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 작가와 <계간 미스터리>80호 함께 읽기

D-29
'아버지라는 이름으로'라는 제목이 전체 내용을 잘 요약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편에 가까운 분량을 잘 아우르는 정교한 전개를 통해 작가의 시간을 느꼈습니다. 특히 법을 넘어선 정의를 주장하는 변호사의 존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현실을 넘어서고 싶은 작가의 바램을 담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분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미스와플님에게도 좋은 일 많이 생기기 바랍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잘 읽었습니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표현으로 가족동반자살이 이젠 가족살해후자살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긴 합니다만, 요런 문제를 이 작품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정의를 택한 변호사와 선의를 추구하는 아들의 결정이 멋진 결말이었습니다.
언어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집을 한번 지으면 쉽게 바꾸지 않는 것 처럼요 ). 가족살해 후 자살이라는 새 언어가 사용되는 현실이 기쁘면서도 이거 하나 바뀌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다니...하는 생각으로 우울한 기분이 들거든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새 언어는 문학(시도)→과학(검증)→철학(확정)의 순서로 만들어진다고 하더군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새 해에도 책과 함께 하는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신인상 작품에 대한 소감이 있으신 분들은 이후에도 글을 남겨주시면 되겠습니다. 오늘부터는 단편 소설로 가볼까 합니다. 시간을 여유 있게 두고(오늘부터 일주일 전후) 네 편을 묶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 방법은 어떨까 합니다. 단편소설 네 편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이나 인상적인 문구,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부분, 관련된 다른 작품 등에 대한 이야기, 창작 경험 등 다양한 의견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잘 읽었습니다. 가족 살해 후 자살. 무겁고 먹먹한 말입니다. 정호가 말미에 끝까지 자기 위주로 행동했다는 것. 아버지들은 그랬죠.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에 대한 사죄. 그나마 가장 존재감이 없는 방식으로 사죄조차 하지 않아도 될까말까인데 사죄의 의미조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놓는 방식으로 했다고 봅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였다면 일말의 존경과 존재감의 의미가 느껴지는데 '아버지라는 이름으로'에는 솔직히 '아버지랍시고'라는 의미가 조금 읽혔습니다. 말미에 정훈의 분노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보험금으로 재단을 설립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는 그 대목 역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아, 제가 느낀 점은 이 소설 속편 나오나요?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미스 와플님 의견 잘 읽었습니다. 아버지'의'와 아버지'라는'이 이렇게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요 ^^). 사죄를 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인 거 같아요(어떤 기억이 떠올라 살짝 뜨끔 했습니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 관계가 가장 어려운 관계 같습니다(특히 배우자).
제가 좀 말이.... ^^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정리해보니 그리 생각되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너무나 무겁고 힘든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자라온 기억을 떠올리자면, 저희 다섯 자매는 모두 사이가 좋은 편이고 아버지랑 관계도 좋지만 자랄 때는 안그랬습니다. 통금 있고, 대들면 매 맞고, 아니면 말을 너무 세게 하셔서 두시간 쯤 울고 그랬던 것 같아요.어제 너무 늙어버리신 아버지를 보다 슬퍼졌는데, 무슨 일로 짜증을 내셨는데 짜증 내실 수 있는 정서와 기운이 있으시다는 게 좀 위안도 되었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딸이 많으니 애 하나마다 다 데려다줘야 하고 힘이 든다고 누군가에게 하신 걸 엿들었는데 그토록 우리 딸들은 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속 신씨랑은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우리 아버지, 남의 아버지, 아버지에게 분노하는 사람의 아버지, 이 소설 속 함부로 한 아버지들을 보면서 이 한국의 아버지들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스와플님의 해석을 통해 제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딸 다섯을 둔 아버지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
단편소설 중 황세연 작가의 <밥통>을 읽었습니다. 미스터리보다는 스릴러에 해당하는 작품인데 단순한 스토리 구성에 계속 읽게 만드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고거래를 소재로 한 단편(깨알소개: 계간 미스터리 68호 <특별할인>)을 쓴 적이 있어서 더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아요. 작은 분노가 심각한 범죄로 순식간에 발전하는 스토리에 현실성이 담겨 있다고 느껴지면서도 살인을 전후로 주인공 캐릭터의 일관성이 살짝 흔들린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밥통이라는 제목을 중의적인 표현으로 느꼈는데 아니나다를까 소설 속에 대사로 나오더군요.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격언이 있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생각한 대로 살면' 우리 모두 범죄자가 될 거 같아요.
