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1. '잘 쓰지 않겠다'라는 소제목에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처음부터 너무 완성도 높은 글을 쓰려고 하다가 문장 하나 하나를 검열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때면, 그 자체만으로 부담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물론 제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워낙에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어떤 날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한참 탄력받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보통 별생각 없이 쓰던 글이 쭉쭉 잘 써질 때인 것 같아요. 잘 써야겠다던가, 꼭 해야만 한다던가 하는 부담 없이요. 그리고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씀도 좋았어요. '해결'과 '성과'를 만들어내길 좋아하는 국가 분위기가 국민 개개인에게 스며들어 너무도 당연하게 성과(혹은 정답)를 바라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사람은 평소 제 안에 집어넣었던 것들을 밖으로 꺼내 놓게 된다는 말씀도 좋았습니다. 흔히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고도 잊어버리면 그만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사실 그 잔상이 오래 남는 편이라서요. 일단 안 좋은 것(자극적인 콘텐츠나 가십거리?)을 보면 그게 제 삶에 꼭 파장을 일으키곤 하더라고요. 그래서 되도록 좋은 것, 건강한 콘텐츠만 접하려 하는 편입니다. 피상적으로 돌고 도는 가벼운 매체들을 부러 피하는 편이에요. 알게 모르게 저의 알고리즘에 녹아내리기 시작하면 제가 지각하지도 못하게 제 몸(말이나 행동)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아서요.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 많이 보아왔던 것과 접해왔던 것을 쓰게 된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너무 공감했어요. 마치 습관이라는 게 말이나 행동에서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것처럼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구나 싶더라고요.
뒷부분에 적어주신 내용 보고 여러 생각이 들어요. 제가 건강한 콘텐츠만 접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인터넷 뉴스와 게시판 보는 시간을 확 줄이다 못해 거의 없앴거든요. SNS도 끊다시피 하고요. 주된 정보를 접하는 통로를 책(단행본)으로 하자고 마음 먹었더랬죠. 그런데 이후에 가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세상 소식을 잘 못 쫓아간다는 자각을 하곤 합니다. 이게 단순히 화제가 되는 뉴스를 모른다는 수준이 아니라 점점 뒷방 늙은이가 되어가는 수순인 것 같아서 솔직히 겁도 나요. 학계의 연구자라 해도 자기 분야의 동향은 파악해야 할 텐데, 저처럼 상품을 대중 앞에 내보여야 하는 사람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런 걱정이 드네요. 고급 문화-저급 문화를 가른다는 행위에 젊은 시절 내내 무척 거부감이 있었는데 유튜브나 틱톡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묘한 기분도 듭니다.
최신 트렌드에 뒤쳐지더라도 인터넷뉴스와 SNS를 끊을 수만 있다면 끊는 게 뇌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게 안 돼서 잘 못하고 있긴 하지만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라디오를 듣고 종이신문을 읽는 정도만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에서 추천하는 방법이긴 합니다. 그러면 ‘댓글부대’ 같은 작품은 이제 나오기 힘드려나요? 하지만 절약된 에너지로 ‘1Q84’ 나 ’1984‘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팬심으로 주제넘은 말씀드려봤습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 딥 워크를 뛰어넘는 삶의 원칙《딥 워크》의 저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인 칼 뉴포트는 우리를 좀먹고 있는 디지털 과잉 환경에서 우리가 기술과 맺은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제시한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저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에 비슷비슷한 책들을 많이 읽었던 터라 조언들을 막 뒤섞어 듣기도 했고(소셜미디어를 아예 끊으라는 내용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재런 러니어의 책이었던가?), 종이 신문 기자였던 주제에 종이 신문은 구독하기 부담스럽고, 극단주의적 기질도 있어서 그냥 소셜미디어+인터넷+뉴스 자체를 다 피하게 되었네요. 『댓글부대』... 같은 소설은 아마 앞으로 안 쓸 거 같은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1984』 같은 소설 한 편 쓰고 죽을 수 있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1Q84』 말고... 저는 하루키는 높이 평가하지만 『1Q84』가 하루키의 대표작인 거 같지는 않더라고요.)
