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어머.. 제 책을 읽고 계시다니 무지 민망해집니다... ㅡ.,ㅡ ;;; 편집자로 일하다보니 어느 순간 제가 '작가'라는 존재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작가님들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아요. 제가 좀 염세적인 성향이 있어서 인생 왜 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그런데 작가님들 보면 항상 하고 싶은 말이 있고, 항상 뭔가를 공부하고 계시고, 항상 궁금한 게 많으시더라고요. 신념이나 추구하는 방향도 있으시고요. 같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전염되면서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달까요. 어찌 보면 그런 에너지 뿜뿜 작가님들 곁에 딱 붙어서 나도 좀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매우 이기적인 이유로 작가님들이 잘되길 바라는지도 몰라요. ㅎㅎㅎㅎ 앞으로 저의 호를 '구엘'로 정하고 10층 건물을 올리는 그날까지 달려보겠습니다!
[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고우리

장맥주
저는 한겨레문학상을 받을 때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저런 말은 듣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저도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고... 그래서 이 부분을 무척 놀라며 읽었습니다. 정말 1년에 1000만 원이면 상위 10퍼센트일까요. (인세 수입만 따지면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지호림
1.
최근에 어느 음악 프로그램에서 <옛사랑>을 듣는 데, 새삼 ‘옛사랑’이라는 표현이 좋게 느껴졌습니다. 보통은 첫사랑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거절의 경험을 떠올리다 보니 저는 옛사랑이라는 단어가 확 와닿더라고요. (숱하게 실패했던 옛사랑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거절의 의미를 확대 해석해서 저 스스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지금은 그냥 타이밍이 안 맞았나보다 하고 넘어가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로 연인이 되는 것보다 친구 사이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선호하게 된 까닭인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여전히 연애 고수(?)분들의 조언과 경험이 많이 필요하지만요.

지호림
2.
왜 쓰는가에 관해서는 제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길게 늘어놓고 싶은 욕망이 생기지만... 최근에 깨달은 바를 짧게 나누자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최대한 짧게 쓰려고 했는데도 길어져 버렸네요 ㅎㅎ...)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 ‘클리프턴 스트랭스(Clifton Strength)’라는 검사를 받았는데요, 갤럽 사이트에서 유료로 해야 하는 검사이지만 학교 차원에서 (무료) 신청자를 받길래 해보았습니다.(몇 년 전에는 책으로도 출간되어서 일종의 자가 진단처럼 해볼 수 있는 것 같네요.)
그때는 MBTI 정도로 생각하고 별 관심 없다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최근 들어 클라우드 폴더에서 이때의 강점 분석 보고서를 발견했는데, 꽤 놀라웠습니다.
제 검사 결과에서 나온 강점 중 가장 높았던 3가지는 ‘발상(Ideation)’, ‘책임감(Responsibility)’, ‘지적사고(Intellection)’ 였습니다. 이들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저도 모르게 이렇게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
“시간을 내서 글을 쓰십시오. 글쓰기는 생각을 구체화하고 종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아이디어를 목록으로 만들고 자주 참조하십시오.”
또는 이런 문장,
“시간을 내서 읽고, 살펴보고, 생각해 보십시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경험은 당신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정신없는 요즘, 도움이 될 만한 문장도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의무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거절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예언서를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여기에 쓰여 있는 게 지난 몇 년간 계속해 오던 일들이었으니까요.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이 실현된 것일까요?)
어쩌면 읽고 쓰는 일이 제게 필요하고, 또 자연스럽게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지금껏 해온 게 아닐까 합니다. 이런 것도 무의식중에 있던 글 쓰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원인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약점을 보완하는 데에 집중되었던 모든 관심을 강점에 쏟는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도널드 클리프턴의 간단한 생각에서 출발한 책이다. 출간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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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리
으악~ '클리프턴 스트랭스'란 검사 저는 처음 들어봤는데 이 거 완전 재밌네요~ 검사 나온 것 보니까 지호림 님은 무조건 글을 쓰셔야겠습니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이 책 나름 유명하던데, 이런 내용이 들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저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지호림
그러나 살아오면서 필요한 시기에 딱 맞추어 적절하게 깨달았던 적이 한 번도 없던 나는 그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03. 쓰는 마음>, <거절 메일1>, 정아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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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림
“ 그동안 글쓰기 강연을 다니며 속세적인 보상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더랬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유명 매체에 글을 싣지 못하더라도 글쓰기 자체가 의미 있는 거라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쓰는 사람 자신에게 선물이고 치유책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다녔더랬다. 그래놓고 정작 저 자신은 속세적 영광을 누리지 못할 낌새가 보이자 펄쩍펄쩍 뛰었다.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비장하게 다음 직업을 모색했다. ”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03. 쓰는 마음>, <다시 쓰기>, 정아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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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yum32
1. 뭐 거절이야 늘 겪는 일이라서 ~ 침묵도 답이다 라는 말까지 포함하여 거절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대하소설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제가 거절한 순간들이 오래도록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습니다. 거절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이어지고 있는 관계도 있고 거절했던 일을 다시 번복한 경우도 많고요. 유쾌한 기억들은 아니네요.
3장을 읽으면서 몇 부분을 사진 찍어서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그랬어요. 거절 메일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고 그 경험이 작가님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 결국 자신의 진짜 마음을 보게 되는 과정이어서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거절당하는 게 싫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인간 부류일지도 모릅니다. 혼자 무지 많이 생각하고 여러 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이건 아무리 해봐도 거절당하겠지~ 하면 말도 안 꺼내니까요. 비겁하다면 비겁하고 신중하다면 신중하겠죠.

