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살고 싶어하고 붙잡고 싶어하는 존재가 그녀 그리고 케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살고 싶어하지 않았고 붙잡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패티는 케빈을 붙잡고 살고 싶어합니다. 케빈은 여기서 희열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좀 더 붙잡고 싶어지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dldbwls
좋다....... 스스로 죽기로 결심하고도 버릴 수 없는 희망이라니. 절망의 끝에서도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니. 마음의 암이라고 할만 하다. 이 단편 역시도 패티 하우가 이야기 줄기에 개입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삶이라는 게 이렇지 싶기도 하고. 각자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나'밖에는 알 수 없는 우리가 각자의 길을 걷다가도 문득 문득 나무 뿌리처럼 튀어나온 서로에게 놀라는 일들은 필연적이다. 낯선 사람이 와서 닿기도 하고 익숙한 사람이 멀어지기도 하고.
비좁은 차 안에서만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 단편의 정확히 어떤 점이 그런 효과를 가져오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중간 중간 개입하는 존 베리먼의 시가 좋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긴장시키면서도 케빈의 변덕스러운 의 식을 잘 보여준다.
첫 단편에서 나왔던, 남자들은 어머니를 닮은 여자에게 끌린다는 말은 여기서도 통하는 듯 보인다. 케빈의 어머니와 미친 클라라. 사람은 이전에 의지하던 이의 모습이 보이는 상대에게만 마음을 옮길 수 있는 걸까. 익숙한 것에 대한 끌림. 정신의 상태는 변하지만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임지호
사람 때문에 죽으려고 하지만, 다시 사람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게 인생이고, 삶이라는 걸 아름답게 보여주는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더불어 오늘 모임에서 추천 받은 책과 영화도 공유합니다. 모두 이 소설의 주제의식과 얼마간 맞닿아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리 오코너가 25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자살의 심리, 원인, 오해, 예방책 등 자살에 관한 정보를 총망라한 종합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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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호
당신의 생명을 집어삼켜야만 했던 소망이 너무도 간절하고 급박했기에 어머니는 부엌 싱크대 벽면 전체에 육신의 잔해를 흩뿌리고 말았다.
『올리브 키터리지』 「밀물」, 62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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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호
"상태와 특성의 차이지." 골드스타인 박사가 말했다. "특성은 변하지 않아. 정신의 상태는 변하지만."
『올리브 키터리지』 「밀물」, 63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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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호
케빈과 올리브는 모두 가족, 친구, 지인 등 사회적 관계 내에서 자살을 경험한 자살생존자(suicide suvivors)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면 그 트라우마는 크겠죠. 케빈이 어머니의 죽음을 회상하는 장면은 끔찍하면서도 가슴이 아픕니다. 관련하여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생각나서 여기에 옮깁니다.
심리부검 -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서종한의 <심리부검>. 이 책은 자살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나아가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자살이 왜 일어나는지, 자살 사망자가 어떤 아픔을 지니고 있는지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심리부검 -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심리부검은 자료 조사와 면담을 통해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본래 1950년대 미국 수사 기관에서 자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적 노력의 첫 단계로 인식되어 선진국 각국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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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임지호
1-4. 「밀물」의 주인공 케빈은 사랑받지 못해 사랑을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살한 사건이 큰 트라우마로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신의학을 전공했지만 스스로의 마음은 치유하지 못했는데, 오지랖 넓은 키터리지 선생 덕분에 비로소 상처를 마주하게 되죠.
그 런 케빈이 고향에 돌아와 차 안에서 나가지 못한 채 옛집을 떠올리는 장면은 고통스러우면서도 뭉클한 느낌을 줍니다. 그는 집에서 나던 냄새를 이렇게 회상합니다.(후각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렬한 감각이라고도 하죠)
"그 집에서는 두꺼운 운동복과 모직 외투가 젖은 소금과 흙내 나는 나무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 케빈은 이 나라에서 장작불이 타는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81쪽)
여러분에게 특정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냄새는 어떤 것인가요? 또는 케빈의 경우처럼 남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나만 싫어하는 무언가가 있나요?
dldbwls
새벽에서 아침 사이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공기의 냄새. 그건 왜 서울이든 천안이든 아니면 다른 어디든 다 비슷한지 모르겠다. 기후와 문화가 아예 다른 타지의 아침은 조금 다를지도.
아무튼 그 냄새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어릴 적 일 년에 서너 번 갔던 할머니의 시골집을 떠올리게 한다. 잠에서 깨어 사방이 논인 동네를 산책하던 기억이다. 집 앞의 대추나무, 자기 집 차고 옆을 지나면 어김없이 짓는 흰 개, 녹색 페인트를 칠한 낮은 옥상. 지금은 갈 수 없고 갈 일도 없는 곳을 몇 년이 지났는데도 떠올리게 된다. 생각해보니 이상하고 신기하다. 한편으로는 내 의식 속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남기신 부분이 있다는 게 반갑기도 하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임지호
1-5. 「피아노 연주자」를 읽으며 좋았던 문장과 그에 대한 감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임지호
가장 무서운 순간은 사람들이 정말로 귀를 기울이는 처음 몇 소절이었다. 피아노 선율로 실내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그런 책임감 때문에 두려웠다.
『올리브 키터리지』 「피아노 연주자」, 91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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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호
뭐든 처음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연주 뿐만 아니라, 발표나 글쓰기 같은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소설 초반에 인물이 가진 두려움이 느껴지면 더 잘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가공된 인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두려움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유한 특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AI나 로봇은 두려움이 없으니까요.
임지호
“ 하지만 앤지는 그후 몇 년 동안 음악학교를 머릿속에 그렸다. … 어머니 방에서 들려오던 소리, 밤이면 앤지의 귀를 틀어막게 만들고 집을 뛰쳐나가 교회로 가서 피아노를 치게 만들던 소리도 없을 것이다. ”
『올리브 키터리지』 「피아노 연주자」, 101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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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호
대학교 1, 2학년 때 유독 학교 가기 싫은 날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도망치듯 들어가던 서점이 생각납니다. 서점이 버스 타고 통학하던 길에 위치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서점으로 가서 책을 읽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앤지만큼 견디기 힘들 정도였는가 하면… 그건 아니지만요.
임지호
다른 감정이 찾아오면서 그 감정은 결국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조그맣게 찌그러들어 크리스마스트리의 은색 술 장식처럼 마음 한구석에 매달려 있었다.
『올리브 키터리지』 「피아노 연주자」, 102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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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호
어떤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작게나마 자리 잡는 것 같습니다. 아주 가끔 긍정적인 것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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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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