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이 분이 육아도 잘하신대요? 혹시 취미가 웹툰 그리기인데 그것도 잘 그리시고 그런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인생책이 궁금합니다
D-29
장맥주
챠우챠우
‘딥 워크’ 와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정신과전문의인 제 친구가 ‘처방’해 준 책입니다. 책도 논문도 잘 못 읽겠고, 당연히 논문은 쓰지도 않고 멍하니 SNS의 짧은 동영상만 계속 보게 되어서 우울증이나 성인 ADHD인가 걱정이 되어 물어봤더니, 이 책 두개 읽고 SNS부터 끊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10년간 중독되었던 페이스북, 트위터를 끊고 그나마 좀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챠우챠우
‘딥 워크’는 @장맥주 님께서 채널예스에 쓰셨던 칼럼 ‘퀀텀 점프’ 의 단행본 느낌입니다. https://m.ch.yes24.com/article/view/45989
챠우챠우
‘퀀텀 점프’ 칼럼을 무척이나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친한 사람 몇 명에게 링크를 보내주기도 했고요. 주제넘지만 소소하게 반론을 해 보자면 무라카미 류 아저씨도 분량이 꽤 길고 취재를 열심히 한 본격 장편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코인로커 베이비스’ , ‘반도에서 나가라’(북조선이야기입니다) 제 생각엔 창작자로서 중요한 시기에 재능을 낭비하고 shallow work를 함으로써 퀀텀 점프를 하지 못한 게 아닐까요?
챠우챠우
써놓기 보니 반론은 아니고 무라카미 류 아저씨에 대한 변명 같은 글이네요 ^^;;;
장맥주
고맙습니다. 사실 류의 작품은 그리 많이 읽지 못했고, 『코인로커 베이비스』와 『반도에서 나가라』도 못 읽었어요. 저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아주 싫었고, 그 외에 몇 편 손에 드는 작품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69』도 저는 그저 그랬습니다. 그래서 류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전혀 아닙니다. 그래도 저 역시 류가 창작자로서 중요한 시기에 너무 이곳저곳 기웃거렸다는 생각은 속으로 해요. 그게 남 얘기가 아닌 거 같아서 좀 두렵기도 하고, 21세기 전업 소설가는 그런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어쩌면 21세기에는 모두가 N잡러가 되어야 하는 운명인지도 모르겠네요.
독서왕
오 저도 '딥 워크'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읽기는 재밌었는데 실천은 정말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감명 깊게 읽었어서 책의 교훈이 제 생활습관 어딘가에 녹아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저는 바로잉, 린 스타트업, 오리지널스 등등도 재미있게 읽었어서 조심스럽게 추천드려봅니다.
챠우챠우
좋은 책 여러 권 추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딥워크... 잘 실천하기가 어려우니까 그걸 실천한 훌륭한 사람들이 책에 언급된 거 아닐까요?
개구리
저는 책을 항상 좋아했고, 그리고 나이에 비해서는 꽤 많이 읽은 편이지만 특정한 책 한 권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딥 워크 책 궁금하네요. 깊게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두려워하고 있어서요. 너무 한 분야에 몰두하다 다른 것들을 놓칠 것 같아요.
우람
저에게 인생책이란 제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뒤흔든 책일 텐데요. 딱 세 권만 꼽자면 <파이 이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 <사랑의 기술> 입니다. 기회가 되면 풀어볼게요!
개구리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흔드는 책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사람마다 흔들리는 부분이 다른 걸까요. 그게 궁금합니다. 어쨌든 굉장히 파괴적이고 새로운 생각이 담겼어야 독자가 흔들리는 것 같긴 한데요. 저는 파이 이야기를 읽고 그다지 감명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아서요. 어떤 부분에서 세계관과 사고방식이 흔들리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람
위에 @장맥주 님이 '악령'을 읽고 무신론자가 되었다고 써주셨는데, 저는 반대로 '파이 이야기'를 읽고 믿기 힘든 것들을 믿어봐야겠다 Believe the unbelievable 그런 생각을 조금씩 갖게 됐어요.
그전엔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것들, 수학과 과학을 신봉하던 사람이었고, 성당을 다니긴 했지만 증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믿는다는게 영 불편했었거든요. 저쪽(유신론)으로 기어코 확 넘어가진 않을 거야 그런 마음?
