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인먼의 삶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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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먼이 프린스턴에서 대학원을 시작했던 1939년 즈음, 소위 '양자역학'은 어느 정도의 이론이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양자역학 분야의 스타였던 영국의 과학자 폴 디랙은 전자의 정체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정황이 보이네요. 전자의 반지름에 대한 정보가 규정되지 않아서 전자가 갖는 에너지, 혹은 전자가 미치는 효과(?)를 계산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이 문제와 연관된 것이 '장field'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의 문제 같습니다. 지난 세기(19세기)에 마이클 패러데이와 제임스 맥스웰이 실험과 이론적으로 고안하고 도입한 이 '장'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전자가 장을 매개로 힘을 전달하는가, 아니면 직접 상호작용하는가 등에 관한 이론적인 문제가 30년대 후반과 40년대 초반의 천재물리학자들이 고민하던 문제 중 하나로 보입니다. 과학사적으로 흥미롭습니다. 구체적인 정황은 잘 이해를 못하겠지만요. 또 전기역학 수식과 관련한 문제, "0으로 나누기 오류"(division by zero)는 SF작가 테드 창이 자신의 작품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엘리, 2016)중에서 '0으로 나누면'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순수 수학 분야에서 '0으로 나누기' 상황과 관련한 문제가 나옵니다. 특히 뛰어난 수학자가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었던 수학 체계에 근본적인 오류(수학자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파국적 사건)를 발견한 후 신념이 흔들리는 상황과 부부 사이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삶의 문제와 결부되어 탄생한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0으로 나누기 오류'의 문제는 특이점(singular point)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물리학 분야에서 본질적으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주제(0으로 나누기 오류)를 물리학 분야에서 다룬 단편 소설도 있습니다. 바로 벵하민 라바투트의 단편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중에서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는 작품입니다. 물리학자 슈바르츠실트 역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대한 답을 구하다 하나의 '파국'을 경험합니다. 바로 특이점이라는 이름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 블래홀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계산해낸 것인데, 이 특이점의 특징은 다른 표현으로 정리하면 '정의될 수 없는 지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슈바르츠실트에게 특이점의 발견은 지적 파국의 순간이 있었던 것인데, 테드 창에 등장하는 수학자나 벵하민 라바투트의 소설에 나오는 물리학자나 모두 정의할 수 없었던 지적 파국의 순간과 만나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바로 이 당황스러운 경험을 물리학사에서는 1930년대와 40년대의 물리학자들이 경험했을 것이라 상상해봅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을 모두 석권하였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칠레의 젊은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의 세번째 작품으로, 2021 부커상 최종심에 오르며 전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논픽션소설이다. 책에 실린 다섯 개의 글은 개별적이면서도 나선처럼 이어지며 하나의 산문적 명상으로 완성되어간다.
우리는 관심사와 취향이 똑같았다. 매사를 경험하고 실험한 다음, 그 결과를 정리하여 간단한 원리를 찾아내는 데 몰두했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177p, [프린스턴]중 '종이접기와 리듬',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파인먼이 프린스턴 대학원 시절, 수학과 학생들과 어울리며 갖가지 엉뚱한(?) 실험들을 한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훗날 세계적인 통계학자가 되는 존 튜키(John Tuckey)와 인간의 시간측정 능력을 실험해보는 등 엉뚱한 시도를 직접 해봅니다. 엉뚱한 괴짜들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대상/현상에 대해 지식을 알아내는 중요한 방법론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발견적인 학습법'인데요, 자신의 신체나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여 직접 체험해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는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론적인 앎의 획득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파인먼에 대해 다른 책에서 보았던 '경험적 연구 방법론'은 아마 이보다 더 어린 시절에 형성되고 체득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학습 방식의 유희적 성격입니다. 놀이적 요소를 통해 지식을 얻는 것인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경험적 방식, 시행착오'와 짝을 이루긴 합니다. 중요한 것은 미지의 대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로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욕구가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파인먼 평전>의 원제가 <Genius>인데,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한 사람의 천재성에는 이런 경험적 발견법/유희적 학습 방식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로부터 현재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교육방식(영재 교육)에 대한 것들도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너무나 잘 짜여진 커리큘럼이 아이들에게 제공되다보니, 아이들은 주어진 커리큘럼에만 익숙한, 배우는 기계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옆길도 새어보고 실수도 하면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테니까요. 답이 있는, 주어진 문제들 잘 푸는 문제 풀이 기계를 만드는 교육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파인먼이 호기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알아내는 과정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느낍니다.
