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스북클럽] 같이 읽기 <레티파크>

D-29
@호디에 @윈도우 @realgrey @ICE9 여러분들 나누어주신 이야기를 모두 정독했습니다. 이 작품을 편집 과정에서 여러 번 읽고 출간 후에도 수시로 읽지만, 여러분들이 나누어주신 이야기를 들으니 혼자 재독했을 때보다 훨씬 풍성하고 풍요롭네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모두 기쁜 성탄 연휴 보내셨지요? 연말이라 분주하신데도 독서모임에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진실. 나는 그 사람들한테 진실을 말했어, 달리 뭘 말하겠어? 나는 아이가 둘 있다고, 싱글맘이라고, 정신 병동 경험이 있다고 말했어. 나는 이렇게 표현했어. 나는 오랫동안 집에 있었고 이제 다시 나가고 싶다고. 일을 하고 싶다고. 나는 말했어. 저는 씩씩해요, 저는 투지가 있어요, 저는 낙관적이에요. 저는 안정적인 사람이고 평정심을 가졌어요. 그러면서 나는 다리를 꼬았고, 우유와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마셨고, 고개를 흔들거리지 않았어. 또 궁금한 거 있어? _종이비행기_
레티파크 p.97-98,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테스가 면접에서 했다는 위의 말이 닉에게 하고픈 말인 것 같았고, 세상에 대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은 말인 것 같았고, 테스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인 것 같았어요. 조금 서투르지만 용기를 내고싶은 그런 마음. 저도 종종 그러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긴 경력단절 끝에 취업했다가 창업을 하고..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종이비행기> 편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었어요. 조금 서툴지만 용기 내고 싶은 마음.. 저도 그런 마음으로 창업하고 일을 (겨우겨우) 계속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표님!! <레티파크> 정말 좋아요!!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용기내셨으니 조금더 힘내서 좋은 책 많이 만들어 주세요 >< 응원합니다!!!! 아자!!!
@Kiara 따뜻한 격려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립된 곳이자 안전지대.... 저도 곰곰이 머물러 생각해보고 싶어요.. 저도 <제도>에서 가까운 사이였지만 점점 멀어져 나중엔 인사를 하고 지나가고, 더 후엔 그냥 지나쳐 가는 장면을 보며 제 곁에 머물다 간 사람들을 생각해봤더랬어요.. 쓸쓸하지만 자연스러운 삶의 광경을 이렇게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했네요 작가가..;_; <-- 이건 <제도>가 아니라 <꿈> 이야기네요😭... 제가 혼동했나봐요!
주차별 진행 순서에 따라서 하루에 한 편씩 읽고 있어요. [꿈]을 읽고 나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겠습니다!! >_<
그녀는 두 손을 들어 손가락을 펼치고 손끝을 조심스레 관자놀이에 얹는다. 그리고 조금 누른다. 그러고 나서 두 손을 다시 내린다. 그녀가 말한다. 가끔 나는 모든 걸 다시 분해했다가 새로 조립하고 싶어.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아냐. 하지만 이미 있는 걸 가지고 다른 걸 만든다? 글쎄, 그건 안 돼. 새미랑 루크를 봐. 나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 _종이비행기_
레티파크 p.99,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어떤 기억들> 그레타는 ‘보트를 뒤쫓아 헤엄친 건장한 남자, 어린 남자애의 아버지’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보트가 떠내려가는 걸 봤을 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처음엔 예의 소설적 의심병이 들어 분명 그 안에 말해지지 않은 숨겨진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추론을 해본다. 세상의 모든 일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하므로. 첫번째 추론은 그레타가 그 가족의 구성원이었다는 것이었다. 즉 그레타의 가족에게서 그런 사고가 일어난 것이고 그는 마치 남 얘기처럼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그는 물가에 있었고 ‘물 속에 한 가족이 서있었죠’라고 언급하는 것을 보면 그의 가족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다른 추론은 그레타가 그 가족 중 남편 또는 아내에 대한 어떤 원한이나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 또는 아버지의 내연녀였거나 아내 또는 어머니와 어떤 심각한 갈등 상태에 놓여 있었고, 어느정도 나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그 가족의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을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나의 추론은 아무 이유도 없었음으로 다가간다. 세상에 모든 일엔 반드시 특정되는 이유나 원인이 있어야만 한다는 믿음에 반대하면서. 그는 단지 ‘캄파리를 마시고 책을 보고 잠을 자고 햇빛을 쬐고’ 있었을 뿐이고 다른 가족의 사고는 그와 무관하게 저 쪽에서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단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고. 그런데 정작 또 궁금해지는 건 왜 그레타가 이 이야기를 모드에게 했을까 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정말이지 기묘한 일들이 다시 떠오르곤 해요, 순간순간“이라고 하면서
@윈도우 오 저도 궁금해요 왜 그 이야길 했을까... 그리고 왜 보트가 떠내려가는데도 말하지 않았을까... 인생의 불가해함 이해할 수 없음을 또다시 생각케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ㅠ
다시 한번 그녀는 이 모든 걸 달리 보려 노력한다. 매춘부, 가건물, 뚱뚱한 여자, 빛, 야생 포도 그리고 이 아침 전체를 다시 한번 달리 보려 노력한다. 그녀는 사실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안다. 세상 모든 건 거의 항상 이렇게 혹은 저렇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녀는 그걸 해내지 못한. 그걸 해내지 못한다.
