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유연한 생각' - <5년 만에 신혼여행> 읽고 '주체성' 이야기 하기!

D-29
안녕하세요! 부산에서 독서모임 하고 있는 모임지기 '차선' 입니다! 오프라인 독서모임의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한 번 만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첫 책으로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강명 작가의 <5년 만에 신혼여행>을 선택했는데요. 신혼여행 에세이니만큼 가볍게 읽히는데,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우리 한국 사회(어쩌면 다른나라도?)의 '마냥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부분들' 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어서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현재, 2023년인데 2016년 8월에 출간된 이 책의 비판이 여전히 유효할지도 궁금하고 모두 각자의 경험이 다를테니 함께 나눠보는 것 만으로도 풍부한 독서경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꾸기온앤온 @스파르타 님 반갑습니다. 해당 모임의 진행을 맡은 차선입니다! 오늘부터 29일간 함께하게 되었는데요..! 책이 250 페이지 정도라, 찬찬히 읽어나간다고 해도 2주 정도면 다 읽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함께 책을 읽으면서 꽂혔던 문장들을 공유(+화제로 설정) 하면서 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하면 좋을 듯합니다! 각자에게 모임지기 역할을 나눠드렸는데, 읽으시면서 하이라이트 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올려주심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발췌와 질문 올리도록 할 예정이니 언제든 보시고 편하게 말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5년 만에 신혼여행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제주4.3평화문학상, 수림문학상 수상 작가 장강명의 첫 에세이. 결혼 후 아내 HJ와 뒤늦게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가는 작가의 이야기로, 3박 5일간의 여행을 담은 에세이다. 그런데 소설가 장강명은 왜 5년 만에야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을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 먼저 한 번 문장을 공유해보겠습니다. p.21 인데요, HJ에게는 딱 1년 반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 뒤로 만 1년동안 장편소설을 다섯 편 썼지만, 단 한권도 출간되지 않았다. 돈은 30만 원쯤 벌었다. 단편소설 하나가 책 읽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낭독되었고, 과학기술인이보는 잡지에 서평을 하나 실었다. 그 외에는 빈 맥주병을 마트에 가져다주고 돈을 받았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았다. 인격자, 리더, 세계사의 위인들, 일일드라마의 주인공들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난 할 수 있다'며 결의를 다지겠지. 나는 그런 훌륭한 인간이 못 되었으므로 끊임없이 번민했다.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마흔이 되어서까지 그런 걸 고민한다는 게 이상했다. 공유는 여기까지입니다..! 해당 부분을 읽고 여러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서 먼저 공유드렸어요. 저는 일단 위로를 받는느낌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 이런 고민을 매번 하잖아요. 마흔이 된 작가가, 그리고 성공한 작가가 이렇게 번민을 고백해주니까 '아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구나' 싶어서 좀 안심이 되더라고요. 서른이 되어서도 자리를 못잡고 있고, 여전히 방황만 하고 있구나 하는생각에 걱정스러울 때가 많은데, 좀 새삼스럽고 바보같은 말 같기도 하지만, 모르는 앞날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스러운 일이구나 싶어서요. 또,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어디까지가 끈기고 어디서부터가 바보같이 매달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님은 딱 1년 반이라는 시간을 걸고 해보겠다고 했고. 그렇게 하면서 다행스럽게도 등단도 하고, 여러 문학상도 탔습니다.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아둔하고 고지식한 반복'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결국 결과물이 전부 결정짓는 걸까요? 각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1. 이 둘을 구분하는 여러분들만의 기준이 있나요? 2. '내가 끈기와 고지식함 사이 어디에 있는 걸까?' 하는 걱정으로 힘들어 했던 시기가 있나요?
인격자, 리더, 세계사의 위인들, 일일드라마의 주인공들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난 할 수 있다'며 결의를 다지겠지. 나는 그런 훌륭한 인간이 못되었으므로 끊임없이 번민했다.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마흔이 되어서까지 그런 걸 고민한다는 게 이상했다.
5년 만에 신혼여행 p.21, 장강명 지음
1.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고, 남들이 해서 좋아 보이는 것을 그저 따라가기만 한다면 아둔하고 고지식한 반복에 해당되지 않을까. 2. 끈기인지도 고지식함인지도 모르게 힘들 때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계속 내가 하고 싶다면 했었다. 남들이 보면 고지식함에 가깝고, 스스로가 보면 끈기처럼 보이기도. 좋은 결과에 당도했을 때, 끈기가 되겠지만. 힘들어도 계속 하는 것이 끈기이고 용기 같다.
