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여고생 챔프 아서왕』

D-29
제주도에서 홍길동 놀이하시는 거 이미 SNS로 염탐했습니다. ^^;; 저도 겨울 한라산이 궁금한데 게을러서 못 가고 있네요. PD님도 월말에 새 책을 내시는군요. 축하드립니다! 아껴두고 보신다는 말에 또 심쿵합니다. :)
아, 제가 복선을 즐겨 쓰기는 하는데요. 이 부분은 저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복선이었군요! :)
"복싱? 무서워. 사람을 어떻게 때려?" "네가 아는 것과 달라. 제대로 몸 쓰는 법을 가르쳐서 사람을 완전히 개조시키는 거래."
여고생 챔프 아서왕 p.11, 염기원 지음
(…)나는 서운함을 표현하지도, 가라앉지 않은 분노를 나타내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처럼 치사하게 살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지영 언니(…) 욕을 하는 대화에 나는 끼어들지 않았다.
여고생 챔프 아서왕 p.90, 염기원 지음
안녕하세요, 작가님. 방금 막 아서왕 다 읽고요. 작가의 말을 읽고 <해에게서 소년에게> 노래를 찾아서 듣고 있어요. 호수공원을 돌며 이 노래를 들으셨다는 대목이 와닿네요. 저는요... 한때 복수를 꿈꾼 적이 있어요. 그때마다 영화 <영웅본색>에 나오는 <풍림각> 장면을 들으며 복수를 상상했지요. <아서왕> 완전, 좋아요. 최고의 복수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복수는요, 사람을 갉아먹거든요. 최고의 복수는 내가 더 행복해지는 거지요. 이번 작품도 참 좋았어요. 특히 막판에 마구 달리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초반에는 안타깝고 답답해서 진도가 좀 안 나갔어요...) 엔딩을 보고 난 후, 약간 멍했는데요. 아, 좋네요, 이런 복수. 멋진 작품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책을 조신하게 기다립니다.
앗, 다 읽으셨군요. 고맙습니다! 그 노래 들으며 울면서 달린 적도 많았답니다. 김포로 이사 온 뒤로는 호수공원 대신 생태공원을 달려요. (풍림각 장면이라면, 음악이 줄어들면서 캬! 윤발 형님 멋지죠.) 복수에 대한 기준도 기대도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번에도 저는 많은 분이 실망(?)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시놉시스 단계에서 이미 속 시원하고 화끈한 복수는 염두에 두지 않았거든요. 문체와 캐릭터는 발랄하게 하면서 이면에 무거운 고찰을 담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이번에도 좋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교정 보고 있는 차기작, 보름 후쯤 나올 소설이 꽤 재미있네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썼다고 기억했는데 다시 보다가 몇 번 웃었어요. :)
작가님, 책을 막 다 읽었을 때는 좀 더 후련하고 통쾌한 복수를 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새벽에 문득 깨달았어요. 아서왕이 이야기 내내 지내는 공간의 의미요. 교도소잖아요. 그 중에는 사적인 복수를 행하고 죗값을 치르기 위해 들어온 이들이 있지요. 그리고 수감이라는 것이 어쩌면 국가가 개인을 대신해 복수해주는 행위일 수도 있고요. 복수란 무엇일까? 사적인 복수의 끝이 어디일까? 그걸 끝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공간이 교도소가 아닐까. 그래서 서아는 교도소를 나와 최고의 복수가 무엇인지 깨닫고 그걸 실행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너무 좋은 이야기 구조더라고요. 캬아아아아! 멋지십니다. 고행의 행군을 하시며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다 짜내셨는지. 역시 염기원 작가 만세입니다! 다음 책도 기다려집니당~
사실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어요. 영화와 OTT 관련 제작사와 함께 검토한 곳이 있는데, 요즘 트랜드에 맞게 좀 수정해서 영상화 계약과 출간을 동시 계약하자는 제안을 받았거든요. 그럼에도 애초의 주제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아쉽기도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맞아요. 속 시원한 얘기로 푸는 대신 서아에게 최고의 복수란 무엇일까, 그걸 넘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정답은 없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에 천착하기로 결심하고 만든 이야기 구조입니다. 서아에게는 담금질을 위한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지요. 오래도록 품었던 생각이었기에 이야기 얼개를 짜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네요. 날이 조금 춥지만, 오늘도 PD님답게, 뜨거운 하루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
이른 점심밥을 먹고 오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좀전에 완독했습니다. 읽는 내내 서아를 응원하면서, '어, 나 해피엔딩 좋아했네.' 어리둥절해 하면서요.^^ 복싱 용어와 체급, 한국 여자복싱계의 현실, 구치소와 교도소 관련한 용어들까지 생소한 내용도 서아의 상황과 사건들속에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서 책장이 잘 넘어갔어요. 반가운 내용도 있었죠. 영화 <가버나움> 같은, 2NE1 같은.ㅎㅎ^^ 무엇보다 '너 지렁이 같은 야곱아'(p.220)에서 서아의 복수가 확연해지고, 영신 이모의 "딸아, (...) 웃어라. 이길 때마다 활짝 웃어."(p.231) 에서 해피엔딩을 확인하면서 굉장히 행복해 지더군요. 특히, 서아의 곁을 지킨 어른들 중에서 면회 온 할배의 외침이 오래 남습니다. 세상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네 템포로 네 스타일로 네 게임을 하라는. (p.140) 복수의 외피를 두른 성장 소설을 읽었더니 어느새 내 템포와 스타일로 내 게임을 하고 있는지 살펴 보는 일요일 저녁입니다. 고맙습니다.
