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우와, 편집자들이 교정 보는 방식을 활용하시네요~ 맞습니다~ 화면에서 보는 것과 종이로 출력해서 보는 것은 이상하게 다르더라고요. 종이로 볼 때는 안 보이던 결점들이 눈에 밟히고요. 그렇게 편집자들은 종이로 교정을 몇 번씩이나 보는데, 오탈자는 왜 자꾸 튀어나오는 것인지...;;;;
2010년대 초에 데뷔했을 때에는 출판사들이 교정지를 택배나 퀵서비스로 보내오는 걸 보면서 ‘이거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거 아닌가’ 혼자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받아보는 데 시간도 걸리고, 불편하기도 하고, 분실 우려도 있고. 최종교 같은 경우에는 그냥 제가 고칠 부분만 사진을 찍어서 이미지 파일을 보내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막상 요즘 몇몇 출판사들과 교정을 PDF로 진행해보니 그건 그것대로 아쉬운 점이 있더라고요. 특히 초교는 종이 교정지로 작업하는 게 더 글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듯해요. 이게 제가 종이 교정지 시대를 못 벗어난 기성세대라서 그런 건지, 종이라는 매체가 그런 면에서 확실한 경쟁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정말 싫어하는 건 초교에 자신이 고친 부분을 표시해놓지 않는 편집자... 여러 출판사와 작업하다 보니 그런 사례도 몇 번 겪었는데 그 앞에서 불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다시 같이 작업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편집자가 있군요. ㅠㅠ 그건 작가와 텍스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존중하지 않는 태도. 저는 세계문학전집을 만들었던 문학동네에서 '존중'하는 태도는 철저히 익힌 것 같아요. 워낙 고전 작품을 다루다보니까 오류와 오역이 있으면 안 되어서 작은 부분 하나하나 역자에게 확인받지요. 그건 고전이 아닌 어떤 텍스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작가의 의도를 거스르면 안 되니까.
네, 몇 번 겪었어요. 물론 존중 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 불쾌감이나 예의의 차원을 떠나서 결과물의 질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실망했습니다(이와 별도로 한국 출판계가 저자를 지나치게 예우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특히 몇 문장을 통째로 들어낸다든가 하는 식의 수정은 제가 찾기가 어려워 고생스럽더라고요. 하지만 소심해서 뭐라 따지지는 않았고, 그냥 조용히 ‘다시 일할 일 없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최근에는 pdf에 종이와 같이 펜으로 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교정을 보는데요, 저 같은 1인출판사에선 꽤 도움이 되어요. A3같이 사이즈가 큰 종이를 뽑을 수 있는 프린터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요. 게다가 택배비도 절약되지 시간도 절약되지 없었으면 진짜 불편할 뻔했어요. 근데 아무래도 종이로 볼 때와는 다르긴 해요. 노트북을 이용해서 교정보는 거라 사이즈가 모니터 크기 정도밖에 안 되어서 전체적인 느낌을 볼 수 없기도 하고요.
작가님과 편집자님이 나눠주신 생생한 이야기를 보며 고쳐쓰는 방식을 다양하게 적용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감사합니다!!
3. 책에서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약의 순간> 챕터에서 작가님이 "바깥에 나가야 한다. 나가서 낯선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낯선 곳에 가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외부 행사 요청에 전부 응했다고 쓰신 대목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작가 지망생 시절에 비해 더 많은 배움을 얻으셨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최근 다른 작가님의 강연에서 '해야 할 일, 혹은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질 때 도리어 소설 쓰는 시간이 소중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외부 청탁이나 기고, 강연 요청 등이 많아지면 물리적으로 소설 쓸 시간이 부족해지기에 이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정아은 작가님께서 이 대목에서 말씀하신 배움도 이와 비슷한 결일까요?
정확한 예시를 들어주셨네요. 바쁘게 이것저것 하는 분들이 더 많은 일을 기획하고 하시는 것처럼, 작가도 외부 행사를 많이 맡아 해내는 과정에서 소설 쓰는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외부 행사와 혼자 앉아 글쓰는 행위 사이의 시간 배분의 게임인데요. 작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중요성을 느끼고 배분하게 되는 듯요. 하지만 외부 행사는 혼자 고립되어 작업해야 하는 작가에게 타인과 세상을 향한 통로로서, 매너리즘에 빠져들지 않게 하는 방지책으로써,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직접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저는 아직 학생의 입장에서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고립되지 않기 위한 통로로서 외부 행사가 중요하다는 말씀이 확 와닿네요. 혼자 글을 쓰다보면 생각도 마음도 갇혀있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연말이라 부쩍 이런저런 모임이 많아져 정작 글 쓰는 시간이 적어졌지만, 이 또한 통로가 되리라고 생각하며 빼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ㅎㅎ. 다행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도 했고요.
