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소설을 처음 쓰는 당신이 감응을 주는 '진짜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를 쓰는 편을 택하는 게 최선이라고.
[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거북별85
거북별85
1. 우선 전 서평쓰기를 먼저 하고 싶네요. 좋은 책들을 읽어도 읽고만 넘어가니 손가락 사이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사라지는 것 같더라구요. ㅠㅠ 그리고 고우리 편집자님 말씀처럼 작가님들이 자신의 서평이나 감상문을 찾아 읽으신다는 글을 읽으니 팬심으로라도 시작하고 싶네요^^ 하지만 아직도 소심하고 걱정되는 자신을 떨치고 시 작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게으름도요..ㅜ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은 좋은 인풋을 효과적으로라도 붙들어놓기 위해 서평이 제게 더 맞을거 같습니다.
그믐에 처음 입문할 때 <서울리뷰오브북스>7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결국은 눈으로만 참가했지만^^;;) 그때 처음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소개글이 정말 인상적이어서 그믐에 참여하게 되었거든요. 그 글을 인용하자면
"누군가에게는 세계를 보는 창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손꼽아 기다리는 흥미로운 읽을거리였던 서평은 지성사의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서평 덕분에 생명력을 얻은 책들은 때론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며 역사를 만들어왔습니다."
고우리
어머,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거북별85
2. 서평쓰기를 시도하고 싶다면 인터넷서점에서 감상평을 쓰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열심히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공부법만 묻는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무거운 돌처럼 계속 얹고 있다보면 언젠가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평쓰기에서 나만의 감상표현을 확장시키는 방법이 있을까요??? (맛집을 방송할때 "우와!!"만 연발하지 않는 것처럼, 항상 독서감상문에서 재미있었다. 많은 점을 배울수 있었다는 문장만 반복해서 쓰는 것 같아요.)
전 에세이도 재미있게 읽는 편이라 에세이 쓰기가 쉽지 않을까 했는데 작가님 글을 보니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
p102 결국 에세이는 '거리두기'의 예술이라는 것. 내게 일어난 일을 기술하되, 그 일을 어느 정도까지 드러낼지, 어떤 톤으로 드러낼지를 저울질하는 기예라는 것. 내 이야기를 공개하되 있었던 일 그대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맞게 정제된 형태로 기술해야 한다는 것. 즉 주제에 봉사하는 선 안에서만 개인사를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솔직히 일기와 에세이, 생활글의 차이점도 제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그러나 작가님께서 소개한 <엄마의 독서>를 쓰는 과정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고 궁금했습니다.
p104 에세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 강한 장르다. 자신을 열어 보여주고, 그렇게 세계를 열어 보여준 작가에게 독자가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에세이의 출간 과정에서 내 내면에서 일어난 일을 '치유'라고 한다면 에세이 출간 뒤 독자들과 나 사이에 일어난 일을 '소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아은
안녕하세요 거북별85님~좋은 아침입니다~~서평쓰기를 인터넷서점 감상평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인터넷 서점도 좋고, 개인 에스엔에스도 좋고, 오마이뉴스같은 양방향 매체 서평기사도 좋고...뭐든지 타인이 와서 볼 수 있는 공간에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상표현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쓰는 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 같아요. 이를테면 우와 맛있다! 가 아니라 쌀국수 위에 얹힌 고수에서 독특한 향이 났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열대 풀의 향이 별로였는데, 최근 들어 이런 종류의 풀 향을 맡으면 갑자기 다른 장소로 옮겨간 듯 이국적인 느낌이 오고 맛도 깊게 다가온다... 이런 식으로요^^ 무엇을, 왜, 언제부터, 어떤 감각이 어떻게 느 꼈는지를 세분화해 쓰는 것이죠.
거북별85
3. 정아은 작가님께서는 서평, 칼럼, 에세이, 논픽션, 소설등 다양한 글쓰기를 하셨는데, 다른 작가님들도 다양한 글쓰기에 도전하시나요??(많이 힘들지 않으셨을까해서 궁금합니다.)
또 이렇게 다양한 글쓰기가 소설을 집필하시는데 많이 도움이 되셨을까요?
그리고 완전 초보인 글쓰기 입문에서 어디까지가 표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작가님들만 표절의 잣대에 해당되시는 건가요?? ^^;;
고우리 편집자님은 원래 편집자가 꿈이셨을까요?? 편집자가 되는 자격에 중요 자격은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편집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실까요?? (제가 아직 편집자님 책을 읽기 전이라 좀 궁금한 점들이 중복되더라도 ....)