완독하느라, 우리 서아를 응원하시느라 수고하셨어요. 고맙습니다. “가버나움”은 제 인생작이라 꼭 넣고 싶었는데 마침 들어맞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문학회 분들은 할배를 가장 좋아하시더군요. :) 복싱을 비롯한 격투 종목과 교정시설에 관해 심도 깊게 취재한 적이 있었어요. 웹소설을 쓸 때였는데 인터뷰하고 조사한 분량이 엄청 많았음에도 얼마 쓰지는 않았습니다. 취재한 것 중 작중 상황에 맞는 일부만 풀어내야 했기 때문이죠. 다행히 그게 이 작품에서는 도움이 됐네요. 결말을 예측하면서 읽으셨군요. 작품마다 많은 힌트를 담는데도 결론에서 뜨악했다는 의견을 가끔 듣는지라 더욱 반갑습니다. 복수의 외피를 두른 성장 소설, 맞습니다. :) 재밌게, 그리고 깊이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평안한 밤 되시길.
리뷰글 정리해서 알라딘 서점과 인스타 그램에 올렸습니다. 해당 글을 본문에도 같이 올려 놓겠습니다. 서점 : https://blog.aladin.co.kr/749940190/15223277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p/C2FWCOiP6J-/?igsh=MjdpdXh6cDBnMjF5 <아서왕의 엑스칼리버는 아발론에 잠들고> 여고생과 아서왕이라니. 참 낯선 것들의 조합이라 궁금증이 더 차오른다. 표지에는 또렷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여고생 복서의 당찬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서왕은 엑스칼리버를 뽑아 자신의 나라를 건국하였고, 사랑하는 여자와 믿고 있던 부하의 배신에도 그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가하지 않았다. 엑스칼리버는 복수의 도구가 아니라 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예물이 되었다. 왕서아의 복싱도 그러했다. 복싱으로 인생을 또렷하게 살기 시작한 그녀는 마지막까지 복싱으로 말했다. 복싱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복수의 도구가 아니면서도 그렇기도 했다. 읽어나가면서 후반부의 내용을 요즘 입맛에 맞게 냈다면 2차 창작까지 흥행의 흐름을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렇게 바뀐 이야기를 생각하니 입맛이 또한 썼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나오는 드라마들을 보면 치밀하게, 잔인하게, 통쾌하게 복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이들이 사이다를 원한다. 사이다를 마시지 않으면 목에 걸린 고구마를 내려보내지 못하는가 보다. 그 사이다의 뻥 뚫림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이다를 기꺼이 마시고 싶지는 않다. 급하게 사이다를 꿀꺽 들이키면 목 넘김 시 통증이 있다. 다들 그런 통증을 느낄 것 같은데 워낙 세상이 흉흉하니 그 다음의 쾌감을 위해 참나 보다. 나는 아프다. 못 넘기겠다. 복수의 탈을 쓴 무차별한 육체적, 정신적 폭력이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너가 그 상황에 놓이면 그런 복수를 안 하고 싶겠니, 누군가가 반문할 수도 있고, 감히 나도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라고 지금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냥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막판에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작가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 묘했다. 여러 수정 제의에도 굴하지 않고 이렇게 결말을 내준 작가님에게 감사하다. 특별히 작가의 말에서 '인과율을 믿는다'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다. 세상에는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왕서아처럼 부정적인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그것을 갚아주기 위해 나를 포기하고 또다른 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참 지난한 일이다.(물론 사람마다 그것이 더 가치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각자의 가치관이니 존중한다.) 최고의 복수는 나를 누르는 압력과 나를 괴롭게 하는 상황과 나를 적대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란 존재를 오롯이 지켜내는 것이다. 그것들에게 휘둘리는 존재가 아닌, 단단한 뿌리 위에서 흔들림없이 정면으로 마주보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표지의 캐릭터처럼) 그렇게 내 자신이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왕서아는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강인한 육체 속에 연약한 내면을, 그리고 연약함을 죄가 아닌 선으로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된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구른 후 약속의 땅에 들어선 것처럼, 예수가 세례 후 광야에서 바로 시험을 받은 다음 기적의 사역을 시작한 것처럼 왕서아도 광야와 같은 단절된 땅인 교도소로 들어가 그곳에서 담금질을 하게 된다. 내면으로, 외면으로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갈고 닦는다. 다행히 작가님의 따스한 안배 덕분에 악질적인 사람들만이 아닌, 정말 괜찮은 사람들을 교도소에서 많이 만남으로써 그 수양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실을 맺는다. 심청이로 시작한 왕서아의 인간적 매력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 케케묵은 전통적인 감성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적 정서에 대한 공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심청이처럼 자신의 실제 부모를 봉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지만 그럼에도 교도소에서 나와 프로 선수로서 자기 길을 가는 왕서아는 돌아가신 어머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것 또한 효도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그녀의 마지막 선택을 사회적 자본을 극복하지 못한 수동적인 결정, 거대한 불의에 침묵하는 태도라고 보기보다는 자기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용기있는 선택으로 평가하고 싶다. 복수물이 범람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래된, 그렇지만 가치있는 영감을 전하는 책이다. 추천한다.
