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르헤스 읽기] 『불한당들의 세계사』 같이 읽어요

D-29
이미 복수를 성취한(그러나 분노 없이, 주저함 없이, 회한의 감정 없이) 장수들은 주인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사원으로 향했다.
불한당들의 세계사 무례한 예절선생 고수께 노 수께, 73p,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분노도, 주저함도, 회환도 없는 그들에게 있는건 대체 무엇인지. 그들의 피에는 문화라는 예절 규칙만이 흐르고 있는 것인지. (따져보면 예절선생에게 자신의 신발끈을 묶으라는 것 자체가 그들의 엄격한 규칙 아래에서는 무례 아니었는지.)
[위장한 염색업자 하킴 데 메르브]를 읽었습니다. 아마 앞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게 될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뒤로 갈수록 보르헤스의 리듬감에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알 무칸나라는 스펠링이 혼재된 이유는 아무래도 원어가 페르시아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مقنع인 것 같은데 위키백과에서는 아랍어나 우르두어보다 페르시아어 분량이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알 무칸나'에서 무칸나란 말 자체가 아이러니컬하게도 Masked, 즉 '가면을 쓴'이란 뜻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 보르헤스의 독서량이 많을거겠지만 뭔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의 불한당들을 한 명 한 명 뽑으라고 한다면 어느 지역에 편중된 그림이 나올 수 있는데 이 정도면 정말 자기가 아는 범위 내를 샅샅이 뒤져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만 골라 배치한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처음 소머리를 쓰고 등장했을 때, 당연하게도 다들 믿지 않았으나 그들을 믿게 만든 수완, 999의 거듭제곱으로 이뤄지는 내세, 보르헤스가 구상했을 결말들로 내용 전체가 기묘한 완결성을 지닙니다. 실제 내려오는 이야기들에서는 가면 뒤에 무엇이 있는지 말씀하셨듯 정확하게 말해진 바 없지만 보르헤스는 나름의 해답을 넣어놨습니다. 어쩌면 진부하면서도, 그럭저럭 종교인으로 알려진 이에게서 떠올릴 수 없었던 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둥병자들을 껴안고 잘 대해줬다는 복선도 있고.) 전 후궁이 말했던 비밀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가면이 벗겨지고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교리에 대한 간결한 정리도 그렇고, 이 단편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러 나라의 소설 뿐 아니라 민담, 설화, 전설까지 섭렵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합니다. 실제로 보르헤스는 편집자였던 데다가 나중에는 도서관 관장까지 했으니까요. 한국에서는 바다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출간됐습니다. 여러 작가들의 중단편을 모아서 선집 형태로 '바벨의 도서관' 세계 문학 시리즈로 출간했으니 한번 확인해보시기 바랄게용:)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밋빛 모퉁이의 남자~] 간단히 인상만 말하자면, 재미있는 표현과 묘사가 많아서 읽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이 단편은 황병하 선생님이 각주에서도 썼듯이, 처음으로 역사적 사실 관계와 실존 인물을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지 않은 작품입니다. 구성에 주목할 만한데, 보르헤스에게 '나'라고 칭하는 인물이 경험한 일화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내용만 보면 '하룻밤의 칼부림 사건'에 불과해 보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 의아했던 점은 '나'의 태도였습니다. 로센도 후아레스가 '새장수' 프란시스꼬 레알과의 결투에서 도망가고, 루하네라와 함께 파티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가 왜 이토록 비통함을 느끼는지 이해하가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 소설은 1인칭 화자인 '나'가 보르헤스라는 청자, 나아가 독자에게 얘기를 건네는 방식으로 서술돼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전적으로 '나'의 말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무도곡이 마치 불길처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번져갔지요. 레알은 아주 둔중하게 춤을 췄지만 이미 힘들이지 않고 그녀를 정복해 가고 있었어요. 둘이 문 가까이에 이르렀고 그가 소리를 치더군요. "자, 문을 열라그, 신사분들. 나에게 홀딱 빠진 이 여자를 데려가야겠으니 말이오." 그는 말했고, 둘은 이마와 이마를 맞댄 채 마치 탱고의 거대한 음률 속에 처박힌 듯, 마치 탱고가 자신들을 삼켜버린 듯한 그런 모양을 하고 나갔지요.
