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에서 파인먼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였던 존 아치볼드 휠러 John Archibald Wheeler가 양자 물리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명인 닐스 보어에게 사사를 받았군요. 그러면 파인먼은 보어의 '학문적 손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흥미로운 건 45년에 처음 원자폭탄 실험이 이루어지는데 이론이 정립되기 시작한지 채 10년도 안된 기술이었다는 점입니다. 전쟁과 이데올로기 대립의 상황으로, 이 기술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대립하는 집단을 살상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위키 피디아에 따르면, 실험적으로 핵분열을 관찰한 것이(1938년 12월) 독일 화학자 오토 한과 프리츠 스트라스만이라고 나오네요. 또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했던 인물이 (1939년 1월) 독일 화학자 리제 마이트너와 그녀의 조카 오토 로버트 프리슈라고 나옵니다. 파인먼의 두 스승인 보어와 휠러는 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던 또 다른 그룹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이로부터 불과 7-8년 후, 인류는 핵폭탄을 보유하게 되고 인류 공멸의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책 읽기가 훨씬 흥미로워집니다.
리처드 파인먼의 삶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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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분열(nuclear fission)에 관한 관련 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Nuclear_fission#:~:text=Nuclear%20fission%20is%20a%20reaction,energetic%20standards%20of%20radioactive%20decay.
"Nuclear fission is a reaction in which the nucleus of an atom splits into two or more smaller nuclei. The fission process often produces gamma photons, and releases a very large amount of energy even by the energetic standards of radioactive dec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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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보니 파인먼과 지도교수 휠러에 관한 책도 있네요. 나중에 읽어보고 싶네요.
특히 휠러는 (이름만이라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웜홀'과 '블랙홀'에 대한 이론을 개발하는 데 공헌한 과학자라고 합니다. 흥미롭네요!
<파인만과 휠러의 만남, 양자미로 >
폴 핼펀 (지은이),노태복 (옮긴이)승산2019
파인만과 휠러의 만남, 양자미로두 물리학자는 명석함과 독창성으로 서로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덕분에 파인만은 양자 실재가 서로 상충하는 대안적인 가능성들의 조합임을 밝혀낼 수 있었고, 휠러가 중력의 양자론을 탐구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 그 결과 휠러는 자신의 대표적인 개념인 웜홀과 블랙홀 이론을 개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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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리
책을 받아든 첫인상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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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책이 두꺼운 느낌인데요^^; 한 사람의 생애가 들어 있는 평전이다보니 그렇겠지요. 다른 평전류의 도서도 비슷한 것 같고요. 파인먼 에 관한 에피소드 몇 가지를 알고 있어서 이 책에도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행히 글자와 행간이 충분히 커서 읽기에는 부담을 주지 않네요.
또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도서의 표지로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마음에 안들 때가 많습니다. 파인먼에 관한 다른 도서에는 보다 젊고 의욕에 넘치는 파인먼의 사진이 표지로 많이 사용되었다면, 이번 평전은 노년의 파인먼 사진이라 특히 인상적입니다. 사진 속 파인먼의 눈매가 깊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네요.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듯한 눈빛과 분위기가 평전의 표지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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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랙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끝맺으며, 무한대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론의 치명적인 결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마따나 "이쯤 되면 본질적으로 새로운 물리학적 발상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파인먼은 수식을 세워 무한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168p, [프린스턴] 중 '격식이 판치는 동네' 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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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먼이 프린스턴에서 대학원을 시작했던 1939년 즈음, 소위 '양자역학'은 어느 정도의 이론이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양자역학 분야의 스타였던 영국의 과학자 폴 디랙은 전자의 정체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정황이 보이네요. 전자의 반지름에 대한 정보가 규정되지 않아서 전자가 갖는 에너지, 혹은 전자가 미치는 효과(?)를 계산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이 문제와 연관된 것이 '장field'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의 문제 같습니다. 지난 세기(19세기)에 마이클 패러데이와 제임스 맥스웰이 실험과 이론적으로 고안하고 도입한 이 '장'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전자가 장을 매개로 힘을 전달하는가, 아니면 직접 상호작용하는가 등에 관한 이론적인 문제가 30년대 후반과 40년대 초반의 천재물리학자들이 고민하던 문제 중 하나로 보입니다. 과학사적으로 흥미롭습니다. 구체적인 정황은 잘 이해를 못하겠지만요.
