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9. 살의의 형태

D-29
깨알재미기도 하지만 홍보효과도 노린 노림수였답니다. ^^;;;; 하하핫
<백색 살의>는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정통적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 피해자의 시신이 의문스러운 모습으로 발견되고, 여러 용의자가 제시되며, 형사의 성실한 조사로 범인이 교묘한 수법을 쓴 게 드러나고, 범인의 살해 동기가 밝혀지는 과정이 정석이라고 보였어요. 요즘엔 오히려 이런 정석적인 흐름을 지키는 작품이 적은 듯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범인이 사용한 수법은 최첨단 기술(?)이면서, 범인의 살해 동기가 (물론 알레르기라는 점은 특이한 요소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이유라는 점 역시 좋았습니다. 홍정기 작가님은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의가 커져서 실행되는지를 이 작품집 전반에서 탐구하셨던 것 같고, 이 작품의 살의가 싹튼 이유 역시 개인적으로도 꽤 공감이 갔습니다.(제가 담배 연기를 무척 싫어하거든요...)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가 귀를 막은 모습으로 발견된 것은 사실 그 이유를 짐작하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모습을 묘사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작가님이 정성스레 해 주셔서, 피해자의 모습이 장치로서 여겨지기보다는 실제 피해자처럼 느껴진 점도 좋았습니다.
등단작이기도 하지만 제 처녀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좀 올드하죠. ㅎㅎㅎ 경찰 소설의 정석적으로 썼는데 이후로는 이런 스타일은 쓰지 않게 되네요...
저는 이게 올드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석이고 근-본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영광의 살의>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저는 개그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이 작품은 한마디로 '통수에 통수에 통수'라고 하면 될까요? 작가와 지망생이 가진 음험한 욕망과 그들을 둘러싼 부조리한 현실은 어둡게 쓰려면 얼마든지 어둡게 쓸 수 있는 소재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작가님의 장기인 유쾌함으로 그 어두움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게 형상화시켰다고 봅니다. 물론 이 작품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려면 여러 우연에 우연이 겹쳐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현실적인(?) 딴죽은 뒷전으로 물리게 하는 작품의 연쇄 반응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작가님이 이 작품에 담은 이야기보다 더 어둡고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도 현실에 여럿 있지요. 그 현실에 지쳐 있기보다는 한번쯤 웃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맞습니다. 이 작품은 쓰면서, 퇴고하면서도 즐거웠고 읽는 분들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추리작가에게 트릭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독자분들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상황자체는 참혹하기 그지 없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ㅎ
<시기의 살의>는 홍정기 작가님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쓰신게 아닌가 싶은, 작가님의 야심이 엿보이는 듯한 작품이었습니다. 작품 속 사건도 흥미로웠는데, 무엇보다도 강력한 빌런이 등장했다는 점이, 그리고 그 빌런이 법망을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점이 더욱 흥미진진했습니다. 이 빌런을 어떻게 키울지 즐겁게 고심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이 작품에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체리' 소리가 왜 그렇게 연달아 들리나 했더니, '당근' 대신 쓰신 걸 알아차리고는 키득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계간 미스터리 2023년 겨울호의 황세연 작가님 작품에서도 당근마켓을 패러디한 게 나왔었지요. 당근마켓의 특징이 추리 작가님들에게 무척 매력적인 소재라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체소나 과일 이름이 '당근' 대신 울려퍼질까요?) 작품집의 모든 작품들 가운데 이 작품도 <영광의 살의> 못잖게 좋았습니다. 거기엔 흥미로운 빌런의 영향력이 큽니다. 이 책은 한국 미스터리 입문자에게 추천해 봄직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톤도 너무 무겁지 않고, 유쾌함과 진지함의 균형이 좋으면서, 안에 수록된 작품들의 수준 역시 일정함은 보장하고 있어서입니다. 홍정기 작가님께서 이 책을 쓰시면서 고생하신 게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작품을 가져와 주시리라고 기대하겠습니다. 제가 내일 실시간 채팅 때 참가하기 어려울 듯해서 급하게 감상을 올립니다. 내일 늦게라도 참가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한 편씩 꼼꼼하게 리뷰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ㅠ_ㅠ 역시 작가계의 비평가 십니다. ㅎㅎㅎ 시기의 빌런은 어떻게든 재 등장시켜보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아직 짜놓은건 하나도 업지만요 ^^;;;; 작품집의 성격에 다양성을 넣으려고 고민했습니다. 하위장르던 소재건, 풀어가는 방식이건간에 어떤 것이든 하나만 걸려라는 생각에서 다앙한 단편들을 쓰고 배치했습니다. 모두가 취향이 아니라도 2개 이상만 재미있게 보셔도 성곡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ㅎㅎㅎ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
@무경 님 오오. 많이 바쁘실 텐데 상세하고 자세한 리뷰에 감사드립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여러분 오늘 홍정기 작가님과의 라이브 채팅 잊지 않으셨죠? 이따가 저녁 8시에 여기에서 만나요! ^^
넵넵!!!