원자 속은 빈 공간이며 그 속에는 전자밖에 없다. 그러니 전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감쇠(damping) 현상을 일으킨단 말인가?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184p, [프린스턴] 중 '스프링클러의 미스터리'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이 주제는 파인먼이 대학원 시절 전자와 장의 개념을 통찰할 때 고민했던 여려 실마리가 되는 개념 중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이 전자와 장에 대한 고찰이 이후에 휠러 교수와 함께 생각했던 시간의 대칭 관련한 내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정확히 이해는 안가지만) 흥미롭습니다. 또 파인먼의 연구방식 가운데 특징 한 가지는, 자신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곧바로 동료와 교수에게 공개하여 평가를 받는 다는 점입니다. 칼 포퍼가 말한 과학의 '반증가능성'에 대한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보다 완전해질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고 벼리고 있는 성격이 있는가 하면, 파인먼은 아이디어를 곧바로 공개하고 집단 지성의 상호작용 속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이론을 단단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수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경쟁이 심한 학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구방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인슈타인 교수님, 제 의견에 동의하시죠?" 잠시 후 부드러운 독일어 음성이 세미나실에 울려 퍼졌다. "아뇨, 파인먼 군의 이론은 가능해 보이는군요. 물론 중력이론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중력이론은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는걸요."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191-192p, [프린스턴] 중 '스프링클러의 미스터리',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이 상황은 파인먼이 대학원생이던 1941년 2월, 지도교수인 휠러와 개발한 '흡수체'이론에 대해 학과 세미나 시간에 당시 물리학의 거장들 앞에서 처음 발표한 상황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인정사정없이 면박 주기로 유명한 파울리가 애송이 대학원생 파인먼을 면박주려고 공격했는데, 아인슈타인이 파인먼의 이론을 긍정적으로 옹호하는 대목에서 나온 대화입니다. 이렇게 물리학자는 단련되고 성장하는가 보네요.
표지의 디자인은 어땠나요?
책을 받은 첫 인상에 대해 위에 간단히 쓰긴했는데요, 개인적인 취향은 책표지로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 책의 주제외 관련이 있는 사진이라고 해도 어울린다고 느낀 경우가 많지는 않았거든요. 다만 <파인먼 평전>이 한 과학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종합적인 면모를 연대기별로 보여다보니 인물의 노년 사진이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천재적인 면모와 바람둥이 같은 시절, 호기심 천국인 과학자 등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려보기도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을 파인먼의 삶을 표지 사진이 보여주는 듯합니다. 눈매는 부드러워지고 깊어진 눈을 하고 있는 듯한 초상 사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이 하나 드러났다. 바로 '최소작용의 원리를 이용하면 입자의 상호작용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200p, [프린스턴]중, '합리주의자'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전통적 관점에서는 늘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생각하여 매 순간 일어나는 변화를 미분장정식을 써서 포착했다. 이에 반해 최소작용의 원리를 사용하면 입자의 경로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조감도)을 얻을 수 있다. 후에 파인먼은 이렇게 회상했다. "시공간 경로가 전체적으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밝혀야만 자연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휠러 교수와 나는 모든 시공간을 아우르는 경로의 특성을 기술할 수 있게 되었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201p, [프린스턴]중, '합리주의자'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전자의 정체에 대한 탐구와 관련하여, 파인먼과 휠러 교수는 빛(전자기파)을 흡수하는 '흡수체'이론을 함께 발전시키면서 시간의 역행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당시에 연구했던 이 부분이 훗날 파인먼의 업적 가운데 잘 알려진 '파인먼 다이어그램'의 씨앗이 되는 생각이 태동하고 있는 정황을 봅니다. 이 부분에서 '최소작용의 원리'가 나오는데, 이 원리는 빛이 특정한 두 지점을 지나갈 때, 두 지점 사이의 운동이 가장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경로를 택한다는 설명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두 점 사이의 가장 빠른 경로는 직선이 되겠구요. 그런데 빛은 두 점 사이에 가장 빨리 통과할 수 있는 경로를 마치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이 최소 경로를 어김없이 통과합니다. 