작품들 제목만 보아도 예전의 감동으로 떨리네요~~^^;; 전 <1984>나 <동물농장> 읽고 너무 무서웠고 그래서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조지오웰에 대해 잘은 몰랐지만 이런 작품을 쓴다는것 자체가 놀랍더라구요 어떻게 이런 공간과 스토리를 쭉쭉 풀어내시는지~글 속에서 공포와 전율이 느껴져요!! <댓글부대>를 읽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조작들과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는지 놀라웠어요 와!! 모두 대단하신거 같으세요~(장작가님 '1984' 가능하실듯요!!^^) 전 생각보다 <1Q84>에서는 그런 감동을 못 느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이나<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대표작일까요???^^;;
제가 꼽는 하루키 대표작은 "노르웨이의 숲"입니다~. tmi... ^^
ㅎㅎ 감사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님 책들이 너무 많아 다 읽을 자신도 없고 애초에 매력을 못느끼면 훌륭한분 알아보지도 못할거 같구 그래서 혜안있으신 분들의 조언이 좀 필요하지요 책읽기도 왠지 처음 음식을 접할 때 느낌같아요 아이에게 시금치가 몸에 좋다며 억지로 먹이고 혼내기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할 식감과 풍미로 음식을 준비해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게 한다면 그 기억으로 이후에도 스스로 찾아서 먹게되잖요 워낙 유명하신 분들 작품을 접할 때도 나만 안읽었다 말하기 쑥스럽고 그러다 읽은 책에 매력을 못 느끼면 편견 생겨서 다른 소리하며 읽지않고 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
저도 대공감합니다~ 조지 오웰도 그렇고 <댓글 부대>도 그렇고~ <댓글 부대> 같은 경우는 어떻게 그렇게 정교하게 구성을 짰는지 정말 혀를 내둘렀내요~ 장강명 작가님 천재? 저도 <일큐팔사>는 크게 감동을 못 느꼈고요, 아래 장맥주 님 말씀처럼 하루키의 대표작은 <노르웨이의 숲>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 작가님. 이 글은 읽다가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뒷방 늙은이라뇨(맙소사). 근데 저도 여기저기서 애늙은이 취급을 자주 당하는 편이라 이제는 많이 무던해지긴 했어요. 약간 미개인(?) 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웃자고 하는 얘기). 제 직업 특성상 트렌드를 기민하게 따라가야 하는 위치가 아닌지라 저는 작가님과는 조금 다른 입장인 것 같아요. 마음껏 무시(?) 당해도 그러려니 하며 살아가고(는) 있습니다. 다만 그건 명확히 하려고 해요. 건강한 콘텐츠만 접하는 것도 맞지만, 세상 돌아가는 굵직굵직한 흐름은 전반적으로 알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 외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가십거리에는 눈을 돌리는 편이고(시간 낭비 같아서요),그런 대화에 동참하지도 않는 편입니다(회사에서는 대체로 수다 문화에서 이탈했죠). 그 외에는 제가 좋아하는 건강한 생활들로 가득 채웁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이요. 하지만 SNS와 아예 거리를 두고 살 수는 없더라고요. 건강한 콘텐츠(이를테면 그믐이라던가, 그믐이라던가...)도 있고, 사고의 영역을 넓히려면 인풋이 있어야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배움은 실전에서 일어난다는 정아은 작가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죠. 다만 맺고 끊음을 확실하게 하는 것처럼 도파민의 노예가 되지 않게 자제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말이 점점 길어지는 데(이건 좀 자제가 안 되네요), 최근에 읽었던 책이 저에게 조금 더 이쪽으로 가도 괜찮겠다는 자각을 넣어준 것 같기도 해요.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구글 전략가 출신 옥스퍼드대학 철학자 제임스 윌리엄스는 이 책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에서 주의 뺏기 경쟁 시대에 자기통제력을 지키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념부터 되짚는다.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장바구니에 잘 모셔놨습니다. 책 추천 감사합니다. ‘기술윤리학’이라는 학문에도 관심이 가네요. (그런데 뒷방 늙은이가 되는 거 같은 기분은 약간 서글프기는 한데 아주 나쁜 건 아니에요... 뒷방에 숨어 있는 편이 제 적성에 더 잘 맞을지도... ^^;;;)
으앗, 감사합니다. 작가님. 영광이에요. 작가님이 그 책을 읽고 어떤 감상을 느끼셨을지도 궁금한데,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작가님의 블로그를 참고해 보겠습니다(아니, 근데 책을 어쩜 이렇게 많이 읽으실 수 있는 건가요?). - 작가님 블로그 애독자 중 1인 뒷방 늙은이라는 표현 저는 좋은데요(입에 착착 붙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렇게 나이 들어 가고 싶고요. 사람들과 와글와글 몰려다니기보다는 그냥 조용히 제 할 일 하면서, 시대에 좀 뒤떨어진(?) 사람으로 사는 게 속 편하고 좋더라고요.
