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2장에 대한 다른 분들의 답변을 차근차근 읽다가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1장에서 작가님이 "사람은 평소 제 안에 집어넣었던 것들을 밖으로 꺼내 놓게 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것은 매우 단순한 원리에 기반해 있었다. 내가 평소 즐겨 보던 것이 무엇이었느냐의 문제였다. 평소 내가 즐겨 읽는 것은 장편소설과 장편 에세이였다.", "단편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가 했던 인터뷰를 보면 그 사람이 어릴 때부터 단편소설을 많이 읽어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생각해 보니까 저는 소설(읽기)을 가장 좋아하고, 쓰고 싶은 장로도 (단편)소설이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혹시 비슷하신지 궁금해졌어요. 내가 쓰고 싶은 장르를 내가 가장 많이 읽고 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장르에 자꾸 손이 가는지? 뜬금없는 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닮아가게 되는 심리처럼요.
저의 케이스로만 답변 드리자면 저는 소설(읽기)을 가장 좋아하지만 한 번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 없어요. 저는 에세이를 가장 써 보고 싶고요, 서평, 칼럼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분야이지만 fiction 이라고 할까요?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창작해 쓰는 것에는 이상하리만치 관심이 생기질 않네요. 그렇다고 nonfiction 에 관심이 있냐하면....관심은 있지만 자료 조사부터 시작해서 너무 손이 많이 가는 장르라 엄두가 안 나네요. 이것도 사람마다 참 다양한 것 같아요. ^^
앗, 대표님! 답변 감사합니다. 소설을 가장 좋아하시는군요! 그럼에도 에세이를 가장 써 보고 싶으시다니. 좋아하는 것을 계속 경험하다 보면, 결국은 닮아가고야 만다는 것처럼 저는 독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마다 참 다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과는 살짝 벗어난 이야기지만, 그믐에 최근 올라온 대표님의 인터뷰 영상을 봤답니다. 그믐을 만드신 계기에 대한 부분을 특별히 더 인상 깊게 봤어요. 인터넷에서도 진솔하고 진지한 대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다는 말씀처럼, 저희가 이 공간에서 나누고 있는 대화도 진정성이 잘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책을 찾는 법은 좋은 삶을 사는 방법과 비슷하다."라고 하셨던 말씀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데, 책을 중심으로 밀도 있고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가는 이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와 쓰고 싶은 분야는 너무나 다양하지만, 결국은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새삼 든든하게 여겨집니다.
많이 읽는 것은 쓰는 것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소설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소설따위 뭔 소용이람’ 이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 소설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에세이, 논픽션, 서평 등과 다르게 소설은 축복받은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쓸 수 있고, 그래서 예술 아닐까요? 대부분 배우면 운전을 할 수 있고, 익숙해지면 고속도로를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지만 F1대회에 드라이버로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소설을 주로 읽지만, 주로 쓰고 있는 건 논문이고(쓰기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쓰고 싶은 건 에세이 입니다. 에세이를 잘 읽지도 않으면서요…
"많이 읽는 것은 쓰는 것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는 문장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소설은 축복받은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쓸 수 있다는 말씀도 공감합니다. 소설은 성실함 외에 다른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는, 다른 글쓰기 능력이랑 결이 다른 것 같다는 장작가님 말씀처럼요. 챠우챠우님은 주로 읽는 장르와 쓰는 장르, 쓰고 싶은 장르가 다 다르시군요! 에세이를 잘 읽지도 않으면서요...라는 마지막 문장에는 살짝 웃음이 났어요. 쓰기만 하면 되는 다섯 편의 논문과 죄책감을 담은 댓글도 잘 읽었답니다(하하). 근데 위에서 김새섬님도 말씀하셨지만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실 수 있기를 응원 드리고 싶어요.
저는 대체로 많이 읽으면 잘 쓸 수 있다,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분명히 예외는 있더라고요. 에세이 분야에서도요. 특히 유머 감각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가진 방향 자체가 다른 거 같아요. 모방 학습도 어려운 것 같고요.
106쪽 박완서 선생님 이야기를 읽고 놀랐어요. 과거 ‘문학 전문가’들의 평이 좋지 않았다니... 저는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좀 뒤늦게 읽었거든요. 제가 읽기 시작할 무렵에는 너무나 당연한 거장이었습니다. 107쪽 ‘젊은 남성이 쓴 젊은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이고깽 판타지’라는 싱거운 대답이 떠올랐습니다.
3장도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심리묘사가 적나라해서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제가 느낀 괴로움을 멋진 책을 여러 권 쓰신 대작가님도 느끼셨다는게 저에겐 위로가 됐습니다. 학계에서는 작가님이 거절 후 느끼셨던 그런 괴로움을 ‘가면증후군’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박사를 따고 교수나 다른 정규직 자리를 이미 잡은 연구자가 몇 번 좌절을 겪은 뒤, 그 동안 본인이 이룩한 업적이 모두 가짜같다고 자괴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면증후군’ 이라고 합니다. 별로 이룬 건 없지만 제가 요즘 딱 그 상태입니다.
'가면증후군'이란 표현이 있군요. 어쩐지 조금쯤은 알 것도 같아요. 저에게 딱 들어맞는 케이스는 아닐지 모르지만, 저도 연차가 좀 쌓이고 이른바 '경력직 팀장급'으로 나아가야 할 때쯤, 아, 나는 여전히 편집이나 출판, 기획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자리 하나를 맡고 후배들을 가르치고 할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났었어요. 외부로부터의 거절이라기보다 내면에서 흘러나온 나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랄까요...
일정 규모의 청중 앞에서 매우 지적이고 훌륭한 인물인 양 강연을 펼치고 집에 돌아올 때면, 양심의 가책과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으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저도 엄청나게 공감한 문장이에요...
