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뭄 븍클럽
운전석의 여자(2)
“휴대 수하물이 있으신가요?”
수속 데스크 너머로 직원이 묻는다.
리제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물며 히죽 웃고는 짧게 숨을 들이마신다.
“휴대 수하물 있으세요?”
분주한 젊은 직원은 “당신은 대체 뭐가 문제예요?”라고 묻고 싶은 듯 리제를 바라본다. 리제는 어제 옷 가게에서 요란스러운 옷을 구매하며 직원과 대화할 때, 그리고 전화를 걸 때, 또 오늘 아침 경비실의 여자에게 말할 때와는 다른 목소리로 직원에게 대답한다. 지금 그녀는 어린 소녀 같은 어조로 말하는데, 그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 이 끔찍한 음성이 그녀의 평소 목소리라고 여길 것이다. - <운전석의 여자>, 뮤리얼 스파크 지음 / 이연지 옮김 - 밀리의 서재
-->회사를 나와 휴식르 취한다고 얘기는 하였지만 뭔가 심리적으로
안정 되지 않은 상태가 계속 유지 되는듯 한다.
형식적으로 어떤 질문을 하는데요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하는 대답만 가는듯 보인다
신경질적이라거나 혹은 감정이 먼저 나온다던가
하는거 나인듯 하지만
무언가 말도 걸어 보기 힘든사람이지 않을가
[문예출판사 / 도서 증정] 뮤리얼 스파크 <운전석의 여자> 함께 읽기
D-29
김준1
코치
책 잘 받았습니다. 표지가 매혹적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문예출판사
안녕하세요. 그 사이 해가 바뀌었네요. 연휴가 끝나고 업무 복귀를 하니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모두들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한 해 보내시길! 표제작 <운전석의 여자> 수록작 <치품천사와 잠베지강>은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하네요. 걱정반 기대반
표제작 <운전석의 여자>에서 가장 주목하게 되는 것은 단연컨데 '리제'라는 독특한 인물인데요. 그녀의 신경질적인 태도, 돌발적인 행동들은 혹시 그녀가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 정도죠. 그녀가 왜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으니 책을 덮고도 찝찝함과 짜증이 남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에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녀에게 집중하게 되는 이유가 '리제'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무의식 중 확신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수화물 데스크의 직원처럼 리제에게 "당신은 대체 뭐가 문제예요?"라고 묻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면서요. 그러면서 리제가 아닌 리제 주변 인물들에게 조금씩 시선을 돌릴 수 있었어요. 리제에 비해 평범해보이는 인물들이 그녀에게 어떤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지, 무엇을 내재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죠.
백화점 직원, 화려한 차림새의 리제를 바라보는 행인, 비행기 속 남자들, 노부인, 정비공 남자 등 리제 주변 사람들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을까요? 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신이나
운전석의 여자보다도 치품천사와 잠베지강이 더 묘하네요. 이해하면서 읽기는 놓아야 읽기가 편해지는 것 같구요. 중간 중간 이렇게 될 거라는 작가의 표현을 따라 읽으니 끝에 이르러서야 조금 후련해져요. 뮤리얼 스파크의 진브로디 선생의 전성기를 읽을때의 그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네요.
Henry
리제가 워낙 강렬합니다. 그녀가 만나는 여러 인물들이 그녀의 강렬함을 설명하거나 드러내는 용도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표제작 다운 색깔이 강렬해서 저는 생소한 그 느낌이 오래 여운으로 남는 소설이다 싶습니다.
메이플레이
개인적으로 이 소설들이 어려 웠습니다.
<운전석의 여자>는 궁금해서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는데 당혹스러운 결말에 이유를 여전히 모르겠더라구요. 계속 왜?라는 질문으로 고개만 꺄우뚱하게 되더라구요. 뒷편 작품해설을 일고 겨우 이해를 하게되었습니다. 그래도 리제라는 인물에 대한 이상한 죽음의 이유를 혼자 상상해보는 시간은 내가 작가가 되어 빈 곳의 내용을 채우는 재미가 있었어요.
리제는 이번 여행을 통해 일상의 무의미한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한 것 같았어요. 비록 죽음을 선택한 결과이지만 이 타인을 통한 자살로 자신을 추리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죽음을 계획한 리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네요.
<치품천사와 잠베지강>은 너무 어려웠습니다. 이해는 안되고 머리만 복잡해지더라구요.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네요. ㅠㅠ
문예출판사
주인공이 되려는 시도였다..! 정말 흥미로운 해석이네요.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방법이 죽음이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더해지기도 하고요.
호디에
누구라고 말할 것 없이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예사롭지 않습니다. ㅎㅎ
주인공 리제는 참으로 복합적인 캐릭터입니다. 상대의 말을 자기 해석대로 왜곡해서 듣고,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어하는 듯 보여요. 그녀는 자신을 죽여줄 남자를 찾아다니면서 한편으로는 운전하는 것이 겁난다고 하면서도 성폭력을 피해 운전대에 앉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종단에는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하고, 그 죽음의 구체적인 방식과 자신을 죽일 남자를 스스로 선택하는데요, 당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직 이것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읽혔습니다.
문예출판사
네 저도 리제가 택한 결말이 '죽음'이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ㅎㅎ 한편으론 작가가 여성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죽임을 당하는 남성중심적 서사를 의도적으로 비틀기 위해 이런 결론을 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호디에
@문예출판사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댓글을 읽다보니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의 제 경험도 몇 가지가 생각이 납니다.