저야말로 책 추천 감사합니다. 뒷방에서 열심히 읽겠습니다. 딱히 다른 취미가 없어서 남들보다 책 읽을 시간이 많은 것뿐이에요. 게임, 운동, 춤 등 몸으로 하는 건 전부 못하고 음악이나 미술, 공연 등 다른 분야 예술도 거의 모르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하고... 그냥 누워서 소설이나 교양서 읽는 게 세상 재미있습니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답변에 웃음이 났습니다. 네, 작가님. 뒷방에서 열심히 읽어주시면서 신간 소식도 간간이 들려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살포시 담아봅니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는 점도 기억해 주시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에요(부담을 드리려던 건 아니었...). 저도 책 읽고, 글 쓰는 게 세상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부담 팍팍 갖고 새해 각오를 다지겠습니다. 사실 두어 달 구상을 한다는 핑계로 거의 누워 지냈어요. 실제로는 쓴 문장은 한 줄도 없는 채로요. 저는 요즘 글쓰기의 원초적인 즐거움을 많이 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즐거움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북토크 때 @정아은 작가님께 여쭤보려고요. ^^
두어 달 누워 지내셨다는 말씀에 혹시 몸이 아프셨던 건 아닐까를 걱정하는 제가 과한 걸까요. 작가님도 글쓰기의 원초적인 즐거움을 잊으실 때가 있군요. 왠지 인간미가 느껴지는 문장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일까를 계속 생각하며 갸웃거리고 있어요. 북토크에서 정아은 작가님께 직접 여쭤보신다니 저는 그럼 그 질문을 함께 묻어가야겠군요. 두 분의 담화를 현장에서 귀 쫑긋 세우고 생생하게 들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2. 이 또한 제가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팁이라고 말하기 조심스러운데요. 일단 제 경우에는 한가지 생각을 갖고 가지처럼 뻗어나가며 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여러 감상으로 이것저것 상상해 본달까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의미 부여해서) 느끼고, 그 감각을 잃지 않으려 더 많은 상상력을 펼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 떠오른 상념들을 마구잡이로 일단 적어요. 이것저것 적다 보면 또 떠오르고, 또... 뭐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퍼즐이 정리되면서 하나로 모이기는 하더라고요. 물론 간혹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기도 합니다(허허). 그 외에는 제가 부족한 부분 중 하나인데, 멘탈이 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오마이뉴스를 언급하셨을 때, 반가우면서도 씁쓸했던 건, 저도 기자로 잠시(아주 잠시요) 활동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날이 선 댓글을 이겨내지 못하고 놀라서 탈퇴해버렸거든요. 제 실명이 막 거론되니까 무섭더라고요. 이건 개인적인 글쓰기가 대중적인 글쓰기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관문(?)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여기서 이미 중도 하차했습니다. 합평은 그래도 얼굴은 보면서 했는데 인터넷 기사는 익명이다보니 오히려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연해님, 연해님이 글을 쓰시는 방식을 보니 정아은 작가님의 글쓰기 팁이 전혀 필요 없어 보이는데요? 떠오르는 대로 마구잡이로 일단 적는다! 사실 작가님이 초고 쓰기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그거잖아요. 저는 그걸 못해서 글을 쓰면 진도가 너~~~~무 느려요. 직업이 편집자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한 문장 쓰고 오탈자/비문/오류/개연성 등등을 다 체크한다니까요;;; (저만 그러나...) 갑자기 연해님이 쓰신 글이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멘탈 강화 부분은 대공감합니다~ 편집자가 되고 나서야 작가들이 책 나오면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얼마나 두려움에 떠는지 실감하게 되었어요. 글 한 편도 그럴 진대 책 한 권을 내놓는 일은 세상에 나의 '거의 전부'를 드러내는 일이잖아요. 벌거벗은 기분이랄까? 내 글의 어떤 부분이 누군가로 하여금 비호감이나 불편함, 불쾌감을 불러일으킬지도 알 수 없는 일이구요. 그리하여 익명의 독자들로부터 혹평과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작가란 한편으로 '용기 있는 사람'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어요.