불한당들의 세계사 94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저는 바로 이해했던게 묘사상 자기 자신과 춤을 추던 사람을 빼앗긴 거 아니었나요? 아니면 같이 춤을 추지 않았다고 해도 꾸준히 애정과 경탄의 대상이었던 상대를 이방인에게 빼앗긴(?) 마음이었겠죠. 너라도 막아줬어야지 하는 마음에. 그래서 자신이 위험해질 상황을 무릅쓰고 루하네라가 굉장히 곤란해질 상황을 막기도 하고요. (맨 처음에 '그 날 루하네라가 자기 집에 와서 묵은 날'이라 또렷히 기억이 난다, 라고 했으니 자기 집 불을 켜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알 수있고...)
그렇군요. 다시 천천히 읽어보시면 뭔가 이상한 게 좀 느껴지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나'가 춤추고 있던 여자가 루하네라라는 근거는 없는 듯합니다. '나'가 춤춘 여자는 "한 끈끈한 여자애"라고만 나오고 있어서, '나'가 아무리 로센도를 동경한다고 해도 저 정도로 분통스러워 하는 감정 변화가 저에게는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기 자신이 모욕당한 것도 아니고, 루네하라를 빼앗겨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미 루네하라는 로센도의 애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법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또 하룻밤의 술집에 모인 사람들에게 그 정도로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한편, '나'가 열을 식힐 때 나가서 만나는 사람은 새장수 프란시스꼬 레알이 아니라 "홀로 마을을 도망치고 있던 로센도"입니다. 이 소설은 1인칭 화자인 '나'의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는 게 매우 중요한 지점 같습니다. 굳이 처음부터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쓰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우회적인 1인칭 형식을 취했는지도 더불어 생각해봐야 할 테고요. 소위 '신뢰할 수 없는 화자'를 내세우는 것은 보르헤스의 다른 작품에서도 구사하는 특징적인 기법입니다. ⟪픽션들⟫의 '칼의 형상'이라는 작품을 봐도 좋을 겁니다. 이런 스타일이 조금더 예각화되서 작품으로 형상화되고 있으니까요. 수고하셨습니다😀
앗,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부끄럽습니다. 저는 로센도를 3번 만났다는 이야긴지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그 동네 마켕이었죠. 저는 주인공이 로센토를 동경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할까 동네에서 가장 험악한 깡패지만 그래도 우리편 깡패 정도로 생각했다고 봤어요. 자릿세 내주는 수준을 넘어 약간 심정적 동질감까지 느끼는? 그런데 루하네라가 단검을 쥐어줘도 밖으로 던저버리고 도망가니... 저는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사람이 진짜 존재하지 않기보다는 왠지 보르헤스가 직접 들은 이야기를 조금 각색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알쏭달쏭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읽어봐야겠어요. (왠지 이 소설은 잘 안 읽혀서 혼자 읽을 때 목소리를 내서 좀 읽어봤는데 그제서야 이해가 잘 되더군요. 밖에 들고나가서 다시 속으로 읽었지만, 다시 읽을 떈 전부 소리내서 읽어봐야겠어요 :(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밋빛 모퉁이의 남자] 먼저 말하면, 이 단편은 추리 소설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흔한 추리물에 등장하는 컴퓨터 두뇌를 지닌 탐정이 그닥 매력적이지도 않거니와, 화자가 진실을 점유하고 있는 듯한 자신만만한 포즈를 읽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일견 완벽한 트릭과 그런 트릭의 헛점을 간파하고 무너뜨리는 유의 이야기에서는 잘 짜여진 합을 맞추는 약속 대련 같은 면모가 느껴지게 마련인데, 그게 보는 사람을 완벽하게 관람객으로 남겨두는 것도 싫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보르헤스가 '이상한 사건'만 제시하고 몇 가지 여지는 열어두지만, 그에 대한 명료한 해설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자는 1인칭 화자가 들려주는 이상한 이야기를 따라 읽으면서 '뭔가 이상한데?' 하는 느낌만 갖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독자로 하여금 소설의 첫 부분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셈입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좋은 소설은 한 번 읽고 나서 완벽한 만족감을 주는 게 아니라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예전에 마술을 잠깐 했던 적이 있는데요, 마술을 하면서 시연자로서 느낀 게 있습니다. 동전을 왼손으로 정말 쥐었다면 동전이 왼손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마술사가 동전을 왼손에 쥐는 것처럼 보였는데 다시 손을 폈을 때 동전이 사라졌다면, 마술사는 애초에 거기 동전을 쥐지 않은 것입니다. 