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파먹기] 01 에코랄리아스 읽어버리겠다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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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언어의 근본 형식이 진술, 질문 혹은 명명이 아닌 감탄이라는 사실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2장 감탄사 p20 다시말해 외칠 수 없는 언어는 결코 진정한 인간 언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감탄사와 의성어를 발화할 때, 그리고 인간적이지 않은 소리를 흉내 낼 때만큼 언어의 강도가 세지는 때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제가 가진 소리 및 의미의 영역을 떠나는 순간, 바로 이 순간보다 언어가 더 ‘언어다워’지는 순간은 없다. 이 언어는 자신이 갖지 못한—혹은 가질 수 없는—소리 형태, 즉 동물의 소리, 자연의 소리 혹은 기계 소음을 제것으로 삼는 언어다. 이곳에서 언어는 발화할 수 없는 말 너머를 가리키면서 자기보다 앞서 있는 동시에 또한 자기를 뒤따르는 비언어nonlanguage를 위해 스스로를 개방한다. 이곳은 한 언어의 화자가 스스로 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소리를 실제로 냄으로써 언어가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감탄사exclamnation’로 등장하는 곳이다. 여기서 언어는 ’외-침calling-our/ex-clamare/Aus-ruf’이 된다. 자기 너머로 혹은 자기보다 앞선 곳으로, 인간적이지 않은 언어의 소리, 언어가 결코 완벽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망각할 수도 없는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망각하게 된 까닭은 그들이 한때 부여받은 땅에서 쫓겨난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즉 그들은 그 땅에 살고 그 언어를 쓸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그들은 단지 지리학적으로만 추방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언어학적으로도 추방당했다. 그리고 이 추방으로 인해 그들은 태곳적에 신께서 계시하시던 [목]소리로부터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고 말았다. -6장 추방 p62
어떤 이유에서든 하나의 언어가 망각되면, 그 화자들은 문자와 소리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쓸 수 없게 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언어가 죽었다고, 아니 더 정확히는 새로운 언어가 쓰기이 시작했다고 말한다.
에코랄리아스 - 언어의 망각에 대하여 6장 추방, p57, 대니얼 헬러-로즌 지음, 조효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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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 8일 새벽, 마지막 화자인 테브피크 에센치Tevfik Esenc가 숨을 거둘 때 서西코카서스 지방의 언어인 우비흐어도 죽었다. 미리 약속을 잡지 않은 채 이 유명한 마지막 화자와 인텨뷰를 하기 위해 마을에 도착한 나는 불과 몇 시간 전에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그날 매장되었다." -7장 끝장, p76 한 언어학자는 「우비흐어의 매장」에 담긴 안데르센의 설명에 대한 논평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제로, 우비흐어는 [......] 테브비크 에센치가 죽기 훨씬 전에 이미 죽어 있었다. 만약 당신이 한 언어의 최후의 화자라면, 당신의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점에서는--이미 죽어 있는 셈이다." -7장 끝장, p79 한 언어의 도래를 인지하는 것은 다른 언어의 소멸을 인지하는 것과 나란하다. 새 언어에 관한 의식에 다다르는 것은 동시에, 이를테면, 옛 언어의 '무의식에 이르는 것'을 함의할 수밖에 없다. 한 공동체가 새로 찾은 언어에 이름을 부여할 때 그들은, 아마도 무심결에, 안녕을 고했던 옛 언어의 표현들을 다시 불러들인다. 시작과 끝은 하나의 문턱이 지닌 양면일 뿐이며, 언어의 시간 속에서 모든 언어를 시나브로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다른 언어로 변하게 만드는 덧없음에 대한 비유이다. -8장 문턱, p93 우리 시대에도 언어는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절반씩" 변화하고 도망치고 제 모습을 바꿀 것이다. 왜냐하면, 단테가 적었듯이, 언어는 "결코 동일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없으며," 저 에세이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일" 우리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시간을 제 요소로 가진 덕분에 복질적으로 가변적인 언어는 완전히 소유될 수 없고, 그러므로 또한 완전히 상실될 수도 없다. 언어는 언제나 이미 망각된 것이므로 결코 기억될 수 없다. -8장 문턱,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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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속하지 못한 채로 천국에 받아들여진 이 거짓 참회의 시인은 행복하게 망각한 시인들이 결코 할 수 없는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즉 그는 그들의 구원에 대해 증언할 수 있다. 결국, 구원받은 자들이 언제나 이미 망각한 사실을 기억할 수 있는 이는 오직 끝까지 구원받지 못한 시인뿐이다. 오직 그만이 행복한 망각으로 들어간, 더 이상 어떤 기억도 필요치 않는 자들의 지복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직 그만이, 끝내 구원받지 못한 인류를 대표하는 이 나약한 형상만이, 망각하는 말하는 존재의 텅 빈 본성을 정당화해줄 언어와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그 관계 속에서 기억과 망각은 자신들을 장악하고 있는 시간의 연속과 불연속처럼 서롬 구별될 수 없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는 말의 기억이 마침내 "간직하고 있던 모든 것으로부터 [......] 자유로워진다." -20장 천국의 시인들 p272
완독한 자신에게 주는 축하의 메시지를 적어주세요.
읽자마자 망각될 만큼 읽어도 알지 못할 내용과 이름들이 많은 책을 끝냈는데 과연 완독한 것일까? 그래도 끝을 봤으니 이제 놓아주려고 합니다. 축하받기 부끄러우나 완독을 축하합니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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