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 / 도서 증정] 뮤리얼 스파크 <운전석의 여자> 함께 읽기

D-29
@문예출판사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댓글을 읽다보니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의 제 경험도 몇 가지가 생각이 납니다.
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했다. 나는 장르 소설을 왜 읽는가? 미스터리나 스릴러 애호가라면 답은 간단하다. 재미를 추구함이다. 낯선 잔인함, 복잡한 사건의 얼개와 빠른 속도감, 결말로 향하는 긴장 그리고 반전. 이런 요소들을 개별 작가 나름의 스타일로 구성하는 것이 이 장르의 특징이다. 영화적 구성과 클리셰가 많다는 것도 이 장르의 보편적 때론 부정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의 몰입 강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 읽는 재미를 높인다면 말이다. 스릴러물 애호가라 자칭함에도 뮤리엘 스파크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다. 강렬한 느낌의 표지에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표제작인 <운전석의 여자>를 폈다. 첫 챕터를 읽으며 '뭐지, 이건?' 했다. 스릴러 맞나?싶었다. 그래도 꾹 참고 마치 마트료시카를 열듯 '뭔가 있겠지'하며 챕터를 이어갔다. 설마 하는 우려가 마지막 쪽까지 이어지다 마침내 허탈함으로 이어졌다. 결과를 미리 알려주고 거기까지 거치는 과정을 풀어가는 형식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주인공 리제와 그녀가 만나는 인물들의 이해할 수 없는 말들과 행동은 지극히 낯설고 어색하고 이상했다. 50년 전 작품을 지금의 관점으로 보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아가사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은 그렇지 않다. 주변 인물들의 설정과 등장 역시 이해가 쉽지 않았다. 윗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평범한 주변 인물들이 그녀에게 가했을 어떤 폭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개연이나 당위도 느낄 수 없었다. 좀 더 깊게 읽고 각 인물들의 역할과 리제가 처한 현실을 복합적으로 느껴야 한다면 그건 독자에게 지나친 요구다. 재미의 여부는 논외로 하고 마지막 쪽을 마주하며 찝찝함과 짜증이 났다. 혹시나 해서 책 검색을 해 보았다. 다들 상찬 일색이다. 어느 사이트는 '여성 서사의 전형을 비트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내가 잘못 읽은 건가?싶은 생각도 들었다. 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작품을 너무 가볍게 읽었나? 그럴 수도 있다. 영화적 전개나 표피적 재미 만을 추구한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가가 있는데 그걸 발견 못한 것이 나의 수준 문제인가?라는 데엔 동의할 수 없다. 모름지기 장르소설은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놀라움이든 여운이든 안타까움이든 분노이든 말이다. 형식은 다음 문제다. <운전석의 여자>가 존 업다이크의 평대로 누군가엔 훌륭한 작가의 대표작일지는 몰라도 내겐 작가에 대한 선지식 없이 표지만 보고 품었던 기대감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작품이다. 그렇다고 과도한 평가절하도 못하겠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130 여 쪽을 단숨에 읽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겐 아직 열 개의 단편이 남아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래, 작가를 제대로 알려면 작품을 톱아 보아야 해' 라는 생각이 들기 바라며...
찝찝함과 짜증. 저도 원고를 처음 읽으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ㅎㅎ 무척 공감..! 나머지 단편은 좀 더 서사가 잘 드러나는 소설들이니 끝까지 함께 해주셔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함께 읽기] 1/4(목)~1/10(수) : <아버지의 딸들> <관람 개방> <하퍼와 윌턴> <핑커튼 양의 대재앙> <이교의 유대 여인> 날이 꽤나 따뜻하네요. 기분 좋은 1월입니다 :) 이번 주는 좀 더 많은 단편들을 읽어보려고 해요. 이 중 가장 좋았던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보면 좋겠네요!
<아버지의 딸들>과 <관람 개방>이 이어져 있어서 온도차가 다름에 놀랐어요. 도라와 벤과 같은 관계도 있을 수 있구나를 보았구요. 하퍼와 윌턴은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하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었는데요, 살아나서 실체감이 있을 수 있다니 무섭기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맺어줄 때까지 머무르는 점이 재밌었어요.
내일 다시 해보세요. 앞일을 누가 알겠어요. 인생도 복권 추첨과 다르지 않은걸요......
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아버지의 딸들,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아버지의 딸들>이 재밌었어요. 모든 것이 비교가 되는 케슬메인과 호프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네요. 처음에 케슬메인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허세만 남아 딸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그에 반해 호프는 작가로서 잘 나가며 경제적으로 풍족해 성공한 삶을 사니 그의 딸 카멀리타가 행복할 거란 여겼죠. 딸이 사랑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는 케슬메인이 적극적인 태도가 인상적이네요. 카멀리타와 사귀던 벤을 도라와 이어 준 것은 케슬메인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죠. 딸의 사랑에 있어서 케슬메인이 호프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 것같아요. "그는 그녀를,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서로에 대한 그들의 사랑에는 빈틈이 없었다." 이 말이 반복해서 나오네요.
"당신은 야심의 유령이에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꿈과 계획의 유령이죠."
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p.200 <관람 개방> 중,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벤은 지식인이었고, 누가 뭐라고 해도 지식인들과의 관계는 다른 상대와의 관계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았다. 발견할 면모를 남들보다 많이 감추고 있는 까닭이었다. 지식인과 사귀면 매일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녀는 자신이 벤처럼 교양 있는 유형에게 끌리는 것은 자신이 아버지의 딸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p.169,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우리 사이에서 할머니는 자신의 유대 혈통을 뽐냈는데, 그녀가 영리한 건 모두 그 덕분인 까닭이었다. 나는 할머니가 너무나 영리했으므로 아름다울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걸 알았다.
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p.249,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마지막 주입니다 :) 다음 주 목요일까지 남은 4개의 단편을 읽어주시면 됩니다. 완결까지 화이팅! 1/11(목)~1/18(목) : <검은 선글라스> <오르몰루 시계> <포토벨로 로드> <운전기사 없는 111년>
<오르몰루 시계>에서 르블로니치부인이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부럽기까지 합니다. 성실한 노력으로 막대한 재산을 지니게 되었지만 일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책 속 화자의 질문에 답을 생각해봅니다. "산의 상층부를 가려면 나로서는 버스를 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그 드높음을 헤아리고 싶었던 존재는 루블로비니치 부인이라는 거인이었다."292쪽 점점 늘려나가는 그녀의 부의 확장은 모두가 루블로비니치 부인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며 그녀를 거인적인 존재로 여기게 만듭니다. 겉으로는 주인의 자리를 내세우지도 부를 자랑하지도 않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진정한 위치에 올라있습니다. 진정한 거인의 자리에 있기에 변함없이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재벌이 있다면 무척 존경받을 것같네요. 소리없이 강한 루블로비니치 부인의 능력이 부러웠습니다. 뮤리얼 스파크의 단편은 여백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어 쉽게 내용이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멈춰 생각해보는시간이 많았습니다. 작가의 의도에 맞는 내용을 상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해의 실마리를 찾으려 고민하게 만드는 글임은 분명했네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에게 방을 염탐당한 분노를 극복하지 못했고, 엄청난 경멸감과 깊은 연민, 뜨거운 승리감과 차가운 공포감이 일거에 나를 휩쓰는 것을 느꼈다.
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p.304 <오르몰루 시계> 중,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주말에 바짝 당겨읽어서 마침내(?) 완독했습니다^^ 덕분에 즐겁고 독특한 독서 경험으로 주말을 채웠습니다. 제 인스타에 리뷰 올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p/C2HQ7C1xTAT/?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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