hyeyum32
2. 글쓰기를 좋아하거나 작가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썼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일기 쓰기를 진짜!!! 안 좋아하거든요. 몇 달 전에 왜 그렇게 일기쓰는 걸 싫어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습니다. 이유 중에는 국민학교(네~ 초등학교 말고 국민학교 졸업생이네요 ㅎㅎ) 때 일기 숙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한 몫합니다. 그치만 청소년, 성인이 되고도 저는 주기적으로 일기쓰기에 도전했습니다. 연초에요. 예쁜 다이어리를 사고, 일기장을 사서 2월 중순까지는 썼어요. 그 다음은 항상.....
나는 왜 일기를 못 쓰지? 라고 생각하고 전에 쓴 일기를 읽어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부정적이고 우울한 내용만 썼더라고요. 다시 보는데 싫었습니다. 결론 없이(물론 반성과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건 있지만) 마구 쏟아낸 글이 싫었습니다. 내가 쓴 거지만 참 못났다~ 했고요.
그래서 3장에서 글 쓰는 이유를 인정욕구라고 했던 부분에 공감했습니다.
저한테(지극히 제 주관입니다!!!) 일기는 인정욕을 실현해 주지 않았거든요.
정돈되지 않지 않은 글을 쓰는 게 싫었습니다. 그래, 나는 일기랑은 안 맞아. 그런데 나는 에세이는 괜찮아.
왜?? 에세이는 내 이야기를 정돈할 수 있으니까. 쓰면서 내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 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왜 쓰고 싶은지 누가 쓰라고도 안 하는데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는지 생각해 보면
왜 읽는지 누가 읽으라고 안 하는데 계속해서 읽고 있는지와 비슷한 대답이 나오더라고요
좋아합니다. 읽고 쓰는 걸. 돈이 되지 않아도(사실 읽는 데에는 오히려 돈이 들긴 하죠)
해야 하는 일이 아니어도 그냥 좋아서 합니다.
3장에서 말했듯 인정욕구 때문에 쓰는 것도 맞고요.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마음도 맞고요.
내가 하고 싶은 어떤 이야기를 말로 소비하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누가 읽어주든 아니든 간에 말이죠.
3.
"그 시기, 운명의 메일의 자장에 놓였던 몇 년간 내가 썼던 원고는 '쓰고 싶어서 쓴 원고'가 아니었다. '이 화두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월른 원고를 완성해서 출간하고 싶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글을 쓴 주요 동기였다. 물론 쓰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도 섞여 있었다. 원고를 쓰게 되는 데는 다양한 동기가 작용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기, 내가 쓰고 싶은 말을 잘 쓰고 있는지 여부보다, 써내는 글을 통해 얻게 될 부수적 효과에 훨씬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P.214
"새롭게 뭔가가 쓰고 싶어지면 조용히 자신에게 묻는다. 너, 그 이야기가 진짜 쓰고 싶어? 왜? 그러곤 상상한다."
P215
에세이 쓰기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합평을 하면서 좋았다는 반응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올 때 왜 그렇게 평가 받게 되었는지 이유가 명확하더라고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면 좋다는 반응이 나오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써도 될까 하고 마음이 주춤해서 글에도 반영되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앞으로 자주 물어봐야 겠습니다. 진짜 쓰고 싶어?? 라고요.

