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스북클럽] 같이 읽기 <레티파크>

D-29
저도 서문을 보고 설레었습니다. ^^ 그런데 책 겉표지 안쪽에 실린 사진을 보고 더욱 놀랐습니다. 깜짝 선물 같이 사진이 제 모습을 드러냈거든요. ^^ 마치 사울 레이터나 비비안 마이어의 오래된 거리 사진 같이 느껴졌습니다. 무심하게 거리를 지나는 한 여인을 몰래 보다 고개 돌린 여인과 눈이 마주칠 뻔하여 화들짝 놀라는 순간 같은 사진... 그런데 여인과 관찰자 사이에 노란 종이비행기가 끼어드는 찰나... 노란색과 초록색 치마의 대비...모든게 현실에선 있을 법 하지 않은, 초현실적인 느낌마져 줍니다. 아직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는 말씀을 먼저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 작가나 출처를 알 수 있을까요? 괜히 궁금해집니다.^^
@ICE9 출처는 저도 모르는데, 디자이너분이 지금 해외여행 중이셔서 나중에 여쭤보고 공유할게요!😉 비하인드 하나 말씀해드리면 원래 사진에는 종이비행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디자이너분이 사진 속 여성의 표정이 책과 좀 어울리지 않아 이 책에 실린 <종이비행기> 편을 착안해서 종이비행기를 합성하신 거예요. 느낌이 너무 좋죠? 유디트 헤르만 작품 특유의 약간 신비로운 분위기와도 어울려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표지 예쁘다고 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아 그랬군요! 사진이 참 마음에 들어서 책 읽을 때 앞에 활짝 펴놓고 읽었습니다~^^ 채도가 조금 낮은 노란색과 초록색이 잘 어울립니다! 어렸을 때 갖고 있던 따뜻한 색감, 추억을 불러오는 코닥 컬러 필름의 색같이 느껴져지기도 했고요! 감사합니다~
@ICE9 디자이너님이 들으심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대로 전달해드려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페티시>를 읽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이 작품을 새벽에 읽었습니다. 소설에서는 정확히 계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닥불을 피워야하고 새벽에 추웠다면 적어도 가을 이후일듯 한데요, 엘라가 느꼈던 그 차가운 공기를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떠난 연인(이겠죠?)을 원망하기보다 그의 부재를 통해 기다림을 알게 됐고, 비록 단 몇 시간의 인연이었지만 아이마저 떠나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엘라의 쓸쓸함이 느껴졌어요. 아이가 모닥불에 던져넣은 종이처럼 엘라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카를을 기다리는 마음을 모닥불에 던져 넣어야했을까요?
빈센트의 어머니는 사람이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는 사람이 부서진 마음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산 증거였고, 그녀는 사랑 때문에 자기 안에 틀어박혔다.
레티파크 p20 / <석탄>에서,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호디에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마음을 모닥불에 던져 넣어야 했을까...’ 와 이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엘라는 기다린다. 돌연 그녀는 자신이 실은 모든 걸 기다려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다려본 적이 적지 않아서인지 저도 <페티시> 중 이 문장이 마음에 유독 남더라고요.. 호디에 님이 새벽에 읽으셔서 더욱 쓸쓸함이 크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유디트 헤르만이 전작으로 “눈 온 뒤 오후처럼 쓸쓸하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기도 했거든요. 늦은 밤, 어둔 새벽에 읽으면 더욱 그러한 정취가 크게 느껴질 것 같아요. 저는 주로 낮에 읽는데, 오늘 밤에 <페티시>를 읽어봐야겠습니다 :)
그곳들에서 일어난 일은 나에게 마법의 이미지, 삶에 고유한 형이상학적 마술의 이미지와 결부되어 있다. 이건 우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니면 바로, 섭리라고. 때로 예감들이 우리를 엄습한다. 우리 등 뒤에 서 있는 듯한 느낌.