답변 감사합니다! 1.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그것은 끈기와 열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으로 요약할 수 잇는 것 같은데요. '도전'을 한다는 건 항상 결과값을 알 수 없고, 어떤 피드백이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이건 이래서 해야해!' 하고 확신을 했다가도,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고..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면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순간엔 '확신' 했던 것 같은데, 만 하루도 안 지나서 생각이 이렇게 생각이 바뀐다고..? 했던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오슬로님의 답변을 읽다보니 끈기와 고지식함을 나눈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의 질문이 우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좀 더 과정에 집중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식의 결정을 내려야하는 그런 사안도 있겠고, 삶의 항로를 정한다거나 하는 크고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가능과 불가능을 따지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2. '그럼에도 하고 싶다면 했었다'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이었을까 궁금하네요..! 혹 가능하다면 그 순간을 좀 구체적으로 나눠주시면 이야기가 더 풍부하게 전개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구체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드리자면... 학교, 학과 선택, 복수전공 선택, 직장 선택, 여행 떠나기, 새로운 걸 도전 또는 배우기 등 하고 싶은 걸 하고, 하고 싶지 않다면 빠르게 계획을 수정하고 그런 모든 순간들인 것 같아요. 주변에 조언을 듣기는 하지만, 결국 나의 인생이니, 책임도 오롯이 나의 몫일 테구요. 물론 나이가 들면서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그런 부분은 저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것들을 보면 눈빛이 달라지고, 더 열심히 도전하게 되고, 에너지를 얻는 것 같습니당! 그래서 요즘은 해야하는 것과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건 하자, 를 구분해가며 함께 욕심내보려 하고 있어용.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아둔하고 고지식한 반복'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결국 결과물이 전부 결정짓는 걸까요? 각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질문> 1. 이 둘을 구분하는 여러분들만의 기준이 있나요? 2. '내가 끈기와 고지식함 사이 어디에 있는 걸까?' 하는 걱정으로 힘들어 했던 시기가 있나요? <답변> 1. 우선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제가 좋아하는 성장형 만화주인공들에 해당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강한적이 나타나서 질 것 같아도, 그러한 어려움과 고난을 이겨내고 결국 이기고 성장하죠. '아둔하고 고지식한 반복'은 포켓몬의 로켓단처럼 매번 피카츄를 빼앗기 위해 둔하게 노력하는 사람 같아요. 결국 이 둘의 공통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고, 이를 구분 짓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결과물 같아요. 아둔하고 고지식하게 돈키호테처럼 반복하더라도 결국 풍차에게 지고 그런다면, 그건 아둔한 반복이 되겠죠. 하지만 이게 결과가 좋으면 그들의 행위는 '장인정신'이 될거에요. 그렇게 결과.. 더 나아가 역사가 그들을 판단할 것입니다. 괜히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란게 아닌 것 같아요. 결국 승자는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이니깐요. 2. 솔직히 전 끈기, 고지식함과 거리가 많이 멀어요. 다만 둘 중에선 끈기를 좀 더 가지고 있고, 좀 더 가지고도 싶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 사이에서 고민한 적은 없고, 다만 '난 왜 이렇게 끈기가 부족할까'라는 생각은 자주 했어요. 그리고 '고지식하다'의 사전적 의미가 '성질이 외곬으로 곧아 융통성이 없다.'인데, 융통성은 제가 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라서, 전 고지식하진 않는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앞으로 저는 '끈기와 고지식함 사이 어디에 있는 걸까?'라는 고민을 안할 것이고, 끈기에 대한 자기반성과 자기수용(칭찬)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서 성장하고 싶네요.