메이플레이
3장
1. 거절의 경험은 숱하죠.
며칠 전에도 따로 있는 큰 아이에게 할머니께 자주 안부 인사드리라는 요구를 무응답으로 거절 받았답니다. 엄마 말 무시하냐고 한참을 잔소리를 퍼부었죠. 이렇게 가족에게 하는 요구가 거절당 할 때는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자식이다보니 금세 잊어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행동하겠지만 한동안은 앙금이 남아 괜실히 딴지를 걸게 되더라구요. 못난 엄마같아 한동안 우울해지기도 하고요. ㅠㅠ
2. 지금도 글을 쓰고 있죠. 여기 그믐밤에서 글을 쓰는 것은 소통하고 싶은 욕구인 듯해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고요. 그래서 잘 읽었다는 댓글에 하루가 행복해지죠. 위에 쓴 글에 작가님의 댓글에 너무 행복했던 이유도 같은 것이고요.
대단한 글을 쓰는 자질을 가지지 못해 글을 쓰는 과정이 여전히 힘들지만 지금 쓰는 글을 읽고 누군가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생각해 힘들여서 글을 써봅니다.
3.
"그 모든 것과 상관없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쁘나 슬프나, 원고에 대한 거절 메일을 받으나 받지않으나, 마음을 언어로 옮기고 싶어서 환장하는 것, 그게 글쓰기의 본질이었다. 210쪽
글을 쓰고 싶어 안달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늘 글쓰는 것에 부담이 큽니다. 책 리뷰 한 편을 쓰는 것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만 2~3일 걸리고 한편 쓰는데 3~4시간이 훌쩍 걸린답니다. 오랜시간 끙끙거리는 순간이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환장해서 쓴다면 이런 부담감이 사라질까요? 글을 쓰고는 싶은데 부담감때문에 적잖은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글쓰기의 부담감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연해
메이플레이님의 글을 가만히 읽어 내려가다 "소통하고 싶은 욕구"라는 문장에서 멈칫했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에 이 마음도 깊이 들어있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게 글자로 선명해진 기분이 들었거든요. 생각해 보니 이 공간(그믐)에서도 우리는 말보다 글로 느리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방식(?)을 제가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네요.
"마음을 언어로 옮기고 싶어서 환장하는 것"이라는 아은 작가님의 문장 저도 좋았습니다. 길을 걷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활자로 옮기고 싶은데 지금 당장 쓰지 못하는 경우, 계속 그 문장을 잃지 않으려 입속에서 갖고 놀 때가 있는데, 이게 쓰고 싶어 환장하는 마음인 건가 했어요(환장이라는 단어가 입에 참 잘 붙네요. 허허). 지금 당장 쓰지 않으면 휘발되어버릴 것만 같은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메이플레이
@연해 공감해주고 공감 받고 너무 행복한 대화이면서 글쓰기네요^^.