레티파크 9페이지,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우선 <한국의 독자들에게> 부터 와닿는 문장을 만났어요. 삶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고 붙들 수 없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무언가 제 등 뒤에 있는 그 느낌. 밤이고 낮이고 절 따라 다니고 꿈에도 등장하고 맨정신에도 나타나는 그 느낌. 작가님께서 섬세하게 그 느낌을 포착해서 문자로 시각화하여 제게 전달해 주셨어요. +_+
참 책표지를 분리해서 펼쳐보면 안에 레티파크 사진이 인쇄되어 있어요. 책 정말 아름답게 만들었네요. 그리고 각각의 단편들 제목 페이지들 편집도 정말 멋져요!
첫 번째 이야기 <석탄>을 다 읽었어요. 다섯 살이 된 빈센트에게, 사랑 때문에 죽은 어머니를 둔 빈센트에게, 어른들과 함께 석탄을 나르는 빈센트에게 펼쳐질 삶들이 조금은 다정했으면 좋겠어요…
@우주먼지밍 책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석탄>을 다 읽으셨군요..! 네 살이 아니라 열다섯 살인 것처럼 빈센트가 서 있었다는 문장을 보고, 이렇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커버린 것은 사랑 때문에 병들어버린 어머니의 영향 아닐까 생각하고 조금 슬펐는데요.. 그래서 우주먼지밍 님 바람에 더 공감이 가네요. 빈센트에게 펼쳐질 나날이 좀 더 다정했으면, 7톤 정도의 석탄이면 (어떤 겨울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곱 겨울도 충분하다 예견했듯 빈센트가 성체처럼 받아든 애정을 갖고 앞으로 닥쳐올 자기 삶의 겨울을 잘 지날 수 있게 됨 좋겠다.. 바라게 됩니다. 빈센트도 그렇고.. 저도 그랬음 좋겠고요.. ☺️
그녀는 사랑 때문에 자기 안에 틀어박혔다. 그것이 빈센트의 평생을 좌우할 거라고 생각하니 이상야릇했다. 우리는 빈센트의 작고 꼬질꼬질한 두 손에서 석탄을 받았다. 마치 성체처럼.
레티파크 20페이지,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짐작건대 중요한 건 내가 그를 위해 조각 케이크를 샀고, 내가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그가 병들기 전에 자두 케이크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었다. 이 모든 게 중요했고, 그중에서 분명 또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중요했다.
레티파크 p60 / <시詩> 에서,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시>에서 단 한 번도 아버지 역할을 해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딸의 연민과 사랑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애증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가장 든든해야 할 아버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던 유년 시절의 딸, 사랑하는 딸에게 미처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그 복잡한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호디에 <시>는 헤르만이 실제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고 해요. 저도 이 작품에서 아버지를 향한 복잡한 마음이 느껴졌는데요, 이게 부모 자식 간 실제 감정의 결과도 아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겹겹이 쌓여 있는 마음들... 그래서 읽을 때마다 감회가 다르더라고요. 대개는 좀 슬펐어요..💧왜 슬픈지 모르겠는 슬픔이랄까요;_;
@마라카스 맞아요. 저도 얇은 슬픔과 서운함이 번갈아가며 쌓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작가의 실제 경험이었군요... .
<종이비행기>를 읽었습니다. 두 아이가 있고 정신병동 경험이 있는 싱글맘 테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사회 생활이 어렵거나 워킹맘으로 고충을 겪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희망적이라 좋으네요.
저도 엄마로서 테스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가끔 모든 걸 다시 분해했다가 새로 조립”하고 싶지만 아이들을 보고 “나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장면. 정말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지라ㅠ.ㅠ..
<포플러 꽃가루>를 읽었습니다.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보야나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떠난 남편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데요, 로베르트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끝낸 것인지... 많은 부분을 침묵하고 있어서 독자는 그저 단편적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와 수십 년을 맞춰가며 산다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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