순차적이고 직선적인 시간 관념을 갖고 있는 평범한 지구인으로서는 이 원리가 양자역학까지 가지 않더라도 낯설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바로 이 '최소 작용의 원리'가 중심 테마로 사용되고 있는 작품이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실린 단편 '당신 인생의 이야기 (Stories of Your Life)'입니다. 시작과 끝, 과거와 현재를 알아가 두 지점 혹은 시점 사이의 경로를 순차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인간의 인식 방법과 달리,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외계인이 등장합니다. 테드 창이 놀라운 것은 이런 물리학적인 원리의 의미를 고민하면서 우리의 삶과 접목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자유의지'의 문제도 대두되구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언어학자는 딸의 죽음을 경험한 상태에서 과거를 회상합니다. 우리가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외계인처럼 미래도 알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소설은 제가 묻는 것 같았거든요. 딸의 이른 죽음을 알고 있는 부모라면 망설임없이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제게는 '자유의지'와도 관련하여 상당히 실존적인 물음이 이 소설에 담겨있다고 봤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은 소설이 최근에 출간된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집 <숲속의 늙은 아이들>가운데 '모르트 드 스머지'란 단편이 있습니다. 반려 고양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소설인데, 여기에도 다시 다른 고양이를 기를지, 말지 하는 고민으로 소설을 끝납니다. 애도는 과거-현재-미래가 단선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애도란 것은, 기억과 이것이 불러오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뒤섞이고, 과거와 현재, 어쩌면 미래에 대한 예상이 착종된, 어쩌면 존재 그 자체 혹은 생에의 의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최소작용의 원리'를 생각해보다가 옆길로 새어버렸네요. 이 원리를 다르게 표현해보면 어떤 물체가 운동할 때, 물체가 갖는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차이가 최소가 되게 하는 경로를 최종 경로로 택하게 된다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물체 운동의 전제에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야 운동 관계가 파악될 것이라는 점이 의문으로 남습니다. 어쩌면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 명확히 정의가 된다면, '시간' 없이도 이 '최소작용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고요. 그러니까 이 원리에서 '시간'은 충분조건이나 필요조건은 아닐 수 있겠다는 말이죠. 이 원리가 적용되는, 혹은 전제된 '공간'이란 것이 뉴턴의 '절대공간'아 아니라면, 그래서 시간과 공간이 '시공간'으로 결부되어 중력에 의해 변형될 수도 있는 '상대공간'에서라면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싶은 의문도 듭니다. 고전역학에서 이 원리는 '절대공간' 속에서 정의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을 모두 석권하였다.
숲속의 늙은 아이들전 세계 독자들에게 찬사를 얻은 걸작들의 작가인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집이다. 이 책은 소설집 『도덕적 혼란』과 연계된 내용의 단편소설들로 구성되었으며, 각각의 단편이 독립성을 띠고 있으나 한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다.
휠러가 '앞선 파동'에 생각이 미친 것처럼 디랙은 '절대값이 똑같고 부호가 다른 해'에 관심을 기울였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203p, [프린스턴]중, '합리주의자'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이 부분은 자연에서 시간의 역행 가능성, 혹은 시간에 대한 대칭성을 이야기하게 될 텐데요, 휠러는 '파동'의 관점에서, 그리고 디랙은 '전자'를 매개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었음을 이 문장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디랙이 말한 '절대값이 같고 부호가 다른 해'의 두 가지 해 하나는 전자, 다른 하나는 전하가 반대인 양전자를 말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 문제는 곧이어 나올 우주론에서 우주의 기원을 따지는 문제와 연결이 될 수 있겠네요. 전자/양전자 관계는 물질과 반물질의 한 가지 사례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직전의 기억'과 '직후의 기대'를 혼합하여 현재를 구성한다. 따라서 현재는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찰나적 순간이 아니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유한한 구간이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206p, [프린스턴]중, 'Mr.X와 시간의 본질'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파인먼의 지도교수였던 휠러가 언급한 '현재'에 대한 정의라고 볼 수 있겠네요. 시간은 지금도 그렇지만 모든 지식인들, 특히 물리학자들이 쉽게 답하기 어려운 개념이라 봅니다. <파인먼 평전>의 전자 제임스 글릭이 이 '시간'의 정체를 탐구한 작업이 <제임스 글릭의 타임트레블>이 될 것 같습니다.