고우리
말씀하신 대로 글, 즉 언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통'의 도구가 맞는 것 같아요.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마음,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확실히 있고, 그 가장 보편적인 도구가 글이 아닌가 싶어요. 그림이나 음악보다 쉬운 것은 확실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가 어럽게 느껴지는 것은 '잘 쓰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죠? 글쓰기의 부담감을 줄이는 방법은 정아은 작가님이 알려주실 것입니다~~~

정아은
메이플레이님 안녕하세요. 추운날 아침 어떻게 맞고 계시는지요~
글쓰기의 부담은 어마어마하죠. 이 부담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ㅠㅠ.
쓰고 싶어 환장하는 마음이 든다고 해도, 그건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일 뿐이죠.
매일의 루틴에 돌입해 막상 노트북 앞에 앉으면 어찌나 쓰기 싫고 부담스러운지, 언제나 노트북이 고장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부담은 비단 글쓰기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당면했을 때 언제나 이런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지요. 즉 가만히 앉아서 티비를 보거나 멍 때리는 행위가 아닌 이상, 노력해서 이루어내야 하는 모든 일에는 스트레스가 동반된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일수록 해내고 나면 충만감이 크다는 점입니다.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이라는 책에서 이런 과정을 설명하면서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건 휴양지에 가서 바다를 볼 때가 아니라 특정한 일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어갈 때라고 했는데요. 생각해보면 저도 글쓰기 싫어서 난리를 치다가 어느 순간 억지로 글쓰기 행위에 진입해 들어가고, 시간이 흘러서 나를 잊고 쓰는 행위 자체에 잠기다 보면, 그 후에 오는 충만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는 글쓰기는 부담스러운 행위라는 것, 가치와 효용이 높은 일이기에 더욱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라는 것, 그치만 해내고 나면 커다란 효용을 선사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책의 1장 '어떻게 시작하는가'에서 제시한 '잘쓰지 않겠다'는 방법은 이 부담을 살짝 경감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부담을 완벽하게 없애버릴 수는 없겠지만요^^.

연해
"우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당면했을 때 언제나 이런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지요"라는 작가님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도 지금 제가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것들에 당위성이 더해진다면 온몸으로 거부할 것 같거든요(반골 기질이 충만합니다). 다만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전제가 있으면 좋아하는 일은 결국 하게 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해내고 나면 커다란 효용을 선사하니까요.
글쓰기뿐만 아니라 행복도 그런 것 같아요. 단순히 욕구를 충족하는 쾌락적인 행복보다 조금 더 고차원적인 것을 이루어냈을 때 찾아오는 행복이 더 뭉근하게 오래가더라고요. 물론 그걸 시작할 때는 약간(과연 약간일까)의 각오와 고통이 수반되지만요. 제 경우는 운동과 청소가 하고 나면 굉장히 좋지만, 시작하기 전에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복잡하게 이루어낸 것 안에서의 성취감이 더 오래가고 충만할 때가 많고요.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잘쓰지 않겠다"의 부담은 톡톡 털어내고 시작하겠습니다.

