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너무나도 인간적인 답변에 웃음이 났습니다. 네, 작가님. 뒷방에서 열심히 읽어주시면서 신간 소식도 간간이 들려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살포시 담아봅니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는 점도 기억해 주시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에요(부담을 드리려던 건 아니었...). 저도 책 읽고, 글 쓰는 게 세상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부담 팍팍 갖고 새해 각오를 다지겠습니다. 사실 두어 달 구상을 한다는 핑계로 거의 누워 지냈어요. 실제로는 쓴 문장은 한 줄도 없는 채로요. 저는 요즘 글쓰기의 원초적인 즐거움을 많이 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즐거움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북토크 때 @정아은 작가님께 여쭤보려고요. ^^
두어 달 누워 지내셨다는 말씀에 혹시 몸이 아프셨던 건 아닐까를 걱정하는 제가 과한 걸까요. 작가님도 글쓰기의 원초적인 즐거움을 잊으실 때가 있군요. 왠지 인간미가 느껴지는 문장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일까를 계속 생각하며 갸웃거리고 있어요. 북토크에서 정아은 작가님께 직접 여쭤보신다니 저는 그럼 그 질문을 함께 묻어가야겠군요. 두 분의 담화를 현장에서 귀 쫑긋 세우고 생생하게 들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2. 이 또한 제가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팁이라고 말하기 조심스러운데요. 일단 제 경우에는 한가지 생각을 갖고 가지처럼 뻗어나가며 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여러 감상으로 이것저것 상상해 본달까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의미 부여해서) 느끼고, 그 감각을 잃지 않으려 더 많은 상상력을 펼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 떠오른 상념들을 마구잡이로 일단 적어요. 이것저것 적다 보면 또 떠오르고, 또... 뭐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퍼즐이 정리되면서 하나로 모이기는 하더라고요. 물론 간혹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기도 합니다(허허). 그 외에는 제가 부족한 부분 중 하나인데, 멘탈이 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오마이뉴스를 언급하셨을 때, 반가우면서도 씁쓸했던 건, 저도 기자로 잠시(아주 잠시요) 활동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날이 선 댓글을 이겨내지 못하고 놀라서 탈퇴해버렸거든요. 제 실명이 막 거론되니까 무섭더라고요. 이건 개인적인 글쓰기가 대중적인 글쓰기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관문(?)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여기서 이미 중도 하차했습니다. 합평은 그래도 얼굴은 보면서 했는데 인터넷 기사는 익명이다보니 오히려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연해님, 연해님이 글을 쓰시는 방식을 보니 정아은 작가님의 글쓰기 팁이 전혀 필요 없어 보이는데요? 떠오르는 대로 마구잡이로 일단 적는다! 사실 작가님이 초고 쓰기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그거잖아요. 저는 그걸 못해서 글을 쓰면 진도가 너~~~~무 느려요. 직업이 편집자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한 문장 쓰고 오탈자/비문/오류/개연성 등등을 다 체크한다니까요;;; (저만 그러나...) 갑자기 연해님이 쓰신 글이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멘탈 강화 부분은 대공감합니다~ 편집자가 되고 나서야 작가들이 책 나오면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두려움에 떠는지 실감하게 되었어요. 글 한 편도 그럴 진대 책 한 권을 내놓는 일은 세상에 나의 '거의 전부'를 드러내는 일이잖아요. 벌거벗은 기분이랄까? 내 글의 어떤 부분이 누군가로 하여금 비호감이나 불편함, 불쾌감을 불러일으킬지도 알 수 없는 일이구요. 그리하여 익명의 독자들로부터 혹평과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작가란 한편으로 '용기 있는 사람'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어요.