레티파크 p197 / <동쪽>에서,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귀환>을 읽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슬픔과 공황에 빠지고, 타인의 말에 경청할 줄 모르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말을 해대는 리코를 보면서 그를 넘어선 현대인의 외로움과 불안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소설이 크게 와닿는 것은 아마 우리가 전지구적 역병을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한경쟁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삭막해져가는 세태 때문이리라 짐작합니다. 거창한 사랑과 우정이 아니더라도 시선을 맞추고 밥 한 끼, 차 한 잔 나눌 사람이 절실해지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 머무는 리코의 모습이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호디에 맞아요 리코가 마침내 “귀환”을 해서 너무 다행이에요~ 리코라는 인물이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쓰럽던 이유가 호디에 님 말처럼 현대인의(우리의) 고독과 불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우리는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별에 대해. 질병에 대해. 장례식에 대해. 마르타가 만취하면 매번 나한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 무덤가에 서 있는 상상을 자꾸만 할 수밖에 없다고. 내가 죽었고 그녀가 내 장례식에 가야 하는 상상을 한다고. 그리고 그 장면을 묘사하면서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한다. _제도_
레티파크 p.105,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제도]라는 단어의 어떤 의미를 제목으로 취한걸까 궁금해서 [Inseln]을 검색해 보았더니 [Insel]의 복수형으로 나오네요. 여성형 명사로 섬, 도서(島嶼), 고립된 곳, (거리의) 안전 지대.. 이런 뜻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잖아요. 함께 이면서도 홀로 일 수 밖에 없는 걸 제목으로 표현한 건가 싶기도 합니다. 특이한 건 "고립된 곳"이라는 의미와 "안전 지대"라는 의미가 함께 있다는 거에요. 곰곰이 머물러 봅니다.
아!! [제도]를 읽으면서 조각조각 난 제 과거의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올랐어요. 제가 어딘 가로 가 버릴까 봐 울던 친구는 지금 간간이만 만나고 있는 그 정도의 사이가 되어버린 것도 이리스와 마르타 같기도 했고요....
필리프는 옆에 앉아서 그녀를 지켜본다. 그녀가 적절한 표현을 찾고 두 손을 비비고 결혼반지를 돌리는 모습을, 몹시 난처한 상태에 있는 한 여자를. 하지만 그녀가 말하기로 마음먹은 문장들은 평소 그녀가 늘어놓곤 하는 복잡한 이론들과는 정반대다.(...) 그에게 그녀는 놀랄 만큼 그리고 완전히 낯설어 보인다. 그녀는 발에 아무것도 신지 않았고, 그는 그녀의 맨발을 유심히 본다. 그는 그녀가 갈망이란 단어를 발음하는 방식을, 그 단어를 어떻게 길게 끌며 말하는지를 주의 깊게 따라가며 듣는다. 그는 세 사람을 위해 차린 식탁을 상상한다. 식탁 위에 비치는, 옆에서 식탁 위로 쏟아지는 빛, 눈부시게 하얀 식탁보.
레티파크 <뇌> 148-149p.,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그는 데보라가 물 한 컵을 아이의 두 손에 들려 주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아이가 물을 마시는 동안 그녀가 그에게 던지는 시선에서 그는 자신들이 경계에 이르렀음을,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렀음을 본다. 이 분기점에서 그는 놀랍게도 또다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를 받을 것이다. 비록 그는 진실을 말했지만.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이유에서.
레티파크 <뇌> 158p.,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석탄>을 읽었습니다. 빈센트의 어머니는 사람이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는 사람이 부서진 마음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산 증거였고, 그녀는 사랑 때문에 자기 안에 틀어박혔다. 그것이 빈센트의 평생을 좌우할 거라고 생각하니 이상야릇했다. 빈센트의 어머니가 병에 걸려 마을사람들이 병동을 찾아갔을때 그녀는 이미 앞이 안 보였는데, 자신의 눈이 안 보이는 것보다 그들의 예쁜 얼굴을 볼 수 없어 너무 아쉽다는 말을 자꾸만 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그랬다. 그런 그녀가 낳은 빈센트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보이지 않는 반쪽이 결여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그의 몸에 가득 차 있어서) 몸 주위로 반쪽의 후광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빈센트도 어머니처럼 사랑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일 수 있지만, 그런 일이 빈센트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빈센트의 작은 두 손 안에 있는 석탄이 마치 성체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지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알고보니 그냥 포플러 꽃가루였다. 포플러 씨앗의 희고 가벼운 솜털 눈이 바람에 의해 마당 구석으로 눌려서, 꼬리 둘 달린 켄타우로스 뒤로 눌려서 자연 발화한 것이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그게 다였다. 소방대가 다시 물러갔을 때 부엌에서는 젖은 흙냄새가, 연기와 여름 냄새가 났다. (...) 셀마는 포플러 꽃가루가 있던 그날 밤을 이따금 생각한다. 자연 발화라는 말, 그 전문 용어를 생각한다. 그녀는 사랑이란 자연 발화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생각 또한 영속적인 것은 아니고, 그녀는 그 생각을 다시 버린다. _포플러 꽃가루_
레티파크 _p.123-124_,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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