@스파르타 님 답변 감사합니다! 1. 결국 '결과'가 기준이 될 것이다..! 참 슬픈 일이긴 한데, 아무래도 주변에 내보이게 되는 것은 결과이다보니 이런 쪽으로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영화 <서울의 봄> 보는데,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쿠테타' 라고. 그런데 영화를 돌아봐도, 현실에서 보아도 그들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지만, 12.12를 혁명으로만 보아주는 사람은 몇 없을 듯 합니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하지만, 깨끗하게 승자의 기록만 남았냐고 하면 그건 아닌가봐요ㅎ 2. 솔직한 고백 감사합니다. :) 저도 정말 공감해요. 힘들면 포기하고 그만 두기를 많이 했던터라 끈기가 없었지, 그 기로 사이에서 고민한 적이 몇 번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다만, 저는 고지식했던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눈치를 보고 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거됸요. 엑.. 그런데 막상 적으려니까 지금 당장 기억은 안나는데.. 한번 다음에 이어적을 수 있다면 나눠보도록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답 남겨주신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제가 두 분께 댓글을 달았는데, 이렇게 편하고 느슨하게 계속해서 이야기 이어나가보겠습니다. 꼭 저만 댓글을 달 수 있는 것은 아니니 편하게 이야기 한다고 생각하고 서로의 글에서 궁금한 부분, 나눠보고 싶은 부분 있다면 편하게 달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저도 재밌는 글에 마구 끼어들도록 하겠습니다. :)
이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두 번째 발췌 올려보려고 합니다. <5년 만에 신혼여행> 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인데요. P.36 두 번째 문단부터 입니다! '과보호의 부모와 거기에 순응하는 자식'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은 위험하지만, 한바탕 도박을 해봐야 한다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어른이 되지 못한다고, 애완인간으로 남는다는 이야기를 장강명 작가님이 꽤'센' 글로 남겨주셨습니다. 다들 해당 부분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문장 수집으로 게시글에도 올려둘테니 보시고 질문이 떠오르신 분은 바로 글로 남겨주시면 되구요! 순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편하게 올리고 답변하면 되겠습니다! 먼저 문장부터 화제로 등록하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외교부의 나라별 여행경보제도는 아주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자식을 과보호하는 부모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말하자면 나의 부모님. 나와 부모님은 서로 데면데면하다.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신다. 나도 그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우리의 궁합은 매우 안 좋다. 부모님과 나는 어떤 점은 놀랄 정도로 닮았고, 어떤 점은 매우 다르다. 고집스러움, 오만함, 독선적인 태도는 비슷하다. 반면 성공에 대한 기준이라든가, 야심이라든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에서는 서로 생각이 극과 극에 있다. 성격은 비슷하고 가치관이 다르다. 최악의 조합이다. 내가 부모님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부모님과 나의 관계는 이러했다. 내가 내 딴에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추진한다. 부모님이 보시기에 그 일은 완전히 비상식적인 일이다. 부모님이 반대한다. 언쟁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대를 모욕한다. 폭언을 퍼붓는다. 양쪽이 다 상처를 입는다. 결국 나는 내 마음대로 한다. 양쪽이 똑같이 잘못했나? 그렇지 않다.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부터 부모님의 잘못이다. 자식이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살지 않을 때, 거기에 부모가 반대할 권리는 없다. 반대는 할 수 있어도, 모욕할 권리는 없다. 왜냐하면 그건 부모 인생이 아니라 자식 인생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이 특별히 나쁜 분들은 아니다. 사실 이건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이 공통으로 갖는 문제다. 자식들의 인생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 자식이 타인임을 인정하지 모하는 것. 자식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신적인 폭력을 서슴지 않는 것. 그리고 나는 그 부모들을 이해한다. 그런 폭력의 원인은 대부분 사랑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자식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이 위험이 빠지는 광경을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들은 안락한 감옥을 만들어 자식을 그 안에 가두고 싶어한다. 과보호. 그리고 그 감옥 안에 갇혀 있는 한 자식은 영원히 성인이 될 수 없다. 인간은 자기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순간부터 어른이 된다. 그러지 못하는 인간은 영원히 애완동물이다. (…) 아내가 바람을 피울 수도 있다. 몸이 아픈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 아이가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 승진을 거듭해 임원이 될 가능성은 평균 1퍼센트라고 한다. 미국발, 아니면 유럽발, 중국발 경제 위기가 우리가 가족을 덮칠 수도 있다. 인**생은 위험하다. ‘안전한 삶’에 대한 기대는 망상이다. 안전띠는 매야 한다. 그러나 운전이 무섭다고 어디든 걸어 다니겠다는 것은 바보 짓이다. 걸어다니다가도 차에 치여 죽을 수 있다. 자식이 위험에 빠지길 바라는 부모는 없다. 그런데 모험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그러므로 자식에게 모험을 권하는 부모도 없다(선량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모험을 허락하는 순간은, 자식에게 닥칠 최악의 위험도 자신들이 수습할 수 있을 때이다. 그래서 부자 부모 아래서 자란 젊은이가 더 많은 모험을 누리게 되고, 더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인생에는, 부잣집에서 태어났건 아니건 간에, 그리고 부모가 뭐라 하건 간에,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벌여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다. 그건 사는 게 아니다.
5년 만에 신혼여행 p.37 ~ 41,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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