거북별85
작가님 답글이 너무 좋아서 제 답글이 아니지만 또 씁니다. ^^
글쓰기 뿐만 아니라 노력해서 이루어내야 하는 모든 일에는 스트레스가 동반된다는 말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 일수록 해내고 나면 충만감이 크다는 말이 참 와닿네요...
죄송스럽게도 정작가님을 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읽는데 문장이 너무 친근하고 재미있어서 신나게 읽게 되었는데 읽을 때마다 그냥 재미있는게 아니라 핵심을 콕콕 잘 전달되도록 쓰신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음... 문제를 바라볼 때 왠지 그 판의 전체를 꿰뜷어보는 듯한... )
예를 들자면 오랫동안 아파서 고생하던 중 어느날 동네에 큰 대학병원에서 원장으로 계시던 분이 화려하게 개업한 병원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곳으로 진료를 1년 동안 열심히 다녔는데도 병이 낫지 않아서 속상해 하던 중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네를 지나가는데 동네에서 예전부터 종종 보았던 친근한 인상의 의사선생님을 만나요. 그분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고 친숙해서 대화 중 병으로 고생하던 이야기를 하니 3일치 몇알의 알약만 건네주며 한번 먹어보라고 하죠. 반신반의 하며 집에 가져와서 먹었는데 1년 이상 못 고쳤던 병이 그 친숙하고 재미있는 의사선생님의 약을 먹고 3일만에 낫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 (그 친근하고 재미있던 의사선생님의 정체는 무엇이지??)
책에서 소개되던 <엄마의 독서>도 재미있어 보여서(엄마라는 역할과 어떤 책을 읽으시길래 이런 시야와 소통능력을 가지셨는지 궁금해서 ^^) 주말에 대출했는데 그믐밤까지는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연해
와... @거북별85 님 병원 비유가 너무 찰떡인데요. 저도 정아은 작가님 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부분이 정말 많았거든요! 덕분에 구입한 책이 온통 플래그잇과 형광펜으로 난리가 났습니다(허허).
지난번 글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어쩜 이렇게 적확한 단어들을 적절하게 구사하시는 걸까 했어요. 개인적으로 임경선 작가님의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정아은 작가님의 말씀도 비슷한 결로 배우고 싶은 점들이 많았어요.

거북별85
ㅎㅎ @연해님의 책의 상태도 궁금하네요~~^^ 전 형광펜은 안썼지만 플래그잇은~~~^^;; 정아은 작가님 책을 읽다보니 제 책은 플래그잇으로 책상위를 쓱삭쓱삭 청소가능할만큼 빗자루로 변신(?) 중입니다~~저도 끄덕끄덕하며 책을 읽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김새섬님도 추천하신 <잠실동 사람들>도 궁금합니다~~~^^

메이플레이
정성스럽 답변에 감동 받았습니다.
부담없이 글쓴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군요.
작가님의 글을 여러 번 읽으면서 글쓰기의 부담감에서 충만함의 기쁨을 느껴보기로 다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챠우챠우
1. 이런저런 거절을 숱하게 받아왔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건 학벌로 인한 거절입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다가 전일제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을 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꽤 어려웠지만 원하는대로 연구가 잘 되지 않아서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2년차때였던가 학과사무실에서 모교 학부로 홍보를 하러 갈 사람을모집한다는 메일이 왔고, 저는 별 생각없이 가겠다고 지원을 했죠. 그런데 며칠 뒤 메일이 와서 (맨날 다른 대학하고 서로 2등이라고 싸우는 모 대학 출신) 담당교수님이 ‘서울의 대형병원과 지방국립대 병원에만 홍보할 계획이다. 그 학교병원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양해를 구하더군요. 그럴거면 애초에 전체메일을 보내지 말던가… 아님 아예 ‘지잡대 지원금지’라고 대학원 입시요강에 박아 놓던가. 제가 엄청 운이 좋게도 졸업하고 취업하고 직장을 옮기는 동안 한 번도 그런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너무 화가 났습니다. 다행히 아직 비슷한 일은 겪어본 적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나네요.
2. 저는 대한민국의 과학발전과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해 논문을 쓴다…… 면 거짓말이고 입신양명을 위해 씁니다. 쓰면 사람들 만났을 때 덜 부끄럽고, 얼마간의 인센티브도 주기도 하고요. 가끔 정말 재미로 쓰는 논문도 있는데 그런건 오히려 더 게재승인 받는게 더 어렵더라고요. 그믐이나 SNS에 가끔 쓰는 글도 글이라고 쳐 주신다면 그런 잡문은 기분을 풀기 위해서 씁니다. 가끔 이렇게 풀어내고 나면 기분이조크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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