또 전기역학 수식과 관련한 문제, "0으로 나누기 오류"(division by zero)는 SF작가 테드 창이 자신의 작품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엘리, 2016)중에서 '0으로 나누면'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순수 수학 분야에서 '0으로 나누기' 상황과 관련한 문제가 나옵니다. 특히 뛰어난 수학자가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었던 수학 체계에 근본적인 오류(수학자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파국적 사건)를 발견한 후 신념이 흔들리는 상황과 부부 사이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삶의 문제와 결부되어 탄생한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0으로 나누기 오류'의 문제는 특이점(singular point)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물리학 분야에서 본질적으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주제(0으로 나누기 오류)를 물리학 분야에서 다룬 단편 소설도 있습니다. 바로 벵하민 라바투트의 단편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중에서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는 작품입니다. 물리학자 슈바르츠실트 역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대한 답을 구하다 하나의 '파국'을 경험합니다. 바로 특이점이라는 이름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 블래홀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계산해낸 것인데, 이 특이점의 특징은 다른 표현으로 정리하면 '정의될 수 없는 지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슈바르츠실트에게 특이점의 발견은 지적 파국의 순간이 있었던 것인데, 테드 창에 등장하는 수학자나 벵하민 라바투트의 소설에 나오는 물리학자나 모두 정의할 수 없었던 지적 파국의 순간과 만나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바로 이 당황스러운 경험을 물리학사에서는 1930년대와 40년대의 물리학자들이 경험했을 것이라 상상해봅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을 모두 석권하였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칠레의 젊은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의 세번째 작품으로, 2021 부커상 최종심에 오르며 전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논픽션소설이다. 책에 실린 다섯 개의 글은 개별적이면서도 나선처럼 이어지며 하나의 산문적 명상으로 완성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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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심사와 취향이 똑같았다. 매사를 경험하고 실험한 다음, 그 결과를 정리하여 간단한 원리를 찾아내는 데 몰두했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177p, [프린스턴]중 '종이접기와 리듬',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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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먼이 프린스턴 대학원 시절, 수학과 학생들과 어울리며 갖가지 엉뚱한(?) 실험들을 한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훗날 세계적인 통계학자가 되는 존 튜키(John Tuckey)와 인간의 시간측정 능력을 실험해보는 등 엉뚱한 시도를 직접 해봅니다. 엉뚱한 괴짜들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대상/현상에 대해 지식을 알아내는 중요한 방법론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발견적인 학습법'인데요, 자신의 신체나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여 직접 체험해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는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론적인 앎의 획득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파인먼에 대해 다른 책에서 보았던 '경험적 연구 방법론'은 아마 이보다 더 어린 시절에 형성되고 체득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학습 방식의 유희적 성격입니다. 놀이적 요소를 통해 지식을 얻는 것인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경험적 방식, 시행착오'와 짝을 이루긴 합니다. 중요한 것은 미지의 대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로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욕구가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파인먼 평전>의 원제가 <Genius>인데,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한 사람의 천재성에는 이런 경험적 발견법/유희적 학습 방식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로부터 현재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교육방식(영재 교육)에 대한 것들도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너무나 잘 짜여진 커리큘럼이 아이들에게 제공되다보니, 아이들은 주어진 커리큘럼에만 익숙한, 배우는 기계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옆길도 새어보고 실수도 하면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테니까요. 답이 있는, 주어진 문제들 잘 푸는 문제 풀이 기계를 만드는 교육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파인먼이 호기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알아내는 과정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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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속은 빈 공간이며 그 속에는 전자밖에 없다. 그러니 전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감쇠(damping) 현 상을 일으킨단 말인가?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184p, [프린스턴] 중 '스프링클러의 미스터리'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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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는 파인먼이 대학원 시절 전자와 장의 개념을 통찰할 때 고민했던 여려 실마리가 되는 개념 중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이 전자와 장에 대한 고찰이 이후에 휠러 교수와 함께 생각했던 시간의 대칭 관련한 내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정확히 이해는 안가지만) 흥 미롭습니다.
