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 작가와 <계간 미스터리>80호 함께 읽기

D-29
<뱀 파이어 탐정>은 사회적 메시지를 동화처럼 표현한 작품같습니다. 궁금증을 증폭 시키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조금은 환상적인 분위기에 의미 있는 반전(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머리 아저씨가 쿠도의 아버지...'는 없었으면 더 좋았을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쓰고 싶은 분위기의 작품을 만나는 것도 계간 미스터리를 읽는 보람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귀>는 밀실 소재 추리라서 처음부터 긴장감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뒤로 갈수록 어느 정도 예상이 되어 좀 김이 빠졌지만 본격적 요소가 강한 이런 시도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워낙에 어려워서...). 골드디거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네요. 닫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리소설로 <방주>라는 일본 작품 추천합니다. 최근 작품인데 설정이 다소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관련해서 아시는 다른 작품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요.
저는 <방주>는 반전의 임팩트에 비해 앞부분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실제 범인의 정체를 곱씹어보면 앞에서 펼쳐진 상황들이 너무 불가능하단 생각에 공정하지 못한 싸움이었다고 생각해요. (괜히 심술 ㅎ) 하지만 역시 반전만은… 인정.
예. 개인적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반전이었습니다. 전개상의 일부 무리수가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일본에 이런 특수 설정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유독 많은 거 같습니다.
<방주>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제가 몇 년 째 참여하는 독서모임에 이 소설을 추천했는데 ㅎㅎ 열 명 중 저 포함 두 명 빼고는 소설의 짜임새와 완성도에 대해 지적이 나왔어요. 좋은 반전만으로 좋은 소설이 되지 않는다라는 의견도 있었구요. 저도 작가의 스타일이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나중에야 작가가 어린 시절에 가족과 함께 사이비 종교 집단에 갇힌 채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는 과거사를 알고 나니 좀 이해가 가더라고요. 인물간의 관계가 밋밋하고 타인의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지나치게 덤덤한 것이 어색했는데... 작가가 경험한 인간관계의 폭이 매우 좁았다고 생각하니 납득이 갔어요. 아직 젊은 작가이니 앞으로 계속 좋은 작품을 써주시겠죠. 한국에서도 곧 작가의 신간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갑니다. :-)
문학의 언어는 과학의 그것과 달라서 어느 정도의 평균성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호불호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독특한 사람을 만나듯 소설을 읽고 즐기기고 하고 숙고하기도 합니다. <방주>도 클로즈드 서클의 재미를 고유하게 살린 작품이라는 판단에서 소개한 거니까 그 맥락에서 보면 되지 않을까합니다. 불유쾌했던 경험을 소재로 삼아 글 한 편을 완성해보는 일은 작가가 아니더라도 꼭 한 번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밥통> 을 읽고 나선 전 정치인들이 생각났습니다. 거짓말 하는 정치인은 계속 거짓말을 하거든요.. 하나의 거짓말이 점점 더 크게 일을 벌여 나중엔 정말 말도 안되는 ... 아마 본인도 어이없을 정도의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떠올랐습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는 교훈?을 주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교훈은 ... 항상 스마트기기엔 단단한 비번을 사용하자.. !! 개인정보는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밥통> 이었습니다.
꼭 정치인이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경계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했던 거짓말을 사실로 믿기도 하고(저의 경험에 따르면 뒤섞여서 구분 불가해요) 선의의 거짓말도 자기합리화와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고요. 프로 거짓말쟁이들은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속습니다. 거짓말 관련해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괴물> 이라는 일본 영화인데요. 동일한 사건을 둘러싸고 3인의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생각치 못한 반전이 있었고 반전 자체가 큰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계간 토론 중에 실례지만 저 역시 <괴물>은 23년에 본 영화 중 원픽으로 꼽고 싶습니다. 영화음악인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계속 듣고 있어요. 계간 아직 완독을 못해서 독서를 마치는 대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
박소해님의 댓글 읽고 <아쿠아> 를 다시 한 번 들었네요. 이 음악은 영화와 별개로 또 다른 선물같습니다.
맞습니다. 처음에 시작한 작은 거짓말이 점점 더 부풀어 가죠. 그러다가 자신이 했던 거짓말을 스스로 믿어 버리는 지경까지 가고, 결국 멘탈이 나가고 말더군요. 주변에서 실제 비슷한 친구가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밥통>의 주인공이야말로 밥통 같은 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중한 밥을 해주시는 고마운 밥통에 대한 모욕일라나요^^;;;)
괴물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정말 생각할 게 많았습니다.
난데없는 괴물 말씀에 살짝 당황스럽지만, 기왕 이리 된 거, 저의 괴물 후기도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 https://blog.naver.com/lovandy/223293064854
쥬한량님의 섬세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영화 이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각본가인 사카모토 유지 작가님은 천재가 아닐까 생각해요... 🤓
예. 그라나다님. 생각할 게 많았다는 표현이 꼭 맞는거 같습니다.
<괴물>. 아직 못 봤는데 좋은 평이 많네요. 극장에서는 못 봤지만 플랫폼에 올라오면 찾아봐야겠습니다. 안도 사쿠라가 <한 남자>, <괴물> 등 좋은 작품을 잘 고르네요.
안도 사쿠라는 이제 일본의 국민 ‘엄마’ 배우로 자리잡지 않았나 합니다. <한 남자> <괴물> 모두에서 기가 막힌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메소드 연기라고 말할 것도 없이, 배역 그 잡채가 되어 버리는 배우더라고요. 앞으로 이 분이 주연을 맡은 영화라면 묻따 선택할 것 같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는 장편소설 <탐정 박문수>에 대한 소감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리즈 중 마지막 편이라 앞의 내용을 알면 더 좋을 거 같기는 합니다. 앞 부분의 단편소설 네 편이나 특집 두 편에 대한 소감, 문구, 기타 관련 내용 등은 언제라도 올려주셔도 됩니다. 장편소설 다음은 영화 <잠>에 관련한 내용인데요. 영화를 미리 보시면 본문 관련해서 공유할 소감이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여유있는 시간에 <잠> 감상을 추천합니다.
<탐정 박문수>의 '성균관 살인사건' 연재는 겨울호로 완결이지만 <탐정 박문수> 시리즈로 또 하나의 사건을 다룬 미공개 작품이 한 편 더 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아직 연재 계획이 없는 걸로 알지만 언젠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간 <계간 미스터리>에 단편만 실려 긴 호흡의 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중편 연재는 중편 연재대로 '다음 이야기를 3개월 뒤에야 읽을 수 있다니...'라는 아쉬움이 또한 남습니다.ㅎㅎ 저 역시 한번에 모든 원고를 읽을 기회가 없어 책이 출간될 때마다 끊어 읽었거든요. 독자분들은 어떻게 읽어주셨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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