간단하죠. 마찬가지로 프란시스꼬 레알이 칼에 찔려 죽었다면 프란시스꼬 레알을 칼로 찔러 죽인 사람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읽은 바로는 '나'의 진술에는 모순이 많습니다. 먼저 초반부에 '나'는 사건이 벌어진 밤에 프란시스꼬 레알을 처음 보았으며, 총 세 번 보았다고 진술합니다. 하지만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의 진술 대로라면 '나'와 프란스시꼬 레알은 총 두 번 보았어야만 말이 됩니다(첫 등장 장면과 마지막 칼에 찔려서 돌아온 마지막 장면).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상한 구석도 있습니다. '나'는 자기 경험을 담담히 진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간혹 소설의 전지적 화자처럼 사건 전체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작품 초반에 프란시스꼬 레알이 마차를 타고 아료요 마을로 들어오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마차 내부의 상황까지 자세하게 묘사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이상한 일이며, 그가 이 후일담처럼 썰을 풀고 있는 이야기가 전적으로 ‘나’에 유리하게끔 각색되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합니다. 결정적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프란시스꼬 레알의 시체를 강물에 흘려 보낸 다음에 바깥으로 나와서 "언덕 위의 난두바이 나무 말뚝"을 묘사합니다. '나'의 진술에 따르면, 그때까지만해도 이른 시각이었기 때문에 그 말뚝 사이에 미세한 철사줄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 트기 전 무렵에는 말뚝 사이의 철사줄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뒤집어 얘기하면 '나'는 자기가 말한 내용과 달리 그날 밤 "언덕 위의 난두바이" 나무가 있는 지점까지 가 보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소설 외적으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점만 짚어두고 마치겠습니다. 영어판에서 프란시스꼬 레알의 별명은 "The Yardmaster"라고 번역됩니다. 과거 철도 정비소에서 열차의 출발과 도착과 정비를 도맡아 했던 철도계장, 철도조차장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한국어판에서는 새장수로 번역돼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한편, 이 이야기는 전집 4권인 ⟪칼잡이들 이야기⟫에서 ‘로센도 후아레스의 이야기’에서 '로센도'의 입장에서 다시 쓰여지고 있습니다. 영화화 되기도 했으니 한번 보시길 바랄게요😀 영화: https://www.youtube.com/watch?v=FFW4flxgZtM
중간에 잠깐 화자가 밖에 나가지 않습니까? 거기서 만나니까 총 세 번 아닐까요. 화자가 새장수와 루하네라가 춤추는걸 보다 못해 열이 뻗쳐서 나가서 열 식힐 때 만나잖아요. '너는 항상 걸리적 거리기만 한다니까'라고 말하며. 저는 읽으면서 속이려든다는 느낌은 잘 못 받았습니다. 그저 이미 끝난 옛날 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 그리고 그 이후 상황까지 다 아는 사람의 이야기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지요. 약간 허풍이 들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화제로 지정된 대화
[기타 등등~] 짧지만 매력적인 5편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따금 우리나라의 민담이나 설화가 떠오르는 작품도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꿈을 꾸었던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국어 시간에 읽었던 ⟨구운몽⟩도 떠올랐습니다. 이야기의 양상은 제각기 다르지만, 인간의 탐욕이나 호기심이 무분별하게 발휘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점에서는 익숙한 교훈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 챕터인만큼 이번에는 5개의 짧은 이야기 중에서 특히 재밌었던 이야기를 위주로 얘기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색거울⟩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꿈을 꾸었던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굉장히 절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길 모퉁이를 돌자 거기에 마차가 있더군요. 마차의 의자에는 마치 사람들이 앉아있는 것처럼 두 개의 기타가 세워져 있더군요. 마치 더 이상 우리에게 축제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을것처럼 내버려져 있는 기타를 보자 쓰디쓴 고통이 가슴 안에 밀려들어오더군요. 우리들이 마구것도 아닌 무력한 존재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자 분노가 치밀어 오르구요.