또 파인먼의 연구방식 가운데 특징 한 가지는, 자신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곧바로 동료와 교수에게 공개하여 평가를 받는 다는 점입니다. 칼 포퍼가 말한 과학의 '반증가능성'에 대한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보다 완전해질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고 벼리고 있는 성격이 있는가 하면, 파인먼은 아이디어를 곧바로 공개하고 집단 지성의 상호작용 속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이론을 단단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수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경쟁이 심한 학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구방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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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 교수님, 제 의견에 동의하시죠?" 잠시 후 부드러운 독일어 음성이 세미나실에 울려 퍼졌다. "아뇨, 파인먼 군의 이론은 가능해 보이는군요. 물론 중력이론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중력이론은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는걸요." ”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191-192p, [프린스턴] 중 '스프링클러의 미스터리',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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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은 파인먼이 대학원생이던 1941년 2월, 지도교수인 휠러와 개발한 '흡수체'이론에 대해 학과 세미나 시간에 당시 물리학의 거장들 앞에서 처음 발표한 상황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인정사정없이 면박 주기로 유명한 파울리가 애송이 대학원생 파인먼을 면박주려고 공격했는데, 아인슈타인이 파인먼의 이론을 긍정적으로 옹호하는 대목에서 나온 대화입니다. 이렇게 물리학자는 단련되고 성장하는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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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디자인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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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은 첫 인상에 대해 위에 간단히 쓰긴했는데요, 개인적인 취향은 책표지로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 책의 주제외 관련이 있는 사진이라고 해도 어울린다고 느낀 경우가 많지는 않았거든요.
다만 <파인먼 평전>이 한 과학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종합적인 면모를 연대기별로 보여다보니 인물의 노년 사진이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천재적인 면모와 바람둥이 같은 시절, 호기심 천국인 과학자 등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려보기도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을 파인먼의 삶을 표지 사진이 보여주는 듯합니다. 눈매는 부드러워지고 깊어진 눈을 하고 있는 듯한 초상 사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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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이 하나 드러났다. 바로 '최소작용의 원리를 이용하면 입자의 상호작용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200p, [프린스턴]중, '합리주의자'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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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 관점에서는 늘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생각하여 매 순간 일어나는 변화를 미분장정식을 써서 포착했다. 이에 반해 최소작용의 원리를 사용하면 입자의 경로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조감도)을 얻을 수 있다. 후에 파인먼은 이렇게 회상했다. "시공간 경로가 전체적으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밝혀야만 자연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휠러 교수와 나는 모든 시공간을 아우르는 경로의 특성을 기술할 수 있게 되었다." ”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201p, [프린스턴]중, '합리주의자'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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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정체에 대한 탐구와 관련하여, 파인먼과 휠러 교수는 빛(전자기파)을 흡수하는 '흡수체'이론을 함께 발전시키면서 시간의 역행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당시에 연구했던 이 부분이 훗날 파인먼의 업적 가운데 잘 알려진 '파인먼 다이어그램'의 씨앗이 되는 생각이 태동하고 있는 정황을 봅니다.