IMAGINE
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했다. 나는 장르 소설을 왜 읽는가? 미스터리나 스릴러 애호가라면 답은 간단하다. 재미를 추구함이다. 낯선 잔인함, 복잡한 사건의 얼개와 빠른 속도감, 결말로 향하는 긴장 그리고 반전. 이런 요소들을 개별 작가 나름의 스타일로 구성하는 것이 이 장르의 특징이다. 영화적 구성과 클리셰가 많다는 것도 이 장르의 보편적 때론 부정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의 몰입 강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 읽는 재미를 높인다면 말이다.
스릴러물 애호가라 자칭함에도 뮤리엘 스파크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다. 강렬한 느낌의 표지에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표제작인 <운전석의 여자>를 폈다. 첫 챕터를 읽으며 '뭐지, 이건?' 했다. 스릴러 맞나?싶었다. 그래도 꾹 참고 마치 마트료시카를 열듯 '뭔가 있겠지'하며 챕터를 이어갔다. 설마 하는 우려가 마지막 쪽까지 이어지다 마침내 허탈함으로 이어졌다. 결과를 미리 알려주고 거기까지 거치는 과정을 풀어가는 형식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주인공 리제와 그녀가 만나는 인물들의 이해할 수 없는 말들과 행동은 지극히 낯설고 어색하고 이상했다. 50년 전 작품을 지금의 관점으로 보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아가사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은 그렇지 않다. 주변 인물들의 설정과 등장 역시 이해가 쉽지 않았다. 윗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평범한 주변 인물들이 그녀에게 가했을 어떤 폭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개연이나 당위도 느낄 수 없었다. 좀 더 깊게 읽고 각 인물들의 역할과 리제가 처한 현실을 복합적으로 느껴야 한다면 그건 독자에게 지나친 요구다.
재미의 여부는 논외로 하고 마지막 쪽을 마주하며 찝찝함과 짜증이 났다. 혹시나 해서 책 검색을 해 보았다. 다들 상찬 일색이다. 어느 사이트는 '여성 서사의 전형을 비트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내가 잘못 읽은 건가?싶은 생각도 들었다. 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작품을 너무 가볍게 읽었나? 그럴 수도 있다. 영화적 전개나 표피적 재미 만을 추구한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가가 있는데 그걸 발견 못한 것이 나의 수준 문제인가?라는 데엔 동의할 수 없다.
모름지기 장르소설은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놀라움이든 여운이든 안타까움이든 분노이든 말이다. 형식은 다음 문제다. <운전석의 여자>가 존 업다이크의 평대로 누군가엔 훌륭한 작가의 대표작일지는 몰라도 내겐 작가에 대한 선지식 없이 표지만 보고 품었던 기대감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작품이다. 그렇다고 과도한 평가절하도 못하겠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130 여 쪽을 단숨에 읽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겐 아직 열 개의 단편이 남아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래, 작가를 제대로 알려면 작품을 톱아 보아야 해' 라는 생각이 들기 바라며...
문예출판사
찝찝함과 짜증. 저도 원고를 처음 읽으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ㅎㅎ 무척 공감..! 나머지 단편은 좀 더 서사가 잘 드러나는 소설들이니 끝까지 함께 해주셔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문예출판사
[함께 읽기]
1/4(목)~1/10(수) : <아버지의 딸들> <관람 개방> <하퍼와 윌턴> <핑커튼 양의 대재앙> <이교의 유대 여인>
날이 꽤나 따뜻하네요. 기분 좋은 1월입니다 :) 이번 주는 좀 더 많은 단편들을 읽어보려고 해요. 이 중 가장 좋았던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보면 좋겠네요!
신이나
<아버지의 딸들>과 <관람 개방>이 이어져 있어서 온도차가 다름에 놀랐어요. 도라와 벤과 같은 관계도 있을 수 있구나를 보았구요. 하퍼와 윌턴은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하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었는데요, 살아나서 실체감이 있을 수 있다니 무섭기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맺어줄 때까지 머무르는 점이 재밌었어요.
신이나
내일 다시 해보세요. 앞일을 누가 알겠어요. 인생도 복권 추첨과 다르지 않은걸요......
『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아버지의 딸들,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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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레이
<아버지의 딸들>이 재밌었어요.
모든 것이 비교가 되는 케슬메인과 호프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네요.
처음에 케슬메인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허세만 남아 딸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그에 반해 호프는 작가로서 잘 나가며 경제적으로 풍족해 성공한 삶을 사니 그의 딸 카멀리타가 행복할 거란 여겼죠.
딸이 사랑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는 케슬메인이 적극적인 태도가 인상적이네요.
카멀리타와 사귀던 벤을 도라와 이어 준 것은 케슬메인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죠.
딸의 사랑에 있어서 케슬메인이 호프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 것같아요.
"그는 그녀를,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서로에 대한 그들의 사랑에는 빈틈이 없었다."
이 말이 반복해서 나오네요.
Henry
"당신은 야심의 유령이에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꿈과 계획의 유령이죠."
『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p.200 <관람 개방> 중,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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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
“ 벤은 지식인이었고, 누가 뭐라고 해도 지식인들과의 관계는 다른 상대와의 관계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았다. 발견할 면모를 남들보다 많이 감추고 있는 까닭이었다. 지식인과 사귀면 매일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녀는 자신이 벤처럼 교양 있는 유형에게 끌리는 것은 자신이 아버지의 딸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
『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p.169,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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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
우리 사이에서 할머니는 자신의 유대 혈통을 뽐냈는데, 그녀가 영리한 건 모두 그 덕분인 까닭이었다. 나는 할머니가 너무나 영리했으므로 아름다울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걸 알았다.
『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p.249,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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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문예출판사
마지막 주입니다 :) 다음 주 목요일까지 남은 4개의 단편을 읽어주시면 됩니다. 완결까지 화이팅!
1/11(목)~1/18(목) : <검은 선글라스> <오르몰루 시계> <포토벨로 로드> <운전기사 없는 1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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