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D-29
1-1. 예전에 '청년 전태일'(제목 틀릴수있음 주의)인가 하는 에니메이션 영화를 봤는데, 그때 그려진 상황과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졌습니다. 그리고 배를 주리다가 겨우 가서 먹는 밥이 김치밖에 없는 식사...풀빵 등등 아직까지는 외계인 니나가 가장 흥미로운 등장인물입니다. 노동법과 일의 효율성과 합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왜 작가님이 니나를 감정을 배제한 인물로 그렸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나성이 '로스앤젤레스'였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저 요즘 사람? ㅎㅎㅎ
우르알 출신의 감정 없는 외계인 니나가 불시착한 대한민국 서울에서 1978년 겨울에 만난사람들. 형체를 변형할 수 있는 능력으로 액화 물질이 되어 자연스럽게 인간의 모습이 되어 가는 과정은 진화를 축약한 장면처럼 보였다. 살아남기 위해 가장 고등한 생명체로 변신한 니나. 밥 대신 광합성을 하지만 마성의 떡볶이와 라면맛을 알아버린 그녀ㅎㅎ 주인공의 설정 자체가 유쾌발랄 하네요^^
프롤로그를 거쳐 액자식 회상으로 2034년에서 1978년으로 순간이동해서, 니나의 등장과 지구와의 첫대면 장면은 묘하게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그만큼 이야기의 설정에 금새 적응하고 이야기 속 니나의 뒤를 쉼없이 따라갔습니다. 소머즈를 좋아해서 이름인지 별명조차 나성인 인물이 내내 마음에 남습니다. 어쩌면 기능이 분명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를 통해 오욕칠정을 알게되고 지구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밟게 되는 단초가 되었다 싶습니다.
통금에 걸려 곤란해진 상황에서 노파를 만나 들어간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 인상 깊었습니다. 섬뜩했단 표현이 더 맞겠네요. 읽으면서 설마설마 했는데,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한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 프롤로그와 1부에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비로소 어둠 속에서 안식을 찾은 니나는 문득 떠올렸다.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스러우면서도 이상한 일이었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22쪽, 김하율 지음
1-2 매일 먹고 배설하는 게 전쟁같았다. 지구는 정말 척박한 땅이로구나.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35, 김하율 지음
1-2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인들은 폭력적이다. 그 폭력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47, 김하율 지음
1-2 p.87 "노동자는,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야. 땀 흘리는 일은 자랑스러운 거야. 땀 흘리는 일은 ...... ." 약간 충격적이었던 문장 .. p.38 청계천에서 일 년에 한 가마니씩 잘린 손가락이 나온다는 것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었다.
니나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니나가 가장 견딜 수없는 것은 비위생적인 작업환경도, 살인적인 잔업 시간도 아니었다. 바로 이 비효율성이었다. 월급은 사장이 공장장에게 준다. 공장장은 미싱사에게 준다. 미싱사는 자신의 담당 미싱 보조와시다에게 나눠준다. 자신의 몫에서 떼어준다는 느낌 때문에 아깝지만 선심 쓴다는 태도로 준다. 게다가 금액도 그때그때 다르다. 미싱 보조와 시다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면서도 눈치와 굴욕감을 덤으로 받아야 한다. 사장은 사측의 장 아닌가. 월급은 고용주인 그가 고용인에게주는 것이 맞다. 지구인들은 왜 이런 비효율적 구조를 고치지 않는 것일까.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66, 김하율 지음
재단사는 미싱사나 시다처럼 숫자로 불리지 않는다. 누구씨, 누구야, 하다못해 성으로라도 불린다. 개별성을 가지므로 좀 더 인간에 가까워진다. 무엇보다 월급이 미싱사들의 두 배 이상으로 뛴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부 1978년, 김하율 지음
당시 여공과 사법 고시생의 사랑은 삼류소설이나 잡지의 가십거리로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였다. 슬프게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묘하게 서로의 환상을 충족시켰기에 소문으로도 회자되는 주제였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부 1978년, 김하율 지음
어젯밤 어둠 속에서 혜란은 말했다. 자신은 원래 대학생이었다고. 혜란은 여공들이 되고 싶어 하는 대학생을 왜 그만두고 공장에 들어온 걸까. 만약 니나가 지구에 도착해 처음 본 인간이 여공이 아닌 여대생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장학금을 받으며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팝송이 흐르는 음악다방에 앉아 미팅을 하고 있었을까. 부끄러운 일과 부끄러워하는 일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노동자는,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야. 땀 흘리는 일은 자랑스러운 거야. 땀 흘리는 일은......"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86-87, 김하율 지음
"미자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오들오들 떨며 말했다. 겨울의 끝자락 속에 방은 냉골이었다. 미자는 니나에게 필요한 건 온기가 아닌 빛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자신이 정체를 모르는데도. 니나는 미자의 현명한 판단에 감탄하며 눈을 감았다. 빛이 나를 회복시켜줄 것이다. 육체와 더불어 상처받은 마음까지도. 니나는 자신이 몸에 거칠게 내리꽂혔던 손과 발의 촉감들을 떠올렸다. 왜 그랬을까."
니나도 시간이 흘러 지구인의 사랑을 알게 되고 두 개의 인체가 만나 일어나는 그 마법 같은 일을 겪는다. 그리고 생각이 바뀐다. 비효율은 개뿔.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94 "이걸 지가 뭐 땀시 알아야 한당께요?" "미적분은 수학의 꽃이거든요. 몰라도 일상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은 없어요. 하지만 알면 학문의 기쁨을 느끼게 되죠. 꽃은 입으로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 즐기는 거잖아요." 이상한 논리였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맞심니더. 만족감. 그게 바로 기쁨인 기라. 즐거움이라카이. 별거 없다 아닌교. 인간은 이 작은 주먹밥 하나에도 해피, 그러니까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라예.”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그 시대 거의 모든 여자들의 이름 마지막 글자는 ‘자’로 끝났기 때문이다. 순자, 미자, 영자, 정자, 애자, 희자, 말자…. 처음에 니나는 그들이 모두 자매인 줄 알았다. 변별성과 개별성이 희석된 여자들은 모두 흐릿해 보였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1-2.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전해지나 누구도 그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 시다들은 그럼 예수님인가보다, 청계천에 떠도는 유령이 있다고 하던데 그게 그분인가봐, 하며 자기들까리 수군거렸다. (…) 지나가던 공장장이 시다들에게 겁주듯 말했다. 이렇게 음해하는 세력이 있는 걸 보니 예수님이 맞는 모양이라고 시다들은 자기들끼리 고개를 끄덕였다.(p.74)
니나의 고향 행성 우르알오아이오해에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점점 퇴화되어 소멸했다는 말이 맞다. 감정처럼 비효율적인 것은 없으니까.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31쪽, 김하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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