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스북클럽] 같이 읽기 <레티파크>

D-29
<종이비행기>를 읽었습니다. 두 아이가 있고 정신병동 경험이 있는 싱글맘 테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사회 생활이 어렵거나 워킹맘으로 고충을 겪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희망적이라 좋으네요.
저도 엄마로서 테스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가끔 모든 걸 다시 분해했다가 새로 조립”하고 싶지만 아이들을 보고 “나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장면. 정말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지라ㅠ.ㅠ..
<포플러 꽃가루>를 읽었습니다.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보야나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떠난 남편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데요, 로베르트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끝낸 것인지... 많은 부분을 침묵하고 있어서 독자는 그저 단편적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와 수십 년을 맞춰가며 산다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
이 모든 걸 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직 자신에게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고. 로베르트가 왜 떠났는지를. 그녀가 사실상 거의 평생을,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낸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를 이해할 시간이.
레티파크 p124 / 포플러 꽃가루,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https://www.instagram.com/stories/glara_lara/3262753840596081090?igsh=MTF5cG8xcm9zNmtvZA== 시작이 조금 늦었습니다!! 서문 읽었는데 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
@Kiara 환영합니다 키아라님~ 😊
<어떤 기억들>을 읽었습니다. 그레타는 세입자 면접에서 자질구레한 여러 질문의 끝에 모드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인생은요? 인생은 어떻죠." 그리고 그레타는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모드에게 자신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삶의 완성은 죽음이라는 어느 문장이 떠오릅니다. 누가 정답을 알까요, 인생이 무엇인지. 개개인의 가슴에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얼마나 많은 서사들이 담겨있을까요. 그 서사가 켜켜이 쌓여 역사가 되는 거겠죠.. .
짧은 단편들이라 좀 편하게 쉬엄쉬엄 읽을 요량이었더랍니다. 그런데 첫 한 두 작품을 읽고나서는 금방 알게 되었지요. 짧지만 한 편의 글을 읽고나면 내 생각과 감정과 느낌을 정리하기엔 꽤 많은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겠다 것을요. 이미 읽기는 맨 마지막 <어머니>에 이르렀지만 머리는 아직 <시>와 <레티파크>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복잡다단한 감정과 이해관계는 설명하기에도 이해하기에도 그 갈래가 너무 많아 당혹스러울 때가 많은데요, 저는 다음의 구절에서 아버지와 딸을 같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시를 견디는 연습을 했다. 그는 시를 읽으면서 무너져 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그에게 몹시,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는 걸 말해야겠다. 우리는 함께 그걸 연습했다. 그 병원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 일은 그것 외에 많지가 않았으니까”
<석탄> 어머니가 죽었을 때 '죽음이 얼마나 오래가느냐고' 물어봤다는, 네 살이 아니라 열다섯 살인 것처럼. 자전거에 그대로 앉아 팔짱을 끼고 운전대에 몸을 기댄 빈센트를 떠올려 봅니다. 어머니를 잃은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스스로의 생존 본능으로 '반쪽이 결여되었지만, 몸 주위로 반쪽의 후광을 가진' 아이. 정말 대단한 '인물 보여주기'라고 생각했어요. <증인들> 줄 친 구절이 유난이 많습니다. 이혼을 앞둔 화자가 남편의 이혼 후 모습을 상상하며 말해요. "나는 내가 그를 다시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나는 새로운 삶을 사는 이보를 다시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일 것이다. 나는 그게 가능하다는 걸, 우리가 그렇다는 걸 안다." 이 글귀가 왜 저에게 힘이 되었나 모르겠어요. 가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드는데요. 그냥 저렇게 덤덤하게, 다른 삶을 살지도 모르는 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저를 조금 더 단단하게 해 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정말 독보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 평안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지금은 사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걸 잘 극복했다.
레티파크 p167 / <편지>에서,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빈센트는 보이지 않는 반쪽이 결여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몸 주위로 반쪽의 후광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레티파크 19p, <석탄>,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어머니가 죽었을 때 빈센트가 죽음이 얼마나 오래가느냐고 물어봤노라고 빈센트 아버지가 우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따.
레티파크 20p, <석탄>,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우리는 빈센트가 작고 꼬질꼬질한 두 손에서 석탄을 받았다. 마치 성체처럼.
레티파크 20p, <석탄>,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감상이 많이 늦었지만, 앞에서부터 읽어보겠습니다. <석탄> 4살에서 5살로 가는 아이 빈센트는 어른들의 유치한 비버 이야기에 짜증을 낼 정도로 조숙한 듯합니다. 반면에 어머니의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죽음이 얼마나 오래가느냐'고 묻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어리광을 부리고 할 나이에 이미 어머니의 부재가 현실이 되고, 세상의 진실 일부를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아이 같기도 합니다. 반면에 사람의 삶에 '최종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같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이야기해주는 문장이 "빈센트는 보이지 않는 반쪽이 결여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몸 주위로 반쪽의 후광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19)라는 문장으로 멋지게 표현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실과 이별의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주 오래도록 손을, 손목을, 다시 손을 그리고 얼굴을 씻고 나서, 재킷을 벗고 나서 거실로 간다.