아웅, 제목부터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정말 멋진 리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신묘님, 리뷰를 읽으며 보통 필력이 아니시다 싶었는데 국어 선생님이자 작가셨군요. 리뷰의 두 번째 문단을 읽으며 저 역시 묘했습니다. 어쩜, 마치 제 속에 들어갔다 나오신 것 같아요. 저 역시 아서의 용기를 응원했습니다.(아, 이건 당연한가요?)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요즘의 세태는 불편하며 조금 아프기까지 합니다. 말씀대로 아서에게 복싱은 복수의 도구가 아니면서 그렇기도 합니다. 그녀의 고난이 고난만은 아니듯이요. 정성스러운 리뷰 정말 고맙습니다. 평안한 밤 되시길.
저도 읽는 내내 영화 '아저씨'급의 복수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페이지는 줄어드는데 서아는 도대체 언제 출소하고 어떻게 복수하지? 혹시 감옥을 탈출하나? 하며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복수를 맞이했을때... 어.. 복수했네... 했어요. 제 기대를 배반한 복수가 허탈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생각했던 어쩌면 영화같은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루하게 여겼던 서아의 교도서에서의 일들이 서아에게는 준비의 시간이구나.. 성장의 시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소미 아빠의 제안을 받았을때.. 왜 누구하고도 상의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못하게 했을텐데... 라며 안타까웠는데.. 두번째 선택의 순간에는 서아에게 여러 사람들이 곁에 있었어요. 덕분에 이번에는 제대로 선택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두군데 정도 다소 선정적인 표현들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맞아요. 준비와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을 오래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성찰 없이 무언가 이루어지는 게 과연 그에게 좋은 일일까 하는 생각을 오래 했어요. 제가 스타트업을 그만둔 것에 그런 문제의식도 있었는데 이건 좀 긴 얘기라 생략하겠습니다. 아직 어리고 의지할 곳 없는 서아에게는 기댈 곳이 없었지요. 두렵기도 했지만, 서아로서는 용기를 낸 것인데 그게 수렁이 되었네요. 그럼에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는 것에는 본인의 성찰과 다짐, 그리고 용기가 있었고, 말씀하신 대로 조력자들의 도움이 있었지요.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세상의 끝에 선 사람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어요. 선정적인 표현은... 죄송합니다.
저도 얼마전 출근 지하철에서 히얼아이스텐포유를 듣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주책맞기도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그 형은 왜 그리 빨리 갔을까..) 그랬습니다. 격투경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처음에 여러 격투 경기가 등장했을때... 와 복싱은 정말 신사같은 스포츠였구나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정함을 담은 약속이 많은 스포츠여서 오히려 종합격투기에 비해 인기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론 그 안에 나름의 규정은 있겠지만) 이기는것이 사람들의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듯해요.