이 부분에서 '최소작용의 원리'가 나오는데, 이 원리는 빛이 특정한 두 지점을 지나갈 때, 두 지점 사이의 운동이 가장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경로를 택한다는 설명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두 점 사이의 가장 빠른 경로는 직선이 되겠구요. 그런데 빛은 두 점 사이에 가장 빨리 통과할 수 있는 경로를 마치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이 최소 경로를 어김없이 통과합니다. 순차적이고 직선적인 시간 관념을 갖고 있는 평범한 지구인으로서는 이 원리가 양자역학까지 가지 않더라도 낯설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바로 이 '최소 작용의 원리'가 중심 테마로 사용되고 있는 작품이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실린 단편 '당신 인생의 이야기 (Stories of Your Life)'입니다. 시작과 끝, 과거와 현재를 알아가 두 지점 혹은 시점 사이의 경로를 순차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인간의 인식 방법과 달리,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외계인이 등장합니다. 테드 창이 놀라운 것은 이런 물리학적인 원리의 의미를 고민하면서 우리의 삶과 접목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자유의지'의 문제도 대두되구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언어학자는 딸의 죽음을 경험한 상태에서 과거를 회상합니다. 우리가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외계인처럼 미래도 알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소설은 제가 묻는 것 같았거든요. 딸의 이른 죽음을 알고 있는 부모라면 망설임없이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제게는 '자유의지'와도 관련하여 상당히 실존적인 물음이 이 소설에 담겨있다고 봤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은 소설이 최근에 출간된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집 <숲속의 늙은 아이들>가운데 '모르트 드 스머지'란 단편이 있습니다. 반려 고양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소설인데, 여기에도 다시 다른 고양이를 기를지, 말지 하는 고민으로 소설을 끝납니다. 애도는 과거-현재-미래가 단선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애도란 것은, 기억과 이것이 불러오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뒤섞이고, 과거와 현재, 어쩌면 미래에 대한 예상이 착종된, 어쩌면 존재 그 자체 혹은 생에의 의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최소작용의 원리'를 생각해보다가 옆길로 새어버렸네요. 이 원리를 다르게 표현해보면 어떤 물체가 운동할 때, 물체가 갖는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차이가 최소가 되게 하는 경로를 최종 경로로 택하게 된다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물체 운동의 전제에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야 운동 관계가 파악될 것이라는 점이 의문으로 남습니다. 어쩌면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 명확히 정의가 된다면, '시간' 없이도 이 '최소작용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고요. 그러니까 이 원리에서 '시간'은 충분조건이나 필요조건은 아닐 수 있겠다는 말이죠. 이 원리가 적용되는, 혹은 전제된 '공간'이란 것이 뉴턴의 '절대공간'아 아니라면, 그래서 시간과 공간이 '시공간'으로 결부되어 중력에 의해 변형될 수도 있는 '상대공간'에서라면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싶은 의문도 듭니다. 고전역학에서 이 원리는 '절대공간' 속에서 정의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을 모두 석권하였다.
숲속의 늙은 아이들전 세계 독자들에게 찬사를 얻은 걸작들의 작가인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집이다. 이 책은 소설집 『도덕적 혼란』과 연계된 내용의 단편소설들로 구성되었으며, 각각의 단편이 독립성을 띠고 있으나 한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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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러가 '앞선 파동'에 생각이 미친 것처럼 디랙은 '절대값이 똑같고 부호가 다른 해'에 관심을 기울였다.
『파인먼 평전 - 괴짜 물리학자가 남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이정표』 203p, [프린스턴]중, '합리주의자'중에서, 제임스 글릭 지음, 양병찬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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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자연에서 시간의 역행 가능성, 혹은 시간에 대한 대칭성을 이야기하게 될 텐데요, 휠러는 '파동'의 관점에서, 그리고 디랙은 '전자'를 매개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었음을 이 문장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디랙이 말한 '절대값이 같고 부호가 다른 해'의 두 가지 해 하나는 전자, 다른 하나는 전하가 반대인 양전자를 말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 문제는 곧이어 나올 우주론에서 우주의 기원을 따지는 문제와 연결이 될 수 있겠네요. 전자/양전자 관계는 물질과 반물질의 한 가지 사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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