앗,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가끔 너무 주절주절 다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과하다 여겨지기도 했거든요. 진도가 너~~~~무 느리다는 말씀은 직업적인 면도 있겠지만, 도우리님이 그만큼 신중하게 꼼꼼히 보신다는 거니까 저는 그것도 좋다고 생각되는 걸요. 다만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일은 시간은 쫓아오는데 너무 잘하려다 되레 지치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요. 책 한 권을 내놓는 일이 나의 '거의 전부'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지만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분들의 호평과 혹평 속에서 건강한 멘탈로 계속해서 자신만의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굉장히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란 '용기 있는 사람'의 다른 이름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알고 있는 모작가님은 책을 10권가량 출간하셨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글이 부족하다 생각하면서(확신이 없고) 판매량이 저조하거나 반응이 없는 게 두렵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직업은 정말 끝이 없구나, 계속 갱신(?)이 필요한 직업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정아은 작가님의 <모던 하트>도 이 모임 참여를 고민하던 시기에 집어 들었는데, 너무 술술 잘 읽혀요. 주인공의 모습이 귀여우면서 짠하기도 하고 결말을 궁금해하며 읽고 있답니다. 이번 에세이와는 또 다른 결이라 작가님의 글이 다채롭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멘탈 이야기 공감합니다. 저는 기자 시절에 이미 악성 메일이나 악플에 시달릴만큼 시달렸는데도 저자가 되어 책에 대한 악플을 받는 건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뒷부분에서 나오는 혹평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무릎을 얼마나 쳤는지 모릅니다.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저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을 향해 아무렇게나 던지는 험담이 당사자의 귀에 바로 들어가게 되는 인터넷 환경이라는 게 굉장히 이상하다, 뭔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작가, 예술인, 정치인들은 분명히 혹평에 신경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21세기 같은 환경은 아니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게 특정 직업군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처한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현대의 각종 정신건강 문제와 큰 관련이 있을 거라 믿어요.
저도 작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익명이라는 공간에 숨어 거칠고 쉽게 타인을 모욕하거나 혐오하는 것 같아요. "아무렇게나 던지는 험담"이라는 문장에도 격하게 동의하는데, 막상 얼굴을 보고는 하기 힘든 온갖 만들이 난무하죠. 큰 고민과 망설임 없이 배설물처럼 쏟아내는 말들은 정말이지...(거칠게 말해서 죄송합니다) 현대의 각종 정신건강 문제와 큰 관련이 있을 거라는 말씀도 맞는 것 같아요.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고 윤택해진 건 맞지만 그만큼 큰 사유없이, 쉽게 얻고 쉽게 뱉으며 막무가내로 게을러져가는 이 사회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그믐"이라는 공동체가 더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의 46페이지에 '다치지 않고 합평하기'가 나와 있는데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합평 뿐 아니라 온라인 리뷰 에티켓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가끔 '내돈내산'이니까 이래도 된다며 합리적인 체 하는 저주글들을 보게 되는데요, 솔직히 그 저변에 깔린 심리가 무섭기까지 해요. 돈 주고 그 작품을 봤다는 게 대체 어떻게 그러한 악플과 악담의 당당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 그게 갑질 논리랑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고요. (돈 냈으니까 난 그럴만하다구!) 작가님 글 예시 중 1,2,4번은 저도 서평이나 영화평 쓸 때에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밑줄 쳐 놓았어요.