감기로 골골거리다가 정신 부여잡고 간만에 들어왔습니다. 단편소설들 중, 가장 먼저 히라노 쥬 작가님의 <회귀>에 대해 간단히 써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사실 작품 그 자체보다는 작가님의 정체를 두고 설왕설래가 좀 있었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무명 작가, 그것도 일본인이라니! 그래서 '작가님이 실제 프로필 그대로의 인물일 것이다', '기성 작가님(들)이 가명으로 작품을 발표한 것이다' 등의 흥미로운 추측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뭐, 작가님의 정체가 누구일지는 그저 짐작만 해 볼 따름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작품 자체만 놓고 본다면, 흥미로운 설정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령 화자가 '골드디거'라고 표현되는, 믿음을 주기 어려운 화자라는 점이라거나, 최신의 컴퓨터 기술자와 그가 사용하는 기술이라거나, 인물의 설정 때문에 특이한 밀실이 만들어지는 개연성이 자연스레 제시되었다거나 하는 점 등이 그랬습니다. 그 설정을 과도하게 난해한 문장으로 풀지 않고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잘 풀어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문장을 보면서 몇 번씩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일본 만화나 소설에서 본 듯한 대사나 문장 표현이 종종 눈에 걸려서였어요(이건 제가 덕후라서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작중에 제시된 트릭에서, 작년에 우리나라에 발매된 유키 신이치로 작가의 단편집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속 한 에피소드가 살짝 연상되는 바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 트릭을 베꼈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엄연히 다른 트릭이니까요!) 그런 몇몇 아쉬운 점이 보여서, 결과적으로는 작품 외부의 논쟁을 덮을 만큼 강력한 작품은 아니었던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작가님의 정체가 미스터리로 주어지지 않았다면 제가 위에서 한 평가보다는 더 괜찮게 점수를 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옆에 더 매혹적인 미스터리가 제시되었는데, 그리로 눈길이 가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거 아닐까요?
오, 저도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보긴 했는데, 어떤 작품에서 트릭이 연상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잘 모르겠...) 덕후이신 무경님이 일본 만화나 소설에서 본 듯한 대사나 표현이 눈에 걸렸다면, 정말로 일본작가일 수도 있겠네요. 흠. + 히라노 쥬 작가님에 관한 미스터리 폭발현상(?)이 재미있어서 이걸 소재로 단편 하나 써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만(<히라노 쥬의 정체를 밝혀라>), 괜히 또 쓸데없는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ㅋ (한새마 작가님이 말리심...) ++ 다른 방에서 추천주신 <가쿠야 님은 고백을 받고 싶어> (애니메이션) 재밌네요. 만화여야만 가능한 연출이 백미네요.
