다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게 됩니다. (2) 런던의 극단적 빈부 - 국부가 ‘퍼센티지가 아닌 배수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역사상 최고로 번영한 시대를 맞이한 런던은 산업과 무역의 중심지이자 ‘19세기 경제 기적의 본보기’였지만, 동시에 콜레라 근원지이자 영양실조와 인구밀집으로 인한 처참한 대비가 드러나는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 이렇게 지독한 영국 노동 계급 상황이 프랑스나 독일보다 나은 상태였다는게 더 놀랍기도 했습니다. 극단적인 부의 창출은 극단적인 가난도 동시에 발생시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뒷이야기는 전혀 모르던 이야기라 흥미롭더라고요. 결국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본>이 별로였던것 같아 제가 다 짠한 마음이 드네요.
@소피아 님, 읽을수록 경제학 지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꾸준히 따라오시면 됩니다. 3장 '포터 양의 일과 사랑' 부분은 거의 칙릿 소설로 개작해도 될 정도로 재미있어요. (아, 그리고 이런 말씀 드리면 실례겠지만, 소피아 님 독서 후기 너무 재미있어요!)
경제학 책이라 겁먹고 시작했는데, 시작은 반갑게도 디킨스였고^^ , 1장도 그럭저럭 역사책을 읽는 기분으로 읽을수 있었어요. 이름만 수백번 들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런일을 하던 사람들이었구나...무지에서 좀 빠져나오는 중입니다. 작년에 조지 오웰에 산문들을 읽어서 광산노동자의 열악함에 대해서는 많이 접했는데, 도시노동자의 빈곤도 비참했네요.
2장, 3장으로 갈수록 재미있어집니다! 즐거운 독서 되실 거예요.
맞아요. 경제학책인데 문학작가들이 1장에 대거 포진하여 '괜찮아, 재밌는 책이니까 두꺼워도 끝까지 읽어~'라고 작가가 유혹하는 느낌이었어요. 1장은 제인 오스틴으로 시작하여 디킨스를 지나 발자크로 마무리되었네요. :) 특히 마지막에 발자크 <미지의 걸작> 언급할 때 감정이입해서 제가 다 안타까움....
화제로 지정된 대화
1장 읽으실 때, 헷갈리실 분이 있으실 수도 있는데 영국 런던에서 만국 박람회는 1851년, 1862년 두 차례가 있었습니다. 거의 10년 주기로 만국 박람회가 두 번 있었던 것이죠.
1장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메모했던 부분은 다음 인용에서 나오는 영국 런던에서 마르크스가 선택한 '자발적 지적 고립'이었어요. 만약, 마르크스가 당대 영국의 여러 지식인과 교류다운 교류를 했었더라면 마르크스 사상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봤답니다.
"마르크스는 책상을 박차고 나온 적도 없었고,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고 한 적도 없었다. 그의 세계는 그와 생각이 비슷한 소수 망명자들로 한정되었다. 영국 노동계급 지도자들과의 접촉은 피상적이었다. 그는 자기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자기와 대등한 수준의 사람들에게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 불과 1~2마일 거리에서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 생물학자 찰스 다윈,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 작가 조지 엘리엇 등등의 천재들이 살고 있었지만(그리고 거기서 토론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들과 만난 적도 없었고 학술적 서신을 주고받은 적도 없었다. 그는 공장주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기계화의 참상을 가장 열정적으로 묘사했던 저자 중 한 명이었는데, 놀랍게도 영국의 공장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75~76쪽)
3장에 나오지만, 마르크스가 당대의 스타 지식인이었던 스펜서에게 나중에 『자본』을 증정하긴 합니다. 스펜서의 지지가 책 판매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저도 이부분이 기억에 남았어요. 벽돌책이 재미있을수도 있구나 하면서 읽고있어요
인용하신 부분이 1장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마르크스에 대해 많이 실망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ㅎㅎ 또 엥겔스는 참 순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도 뒤늦게 따라가고 있는 중인데, 열심히 한번 해 보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1월 5일)은 2장 '프롤레타리아는 사라질 수 없나?'를 읽습니다. 이 장의 주인공은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프리드 마셜입니다. 마셜은 우리가 고등학교 때 사회(경제) 시간에 배웠던 수요-공급 곡선을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경제학과 수학을 결합해서 과학처럼 보이게 했고,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같은 아이디어로 현대 경제학 주류(신고전파 경제학)가 열광하는 경제학자로 유명하죠. 여기까지만 들으면, 경제학이 오늘날 현실의 삶과 동떨어지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경제학자 같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내일 읽을 2장은 이 반전에 주목합니다. 참, 월요일(1월 8일)에 읽을 3장은 거의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는데요. (저는 여러 번 웃었어요.) 분량이 많아요. 그러니, 다음 주 평일에 시간이 빠듯하신 분들은 3장도 미리 시작하시면 좋습니다. :)