글쓰기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글 쓰는 주체의 개인적 특성을 잘 드러냈느냐가 관건일 뿐, 정답 같은 건 꿈에서 조차 있을 수 없는 것이 글쓰기라는 장르의 본질이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01. 어떻게 시작하는가 / p.31, 정아은 지음
사람은 평소 제 안에 집어넣었던 것들을 밖으로 꺼내 놓게 된다. 머리에 많이 넣었던 것들이 결국 일정한 화학작용을 거쳐 자신만의 버전으로 나오고, 그것이 창작품이라 불린다. 그런데 나는 집어넣은 적도 없으면서 '잘나가보겠다고' 단편소설을 억지로 뽑아내려 했다. 안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데 뭔가를 뽑아내려 했으니 그게 되었겠는가.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01. 어떻게 시작하는가 / p.73, 정아은 지음
1. 잘 쓰지 않겠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끝까지 쓰겠다. 오죽하면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이 있겠는가. 초고는 가건물이다. 세워놓은 뒤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다가, 결국 무너뜨리고 새로 짓기 위해 건설하는, 일종의 제물 혹은 희생양 같은 글더미다. 실수를 저지른 뒤 지구 바깥으로 도망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슴을 앓은 적도 있었지만, 좋은 반응을 받아 행복감으로 가슴이 터질 뻔한 적도 있었다. 강연에 참가한 청중 일부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생생한 감흥을 전달해 주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진정한 배움은 실전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지식을 전수받기 위해 작정하고 앉아 있었던 학창 시절이나 소설 공모전에 당선되기 위해 않다서 하루의 대부분을 각 잡고 글을 쓰던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분량과 강도의 배움이, 발전이, 작가가 되어 맡은 여러 생경한 역할들을 소화하던 때에 일어났다. : 여러 다른 책들처럼 정아은 작가님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실전에서 많은 양의 글쓰기를 하는 것을 추천하시네요. 그러면 과연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일상적으로는 일기쓰기등을 추천하지요.. 하지만 작가님의 <좋은 생각>이나 <월간 민들레>같은 잡지에 생활글 기고하기. <오마이뉴스>나 인터넷서점등에 서평쓰기 등을 추천해 주어서 도움이 되네요. ^^ 아직은 미천한 글쓰기 실력이지만 작가님 말대로 하다보면 늘어나겠지요... (자주 그믐에 글을 올릴 때도 책에 대한 감상글을 올릴 때, 표현력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요... TV방송을 보면 맛집에서 음식을 먹고 "우와~~ 맛있어요. ~~ "만 반복한는 출연자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맛집방송 pd가 떠오릅니다. 아직 저의 표현력도 작가님의 작품을 표현하기에 많이 부족해서 계속 다른 감상글들과 다른 좋은 문장들을 눈여겨 보는 습관을 들여야 겠어요...)
어머 거북벌85님, 어째서 스스로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맛집 pd 언급하신 부분은 대공감~~ 저도 맛표현에 대해선 우와, 맛있어요~ 말고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일기 쓰기 좋지요! 저도 정아은 작가님처럼 어느 누구의 일상이라도 글쓰기 소재로 가득하다고 믿고 있어서 일상을 기록하는 게 글쓰기 훈련으로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훈련을 꾸준히 반복하게 되고 글감의 영역에 적당히 한계도 그어지고요. ‘세줄일기’라는 앱이 있더라고요. 사진 한 장과 글 석 줄 만으로 일기를 올리게 한 앱인데 어느 부부가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만든 앱이어서 괜히 미약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믐에서 다섯줄 일기 챌린지 같은 걸 해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고요. 응원합니다. ^^
2. 글쓰기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 유용한 팁이라고 하긴 쑥스럽지만, 그냥 습관적으로라도 책모임에 참여할 때 항상 메모를 하는 편이랍니다. 하지만 복습을 하지 않아 큰 성장은 없지만 그래도 기록의 중요성이라도 실천하자는 생각에 하는 습관적 행동입니다. ^^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필사라도 자주 하려는 습관을 들여야 겠어요. 그런데 음... 그믐 이외에 따로 좋은 문장을 적어두지는 않고 있네요.. 그나마 그믐에서라도 끝까지 쓰다보면 좀 나아질까요... ^^;; (작가님의 말씀처럼 나중에는 인터넷서점에서 서평이라도 참여할까봐요.. 아직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작품에 살짝 기스를 내는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선뜻 나서지는 않지만... 아.. 나중에라도 용기를 내야겠죠??)
저도 비슷하게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저의 경우는 독서 후에 그렇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밑줄 좍좍 그으며 무진장 지저분하게 봐요. 내가 몰랐던 부분, 표현력이 좋은 문장, 멋있는 문장, 영감을 주는 문장, 책 만들 때 도움이 될 것 같은 문장 등등등. 그리고 완독 후에는 개인 블로그에다 밑줄 그은 부분을 모두 옮겨 적습니다. 옮겨 적으면서 전체 내용을 복기할 수 있어 좋고, 독서 후 뭔가 남는 게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아요~ 가끔 책 카피 쓰다가 막힐 때 블로그를 열고 필사한 문장들을 훑어볼 때도 있답니다. 영감을 얻을까 싶어서요. 문득 생각나서 저도 나름의 노하우(?)를 공유드려봅니다~
오! 저도 지저분하게(?) 책 읽는 습관이 있어요.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 플래그잇을 붙이거나 밑줄을 긋거나 이것저것 표시를 해뒀다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그것을 제 개인(비공개) 블로그에 옮겨 담습니다. 고우리님 말씀처럼 독서 후 뭔가 남는 게 있다는 그 느낌을 좋아해서요. 블로그를 클라우드처럼 쓴답니다(용량 제한이 없으니까요). 근데 이건 비단 책에만 국한된 것 같지는 않았어요. 저는 영화나 드라마 대사도 좋았던 문장은 꼭 적어두고 오래오래 마음속에 간직하고, 꺼내보곤 한답니다.
