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거북별님, 이렇게 방대한 질문을~~~ 저는 원래 독문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독일에 잠깐 공부하러 갔다가 돌아왔어요. 결국 나는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이구나, 공부하긴 글렀구나 깨달은 거죠. ^^;; 먹고살려니 하던 짓(?)과 가장 비슷한 짓을 찾다가 출판사로 흘러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편집자가 원래 꿈은 아니었던 거죠. 편집자의 자격이라기보다 자질이라면 다양한 점이 있겠지만, 저는 우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존중'을 꼽고 싶어요. 저자에 대한 존중, 텍스트에 대한 존중, 함께 일하는 협업자들에 대한 존중. 그런 기본 태도가 있다면 나머지는 차차 배워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편집자로서 보람찰 때는, 작가가 내가 한 작업을 좋아해주고 인정해줄 때가 아닌가 싶어요. 편집자는 결국 작가와 한 팀이 되어서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간략히 대답해드렸는데, 어떻게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우리 편집자님의 답글 넘 감사합니다. 편집자의 자질이 '존중'이라니!! 참 멋집니다. 모든 곳에서도 있어야 하는 중요한 자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협업자의 존중은 누구누구와의 협업인지 궁금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거 같아요.) 작가와의 협업과 인정에서 보람을 느낀다니 참 멋진 직업이지만 어려울거 같아요. 예술작품의 탄생의 최전선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좀 경영자같은 느낌도 있구요.. 왠지 누구보다도 차가워야 할거 같기도 하구(아기를 탄생시키는 산파는 주변분들이 아기의 탄성에 흥분하더라도 차분히 상황을 보며 대처해야 할 거 같아요.) 이렇게 질문 폭격기같은 저의 질문들에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 관심이 가면 궁금한 점도 많이 생겨서요... 행복한 연말 보내시구요..
거북별님,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쁩니다. ^^ 협업자란 디자이너와 제작자, 때로는 외주편집자를 말합니다. 특히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 중요한 것 같아요. 디자인이란 게 문자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보니까, 제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보여줄 수 없어 소통이 가장 중요한 파트인 것 같아요. 주위에 디자이너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어떨 땐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폭력적으로 주문(?)하는 편집자들도 있다고 해요. 디자인도 창작의 영역이고, 디자이너도 원고를 읽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풀어내는 작업인데 말이죠. 디자이너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저도 많이 배웁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요~
1. 저는 에세이를 써 보고 싶습니다. 하고 있는 일 관련해서 담담하게 잘 쓰고 상도 받아보고 싶어요!(이글이글) 실은 작년에 @장맥주 님이 심사위원 중 한 분으로 계셨던 00수필문학상에 출품도 해봤는데, 입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정아은 작가님 책에도 나오지만 평소에 에세이는 잘 읽지도 않는 사람이 에세이를 잘 쓰려고 하는게 욕심이었던 것 같네요. 저는 압도적으로 소설, 그리고 장편을 즐겨 읽으니 장편소설을 도전해야 할까요??!! 2. 초고를 빨리(마감을 남겨놓고 미리) 쓰는 비법이 궁금합니다. 아마도 제가 게을러서 늦게 쓰는 거겠죠? 3. 2장도 너무 재미있고 머릿속에 쏙쏙 박혀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전자책이어서 다행이지 종이책이었으면 지저분하게 밑줄치고 책을 접어놓았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챠우챠우님 굿모닝입니다아아~~ 초고를 빨리 쓰는 비법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비법과 같습니다. 1. 냉장고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안에 넣는다. 3. 냉장고 문을 닫는다. 초고 빨리 쓰는 비법 1. 노트북 앞에 앉는다 2. 문장을 써내려간다 3. 마침표를 찍고 저장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쓰면 매우 간단하고 쉬울 거 같지만 초고를 쓰는 것은 매일매일 쓰기 싫다는 생각과 벌이는 전투와도 같지요. 저는 짧은 글 초고는 청탁받자마자 쓰고, 장편 초고는 매일 에이포 두장 반 이상씩 쓴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눈이 와도 쓰고 비가 와도 쓰고 생일이어도 쓰고 아파도 쓰고 다쳐도 쓴다... 라고 다짐한 뒤 어떻게든 지키려고요. 진짜 진짜 쓰기 싫어서 미칠 것 같은 날은(사실 매일 그렇지만요.. 그래도 특히나 심한 날 말이에요^^) 특별비법을 쓰는데요. '더블 죄책감으로 배수진 치기' 요법입니다. 1. 노트북을 대동하고 카페에 간다 2. 메뉴에서 가장 비싼 케잌 두 개를 주문한다. 3. 케잌을 받자마자 일 분만에 다 먹는다. 이렇게 해버리면 1)돈을 너무 많이 썼다, 2)대량의 칼로리를 몸으로 들여보냈다, 는 이중 죄책감에 휩싸이게 되지요. 빈 접시를 바라보고 있으면 와, 정아은, 이래 놓고도 안 쓸 거냐? 이러고도 네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냐? 하는 자기혐오와 죄책감이 전신을 휩싸고 돕니다. 이 방법은 돈 낭비에 외모 수준 격감이라는 후폭풍이 심하기에 자주 쓰지는 않지만 쓰기 싫어서 진짜 결심을 깰 것 같은 날이면 특단의 대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죄책감의 폭풍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는 거쥬~~^^
'더블 죄책감으로 배수진 치기' 요법 너무 재밌습니다!! ㅎㅎㅎ 읽으면서 완전 빵빵 터졌어요.
