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신작 함께 읽기

D-29
<맡겨진 소녀> 클레이 키건의 작가의 신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나왔습니다. 원작소설은 물론이고, 영화 '말 없는 소녀'도 정말 잘 만들었다는 평이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번 신작도 엄청 기대를 가지고 주문을 했습니다! 잔잔하고 담담한 문체 속에서도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는 작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는 모임이 되었네요! 벌써 27일이 기다려집니다. 크리스마스 연휴와 함께하기에도 좋았던 책이지 않았나 싶어요~ 25일인 오늘,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안녕하세요? 처음이라 이렇게 하는게 맞나 싶네요 ㅡ.ㅡ
안녕하세요~ 읽으면서 느꼈던 것, 생각나는 것, 궁금한 것 등 자유롭게 댓글로 주고 받으시면 됩니다!
반갑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다들 아마 다 읽지 않았나 싶습니다. 얇은 데다가 담담하게 쓴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는 게 어렵진 않았습니다만, 빠르게 읽혀지지 않았던 소설이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것은 이전 번역 작품인 <맡겨진 소녀> 못지 않았구요. 실화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모티브로 쓰신 작품이더군요. 살짝 찾아보니 가장 오래된 곳은 200년 가까이 유지되었다고도 합니다. '몸을 버린 여자'를 보호 및 거처를 제공해준다는 해준다는 명목하에 시행되었고 2013년 정부가 이를 사과했다고 합니다.
"믹 시노트네 애가 오늘 또 땔감을 주우러 길에 나와 있더라고." "그래서 차를 세웠어?" "장대비가 내렸잖아. 차를 세우고 태워주겠다 하고 주머니에 있던 잔돈을 좀 줬어."
이처럼 사소한 것들 p.20,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주인공의 선한 마음, 동정심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지금 한국은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보더라도 돕지 말라는 분위기가 만연한데요.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인터넷이라는 공간 자체가 특정 혐오가 많이 발현되는 공간이지만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말처럼 누군가의 선행과 동정심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분명 맞는 것 같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작품의 초반부, 선하고 부지런한 펄롱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과거 한국 사회의 아버지의 모습이 비춰졌어요. 경제적으로 노력하고, 가족들에게 친절하고, 주위 사람들을 척지지 않을 정도로 지내는 사람. 성실한 사람. 그러면서도 아내에게 자신이 못해주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요.
4챕터를 막 다 읽었습니다. 초반부 성탄절을 배경으로 서술되는 주인공의 단란한 가정의 모습에서 주인공이 수녀원의 가려진 모습을 엿보게 된 지점의 변화가 상당한 임팩트를 주네요. 꼭 영화 기생충에서 코믹한 분위기의 가족파티 중 울리는 초인종과 인터폰에 뜬 비에 젖은 가정부의 등장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작품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전환하는 효과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인공은 평소 아내를 대할 때 가끔씩 불가해한 직관력과 냉철함을 느꼈다고 했는데, 수녀원에서 목격한 한컷의 장면을 대화에 올린 것만으로 즉시 아내가 차갑게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당혹스러워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이야기가 기대되는 훌륭한 도입부 입니다!
수녀원의 어두운 면을 발견한 순간, 분명 담담히 쓴 문장인데도 깊숙한 곳을 강타한 느낌을 줬어요. 그런 행위를 하고 있는 것도 섬뜩했지만, 그것을 감추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는 수녀들에게선 공포와 같은 소름이 돋았습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p.44,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책의 주제를 떠나서 저는 이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마흔은 아니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저런 생각이 들 때가 부쩍 많아졌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잘하고 있긴 한 건지,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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