“운동, 식물, 심리학 공부, 피아노가 언제나 위로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일말의 위안을 주는 종목들이기에 시작했지만, 하다보면 어느 순간 에잇, 다 싫다, 다 필요 없다는 생각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다 때려치우고 누워만 있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고 하기로 마음먹은 활동들에 매달렸다.” 저도 요새 운동, 식물(아직 화분 10개 밖에 안됩니다), 책읽기가 위안이 되어서 하고 있지만, 매일 에잇 다 때려치고 술이나 마시자 라는 마음이 많이 올라와서 고민입니다.
ㅎㅎㅎ 저는 온 심신이 다운될 때 그런 마음을 먹는 것도 존경스러워요. 저는 그냥 바닥에 닿을 때까지 저를 놓아버리는 편... ㅠㅠ
전에는 그러기도 했는데 요즘은 바닥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에 그러지도 못하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먹으면 한 방에 의욕이 나는데 부작용은 없는 약 개발만 기다립니다.
지금 막 2장을 읽었어요. 1월1일 아침 먹고 따뜻한 침대에서 책 읽으니 행복이 가슴 가득 차오르네요:) 1. 저는 제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써보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저를 위한 글이니까 일기가 되겠네요. 일기를 쓰고 싶은 이유는 말을 좀 잘하고 싶어서라고 할까요.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인지 대화를 나눌때 내가 내 생각이 아니고 어디서 듣거나 읽은것만 얘기하는거 같고 진짜 감정도 잘 전달 못하는거 같아서요. 친구에게 톡을 보내거나 단톡에 글 올릴때도 마음과 생각이 담긴 글을 쓰고 싶은데 저한테는 그것도 어려워서 이것부터 잘하고 싶어요. 2. 부모님이 아프시거나 돌아가시거나 등등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친구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거나 하는 게 유독 어렵더라구요. 상대방이라면 지금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헤아려보려고 하는데도 뭐라고 말해야할지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는지... 3. 에세이 논픽션 부분이 특히 재밌었어요. 에세이를 쓸때 작가님들의 솔직함에 놀라고 친근함을 느꼈었는데 솔직함도 아주 정교함이 필요한거 였군요.ㅎㅎ 92쪽 하단.이에피소드를 어느정도 밝히는 것이 나 자신에게 소화가 가능한가. 102쪽 에세이는 거리두기 예술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고 이해가 됐어요! 124쪽 중간. 본업에 방해가 되지만 자꾸만 알고 싶고 궁금해지는 화두가 있다면, 그 화두를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한다. 논픽션 물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 혹은 기자들이 취재를 통해 쓰는 글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시작은 지속적인 관심이고 철저한 조사와 SNS소통을 통해 논리와 근거를 쌓아가는 거구나싶어 문이 넓어지는 거 같았어요. 정아은 작가님의 열린자세가 작가님을 더 깊고 넓은 창작세계로 이끌어줄거 같아요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북심님! 말을 잘하고 싶어서 글(일기)을 쓰기 싶다는 북심님 말씀이 글쓰기의 이유로 정말 명쾌하게 다가옵니다.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니까 말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정아은 작가님이 북토크나 강연 등에서 말씀하시는 걸 몇 번 들어봤는데 말을 어찌나 조리 있게 잘하시는지... 글쓰기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말씀하실 때도 자동적으로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근데 북심님 글 올리시는 것 보면 하고 싶은 말씀을 문제 없이 편하게 전달하시는 것 같은데요...!
안녕하세요 북심님, 새해 둘째날의 아침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요~ 어려운 일을 겪는 친구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죠. 저도 상대라면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헤아려보려고 노력하는데, 어떤 말을 해도 모두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아서 선뜻 말을 건네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말을 해주기보다는 그냥 옆에 있어주거나 맛있는 것을 사주거나 하는 '비언어적' 방법을 택하는 편입니다. 어려운 일을 함께 하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죠ㅠㅠ.
저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지인에게 뭐라고 위로를 해줘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못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뻔한 말이라도 해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무성의한 말을 건네는 것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들더라도, 그런 말 별 도움도 안 되던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로 모임이 3주차, 드디어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장에 접어들었습니다. 3장에서는 어느 글쓰기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눈물의 ‘거절썰’이 그야말로 가감 없이 펼쳐집니다. 많은 분들이 이 장을 읽고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가! 작가들도 이런 일을 겪는구나! 공감, 공감, 대공감! 등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거절의 절망과 기나긴 슬럼프를 딛고 다시 글쓰기로 돌아온 정아은 작가로부터 저는 모종의 에너지를 받기도 했는데요, 세 번째 질문은 바로 이 ‘거절’에 대한 것입니다. ★★★ 3장 <쓰는 마음>과 관련한 세 번째 질문 1. 여러분은 어떤 거절의 경험이 기억에 가장 남아 있나요? 삶에서 ‘거절’은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애인과의 이별, 친구와의 절연, 원하는 대학 혹은 회사로부터의 불합격 통보, 상사 혹은 작가로부터의 기획안 반려, 어떻게 해도 전달되지 않는 나의 마음 등. 어떤 거절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화되어 인생의 경험으로 축적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거절은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아 깊은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 거절의 경험을 한 번쯤 글로 풀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2. 여러분이 지금 글을 쓰고 있다면 왜 쓰나요? 혹은 글을 쓰고 싶다면 왜 쓰고 싶나요? 작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글쓰기를 하잖아요. 일기나 서평, SNS 글쓰기 등. 글쓰기의 효용에 대해서는 이 책을 비롯해 여러 글쓰기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러분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금 글을 쓰는 사람,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3. 그 밖에도 자유로운 감상 및 인상 깊은 글귀, 작가 및 편집자에게 궁금한 점 등을 부담 없이 남겨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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