작가님, 고맙습니다! 이런 비기를 알려주시다니!!! 갈무리 해 두고 마음에 새겨두겠습니다.
헛... 그 상은 제가 올해도 심사에 참여했는데... ^^;;;
하하하 올해는 출품도 못 했습니다. ㅠㅠㅠㅠ
^^;;;
1. 저는 역시 소설을 잘 쓰고 싶습니다. 소설 공부하겠다고 여러 수업을 다니다가 결국 전공을 바꾸어 대학원까지 가게 된 케이스인데요, 앞으로 2년간 오로지 읽고 쓰는 데에만 집중할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섭니다. 이 책이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등대 역할을 할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칼럼 쓰기의 기술은 비슷한 분량의 다른 글(이를테면 자기소개서?)을 쓸 때도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빠르게 초고를 쓰고 매일 조금씩 고치는 방식, 한번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ㅎㅎ.
우와, 지호림 님도 소설을 쓰시는군요~ 멋집니다~~~ 대학원에선 무얼 배우는지, 커리큘럼은 어떻게 짜여 있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부담도 되고 무서워서 합평이란 걸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요, 문창과 친구들 보니까 맨날 뭔가를 써서 서로 보여주고 토론하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요. 대학원에서도 그러겠지요?
개인 연구와 발제로 진행되는 인문계 일반대학원이나 실험실 생활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공계 대학원과는 또 다를 것 같아 기대 반 두려움 반입니다…. 제가 진학한 학교에서는 소설창작뿐만 아니라 현대문학 이론이나 작품에 관한 연구도 함께 배우는 것 같습니다. 창작 수업은 말씀하신 대로 합평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 같고요 ㅎㅎ. 막상 해가 바뀌니 두려움이 크지만, 이렇게 그믐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대화 나누다 보면 기대가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이야기와 인물을 구체화해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끈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02. 어떻게 쓰는가>, <소설>, <구도와 등장인물 잡기>, 정아은 지음
2. 소설에 관한 조언에서 '구도와 등장인물 잡기'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의문을 던지는 과정이 등장인물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작가님 소설의 예시와 더불어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스스로가 던지는 의문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의문이 맞는지 확인해 줄 선생님과 동료 혹은 독자들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는 이야기와 인물에 관한 질문을 던질 때 어떠한 확신을 가지고 작업하시나요? 어느 때에 질문 던지기를 멈추고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할지 항상 고민됩니다. 이런 고민이 들 때 원고를 보여주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믿을만한 독자나 편집자가 따로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지호림님, 눈오는 주말 아침 어떻게 맞고 계시는지요~~~ 의문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은 저도 늘 없습니다. 그저 질문을 던지고, 고쳐쓰고, 다시 나아가다가 다시 의문이 들면 다시 인물을 뜯어보며 고민하고...그 과정을 반복하지요. 도중에 아, 이 인물은 이렇게 했어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올 때도 있고, 오지 않는 때도 있었던 듯요. 어쩌면 인물들이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거대한 무의식에 들어있는 사고의 조각들이라, 명확한 모습을 부여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민이 들 때 원고를 보여주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독자나 편집자가...저도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아, 이렇게 쓰다보니 급 외롭고 쓸쓸해지네요)어느 정도 완성되었다 싶은 시점에 편집자 샘께 보내고 평가와 심판(?)을 기다릴 뿐이죠ㅠㅠ 글쓰기라는 장르가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특히 소설은 '확신'과는 정말 동떨어진 장르인 것 같습니다ㅠㅠ.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로는 망망대해를 홀로 표류하는 느낌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을 쓸 때 너무 윤리적이고 바른 말을 기계적으로 쓰고 있지 않은지 경계한다는 말씀도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수은등님과 작가님 말씀처럼 비슷한 생각을 종종 하는 것 같아요. 윤리적이라기보다는 적어도 내가 쓰는 문장과 내 삶이 일치하기는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요. 바라는 것과 행하는 것을 분리하지 못하고 내가 정말로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두 분의 대화 덕분에 저의 글쓰기와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잠시 그믐에 자리를 비운 사이 해가 바뀌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님~! 소설은 확신과 먼 장르군요. 고쳐쓰기를 반복하며 답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게 소설의 매력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답변과 더불어 이자크 디네센(카렌 블릭센)의 말처럼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쓰는 성실함이 어쩌면 가장 확실한 길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2. 저는 독후 감상을 천일 정도 꾸준히 써 왔어요. 그런데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다시 보면 ‘내가 이렇게 생각했었다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은 내가 써둔 생각과 내 태도가 일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할까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오그라든 손발을 펴본 적도 있습니다^^ 작가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신지 문득 궁금하네요.
안녕하세요 수은등님, 눈오는 주말 아침 어떻게 맞고 계시는지요~~~ 내가 써둔 생각과 내 태도가 일치하지 않는 일은 늘 일어나지요. 그래서 글을 쓰면 쓸수록 더욱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손쉽게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말과 삶의 일치'라는 측면에서 언제나 부끄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지요. 그래서 글을 쓸 때면 내가 너무 윤리적이고 올바른 말을 기계적으로 쓰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하려고 합니다. 질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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