그런데 '파이 이야기'를 읽고 균열이 가고 틈이 생겼어요. 믿음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구나 싶었죠. 종교와 과학이 같은 얘기를 다른 관점에서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달까요. 양자역학과 동양철학처럼?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뭔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뭔가를 덧붙이는 거예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 아닌가요?" -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중
우람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관련이 있는데 이 세상을 시간순으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설정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장작가님의 그믐처럼)
그 책을 읽고 인간의 몸을 가진 저의 인식 수준으로 이 우주를 제대로 이해할 순 없겠구나, 제가 인식하는 무지보다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한 무지가 수천억배 이상은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헵타포드가 삶을 observe(관찰하고 준수)하듯이
인간에겐 자유의지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도 점차 갖게 됐죠. 지금 제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제 자아가 이끄는대로 하고 있을 뿐 ㅎㅎ
"결국 우리는 나이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도 없고, 거리를 알 수 없는 곳에 있는 별들에 둘러싸여서, 우리가 확인도 할 수 없는 물질로 가득 채워진 채로,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는 물리 법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우주에 살고 있는 셈이다."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개구리
공감이 많이 갑니다. 저도 고전역학 이후의.. 물리학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닌 것 같았어요. 어찌 보면 과학도 '믿음'이라는 것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증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가설들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를 제대로 알 수는 있을까 하더라고요. 그걸 파이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셨다니.. 제가 너무 수동적으로 모든 텍스트를 받아들였던 걸까요
우람
파이 이야기를 읽을 당시에 그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보니 그렇게 연결이 됐던 것 같습니다. 개구리님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무엇인지 여쭤도 될까요? 남들한테는 별 내용 아닌데 나에겐 특별한 책도 인생책 아닐까 싶은 생각도 문득 듭니다.
개구리
글쎄요, 마음에 들었던 책, 재미있었던 책은 기본적으로 5번은 넘게 읽는 편이라.. 다시 읽는 걸 좋아합니다. 무슨 내용인지 이미 아니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놓쳤던 걸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그래서 편하게 다시 찾을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습니다. 뭐 아무튼 시리즈도 반복해서 읽고요. 오히려 깊은 인상을 남겼던 책들은 너무 무겁고 마음을 흔들기 때문에 다시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가볍게 다시 읽을 만한 에세이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또 읽고 싶은 책'으로 인생책을 고르는 건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장맥주
저는 사실 『파이 이야기』를 책은 안 읽고 영화만 봤거든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출판사가 엄청 광고를 했고, 저는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 같은 내용인가 보다... 하고 여겼습니다. 사실은 그런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책장을 펼치지는 않았네요. 영화는 좋았지만 이안 감독의 실력 덕분이라고 생각했고, 그나마 주제나 줄거리보다는 영상미가 인상적이었고요. 우람님의 인생 책이라고 하니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네요.
장맥주
저는 제 세계관 깊숙한 곳에 ‘믿지 않는 자’(혹은 ‘믿지 않으려는 자’)라는 기반이 있다고 보거든요. 원래부터 그런 기질이 있었겠지만 『악령』을 그 나이에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요.
한편으로는 ‘믿으려는 자’와 ‘믿 지 않으려는 자’ 사이에 공통점도 있다고 봅니다. ‘믿으려는 자’이건 ‘믿지 않으려는 자’이건 양쪽 모두 그렇게 되려면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양쪽 모두 자기 태도에 반대되는 의심을 억누르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싶은데 이건 ‘믿지 않으려는 자’ 쪽의 추측이라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는 삶은 보다 편안하고 자유로운가요? 그런데 그걸 분별하려면 한 정신이 두 태도를 다 지녀야 할 텐데, 그 역시 쉽지 않겠네요.
장맥주
경향신문에서 ‘내 인생의 책’이라는 코너를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 동안 운영했어요. 각계 명사들이 ‘내 인생의 책’을 5권씩 5회에 걸쳐 소개하는 코너였는데 짧은 글이었지만 그걸 1면에 실었습 니다(가끔 2면에 실은 적도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평이 1면에 실린다는 것, 신문 1면에 늘 책을 말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신했죠. 굉장히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는데 2022년 그 코너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좀 슬펐습니다.
장맥주
저도 2018년에 ‘내 인생의 책’으로 책 5권에 대한 짧은 서평을 썼는데, 순서대로 『악령』, 『블랙 달리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나는 왜 쓰는가』, 『끝없는 이야기』를 골랐습니다. 지금 그믐 프로필에도 인생 책으로 그 다섯 권을 그대로 올렸습니다. 거기에 6번째 책으로 『인생의 모든 의미』를 추가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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