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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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팁 감사합니다. 재미도 있고, 페이지도 잘 넘어가는데, 뭔가 정보의 밀도가 높다는 느낌이 들어요. 많은 정보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뒷부분에 가면 앞에서 읽은 게 기억이 안 날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
오죽하면, 번역가 선생님께서 저런 장치를 뒤에다 덧붙이셨겠어요. 제가 보기엔 번역하다 보면, 앞에 게 생각이 안 나서 장마다 만드셨을 것 같아요. (앞에서 등장한 인물이나 그와 관련된 내용이 뒤에서도 종종 나오거든요.)
이런 깨알팁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벙말 아쉽네요. ㅠㅠ
오스틴이 세상을 떠나고 불과 30년 만에, 그 세계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했다. "부와 사치와 세련된 취향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개선될 수 없다고 여겨지던 하층의 조건이 유래없이 개선되었다. ...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는 생각, 그리고 환경은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도 불변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 인간이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시대를 통틀어 가장 급진적인 발견 중의 하나였다. ... 1870년 이전에 경제학이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없느냐에 대한 학문이었다면, 1870년 이후에 경제학은 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학문이 되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12-13 ch.서문 ,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1843년 초에 디킨스는 빈곤층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에 부자 구두쇠가 개심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 경제사 연구자 제임스 헨더슨의 주장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캐럴』은 맬서스에 대한 공격이다. ... 크래칫 가족의 즐거운 크리스마스 만찬은 맬서스가 들려주는 "대자연의 융숭한 잔치"라는 우화에 대한 디킨스의 직접적인 반론이다. 맬서스가 들려주는 우화는 선의의 자선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초래하리라는 경고이다. ... 소설가 디킨스는 빈곤층을 감상적으로 묘사하면서 "다정 씨 Mr. Sentiment" 등등의 풍자적인 별명들을 얻기도 했지만, 기존의 사회를 전복하지 않고서도 빈곤층의 운명을 개선할 방법이 있다는 그의 확신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24-27 ch. 프롤로그 ,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디킨스는 경제학이라는 과학이 없으면 세계가 굴러갈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미래 크리스마스의 유령'이 스크루지를 개심시켰듯 정치경제학자들을 개심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치경제학자들이 가난을 자연현상처럼 다루지 않기를 바랐고, 사람의 의지나 의도를 전혀 중요하지 않게 여기지 않기를 바랐고, 계급이 다르면 이해관계가 상반된다는 가정을 버리길 바랐다. 특히 그는 정치경제학자들이 "상호적인 설명이든 인내든 배려든, 뭔가 [……] 정확하게 수치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을 하기를 바랐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28 ch. 프롤로그,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그들은 "인류의 9할"의 물질적 조건이 이제는 바뀔 수 있음을 깨달았고, "맹목적이고 잔인한 과거"의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간의 개입이 물질적 조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보기에 인간의 물질적 조건은 인간의 도덕과 감정과 지성과 창조의 조건을 좌우하는 토대였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프롤로그, 28~29p,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앨프리드 마셜이 말했듯 “인간을 안장에 앉히고 싶다는 욕망은 대부분의 경제 연구의 원천”이다. 영혼의 가능성, 정치의 가능성, 군사의 가능성 대신 경제의 가능성이 대중의 상상을 사로잡았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서문,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마르크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했고, 막연히 사회주의 사상을 주창한 좀 위대한 위인으로 생각했는데, 1장을 읽으면서 사생활이라던지, 우연히 받은 유산들을 탕진한다던지, 책 발간도 차일피일 미루고, 엥겔스에 의존해서 살고,동시대의 지식인들과 고립했다는 모든 부분이 실망스럽게 느껴지네요.
사실, 우리 집 책장에서도 이사할 때마다 구석으로 밀리는 책들이 마르크스와 마르크스 철학, 사상 관련 책들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문제 의식이 빛나는 통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따라 읽는 마르크스주의 문예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책들 추천하고 싶어요. 다음에 (언젠가) 함께 읽을 계획인 안드레아스 말름의 『화석 자본』 같은 책도 마르크스주의의 자장 안에 있는 책인데, 결론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문제 의식만큼은 탁월한 부분이 있습니다. 흥미롭지만, 이 모든 마르크스의 후예들이 모두 점점 고개를 갸우뚱하는 책이 바로 『자본』이랍니다. 마르크스의 가장 유명한 책이 『자본』이지만, 정작 『자본』은 이제 책장 구석으로 밀어넣어도 될 책이 아닌가, 이런 어쭙잖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 안에 담겨 있는 어떤 아이디어나 통찰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어떤 자극을 줄 수 있겠지만요.
문화란 무엇인가문화 담론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권에 꿰뚫는다. 통렬하고도 흥미진진한 21세기 문화 오디세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대세 담론으로 떠오른 ‘문화’에 대한 대담한 통찰과 날카로운 비판! 문화의 본질과 그 현 상태를 통찰하는 최고의 문화비평서.
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유머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 책은 유머의 본질과 기능을 파고든다. 유머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다양한 철학적 개념을 도입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책이다.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영국의 대표적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가 출간되었다. 문학에서의 이데올로기 분석으로 잘 알려진 이글턴은 이 초기 대표작에서 세계 문학사에 빛나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수많은 찬사로부터 살짝 물러나, 왜 셰익스피어가 끝없이 새롭게 읽히는가를 독창적으로 분석한다.