제임스 글릭의 타임트래블 - 과학과 철학, 문학과 영화를 뒤흔든 시간여행의 비밀『카오스』, 『인포메이션』 저자 제임스 글릭의 신작. 2016년 《보스턴 글로브》 올해의 책. 지적인 독자들을 만족시킬 제임스 글릭의 화려한 스토리텔링, 인문학과 과학을 가로지르는 가장 완벽한 시간여행 가이드다.
"휠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얀 여왕 White Queen이 앨리스에게 한 말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지나간 일밖에 모르면 기억력이 나쁜 거란다."", 207p, [프린스턴]중, 'Mr.X와 시간의 본질'중에서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현재'를 정의한 휠러는 이렇게 문학작품의 한 문장을 인용하며 마무리하는데요, 이 문장의 출처는 정확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니라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하얀 여왕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휠러와 파인먼이 가역적 과정과 비가역적 과정에 관심을 기울인데서 탄생한 흡수체 이론은 이제 시간의 흐름과 시간의 화살을 이해하려는 세 가지 적근방법의 공통기반으로 자리잡았다. 입자물리학자들이 흡수체 이론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버리자 신세대 우주론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207p, [프린스턴]중, 'Mr.X와 시간의 본질'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우주론 분야는 단순히 별을 관측하는 천문학에서 우주를 향해 어마어마한 질문을 던지는, 즉 '우주의 기원'과 '우주의 운명'을 탐구하는 모험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우주론은 완전히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철학, 미술, 신앙, 그리고 적잖은 희망을 융합하여 현대과학의 한가운데에 우뚝 섰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207p, [프린스턴]중, 'Mr.X와 시간의 본질'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이 우주론과 관련한 부분에서 잠시 멈추고 인용한 이유는, 서로 독립적으로 발달했던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이 60년대에 만나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되었다는 내용을 읽은 것이 기억나서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1915년 이후, 1917년에는 일반상대론을 적용한 우주론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는 내용이 <우리 우주의 첫 순간>에 나오는데요, 우주론의 태동은 이 지점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1922년에는 러시아 물리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이 아인슈타인의 장방적식에서 우주론적 풀이 가운데 우리의 우주와 가장 유사한 풀이를 얻어냈다고 하고, 1931년에 천주교 사제이자 물리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는 '빅뱅'의 초기 아이디어를 자신의 논문에서 언급한 과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존재가 단 하나의 '원자' 붕괴에서 발생했다고 말이죠. 1940-50년대에 핵폭탄 개발 이후 전세계 공멸의 위험성을 인지한 과학자들이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고 원자력의 안전한 사용을 촉구하면서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으로 많이 진출한 정황을 <파인먼 평전>과 <우리 우주의 첫 순간>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련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주요 인물로 참여했던 안드레이 사하로프도 핵무기 확산 반대 및 대기권 핵실험 종식을 위한 행보로 전향한 후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구했다고 하지요. 그이 1967년 논문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비대칭적으로 존재하게 되려면 필요한 조건 세 가지를 언급하는데요, 여기에 이미 '우주급팽창'이론의 씨앗이 담겨있습니다. 물론 이 이론의 제창자라고 여겨지는 앨런 구스(Alan Guth)가 이 논문을 읽고 참고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빅뱅의 발견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의 중요한 문제들우주의 비밀을 밝혀온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과 그 의미, 그리고 오늘날 베일에 가려진 빅뱅 직후의 순간을 설명하려는 과학자들의 분투기를 담은 현대 우주론 안내서다. 새롭게 등장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현대 우주론의 맥락을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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