그 곡이 처음 나왔을 때는 두 가지 감정이 들었지요. “<인형의 기사>류의 노래는 다시 하지 않겠다더니, 이 양반이?”라는 것과 “역시 신해철이구나”라는 것이었는데요. 요즘도 가끔 듣고, 노래방에서도 부른답니다. 해철 형님 특유의 낭만이 좋아요. 어릴 때 무술을 배운 적도 있어서 한때 입식 타격에 심취했었어요. 그런데 말씀대로 요즘은 온 세상이 이종격투기 같아요. 사랑과 배려, 인내와 희생 같은 건 약자의 언어가 되어버렸지요. 그런 각박한 세상과 불화하겠습니다. 약 파는 건 아니옵고, 오늘 새벽까지 곧 출간할 소설 교정을 보았는데요. 쓸 때와 달리, 다시 읽으니 주인공이 지금의 폭력적인 세상과 왜 불화했는지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루더라고요. 공중부양님 글에 댓글을 쓰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스포츠를, 그중에서 야구를, LG 트윈스를, 그중에서 레전드 삼손 리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한화 이글스 팬...인 저는 몇 년째 야구에 통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소설을 많이 쓸 수 있던 것 같습니다. 🤣
<살아보니 지능>에서 이권우 독서평론가가 최근 한국소설은 모두 영상제작을 염두하고 있다고 혹평하셨었어요. 소설가에게 어려운 선택인것 같아요. 작가님과 이렇게 대화하니 혹시 이런 독자와의 대화가 이후 집필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사실 저는 작가들의 밥벌이에 큰 관심은 없습니다. 전업 작가가 된 이후로는 그야말로 손가락 빨고 살고 있어요. 몫돈을 만질 기회는 문학상 상금, 영상화 계약 정도만 떠올라요. 대부분 전업 작가-인세로 생활할 수 없는-의 경우 보통은 강연과 글쓰기 수업이 수입원인 것 같습니다. 창업과 IT 관련해서는 오래도록 강연했지만 문학을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은 없어요. (기회가 없었습니다.) 창작 수업으로 생계를 잇는 건 작가에게 조금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책을 안 읽는, 책이 안 팔리는 시대라 사실 영상화가 소설가들의 주요 수익 모델이기는 해요. 젊은 작가들끼리 만나면 주된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권우 님을 잘 모르지만, 혹평까지 받을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근본주의자의 말씀 같네요. 초판도 안 팔리는 책이 대부분인 판국에 굶어 죽으라는 얘기도 아니고요. 저도 드라마, 뮤지컬, 웹툰을 포함한 영상화 계약을 했어요. 창작 단계에서 영상 제작을 염두에 둔다는 건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야에서는 웹소설이 단연 유리하고요. (저도 웹소설을 쓴 적이 있습니다.) 많은 작가를 아는 건 아니지만 자기 소설이 오리지널 스토리로 작동하는 걸 마다할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 나는 꼭 영상화가 되는 작품을 쓸 거야.’라는 마음으로 쓴 소설이 괜찮다면 그것도 재능이고 많은 작가들이 부러워할 일 같습니다. 독자와의 대화가 집필에 영향을 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대단한 혹평을 들었는데 그게 정말 아프고 날카로우면 모를까요. 웹소설 쓸 때는 작가들이 댓글 때문에 슬럼프에 빠지거나 절필하는 걸 많이 목격했고, 예전에 에고서핑 할 때는 터무니 없는 리뷰에 신경이 쓰이곤 했던 게 사실입니다. 반대로 저같이 외부 행사도 안 하고, 독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할 기회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런 자리가 소중합니다.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내 글이 관심 있는 분이 실제로 계시긴 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 독자와의 대화가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건 작가 개인의 성향이나 멘탈 문제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가들 모임 참석을 두고도 생각들이 엇갈리더라고요. 외출 준비하다가 두서 없이 두다다다 글을 썼습니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활자중독자이자, 영상제작자로 평생 살아온 사람인데요. 그러다보니 이권우 선생님의 팬이기도 합니다. 호모부커스 시절부터 이권우 선생님의 독서 예찬론을 너무나 좋아해서 강의도 쫓아다니고 개인적인 인연도 맺고 그랬는데요. 이권우 선생님이 혹평을 하셨다는 지점에서 살짝 고개가 갸우뚱했습니다. 어쩌면 애정어린 조언이 아니었을까 싶어서요. 글과 말은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화자에서 나와 청자에게 닿는 순간 변질 될 수도 있거든요. 저는 책을 읽을 때 항상 영상 제작을 염두에 두고 읽습니다. 글을 읽을 때 영상이 머리에 그려져야 이야기에 더 깊게 빨려들거든요. 때로는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글도 있어요. 저는 그런 글이 진도가 잘 안 나가요. 염기원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구디 얀다르크부터 늘, 읽을 때마다 영상화의 욕심이 나는 작품이라 그렇습니다. 이번 책, 왕서아가 좋았던 건요. 그럼에도 영상화를 위해 이야기의 본질을 희생시키지 않는 이야기꾼의 뚝심이 느껴져서 좋았고요. 날로 다양성이 커져가는 한국 소설의 경향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영상화되는 오리지널 스토리의 특징이 따로 있을까요? 알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많은 책과 영상의 세계 속에서 오직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는 것만이 행운이자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마침 그렇게 좋아하게 된 작가가 염기원 작가님처럼 부지런하고 루틴을 지켜 다작하시는 분이라면 더 큰 행운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두 분, 이권우 작가님과 염기원 작가님의 세계가 혹여나 불화할까 두려워 글 남깁니다. 모쪼록 각자의 세계에서 오해없이 살아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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