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D-29
니나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니나가 가장 견딜 수없는 것은 비위생적인 작업환경도, 살인적인 잔업 시간도 아니었다. 바로 이 비효율성이었다. 월급은 사장이 공장장에게 준다. 공장장은 미싱사에게 준다. 미싱사는 자신의 담당 미싱 보조와시다에게 나눠준다. 자신의 몫에서 떼어준다는 느낌 때문에 아깝지만 선심 쓴다는 태도로 준다. 게다가 금액도 그때그때 다르다. 미싱 보조와 시다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면서도 눈치와 굴욕감을 덤으로 받아야 한다. 사장은 사측의 장 아닌가. 월급은 고용주인 그가 고용인에게주는 것이 맞다. 지구인들은 왜 이런 비효율적 구조를 고치지 않는 것일까.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66, 김하율 지음
재단사는 미싱사나 시다처럼 숫자로 불리지 않는다. 누구씨, 누구야, 하다못해 성으로라도 불린다. 개별성을 가지므로 좀 더 인간에 가까워진다. 무엇보다 월급이 미싱사들의 두 배 이상으로 뛴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부 1978년, 김하율 지음
당시 여공과 사법 고시생의 사랑은 삼류소설이나 잡지의 가십거리로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였다. 슬프게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묘하게 서로의 환상을 충족시켰기에 소문으로도 회자되는 주제였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부 1978년, 김하율 지음
어젯밤 어둠 속에서 혜란은 말했다. 자신은 원래 대학생이었다고. 혜란은 여공들이 되고 싶어 하는 대학생을 왜 그만두고 공장에 들어온 걸까. 만약 니나가 지구에 도착해 처음 본 인간이 여공이 아닌 여대생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장학금을 받으며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팝송이 흐르는 음악다방에 앉아 미팅을 하고 있었을까. 부끄러운 일과 부끄러워하는 일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노동자는,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야. 땀 흘리는 일은 자랑스러운 거야. 땀 흘리는 일은......"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86-87, 김하율 지음
"미자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오들오들 떨며 말했다. 겨울의 끝자락 속에 방은 냉골이었다. 미자는 니나에게 필요한 건 온기가 아닌 빛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자신이 정체를 모르는데도. 니나는 미자의 현명한 판단에 감탄하며 눈을 감았다. 빛이 나를 회복시켜줄 것이다. 육체와 더불어 상처받은 마음까지도. 니나는 자신이 몸에 거칠게 내리꽂혔던 손과 발의 촉감들을 떠올렸다. 왜 그랬을까."
니나도 시간이 흘러 지구인의 사랑을 알게 되고 두 개의 인체가 만나 일어나는 그 마법 같은 일을 겪는다. 그리고 생각이 바뀐다. 비효율은 개뿔.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94 "이걸 지가 뭐 땀시 알아야 한당께요?" "미적분은 수학의 꽃이거든요. 몰라도 일상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은 없어요. 하지만 알면 학문의 기쁨을 느끼게 되죠. 꽃은 입으로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 즐기는 거잖아요." 이상한 논리였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맞심니더. 만족감. 그게 바로 기쁨인 기라. 즐거움이라카이. 별거 없다 아닌교. 인간은 이 작은 주먹밥 하나에도 해피, 그러니까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라예.”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그 시대 거의 모든 여자들의 이름 마지막 글자는 ‘자’로 끝났기 때문이다. 순자, 미자, 영자, 정자, 애자, 희자, 말자…. 처음에 니나는 그들이 모두 자매인 줄 알았다. 변별성과 개별성이 희석된 여자들은 모두 흐릿해 보였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1-2.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전해지나 누구도 그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 시다들은 그럼 예수님인가보다, 청계천에 떠도는 유령이 있다고 하던데 그게 그분인가봐, 하며 자기들까리 수군거렸다. (…) 지나가던 공장장이 시다들에게 겁주듯 말했다. 이렇게 음해하는 세력이 있는 걸 보니 예수님이 맞는 모양이라고 시다들은 자기들끼리 고개를 끄덕였다.(p.74)
니나의 고향 행성 우르알오아이오해에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점점 퇴화되어 소멸했다는 말이 맞다. 감정처럼 비효율적인 것은 없으니까.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31쪽, 김하율 지음
노동자는 부끄러운 직업이 아녀라. 땀 흘리는 일은 자랑스러운것이지요잉.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공장장은 자신을 "야, 0번"이라고 불렀고 옆자리에 앉은 1번 미싱사는 그냥 '야!'라고 불렀다. 니나는 이곳에서 '야'라는 말은 보편적인 존재, 불특정 존재의 문을 두드리는 똑똑똑 같은 말인가보다 생각했다. 니나는 지구가 생각보다 복잡한 행성이라고 느꼈다. 인간은 그보다 더 복잡했다. "야, 지구." 똑똑똑. 어둠 속에서 니나는 지구의 문을 두드렸다. 자신이 막 도착한 새로운 세계를. _1부 1978년_ 불시착_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_ p.22-23_, 김하율 지음
"공장에서는 나를 먹물이라고 불러." 혜란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걸었다. 혜란은 7번 미싱사였다. 니나는 공장에서 그녀를 먹물이라고 부르는 걸 듣지 못했다. 이게 미자가 말했던 소문이라는 것인가. "그런데 내 친구들은 나보고 변절자래. 웃기지?" 니나는 어떤 지점에서 웃어야 하는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난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그 어느 것도 되지 못할 거 같아." _1부 1978년_ 위장_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_p.78_, 김하율 지음
그들은 한참을 뛰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노파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뛰었다. 그 제안과 스스로 멀어지기 위해서. 두 사람은 허리를 숙이고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하얀 입김이 허공중에 부서졌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혜란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노동자는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야. 땀 흘리는 일은 자랑스러운 거야. 땀 흘리는 일은 ......" _1부 1978년_ 위장_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_p.87_, 김하율 지음
"노동자는,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야. 땀 흘리는 일은 자랑스러운 거야. 땀 흘리는일은...... ." 니나는 혜란이 힘겹게 쏟아내는 말을 듣고 있었다. 멀리서 첫차가 달려왔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87, 김하율 지음
1-2. p. 77 지구에는 라면이라고 하는 음식이 있는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마력을 가진 음식이다. p. 87 "노동자는,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야. 땀 흘리는 일은 자랑스러운 거야. 땀 흘리는 일은……."
노동자는,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야. 땀 흘리는 일은 자랑스러운 거야. 땀 흘리는 일은....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대부분의 여공들은 국민학교를 졸업했거나 삼사 년을 다니고 중퇴한 학력이 전부였다. 글을 읽을 줄은 알았으나 문해력이 부족했고, 시장에 갈 정도의 기본적인 연산은 가능했으나 세일가가 정가의 몇 퍼센트인지까지 가면 미간을 찌푸렸다. 한자를 모르기에 신문을 볼 줄 몰랐고, 그래서 시사에 어두웠으며, 그래서인지 자신의 권리 위에서 잠을 자기 일쑤였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사실 이것은 오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구조가 곧 악마였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우리 옆 동물 이야기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이 됩니다_글쓰기를 돕는 책 3
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2025년을 위해 그믐이 고른 고전 12권!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