마셜은 자기가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정보를 정리하고 검색하기 위해 ‘레드북’이라는 수제 공책을 발명했다. 각 페이지마다 음악에서부터 테크놀로지와 임금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연대순으로 정리돼 있었고, 마셜이 한 페이지의 여러 구멍 중 하나를 핀으로 찌르면 같은 시간대에 발생했던 다른 사건들이 나타났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2장 프롤레타리아는 사라질 수 없나? : 앨프리드 마셜>,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부리나케 따라잡고 있어 갑자기 2장을 언급하는 점 죄송합니다...) 2장에서 유독 이 대목에 꽂혔는데요, 제가 쓰는 메모 어플 ‘베어’에서는 태그 기능을 통해 손쉽게 메모를 분류하고 정리할 수 있는데 이걸 손수 구현한 마셜에게 존경심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레드북’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아서 요즘 핫한 Copilot(Gpt-4와 Dall-E을 연계한 ai 비서) 어플에 위 문장을 주고 그려 달라고 했더니 이런 걸 보여주더군요. 흥미롭기도 하고, 상상력을 ai에게 외주 줘버린 저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공유합니다.
저는 ‘레드북’ 부분에서, 오오 천재는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만들어 버리는구나?! 했어요. 공유해주신 코파일럿 예를 받고, AI시대를 사는 동시대인으로서 저도 경험담을 공유해보겠습니다. 7장 케인즈 챕터에서 1차 대전 뒷처리를 위해서 연합군 관계자들 모두가 파리에 모이는 대목이 나와요. 유명인사들이 머무르던 마제스틱 호텔에 “향후 베트콩의 지도자가 되는 호치민은 부엌에서 접시를 닦고 있었다” —> 이 문장 읽으면서, “호치민? 이 아저씨가 왜 거기서 나와? 왜 거기서 접시 닦아?” 하다가 너무 궁금해서 막 찾아 봤는데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ChatGPT에게 물어봤죠. 그랬더니 챗지피티가 무려 3문단짜리 긴 답변을 내놓았는데.. 역사적 증거나 믿을만한 정보없는 이야기다라고 단 칼에 내리치더군요.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호치민이 그 시기에 파리에 머물면서 정치적 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마제스틱 호텔에서 일한 증거는 없다고 해요.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마지막 세 번째 문단에서 “역사적 중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사적 기록과 제대로 된 자료를 보는 게 중요하다”며 꾸중(?)을 - 비난인가?-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졸지에 챗지피티에게 근거없는 가짜 정보 유포자 취급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문제의 세 번째 문단 인용해둡니다 ㅜㅜ It's crucial to rely on accurate historical records and reputable sources to understand the life and activities of historical figures like Ho Chi Minh. The claim about him working at the Majestic Hotel in Paris during World War I appears to be unfounded and likely a misconception or misinformation.
@소피아 님, 말씀을 듣고서 저도 찾아봤는데,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챗GPT 나빠요!) 호치민(1890년생)은 1911년 베트남을 처음 떠날 때도 보조 요리사 자격으로 배를 타고 프랑스로 건너갔고, 그 이후 1917년 혹은 1919년(프랑스 경찰 기록)에 다시 프랑스로 들어오기 전까지 수년간 미국에서 머무를 때도 생계를 주로 호텔 보조 요리사, 제빵사 등으로 꾸렸다는 구체적인 기록이 있더라고요. 그러니, 프랑스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독립 운동 조직 일을 하기 전까지 생계를 꾸리는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로 호텔 주방에서 일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여요. 나중에 프랑스 파리의 베트남 독립운동가로 활약하면서는 주로 사진사나 다른 허드렛일로 생계를 꾸리다가 밤에는 여러 회합 등을 조직했다네요. (참고로, 호치민은 1919년 6월 베르사유 회의 때 '베트남의 요구 사항'을 발표하면서 베트남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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