레티파크 95p, <종이비행기>,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사실 책의 표지사진 때문에 <종이 비행기>를 제일 먼저 읽었습니다. 궁금해서요^^ 우선 독일 작가의 이야기인데, 소설 속 싱글망의 두 아이의 이름이 영어식인 것도 이유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도하게 의미부여를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소설 속에서 서구적 경제 질서 구조의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으로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엄마인 테스가 복지원의 위기 개입 센터에 면접을 보려는 상황에서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권력 혹은 공공 서비스가 시스템이 야기한 사람들의 위기 상황에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든 구조, 면접에서 공허한 언어이지만 자신의 쓸모 있음을 증명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저의 기억과 제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집에 집에 있었고 다시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테스와 같은 상황이 있어서 그 마음에 공감이 갔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닉의 도움으로, 테스가 면접을 보고 장을 본 후 늦은 오후에 집에 돌아왔을 때 했던 행동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이 장면은 상당히 상징적인 인상을 주었습니다. 집 밖으로 나서면서 작동하는 개개인의 페르소나를, 귀가 후에 벗어버리는 하나의 의식 같이 느껴졌거든요. '안식처'로서의 집에 들어와야 비로소 '나'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랄까요. 왠지 모르게 특히 싱글맘으로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가 써야할 페르소나의 얼굴이 매우 두껍고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가장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자 노력하는 한 인간의 모습에 눈길이 한동안 머물었습니다. 또한 면접에서 무엇을 말했느냐는 닉의 물음에, 그녀가 '진실'이라고 대답하죠. 그리고 다소 절박하게 "나는 오랫동안 집에 있었고, 이제 다시 나가고 싶다고."(97)말합니다. 그러고보니 제 경험으로는 면접에서 '진실'을 이야기했던 경우 합격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네요.(면접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 번역가 신동화님은 옮긴이의 말에서 소설 속의 반짝 빛나는 순간으로 몇 가지를 언급합니다. <종이비행기>에서는 모두 함께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장면을 꼽았습니다. 이 장면이 참 뭉클합니다. 제게 소설 속 반짝 빛나는 장면을 꼽으라면, 테스가 면접할 때 면접관 스탠의 책상에 붙어 있던 엽서를 언급했는데, 닉이 묻고 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스탠의 엽서에 뭐라고 적혀 있지, 닉이 묻는다. 이 말에 두 사람은 웃을 수밖에 없다."(99) 이 부분이 제게는 반짝 빛나는 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 테스가 착하고 믿음직한 닉에게 마음이 없지는 않을 텐데, 싱글맘으로서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책임감때문일까요, 보다 과감하게 닉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듯한 모습이 안쓰럽다(?) 혹은 짠하다(?)는 감정을 일으키네요. 그래도 서로를 위하며 연결된 느낌을 주는 이 대목이 좋았습니다. 끝으로 표지 사진에 대해. 저는 소설을 읽고 나서 이 사진의 장면이 마치 집에서 테스의 두 아이를 돌봐주면서 면접을 하러 나가는 테스를 바라보는 시각처럼 느껴졌습니다. 혹은 면접에 붙어서 근무하러 나가는 첫 날 아이를 돌봐줄 닉과 아이들이 날린 종이비행기가 닉의 시선에 들어온 장면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까, 닉과 테스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갈 수 있을까하는 어떤 모호한 '예감'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였달까요. 아무튼 표지 사진을 보면서 <종이비행기>를 읽으니 다양한 공상(?)과 멍때리기를 함께 했던 이야기입니다.
저도 이 두 사람이 함께 웃는 장면이 참 좋았어요!
밤에 그들 모두는 열린 창가에 함께 서 있다. 테스는 새미를 팔에 안고 있다. (...) 그가 말한다. 만약에 네가 빨리 던지면, 만약에 네가-바로 던지면, 너는 중력을 잠시 극복할 수 있어. 삼 초 동안 활공. 그다음엔 바람을 타고 쭉 날아야 해.
레티파크 99p, <종이비행기>,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종이비행기'가 날아갈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존재하는' 공기 때문이죠. 바로 이 공기라는 유령이 있기에 우리는 잠시나마 이 '중력' 속에서 활동해나갈 수 있겠지요. 제게는 '테스'라는 비행기가 싱글맘으로서, 가장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중력을 버티며 날아갈 수 있으려면 필요한 것이 바로 '유대감'이라는 공기가 아닐까하는....엉뚱한 생각도 해보았어요. 부실한 가장으로서 저 역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답을 모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버티려면 때론 아는 척도 해야하구요. 가족을 서로 묶어주고 버티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런 연결됨의 감정이 아닐까 싶은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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