정아은
다른 작가님들도 다양하게 글을 쓰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보다 먼저 한겨레문학상을 받으셨던 동년배 작가 주원규 작가님은 에세이는 물론이고 건축평론, 시나리오, 영화대본 등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계시죠. 역시 동년배 작가이신 장강명 작가님도 칼럼, 서평, 에세이, 논픽션 등 다양하게 쓰시고 계시고요.
저의 경우는 다양한 글쓰기가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역으로 소설을 썼던 경험이 다양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표절은 누구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표절이다, 라고 말하기 힘든 문제 같습니다. 원래 지식이라는 게 전수, 모방, 변형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 같은 것이라, 소유권이 지상명제가 된 자본주의 시대 이전에는 표절 개념 자체가 거의 없 다시피 했죠.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지식에 소유권이 생기면서 표절 개념도 강화되었는데요. 존재하는 모든 추상적, 물질적 존재들에 사적 소유권을 덮어씌울 수 있는 시대를 맞아, 표절 개념은 진짜 난해하고 복잡한 문제로 떠오른 것 같습니다.
거북별85
정아은 작가님.. 답글 넘 감사합니다. 지금 펑펑내리는 눈처럼 선물받는 기분입니다.^^
요즘 표절시비가 잦아서 어떤 명확한 잣대가 있나 했는데 난해하고 복잡한 문제이군요... 더구나 이미 꼭대기를 점령한 분들이 더 진입장벽을 높이 쌓으면 후발주자들은 점점더 힘들어지는 거 같긴합니다.
아직 서평쓰기조차 ㅎㄷㄷ하는 입장에서는 칼럼, 서평, 에세이, 논픽션, 영화대본, 시나리오 등 다양한 글쓰기를 전방위적으로 하신다는 말에 정말 인간계가 아니신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예술가분들을 보면 왠지 신의 일부 능력을 하사받으신 분들 같이도 느껴지고....
감상표현을 확장시키기에 무엇을, 왜, 언제부터, 어떤감각으로 세분화 시켜서 쓰는 연습을 작가님의 조언대로 실천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고우리
거북별님, 이렇게 방대한 질문을~~~ 저는 원래 독문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독일에 잠깐 공부하러 갔다가 돌아왔어요. 결국 나는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이구나, 공부하긴 글렀구나 깨달은 거죠. ^^;; 먹고살려니 하던 짓(?)과 가장 비슷한 짓을 찾다가 출판사로 흘러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편집자가 원래 꿈은 아니었던 거죠.
편집자의 자격이라기보다 자질이라면 다양한 점이 있겠지만, 저는 우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존중'을 꼽고 싶어요. 저자에 대한 존중, 텍스트에 대한 존중, 함께 일하는 협업자들에 대한 존중. 그런 기본 태도가 있다면 나머지는 차차 배워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편집자로서 보람찰 때는, 작가가 내가 한 작업을 좋아해주고 인정해줄 때가 아닌가 싶어요. 편집자는 결국 작가와 한 팀이 되어서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간략히 대답해드렸는데, 어떻게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북별85
고우리 편집자님의 답글 넘 감사합니다. 편집자의 자질이 '존중'이라니!! 참 멋집니다. 모든 곳에서도 있어야 하는 중요한 자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협업자의 존중은 누구누구와의 협업인지 궁금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거 같 아요.)
작가와의 협업과 인정에서 보람을 느낀다니 참 멋진 직업이지만 어려울거 같아요. 예술작품의 탄생의 최전선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좀 경영자같은 느낌도 있구요.. 왠지 누구보다도 차가워야 할거 같기도 하구(아기를 탄생시키는 산파는 주변분들이 아기의 탄성에 흥분하더라도 차분히 상황을 보며 대처해야 할 거 같아요.)
이렇게 질문 폭격기같은 저의 질문들에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 관심이 가면 궁금한 점도 많이 생겨서요...
행복한 연말 보내시구요..
고우리
거북별님,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쁩니다. ^^ 협업자란 디자이너와 제작자, 때로는 외주편집자를 말합니다. 특히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 중요한 것 같아요. 디자인이란 게 문자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보니까, 제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보여줄 수 없어 소통이 가장 중요한 파트인 것 같아요. 주위에 디자이너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어떨 땐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폭력적으로 주문(?)하는 편집자들도 있다고 해요. 디자인도 창작의 영역이고, 디자이너도 원고를 읽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풀어내는 작업인데 말이죠. 디자이너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저도 많이 배웁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요~
챠우챠우
1. 저는 에세이를 써 보고 싶습니다. 하고 있는 일 관련해서 담담하게 잘 쓰고 상도 받아보고 싶어요!(이글이글) 실은 작년에 @장맥주 님이 심사위원 중 한 분으로 계셨던 00수필문학상에 출품도 해봤는데, 입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정아은 작가님 책에도 나오지만 평소에 에세이는 잘 읽지도 않는 사람이 에세이를 잘 쓰려고 하는게 욕심이었던 것 같네요. 저는 압도적으로 소설, 그리고 장편을 즐겨 읽으니 장편소설을 도전해야 할까요??!!