낙관하지 않는 희망저자의 희망에 대한 생각은 삶에서 낙관주의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거절로 시작한다. 친숙하지만 제대로 규정하기 힘든 단어인 희망의 의미를 분석한다. 감정인지, 열망과는 어떻게 다른지, 미래에 집착을 하는지 등 비극적 희망의 새로운 개념을 꺼내든다.
악 - 우리 시대의 악과 악한 존재들영국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비평가이자 이론가인 테리 이글턴은 곳곳에서 ‘악!’ 소리가 들리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의문을 품는다. 악을 비롯한 우리 시대의 여러 윤리적 문제를 합리적이고 정교한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서 이 책 《악》을 썼다.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 이토록 곡해된 사상가가 일찍이 있었던가?최근 전 세계적으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마르크스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양서'를 제공함으로써 지금껏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더불어 진지하게 다시 우리 시대를 고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상의 거장을 불러내고 있다.
혹시 그런 '실망스러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 슬쩍 권해봅니다. 마르크스를 포함해서 여러 지식인들의 이중적인 면모를 아주 가차없이 묘사하는 책이에요. 저자가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기는 하지만 실력 있는 역사학자입니다. ^^
지식인의 두 얼굴영국 현대사의 최전선에 위치한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의 대가인 폴 존슨의 대표작. 역사, 인문, 예술, 문화를 넘나들며 50여 권의 방대한 저작을 저술해 온 폴 존슨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과 백과사전적 지식, 현란한 문체로 지식인의 2백 년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파헤친 역작이다.
네~ 이 책 읽고 도전해 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섬세한 이목구비, 비단결 같은 금발머리, 반짝이는 푸른 눈의 한 청년이 런던의 유스턴 역에서 글래스고행 기차에 올랐다. 1867년 6월 초순이었다. 짐은 지팡이 하나와 책으로 가득 찬 배낭 하나였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2. 앨프리드 마셜,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2장에서 나오는 앨프레드 마셜은 흠잡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려진 것 같아요. (작가 사심일까요? 외모묘사도 소설 주인공급?!) 뛰어난 두뇌에 빈자에 대한 연민과 여성권리에 대한 자각을 탑재하고, 증거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과 관찰(공장 견학했다는 부분에서 굳이 또 마르크스랑 비교ㅋㅋ)으로 현대경제학을 열어젖히고, 당대의 염세적인 임금-노동이론에 굴하지 않고 교육으로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 뭐 그런 존경할만한 위인으로 나오네요. 잘 몰랐던 내용이라 흥미로웠습니다. 괜히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라는 말이 나온게 아니군요. 여튼 신고전학파의 시조새로 추앙받고있는 줄 알았는데 실상 경제학에 인간성을 덧씌운 휴머니스트였다는... 아담 스미스 만큼이나 오해를 받고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디킨스 <위대한 유산>의 핍과 마셜을 병치시키는 부분도 그렇고, 조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 인용 등등 작가의 빅토리아 소설 사랑도 이어져서 저도 덩달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3장은 더 재밌다니 얼마나 더 재밌을라구... 허허
사실, 마르크스와 비교하면 마셜이 외모는 낫긴 했죠. :) 마셜의 인간됨은 다른 책에서도 대체로 호평 일색이니, 작가의 사심이 들어갔더라도 존경할 만한 지식인이었음은 틀림 없을 것 같아요. 1장과 2장을 읽으면서, 마르크스와 마셜의 대의와 개인의 삶 사이의 대비를 보면 여러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세요?
마셜이 너무 완벽한 인간으로 그려지는 데다가 외모 묘사가 자꾸 나오니 '이 양반 덕질하나'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더라고요. ^^
사실, 1장의 마르크스의 지질한 모습은 프랜시스 윈의 『마르크스 평전』에서 가져온 게 많아요. 하지만, 윈이 『마르크스 평전』에서 의도했던 것은 우상화되거나 악마화된 마르크스가 아닌 '인간' 마르크스의 복원이었답니다. 그래서, 이 평전을 읽다 보면, 지질하지만 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르크스의 모습도 많아요. 예를 들어, 마르크스는 딸바보였는데요. 딸들과 빅토리아 시대 응접실에서 많이 했었던 '고백' 게임을 즐겼었답니다. 윈이 인용한 1860년대 중반에 했던 게임에서 마르크스가 했던 고백은 이랬답니다. 마르크스의 고백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미덕은 : 단순함. 당신이 남자에게서 제일 좋아하는 미덕은 : 강함. 당신이 여자에게서 제일 좋아하는 미덕은 : 약함. 당신의 중요한 특징은 : 목적의 단일함.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 싸우는 것. 당신이 생각하는 불행이란 : 굴복하는 것. 당신이 가장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악덕은 : 속기 쉬움. 당신이 가장 혐오하는 악덕은 : 노예 근성.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 마틴 터퍼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대중 작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 책에 파묻히기.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 셰익스피어, 아이스킬로스, 괴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산문 작가는 : 디드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은 : 스파르타쿠스, 케플러.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주인공은 : 그레트헨(괴테의 『파우스트』 1부의 주인공)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 월계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 빨강.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름은 : 라우라, 예니(와이프와 딸의 이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 생선.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경구는 : Nihil humanitarian's a me alien puto(인간적인 것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좌우명은 : De omnibus dubitandum(모든 것은 의심해보아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 싸우는 것." 아이고.
아마, 당대의 지식인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도 맨날 싸움만 하다가 사이 틀어졌을 것 같아요. :)
슬프네요 ㅠ 작년에 아마르티아 센의 책을 그믐에서 함께 잘 읽었던 기억이 나서 참여하고픈데 읽을 책이 많아 아직 눈팅 중이지만 재밌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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