앗,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가끔 너무 주절주절 다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과하다 여겨지기도 했거든요. 진도가 너~~~~무 느리다는 말씀은 직업적인 면도 있겠지만, 도우리님이 그만큼 신중하게 꼼꼼히 보신다는 거니까 저는 그것도 좋다고 생각되는 걸요. 다만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일은 시간은 쫓아오는데 너무 잘하려다 되레 지치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요. 책 한 권을 내놓는 일이 나의 '거의 전부'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지만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분들의 호평과 혹평 속에서 건강한 멘탈로 계속해서 자신만의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굉장히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란 '용기 있는 사람'의 다른 이름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알고 있는 모작가님은 책을 10권가량 출간하셨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글이 부족하다 생각하면서(확신이 없고) 판매량이 저조하거나 반응이 없는 게 두렵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직업은 정말 끝이 없구나, 계속 갱신(?)이 필요한 직업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정아은 작가님의 <모던 하트>도 이 모임 참여를 고민하던 시기에 집어 들었는데, 너무 술술 잘 읽혀요. 주인공의 모습이 귀여우면서 짠하기도 하고 결말을 궁금해하며 읽고 있답니다. 이번 에세이와는 또 다른 결이라 작가님의 글이 다채롭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멘탈 이야기 공감합니다. 저는 기자 시절에 이미 악성 메일이나 악플에 시달릴만큼 시달렸는데도 저자가 되어 책에 대한 악플을 받는 건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뒷부분에서 나오는 혹평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무릎을 얼마나 쳤는지 모릅니다.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저는 이렇게 모르는 사람을 향해 아무렇게나 던지는 험담이 당사자의 귀에 바로 들어가게 되는 인터넷 환경이라는 게 굉장히 이상하다, 뭔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작가, 예술인, 정치인들은 분명히 혹평에 신경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21세기 같은 환경은 아니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게 특정 직업군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처한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이 현대의 각종 정신건강 문제와 큰 관련이 있을 거라 믿어요.
저도 작가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익명이라는 공간에 숨어 거칠고 쉽게 타인을 모욕하거나 혐오하는 것 같아요. "아무렇게나 던지는 험담"이라는 문장에도 격하게 동의하는데, 막상 얼굴을 보고는 하기 힘든 온갖 만들이 난무하죠. 큰 고민과 망설임 없이 배설물처럼 쏟아내는 말들은 정말이지...(거칠게 말해서 죄송합니다) 현대의 각종 정신건강 문제와 큰 관련이 있을 거라는 말씀도 맞는 것 같아요.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고 윤택해진 건 맞지만 그만큼 큰 사유없이, 쉽게 얻고 쉽게 뱉으며 막무가내로 게을러져가는 이 사회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그믐"이라는 공동체가 더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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