저는 계간 미스터리에 실리는 글들 중 역시나 단편들을 가장 기대하고(물론 신인상 당선작 포함)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데요, 이번호 단편들에 관하 짤막한 소감으로 참여해볼까 합니다. <회귀> 저는 본격 미스터리를 읽을 때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개연성과 동기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요, 이 작품은 일단 본격의 탈을 쓰고 있으면서도 그런 부분을 놓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특히 결말 부분에 가서 악인의 확실하 패배를 안겨주는 데에 카타르시스가 있었어요. 물론 그 동기에서의 핍진성이 조금 떨어져 보이기도 합니다만, 사람이 정말 돌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걸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회귀'의 의미를 이중적으로 활용하면서 반영(조금 오바하는 경향의 일본 추리물 특?)한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더불어... 작가가 정말로 일본인인데 한글로 쓴 거라면 너무 엄청난 노력일 것 같아서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네이티브로 글쓰는 저는 더 열심히 문장 수정을 해야겠다 반성했습니다. <뱀파이어 탐정> 짧고 굵고 깔끔한 이야기였습니다. 채팅형 대화 덕분에 가독성이 좋았고 뱀파이어 탐정의 정체나 연관된 사건이 과연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미스터리를 자아내는 점도 좋았습니다. 결말에서는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묵직한 메시지도 전해주었는데, 기왕이면 시의성 있게 조금 더 일찍 세상에 나왔으면 어땠을까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잊지 않고 계속 상기시키는 것도 좋은 방향 같기도 하네요.) <밥통> 황세연 작가님 글에 담긴 위트나 유머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트릭도 충분히 잘 구사하시는 기술을 가진 분이라 그게 잘 엮여들어갔을 때 엄청난 재미를 만들어내시죠.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본격 미스터리 쓰시는 작가님들 중에 가장 동기와 개연성을 잘 만들어내시는 작가님이 아니신가도 싶습니다.) 문장력도 좋으셔서, 이번 작품 역시 재미있게 술술 읽혔습니다. 밥통을 파는 사람과의 심리전에 더해, 주인공의 부인과의 긴장된 관계에서 오는 쫄깃함이 잘 녹아들어갔다고 느꼈습니다. 블랙코미디 같은 전개도 작가님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고요. 다만, 최근에 나오는 황세연 작가님의 글들이 어쩐지 마무리가 조금 이상한(?) 느낌입니다. 이야기를 하다 만 느낌이랄까요. 아니면 굳이 이걸 덧붙이지 않고 앞에서 잘랐어도 될 것 같은데 꼬리가 붙은 느낌이 들 때가 좀 있습니다. 제가 내공이 부족해서 상세히 분석하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 저는 사실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이라, 고양이 탐정과 관련된 미스터리 소설들이 꽤 많이 나오는 걸 보며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부지런하거나 애정이 더 깊은가 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 장우석 작가님도 고양이를 상당히 좋아하실 것 같고,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전반적으로 실제 경험하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더불어 정말로 고양이 탐정에 버금가는 일을 가끔 하고 계시지 않을까도 싶었습니다. ㅎ 잔잔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상당히 사실적인 전개(상황, 대사)가 일본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것 같아서 좋았고, 연작 시리즈로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새롭고 좋은 단편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기르고 있는 고양이를 잃어버릴 뻔한 적이 있어서 고양이 탐정에게 의뢰한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에 대해 좀 더 알게된 계기가 되었고 고양이 소재 글을 쓰는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양이 관련 글을 두 편 쓰면서도 연작은 생각치 못했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김유철 작가님의 <뱀파이어 탐정>은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무척 직접적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당황했습니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의 당황이었습니다. 어쩌면 대중들에게 무척 익숙할 이야기를 이렇게 낯선 시작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깊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반의 낯섬에 비해 이야기의 전개는 익숙한 이야기로 흘러간 게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그 묵직함을 다룬 이야기를 쓸 때는 그만큼 신중하게 될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황세연 작가님의 <밥통>을 보며 옛 문구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반 발자국 어긋나게 디디면 천리 길이 어긋난다'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사사로운 어긋남이 불러온 짜증이 점점 증폭되고 커지며 걷잡을 수 없는 큰일로 이어지는 전개가 흥미진진했습니다. 마지막에 경찰이 던진 질문에 범인이 '이게 다 밥통 때문이다'라고 외칠 걸 생각하니, 어째서인지 씁쓸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그런 묘한 감정? 몇몇 부분에서 좀 작위적인 전개가 보여서 그게 좀 아쉽긴 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밥통>을 읽으며 무경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덧붙인다면 하나의 잘못을 범했을 때, 거기서 멈추고 사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거 같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희소하다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릴러 소설이 가능한 거겠죠. 결국 인간의 불완전성이 소설이 존재하는 근거 같아요.
장우석 작가님의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는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가 뜻밖에 무척 맘에 든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 속의 에피소드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들어봤음직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 찾기의 전문가 입장에서 고양이를 수색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서술 방식을 택한 게 좋았습니다. 거기서 오는 몰입감이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 탐정을 소재로 한다면 불쾌한 에피소드가 나올 가능성도 있는데, 작가님이 선택한 이야기들이 따스한 것들이었다는 점 역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홍선주 작가님이 말씀하셨듯이) 이 이야기가 이 단편 하나로 끝나지 않고 몇 편의 연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고양이 탐정의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동물을 기르면서 인간의 휴머니티를 배우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양이가 제 스승이죠. 조언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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