1. 잘쓰려는 마음을 버리고, 끝까지, 많이 써라! 로 요약해서 내 머릿속에 저장했어요. 2. 꾸준한 메모 3. 제가 아하! 한 부분이 두 군데 있습니다. 첫번째로 많이 써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글쓰기 자체가 생각을 촉발한다는 점'을 지적해 주신 대목 (초공감!) 두번째로 잘쓰려는 마음에 대한 부분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가 '모범답안이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쓰기때문에 걸림돌이 된다는 부분이었어요. 반면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에 관한 부분에서, 인풋이 많으면 언젠가는 아웃풋으로 비어져 나올것이라 말씀해 주셨는데, 인풋은 진짜 많은데 그게 아웃풋으로 변환되지 않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저는 울고갑니다. ㅜㅠ
흐미.. 인풋과 아웃풋이 언제나 정비례하지는 않죠. ㅠㅠ 그래도 인풋이 많으시다니 어디여요. 저는 언제부턴가 인풋도 없는 것 같은... 원고 보다가 세월 다 가요~ ('원고'와 '책'은 동의어가 아닙니다ㅡ.,ㅡ;;)
저도 인풋은 많은데 아웃풋으로 잘 변환되지가 않아서 함께 웁니다... 인풋을 좀 줄여야 할 거 같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아웃풋으로 변환할 생각을 안 하고 무언가를 읽거나 보는 행위 자체를 편안히 즐기는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요. 글쓰기 자체가 생각을 이끈다는 점에 저도 엄청 공감했어요. 특히 ‘코딩’이라는 표현에 맞다, 저거다, 했습니다.
1. 작가는 ‘생계’와 ‘업데이트’를 위해 외부 요청을 그것이 칼럼 청탁이든, 유튜브 출연이든 강연이든 모두 수락했다고 했습니다. 공모전 당선 이후 기고 요청에 응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을 쓰게 되었고 일정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고요. 외부와 소통하며 계속 많이 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쉽지 않은 것을 꾸준히 지속하느냐 내키면 하느냐'에 따라 전업 작가와 취미 글쓰기가 구분되는 건가?’라고 생각하면서 인상 깊게 봤습니다. 2. 일상의 경험에서 스쳐 지나가는 단상이나 통찰을 ‘나의 언어’로 잡아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3.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진정한 배움은 실전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지식을 전수받기 위해 작정하고 앉아 있었던 학창 시절이나 소설 공모전에 당선되기 위해 앉아서 하루의 대부분을 각 잡고 글을 쓰던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분량과 강도의 배움이, 발전이, 작가가 되어 맡은 여러 생경한 역할들을 소화하던 때에 일어났다. p39
저도 외부 요청, 칼럼, 청탁 등을 닥치는 대로 수락했다던 작가의 말을 듣고 아, 이것이 '작가'와 나의 다른 점인가 했습니다. 저에게도 어쩌다 한 번씩 강연 요청이 들어오는데, 저는 해본 적도 없고 무섭기도 하고 솔직히 귀찮기도 해서;; 언제나 숨어버리거든요.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은 그런 문턱을 한 번씩 꼭 넘는 것 같아요. 반성 반성.... ㅠㅠ
@수은등 @지호림 저한테는 지금도 아주 고민되는 지점이에요. 글쓰기 외의 다른 제안들을 어느 선에서 끊고 맺을 것이냐. 수입만 놓고 보자면 본업인 소설 쓰기만큼 시간당 순익이 낮은 업무가 없고, 에너지 레벨도 낮고 성격도 내향적이어서 다른 사람 오래 만나고 들어오면 지쳐 나자빠지고요. 그런데 분명히 그런 제안들을 하고 돌아오면 여러 방면에서 제 실력이 늘어나는 것도 느끼고 또 세상사에 대해 업데이트가 되기도 합니다. 실은 얼마 전 신문 칼럼 연재를 다 그만두는 결정을 내리고 강연도 대부분 줄이자는 결정을 내렸는데, 그렇게 내려놓고 나서는 과연 잘한 선택이었는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각이 왔다갔다 합니다. 게다가 그렇게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한 뒤 정작 글은 안 쓰고 있네요.