불한당들의 세계사 장미빛 모퉁이의 남자, 94p,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기타 등등] 색거울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내내 즐거웠습니다. 자기 시체와 가장 닮은 것을 보고 싶으면 거울을 들여다보라는 말도 떠올랐구요. 마침 사사키 아타루의 책을 보고 있었는데 반가운 구절이 나와서 공유합니다.
괴상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비트겐슈타인이 멋지게 한마디로 정의했거든요. “이제껏 머리뼈를 열어본 인간에게는 모두 뇌가 있었다. 정말 놀라운 우연의 일치가 아닌가?”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본인이 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물론 본인이 죽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습니다. 본인이 죽은 것을 아는 망자는 없습니다. 죽은 사람은 자신이 죽은 것을 모릅니다. 자신의 시체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의 시체와 가장 흡사한 것을 보고 싶으면 거울을 보면 됩니다. 그것이 거울의 매력입니다. (···) 어째서 모두 거울을 좋아하냐면 거기에 비친 모습이 자신의 시체,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시체와 가장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종교에서 천국이나 극락, 불성이나 신성은 여러분의 손이 닿지 않는 저편에 있는 동시에 여러분의 자신 속에, 여러분 가까이에 있다고 말하죠. 그러나 자신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머나먼 장소이자 절대적으로 자신의 가까이에 있는 성스러운 장소는 자신의 시체입니다.
제자리걸음을 멈추고 112쪽, 사사키 아타루 지음, 김소운 옮김
제자리걸음을 멈추고자기주장과 색깔이 분명한 일본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또 다른 신간. <야전과 영원> 출간 이전부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대성공에 이르기까지 힘차고 거침없이 춤추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 시기를 관통해온 약동하는 사유의 흐름을 돌아본다.
이번 모임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픽션들⟫에서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보르헤스의 책을 고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친구네 집에 가서 처음 보게 되는데요. 그 때도 여전히 (당연히?) 이 표지였습니다. 그 친구는 꽤 오랜기간 친구로 지냈는데 매 번 어디서 특이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면 유명하거나 혹은 나중에서야 유명해지는 책들만을 쏙쏙 골라서 소장하고 있어서 그 식견이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보르헤스를 읽다보니 떠오른건 [카자르 사전]인데요. 당시에 남성판과 여성판으로 2권의 책이 있고, 책 전체를 통틀어 딱 한 단어가 다르다고 했었네요. 지금은 무슨 책을 읽고 지낼지. (지금 검색해보니 [하자르 사전]으로 열린책들에서 나왔고, 결정적인 한 문장 (문장이었군요) 을 뒤에 편집자 노트에 실어놨다는데 그러면 안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두 권의 책을 번갈아 읽다가 발견하게 하는 것인데...) [픽션들]도 도서관에서 빌려야겠습니다. 다음 책도 잘 부탁드립니다. (읽어보니 역시 혼자 읽어서는 꾸준히 못 읽겠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어렸을 때 읽었다면 달랐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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