재밌게 읽다가 너무 아까와서 마지막편 '시기의 살의'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냥 조금 아껴뒀다 읽고 싶어서요. 명탐정코난을 책으로 읽는 느낌으로 너무 신나게 읽었습니다. 짧은 단편의 구성이라는 게 매력적입니다. 1편 무구한 살의는 섬뜩하면서도 슬펐고, 2편 합리적 살의는 사실 좀 화가 났습니다. 아무튼 두 개의 이야기까지는 그냥 몰입해서 후루룩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의', '살인'이라는 게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도 일어날 수 있는 거였나, 하는 마음이 조금 씁쓸했고, 탐정이 아니라 경찰이 추리와 수사를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추리소설이라는 것도 맘에 들었습니다. 전 사실 추리능력은 별로 없는 편이라서 추리소설을 재밌게 읽으면서도 제가 추리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경찰이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제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묘사해 주거든요. 특히나 백색살의 에서는 오영섭 형사가 탐문수사 과정에서 관찰한 시선 묘사가 정말 좋았습니다. 올 한해를 독서의 재미로 이끌어 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맛있는걸 마지막까지 아껴먹는 기분이군요. ㅎㅎㅎ 저 역시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 추리하지 않고 따라가는 주의거든요. 그러다보니 읽는 것만으로도 진상을 파악하고 납득할 수 있게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쉽고, 재미있게가 모토인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장안나 님 길고 정성어린 리뷰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장르살롱에서 종종 봬면 좋겠습니다. :-)
황금펜상 우수상에 빛나는 무구한 살의 첫 편부터 기분이 묘하다. 요즘애들 영악하기가 어른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으니..동물 죽이다가 사람 죽이는거, 바늘도둑이 소도둑되는 코스랑 똑같다. 합리적 살의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죽을만큼 싫고, 결혼은 무덤이라지만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고서 왜 아낼 묻으려 해. 자업자득이라 본다. 살찐 여자는 죽어야 하냐고? 보이지 않는 살의는 작가님 얘긴가, 아님 <호러 미스터리 컬렉션> 홍보 하시는건가? 코믹 버전으로 왜케 웃긴지.. 백색 살의는 계간미스터리 신인상을 안겨준..홍정기작가 님을 등단 시킨 작품이다. 처음부터 다 계획이 계셨구나. 경찰 캐릭터 오영섭도 그렇고. 미스터리를 푸는 맛도 있 고 흡연이나 층간소음이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것에 백배 공감하니 더 씁쓸하다. 영광의 살의는 모욕감에 살인을 하고, 두 번이나 뒷통수를 맞는 남자들..어이없는 죽음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 하는 실화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사건 이야기다. 이걸 쓴 작가가 승자! 시기의 살인은 제목 그대로 질투에 눈이 멀은 살인 사건이다. 자랑은 질투를 유발하고, 고백은 약점이 된다는 말이다. 여섯 살의는 저마다의 살의의 형태를 띠며 잔혹하고 추악한 인간의 본성 그대로의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식상하다싶은 밀실 사건을 3편이나 요리하고 본격 미스터리로 사회적 문젯거리를 다루고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예스마담 님 안녕하세요? 우리 마담님이... 제가 장르살롱 만들게 한 일등공신이시지요. 전에 그믐 김 대표님 한번 뵈었는데요. 제가 장르살롱 50회까지 하게 되면 독자님들 모시고 오프라인 파티 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때 단골 독자님들 꼭 모시고 싶어요. 와주실 거죠? :-) 한국 장르작가 응원해주시는 예스마담님, 헨리님, 블루나비님, 투콤마님, 현님 같은 분들은 정말 소중한 독자님들이십니다. 오늘도 이렇게 긴 리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소해 @홍정기 글을 다시 쓰자니 생각이 안나고..옮기자니 길고.. 중간에 끊고 가려니 능숙하질 못해 이리 옮겨놨네요..책을 바로바로 읽어가면서 하면 질문도 많고 할말도 많은데..ㅈㅅ합니다.
아녜요 ㅎㅎㅎ 애정가져주시고 생각을 옮겨주신 것만도 감사합니다. 거듭, 거듭 감사드립니다. ^^
"사람을 죽여보고 싶다고." . .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처음의 문장부터 너무 강하게 인상에 남아 '뭐지?' 하며 읽었습니다. 연작이지만 스토리만 보면 단편소설인데, 짧은 스토리지만 장르소설로서 구성이 짜임이 있어 좋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살인자가 가지는 그 살의가 설득이 된다는 점이 섬뜩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습니다. 아내를 죽이고 싶은 남편, 담배 냄새만으로도 고통을 당하는...그래서 살의를 가지는 평범한 이웃남자, 시기 질투로 인한 살의. 그렇지만 첫 충격이 컸나봐요. 개인적으로 <무구한 살의>가 제일 재밌고, 인상에 남습니다.
@바르미 안녕하세요, 정성어린 리뷰와 온라인 서점 및 sns 서평 감사합니다. 오늘밤 8시 라이브 채팅 오시나요? ^^ 앞으로 장르살롱에서 종종 봬면 좋겠습니다.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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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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