외부 기고나 행사 요청은 언제나 갈등하게 되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일단 그런 요청이 아주아주 많지 않아서 대부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편인데요. 외부 기고나 강연, 행사가 갖는 성격에 대해 그때 그때 작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관점을 갖게 될 것 같아요. 저는 한겨레 신문에 <정아은의 책들 사이로>라는 짧은 문학 서평 칼럼을 쓰고 있는데요. 사실 짧은 글쓰기를 아주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서 그리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쓰라고 권해주신 기자님이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분이라, 그분과 메일이라도 주고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놓고 후회했지요. 근데 쓰다보니 와, 이런 글쓰기가 의외로 또 재미가 있더라고요. 저는 단편소설을 많이 안 읽었고, 그래서 단편을 거의 안 쓰는 편인데, 이 칼럼을 맡게 되면서 단편소설을 많이 읽게 됐어요. 읽다보니 또 단편만이 주는 묘미가 있어서 재미있고, 어, 나도 단편을 좀 써볼까? 하는 마음도(아아, 머릿속에서는 무엇인들 못 쓰겠습니꽈~~)들더라고요. 이 경험을 통해 '외부', 혹은 '타인의 의지'에 대해 생각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나 아닌 누군가의 의지가 내게 '우연' 같은 절대적 계기나 배움의 시작이 되는 현상에 주목하게 된 것이죠. 또한 무엇인 진정한 '나'만의 의지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요. 이를테면 내가 작정하고 선택해 씨디를 걸어놓고 들은 음악과,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음악이 주는 파급효과의 차이 같은 것 말입니다. 전자에는 기대심리와 그로 인한 선입견과 미리부터 실망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후자에는 '갑자기' 찾아온 선물같은 효과와 그 의외성에서 오는 깜짝 효과가 있더라고요. 인생의 전반에서 제 '의지'를 중요시하고 살아왔는데, 후반에 들어서서는 이렇게 '타의'와 '자의'간의 경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게 나이들수록 '보수화'된다는 말과 통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 쓰다보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제가 감기 중이라 좀 정신이 혼미합니다아. 크리스마스이니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아아~~메리 크리스마스 되시길요, 작가님~~~
와! 작가님이 직접 등장하시다니, 영광입니다. 저는 생각해보니 칼럼을 다 그만둔 건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쓰는 독서 칼럼 하나는 그대로 하고 있네요. 제가 애정이 있어서. 그 칼럼만큼은 저도 재미있게 쓰고 있습니다. 저는 칼럼 연재와 외부 일정을 올 가을에 확 줄이면서 생긴 가장 큰 부작용이 일상이 무너진 거였어요. 자잘한 마감들이 일상을 지켜주고 있었던 거죠. 작품에 몰두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서 쓰는 글은 없고, 몸이 게을러지면서 마음도 게을러져서 급기야는 무기력증에 빠져 항우울제 처방을 받게 되었습니다(전에도 받은 적 있어요). 그러면서 전에는 투덜댔던 ‘아르바이트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아침 햇빛을 쬐는 게 우울증에도 좋고 신체 리듬을 세팅하는 데에도 중요하다고 해서 아침마다 산책을 나가려 합니다. 회사 다닐 시절에는 이럴 필요도 없었지, 강제로 아침에 햇빛을 쬐어야 했지, 생각하면 허탈한 웃음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다시 칼럼 연재나 외부 일정들을 만들고 싶지는 않고, 2025년 말까지는 한번 이렇게 살아보겠다, 뭐가 될지는 몰라도 아무튼 해보겠다,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까지 버틸 자신이나 내다 볼 여유가 없네요. 저도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을 산다고 생각했는데, 타의라고 하기는 애매하고 한계라고 불러야 할까, 아무튼 자의는 아닌 어떤 저항을 거세게 느끼고 있어요. 저도 크리스마스에 맥주 마시면서 혼미한 정신으로 썼습니다(항우울제 복용하면서 술 마시면 안 된다고 하던데). 감기 빨리 나으세요!
타의와 자의의 경계에 의심의 눈초리를 세운다.는 표현 너무 좋네요~좋은게 다 좋은게 아니고 반대로 나쁜 상황도 성장과 성숙의 계기가 될 수 있으니..시간 소모없이 결이 닮은 사람들과 담소 나눌수있는 그믐 공간이 참 감사히 여겨집니다~♡
1. '잘 쓰지 않겠다'라는 소제목에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처음부터 너무 완성도 높은 글을 쓰려고 하다가 문장 하나 하나를 검열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때면, 그 자체만으로 부담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물론 제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워낙에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어떤 날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한참 탄력받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보통 별생각 없이 쓰던 글이 쭉쭉 잘 써질 때인 것 같아요. 잘 써야겠다던가, 꼭 해야만 한다던가 하는 부담 없이요. 그리고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씀도 좋았어요. '해결'과 '성과'를 만들어내길 좋아하는 국가 분위기가 국민 개개인에게 스며들어 너무도 당연하게 성과(혹은 정답)를 바라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사람은 평소 제 안에 집어넣었던 것들을 밖으로 꺼내 놓게 된다는 말씀도 좋았습니다. 흔히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고도 잊어버리면 그만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사실 그 잔상이 오래 남는 편이라서요. 일단 안 좋은 것(자극적인 콘텐츠나 가십거리?)을 보면 그게 제 삶에 꼭 파장을 일으키곤 하더라고요. 그래서 되도록 좋은 것, 건강한 콘텐츠만 접하려 하는 편입니다. 피상적으로 돌고 도는 가벼운 매체들을 부러 피하는 편이에요. 알게 모르게 저의 알고리즘에 녹아내리기 시작하면 제가 지각하지도 못하게 제 몸(말이나 행동)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아서요.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 많이 보아왔던 것과 접해왔던 것을 쓰게 된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너무 공감했어요. 마치 습관이라는 게 말이나 행동에서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것처럼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구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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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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