2. 초고를 빨리(마감을 남겨놓고 미리) 쓰는 비법이 궁금합니다. 아마도 제가 게을러서 늦게 쓰는 거겠죠?
3. 2장도 너무 재미있고 머릿속에 쏙쏙 박혀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전자책이어서 다행이지 종이책이었으면 지저분하게 밑줄치고 책을 접어놓았을 것 같습니다.
정아은
안녕하세요 챠우챠우님 굿모닝입니다아아~~
초고를 빨리 쓰는 비법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비법과 같습니다.
1. 냉장고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안에 넣는다.
3. 냉장고 문을 닫는다.
초고 빨리 쓰는 비법
1. 노트북 앞에 앉는다
2. 문장을 써내려간다
3. 마침표를 찍고 저장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쓰면 매우 간단하고 쉬울 거 같지만
초고를 쓰는 것은 매일매일 쓰기 싫다는 생각과 벌이는 전투와도 같지요.
저는 짧은 글 초고는 청탁받자마자 쓰고,
장편 초고는 매일 에이포 두장 반 이상씩 쓴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눈이 와도 쓰고 비가 와도 쓰고 생일이어도 쓰고 아파도 쓰고 다쳐도 쓴다...
라고 다짐한 뒤 어떻게든 지키려고요.
진짜 진짜 쓰기 싫어서 미칠 것 같은 날은(사실 매일 그렇지만요.. 그래도 특히나 심한 날 말이에요^^)
특별비법을 쓰는데요.
'더블 죄책감으로 배수진 치기' 요법입니다.
1. 노트북을 대동하고 카페에 간다
2. 메뉴에서 가장 비싼 케잌 두 개를 주문한다.
3. 케잌을 받자마자 일 분만에 다 먹는다.
이렇게 해버리면
1)돈을 너무 많이 썼다,
2)대량의 칼로리를 몸으로 들여보냈다,
는 이중 죄책감에 휩싸이게 되지요.
빈 접시를 바라보고 있으면
와, 정아은, 이래 놓고도 안 쓸 거냐?
이러고도 네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냐?
하는 자기혐오와 죄책감이 전신을 휩싸고 돕니다.
이 방법은 돈 낭비에 외모 수준 격감이라는 후폭풍이 심하기에
자주 쓰지는 않지만
쓰기 싫어서 진짜 결심을 깰 것 같은 날이면 특단의 대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죄책감의 폭풍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는 거쥬~~^^
김새섬
'더블 죄책감으로 배수진 치기' 요법 너무 재밌습니다!! ㅎㅎㅎ
읽으면서 완전 빵빵 터졌어요.
챠우챠우
작가님, 고맙습니다! 이런 비기를 알려주시다니!!! 갈무리 해 두고 마음에 새겨두겠습니다.
장맥주
헛... 그 상은 제가 올해도 심사에 참여했는데... ^^;;;
챠우챠우
하하하 올해는 출품도 못 했습니다. ㅠㅠㅠㅠ
장맥주
^^;;;
지호림
1.
저는 역시 소설을 잘 쓰고 싶습니다. 소설 공부하겠다고 여러 수업을 다니다가 결국 전공을 바꾸어 대학원까지 가게 된 케이스인데요, 앞으로 2년간 오로지 읽고 쓰는 데에만 집중할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섭니다. 이 책이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등대 역할을 할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칼럼 쓰기의 기술은 비슷한 분량의 다른 글(이를테면 자기소개서?)을 쓸 때도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빠르게 초고를 쓰고 매일 조금씩 고치는 방식, 한번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ㅎㅎ.
고우리
우와, 지호림 님도 소설을 쓰시는군요~ 멋집니다~~~ 대학원에선 무얼 배우는지, 커리큘럼은 어떻게 짜여 있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부담도 되고 무서워서 합평이란 걸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요, 문창과 친구들 보니까 맨날 뭔가를 써서 서로 보여주고 토론하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요. 대학원에서도 그러겠지요?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