그믐밤에서 다이어리 살피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았더랬습니다. ^^
3. 글쓰기의 유용한 여러 팁들도 좋았지만 전 사람들의 태도의 문제에 관해 공감을 했어요. 29쪽에 작가님의 강연에 나갔을 때 청중한 분이 손을 들고 "그래서 대안이 뭔가요??"라고 날카롭게 질문했다. 한마디로 딱 잘라 대안을 말하기보다 우선 문제가 뭔지를 파악하는게 우선이라고 답변했더니 그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후 그분은 팔짱을 낀 채 냉소적인 표정으로 강연내내 자신의 노트북에 고개를 박고 있었던 청중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그리고 54쪽에서는 글쓰기 참가자들 사이에서 합평의 태도에 관해서도 나옵니다. 종종 타인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매우 원론적인 논리를 끌어와 잣대로 들이대며 걍팍하게 타인이 행한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한다. 자신은 전혀 지키고 있지 않은 '원칙'을 들이대며 가차 없는 평가를 내린다. 입바른 소리를 통해 너는 모르는 걸 나는 알고 있다는 암시를 주며 우월감을 만끽한다. : 글쓰기나 다른 실전경험을 치열하게 치르는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에 관한 에피소드인데 이런 분들이 만드는 그릇된 분위기에 쉽게 편승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그냥 조용한 방관자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작가님의 문장들은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또 에피소드 또한 굉장히 친밀한 느낌이 드는데 이런 글을 쓰기 위해 작가님이 따로 노력하시는게 있는지 궁금했어요. 요즘은 솔직히 영상과 짧은 카드뉴스식의 글이 범람해서 올바른 의사소통과 사실의 전달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사회적 문제뿐아니라 글쓰기 실력향상은 사람들에게 어떤 삶의 혜택을 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으헉. 문장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에피소드가 친밀한 느낌이 든다는 말씀은 작가에게 매우 용기를 주는 귀한 말씀입니다. 감사드립니다, 거북별85님!! 적어놓고 용기가 꺾일 때마다 꺼내서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는요. 아마 1)솔직하게 쓰려는 경향과 2)실력 있는 편집자 스승님을 만나 솔직하지 않고 중언부언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에피소드를 다 쳐내도록 종용받은 결과 그나마 괜찮은 에피소드들만 남게 되어서, 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를 만들어주신 고우리 대표님은 매우 확실하게 쳐낼 부분을 쳐내시는 분이거든요. 그래서 가끔 갈등도 하지만, 그런 과감한 충고와 종용(?)이 제게는 쓴 약이 되었던 듯 합니다. 두번째로 주신 질문에 대해서는요. 글쓰기 실력 향상은 우선 개인의 내면에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무정형의 복잡한 '마음' 덩어리를 확실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면, 내면에서 알 수 없이 뭉근하게 도사리고 있던 감정들이 일정 부분 흘러나오잖아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제 '감정'을 '언어'로 부분적으로나마 변환시키고 나면 육중했던 감정의 무게가 줄고, 형태를 입게 된 감정을 보면서 어느 정도 내가 이 감정(혹은 경험 혹은 고민 혹은 상처...)을 통제하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되지요. 그래서 글쓰기는 일차적으로 나 자신을 어루만지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이런 화학적 작용을 바탕으로 타인과의 소통, 혹은 글쓰기를 통한 사회와의 연계, 그로 인한 사고의 확장 같은 것이 2차적으로 일어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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